벌레 잡았더니 돈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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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알디
작품등록일 :
2024.08.24 15:46
최근연재일 :
2024.09.14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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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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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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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DUMMY



박건우는 판의 가면을 보고 흠칫 놀라는가 싶더니 이내 신난 얼굴로 그와 악수했다. 적응력도 좋게.


먼저 문 앞으로 간 박건우가 빨리 오라며 손짓했다. 기다리라고 얘기하는데 판이 말을 걸었다.


"교우관계가 좋군요."


나는 악수를 하려던 손을 거두고 판을 올려다봤다.


"저 친구 별로 없는데요."

"친구가 많다고 좋은 건 아니죠."


친구는 많을수록 좋은 거 아닌가?


이해할 수 없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자 판이 '행운을 빈다'며 대화를 마쳤다.


찝찝한 기분이었지만, 판은 더 말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박건우와 함께 들어가기 위해 문 앞에 섰다.


그런데···.


"씨···."


하마터면 욕이 나올 뻔했다.


오늘 방은 어제와 다르게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최악이었다.


직선으로 된 골목길에, 여러 개의 모퉁이가 있는 엄청나게 커다란 쓰레기장이었기 때문이다.


냄새가 나는 건 아니었지만, 아예 안 나는 것도 아니었다. 기분 나쁠 정도의 미미한 악취가 신경을 계속 건드렸다.


이상한 건 야외에 있는 것처럼 천장이 엄청 높고, 구름이 떠 있었다.


"···구름? 진짜 하늘··· 은 아닌 것 같은데."

"아오, 냄새 개심해. 이게 뭐야."


박건우가 코를 막으며 경악했다. 나는 코를 킁킁거리며 냄새를 빨아들였다.


"냄새가 심해? 좀 나긴 해도 별로 안 심한 것 같은데."

"개심한데?"


박건우의 반응을 보자마자 나는 강아지가 박건우의 펫이 될 거라고 확신했다.


"원래는 이렇지 않았어. 어제는 깨끗한 방이었거든··· 그런데 오늘은 왜 쓰레기장이됐지?"


혹시 이거 벌레 습성에 따라 방이 바뀌는 건가?


설마가 확신이 된 건 이윤성의 이야기를 들은 뒤부터였다.


"어제 방이 넓어졌잖아. 이상해서 판한테 물어봤거든. 확실하게 말해준 건 아닌데, 상황에 따라 방 배치를 다르게 한다고 하더라."


어제 심각한 얼굴로 얘기하더니, 그걸 물어봤었나.


태연해 보여도 이윤성 역시 게임에 계속 의문을 품고 있는 듯했다.


곧 방의 불이 꺼졌다. 박건우는 놀라지 않았다. 이곳에 오기 전, 버스에서 미리 설명해둔 덕분이었다.


나는 차분하게 메시지창을 살폈다.


규칙과 위반사항, 능력치 모두 똑같았다. 더 볼 게 없어 확인 버튼을 누르자 부기가 나타났다.


이제는 익숙해져 먼저 인사를 건넸다.


"하이."


[이수호 하이!]


NPC가 하이! 하고 인사하는 게 어이없어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마냥 웃을 순 없었다.


이놈 너프 때문에 오늘 공칠 예정이었으니까.


"속도 5로 어떻게 파리를 잡아···. 이거 능력치는 어떻게 올리는 거지?"


투덜거리고 있는데 부기가 대화 창을 띄웠다.


[능력치를 올리는 방법은 두 가지!]


"두 가지? 네가 그걸 알고 있어?"


[플레이워의 룰은 다 알고 있지!]


"그걸 왜 말 안 해줬어?"


[이수호가 안 물어 봤잖아?]


물어봐야 말해주는 건가? 그것보다 펫이 게임 시스템을 알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어떻게 하겠냐고.


"능력치를 어떻게 올리는데?"


[첫 번째! 현실 세계에서 경험을 쌓는다!]


"······."


[두 번째! 플레이워에서 실력을 쌓는다!]


"너 때문에 속도에 너프가 걸렸는데 어떻게 실력을 쌓아? 기술 버프도 없고."


[대신 힘과 무기에 버프가 있잖아?]


"그래도 다른 사람에 비해 딸리잖아."


[그걸 올리는 게 개인의 역량이지.]


"게임 NPC가 말은 더럽게 잘하네. 좀 구체적인 방법 없어?"


부기와 한창 대화하는데 주변이 밝아졌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파리가 어디 있는지 찾았다.


파리도 하루살이처럼 뭉쳐 다니긴 했지만, 비교적 낮게 날던 하루살이와 달리 대부분 천장에 붙어 있었다. 높은 곳에 있어서 혼자 잡기는 힘들 것 같았다.


이거 난이도 미친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옆에서 누군가가 구시렁거렸다.


"저걸 어떻게 잡아?"

"아씨, 어제는 개꿀이었는데."


어제 참가했던 사람인 듯한데··· 저들도 막막한 모양이었다.


"야! 야! 이수호!"


어려운 난이도에 들어왔다는 걸 인식조차 못 한 박건우가 미친개처럼 뛰어왔다.


​박건우가 자기 펫을 들며 자랑했다.


"야! 나 진짜 개야! 강아지!"


나는 그의 펫을 보다 눈을 깜빡거렸다.


"강아지··· 인 것 같긴 한데, 몸이 좀 이상하지 않냐?"


박건우가 강아지 얼굴에 몸이 원통으로 된 로봇을 높이 들어 올렸다.


"이름이 강보래, 강보. 강아지 로봇 강보. 졸라 귀여워!"

"······."


박건우도 펫으로 파리 잡기는 어렵겠다.


그래도 마음에 들면 됐지.


고개를 끄덕이며 주위를 둘러봤다.


이윤성은 심각한 표정으로 펫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윤지혜는 벌써 안 보였다. 형은 무기를 흔들며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형, 오늘은 같이 움직일래?"


형에게 다가가자 형이 천장을 응시한 채 대답했다. 형도 나처럼 고민이 깊은 듯했다.


"오늘도 따로 잡는 게 나을 것 같긴 한데···. 다 천장에 붙어 있어서."


형은 곧 혼자 해보겠다고 말하더니 날 바라봤다.


"조폭 옆에 가지 말고, 위험한 거 하지 말고."

"여기 위험할 게 뭐가 있어."

"무기 있잖아. 그러니까 돈 벌겠다고 무리하지 말고, 몸 사리면서 잡아."


형은 자기가 열심히 하겠다고 강조한 뒤 골목으로 사라졌다.


"야, 나도 잡으러 간다?"


형이 사라지자마자 박건우가 다가왔다. 품에 강보를 안은 채였다.


쟨 왜 펫을 들고 다니지? 했는데···.


"함아, 파리 먹을 수 있어?"

"넌 파충류니까 잡을 수 있겠다! 어? 기계라 못 먹어? 망했네."

"구리구리! 혀로 파리를 낚아채는 거야!"


생각보다 펫과 친해진 사람이 많은 것 같았다. 다들 포켓몬이나 디지몬을 생각하는 건지 '가라! 여우리!' 하고 외치는 사람도 있었다.


"덤벨, 파리들이 왜 이렇게 뭉쳐 있지?"


특히 이윤성이 유별났다. 이윤성은 사람과 대화하는 것보다 펫과 더 자주 대화했다.


"파리 습성이 뭐더라?"


게다가 펫에게 파리의 습성을 묻고 있었다. 펫이 파리 습성을 알고 있을 리가 없는데 말이다.


그런데 그가 허리에 손을 얹더니 허공을 빤히 응시했다. 덤벨의 대화창을 읽고 있는 듯했다. 잠시 후 허공에 손가락질을 하던 그가 뭔가 깨달았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그런 방법? 펫이 뭔가를 알려준 거야? 나는 반사적으로 부기를 내려다봤다. 그와 동시에 박건우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


"야, 나 혼자 잡으러 간다고."

"어? 너 처음이잖아. 혼자 할 수 있겠어?"


내 물음에 박건우가 실실거리며 웃었다.


"짜식, 형이 게임 잘하는 거 알잖아."


이건 게임하고 다를 텐데. 그 말을 하고 싶었지만, 박건우는 손을 흔들며 골목 안쪽으로 들어갔다.


나는 희미해지는 박건우의 등에서 시선을 뗐다. 그리고 옆에 멍하니 서 있는 부기를 내려다봤다.


"너도 알아?"


멍하던 부기의 눈에 총기가 생겼다.


[뭘?]


해맑게 대답하는 부기를 보니 기대감이 사라졌다. 하지만 따로 물어볼 사람이 없었기에 부기 앞에 쪼그려 앉았다.


"···파리 잡는 방법 말이야."


[눈치 포인트가 조금 올라갔다!]


"그게 무슨 말이야?"


[하지만 플레이워엔 눈치 포인트가 없지!]


나는 부기를 노려본 뒤 몸을 확 일으켰다.


"대체 무슨 말이야? 나랑 장난하자는 거야?"


언짢은 투로 말하자 부기의 눈동자가 초롱초롱 빛났다.


[주변을 보는 눈이 아주 조금 생겼다는 말이야!]

"너-"


내가 뭐라고 반박하기 전에 부기가 대화 창을 띄웠다.


[검정파리는 400여개의 알을 산란하지. 5일에서 7일 동안 애벌레로 살다가 번데기가 돼. 파리의 수명은 평균적으로 40일!]


"난 파리가 어떻게 태어나는지 알고 싶은 게 아닌데."


[그럼 뭐가 궁금하지?]


"파리 잡는 방법이라니까."


[인간은 파리 잡는 방법을 잘 알고 있지.]


"내가 그걸 몰라서 묻는 게 아니잖아."


집이었으면 에프킬러나 파리채로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선 둘 다 쓸 수 없었다. 해서 무기나 다른 방법으로 잡을 수 없냐고 물은 건데. 부기는 이상한 말만 하고 있었다.


"이수호."


이윤성이 덤벨을 목에 두른 채 다가왔다.


"난 이제 잡으러 갈 건데. 너는?"

"아. 나도 가야지."


나는 부기를 일견했다가 이윤성을 향해 웃어 보였다.


"먼저 가."

"혼자 괜찮겠어?"

"당연하지."


이윤성이 검지로 뺨을 살짝 긁었다. 뭔가 할말이 있는 듯한 얼굴이었지만, 시간이 없었다. 나때문에 시간을 낭비하게 할 수는 없었다.


"먼저가."


이윤성은 알겠다고 답한 뒤 박건우와 같은 골목으로 들어갔다.


나는 사라지는 이윤성을 가만히 응시했다. 그때 전기에 감전된 듯 퍼뜩! 생각이 스쳤다.


설마 내 질문이 틀린 걸까? 이윤성처럼 물어보면 뭔가를 알 수 있을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부기를 바라보며 물었다.


"파리의 습성이 뭐야?"


부기가 눈을 깜빡이더니 대화 창을 열었다.


[파리는 더러운 곤충이야. 배설물과 악취를 좋아하고 인간의 땀 냄새를 잘 맡지.]


"악취랑 땀 냄새···."


혼자 중얼거리고 있는데 새 창이 떠올랐다.


[파리 암컷은 50마리 씩 무리를 지어 다니고. 75개에서 150개까지 알을 까!]


부기의 창을 보는 순간 팔뚝에 소름이 돋았다.


"알···! 알을 어디서 낳는데?"


내 질문에 부기의 표정이 서늘해졌다.


[서늘하고 건조한 곳.]


나는 곧장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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