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잡았더니 돈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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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알디
작품등록일 :
2024.08.24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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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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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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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사, 사람? 아니, 새··· 독수리···? 대체 넌 뭐야?!"

"우리가 대체 왜 여기 있는 거예요?"


정신을 차린 사람들이 끌려왔다는 걸 깨닫고 아우성을 쳤다. 하지만 슈빌은 매몰찬 눈으로 우릴 쓱 훑어볼 뿐이었다.


"돈을 준다고 좋아하시더니, 다들 표정들이 왜 그러십니까?"

"뭐라고?!"

"안 해요! 얼마를 줘도 안 할 거라고요!"


어제 미션이 충격이긴 했는지 사람들은 이제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갑자기 끌려와서 게임을 하라고 하니··· 이번엔 뭘 시킬지 몰라 거부감이 들었다.


"저 미친 새가, 지금 뭐라는 거야."


윤지혜도 못마땅한지 무서운 얼굴로 슈빌을 올려다봤다.


반면 이윤성은 혼란스러워하는 표정이었다. 쟤가 저렇게 불안해하는 건 처음 봤다.


"괜찮아?"


내 질문에 이윤성이 아랫입술을 씹었다.


"나는··· 뭐, 괜찮은데. 부모님이랑 얘기하고 있었거든."

"헐···."


그렇다면 당황하는 것도 십분 이해가 갔다. 아들이 갑자기 사라졌으니 부모님도 많이 놀라셨을 것이다.


"연락도 안 돼서 걱정 많이 하실 것 같은데···."

"그것보다는··· 자기들 하고 싶은 말 다 못해서 성질내고 있을걸."


부모님을 얘기하는 건가? 부모님을 '자기들'이라고 표현하는 애는 처음 봤다. 나는 멋쩍게 뺨을 긁으며 이윤성의 눈치를 봤다.


그때 슈빌이 커다란 날개를 퍼덕거렸다.


"플레이워, 시작합니다."

"개소리하지 마!"

"내보내 줘!"


사람들이 원성을 보냈지만 슈빌은 감쪽같이 자취를 감췄다.


툭- 이윽고 불이 꺼지고.


띠링- 눈앞에 시스템창이 떴다.


[게임 규칙]


- 미션을 수행할 때마다 만 원 지급

- 플레이워 종료 후 '시작점'에 있어야 현금 지급

- 모든 전자기기 사용 불가

- 한 마리도 잡지 못하면 위반

- 부기가 소멸하면 위반

- 타인 대신 잡아주거나 나눠주면 위반

- 타인의 것을 빼앗으면 위반

- 플레이워에서 지급한 아이템 외 물건을 사용하면 위반

​- 시작점을 파괴할 경우 '강제 소환' 페널티 부과


마지막에 조항 하나가 추가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하기 싫다고 어제처럼 문을 부숴버리면 억지로 끌려온다는 뜻이었다.


돈만 준다고 다가 아니었어. 하기 싫어도 이제는 억지로 해야 할 판이었다.


능력치는 변동이 없었기에 확인 버튼을 눌렀다. 그다음은 미션 창이 뜰 차례였다.


그런데···.


[얼굴 없는 인간을 잡을 때마다 만 원.]


"뭐라고···?"


믿을 수 없는 미션에 머리가 새하얘졌다.


윤지혜와 이윤성도 미션 내용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이게 뭐야."

"난 오늘도 포기."


다른 사람들도 규칙을 다 읽었는지 울거나 화를 내고 괴성을 질렀다.


"씨발! 이게 뭐야!"

"인간?! 사람을 죽이라는 거야?!"

"제발 꺼내주세요! 살려주세요!"


절규에 가까운 아우성을 뚫고, 묵직한 남자의 음성이 울렸다.


"여러분! 다들 침착하십시오! 전 형사입니다!"


언젠가 버스정류장에서 한 번 마주쳤던 그 남자였다. 어떻게 알았냐 하면···.


조폭 같은 인상도 알아보는데 한몫했지만, 남자의 금시계와 메이커 신발이 선명하게 기억났다.


그런데 조폭이 아니라 형사였어? 그때는 경쟁자가 늘 거라는 생각에 안 왔으면 했는데.


형사님이라는 걸 알자마자 아주 약간 마음이 놓였다.


자신을 형사라고 말 한 남자는 지갑에서 신분증을 보여주며 말했다.


"형사 박재철입니다. 다들 진정하시고···. 하··· 어제 처음 왔는데 이런 일이 생길 줄이야."


남자는 진땀을 흘리며 침착하게 사람들을 끌어모았다. 물론 나와 윤지혜, 이윤성은 형사 앞으로 가지 않았다.


사람들이 모여들자 형사가 목청을 높였다.


"일단 상황을 정리해보죠. 여기서 나가는 문을 찾아야 하는데··· 우리는 여기의 '시작점'이 어딘지 모릅니다."


형사님의 말대로였다. 억지로 강제 소환된 탓에 시작점이 어딘지 알 수 없었다.


"그러니까 결국은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렇죠?"

"사, 사람을 어떻게 잡아요! 게다가 얼굴이 없다니···."

"진정하세요! 사람을 잡는 게 아닐 수도 있습니다!"


형사는 양손을 크게 펼치며 진정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현장을 진두지휘하는 형사님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제처럼 사람들이 억지로 문을 부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경찰이 개입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인 형사님을 보며··· 그저 앞으로는 누구라도 여기에 휘말리지 않기를 바랐다.


[이수호, 하이!]


나는 순진무구한 얼굴로 나타난 부기를 보다가 키보드를 띄웠다.


[플레이워에 대해 설명해 줘]


메시지를 보내자 부기가 눈을 깜빡였다.


[우울해 보이네]


[대답이나 해.]


[플레이워는 벌레 한 마리를 잡을 때마다 만 원을 주는 서바이벌 시스템입니다.]


"서바이벌···?"


[시스템은 회차를 거듭할 때마다 새로운 미션을 부여하고 '인간'의 변화를 조사합니다. 그 정보를 토대로 능력치를 갱신합니다.]


[인간의 변화가 뭐야?]


[인간의 변화란 인간의 감정과 태도, 행동력, 신체 기능을 말합니다. 개인의 변화에 따라 능력치와 스킬이 추가, 변동됩니다]


나는 마치 AI처럼 대답한 시스템창 메시지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었다.


어떻게 봐도 플레이워가··· 사람들의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밖에 다른 정보는 없냐고 묻자 부기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데 정보 말고 뜻밖의 수확이 있었다.


[플레이워 활동으로 힘이 +1 상향됩니다]


[이수호 능력치]

↑ 힘 : 100 / 21 [부기 버프 +5]

속도 : 100 / 10 [부기 너프 -5]

기술 : 100 / 5 [부기 보유 효과 없음]

무기 : 100 / 5 [부기 버프 + 5]


"나 활동한 거 없는데."


내 혼잣말에 부기가 대답했다.


[유익한 질문으로 플레이워 활동이 올랐다!]


아··· 플레이워에 대해 설명해달라는 게 유익한 질문이었어?

​​

1이라니. 고오맙다.


나는 이 사실을 윤지혜와 이윤성에게 공유했다.


금세 멘탈을 회복한 이윤성이 침음을 흘렸다.


"게임을 생각해보면, 캐릭터가 몹을 잡을 때마다 능력치가 오르잖아. 그거랑 비슷하게 우리 정보를 수집한다는 거 아닐까?"


윤지혜가 옆에서 거들었다.


"정보를 갱신한다고 했으니까··· 내 생각에도 그런 것 같아. 어제 문을 부쉈던 것도 규칙에 추가됐잖아."


두 사람의 얘기를 듣다 보니 내가 너무 심각하게 생각했나 싶었다.


"근데 능력치를 조사하는 거면 '감정'은 몰라도 되는 거 아냐? 그것 때문에 나는 다른 의도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무슨 의도?"

"글쎄···."


정확하게 설명하긴 어렵지만, 불길한 생각이 자꾸 들었다.


'새로운 미션을 부여한다'는 말도 왠지 모르게 마음에 걸렸다.


찝찝한 이유는 분명했다. 회차를 거듭할 때마다 벌레가 바뀌었다. 심지어 어제는 반려 동물을 잡아야 했고··· 오늘은 얼굴 없는 '인간'.


형 찾는 일이 시급한데 [얼굴 없는 인간]을 잡으라니. 사람이라고는 이 운동장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였다.


"살려주세요!"


그때 누군가가 학교 정문 앞에서 소리를 질렀다. 문이 닫혀 있어서 들어오지 못하는 것 같았다.


"뭐지?"


전부 운동장으로 소환된 줄 알았는데, 학교 울타리 밖에서도 소환된 건가? 의아함에 소리치는 여자를 가만히 쳐다봤다.


"저기 사람이 있어요."

"다친 것 같은데요?"


박재철 형사님과 긴 머리카락의 여자가 정문으로 달려갔다. 긴 머리칼의 여자는 의사 가운을 입고 있었다.


"제가 모셔 올 테니, 여러분은 여기서 잠시 기다려주십시오!"


형사님의 말에 몇몇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벌레나 동물을 잡는 게 아니라, '사람'을 잡는 미션이라 그런지 움직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니, 움직인 사람도 있었다.


"그냥 사람이 아니라 얼굴 없는 사람! 얼굴이 없다잖소."

"여기 있는 인간들을 잡으라는 말은 아니군."

"그죠, 행님! 여윽시 똑똑하십니다! 뭐 벌레 같이 어디서 기어 다니지 않겠습니까?"


남의 말을 귀담아들을 리가 없는 조폭들이었다. 그들은 둘, 셋으로 무리 지어 학교 건물로 들어갔다.


조폭들 말도 일리는 있었다. '사람을 잡아라'가 아니라 '얼굴 없는 사람'이니까 NPC 같은 걸지도 모른다.


"들었어?"

"어."


이윤성과 윤지혜도 조폭들의 말이 맞다고 판단한 듯했다. 정문 쪽을 관찰하고 있던 윤지혜가 나랑 이윤성을 불러 모았다.


"저 아저씨랑 같이 움직일 거야?"

"···글쎄. 미션이 난해하니까 그게 낫지 않을까."

"아니, 난 우리 형 찾을 거야."


상반된 대답에 윤지혜가 나와 이윤성을 번갈아 봤다. 그러자 이윤성이 아차 싶었는지 내 어깨를 붙잡았다.


"맞다, 호수형. 너희 형 찾으러 가야지."


나는 이윤성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미소를 지어보였다.


"어제도 도와줬는데, 오늘도 도와달라고 하는 건 나도 미안해서 싫어. 형사님이랑 있고 싶으면 그래도 돼."


하지만 이윤성은 자기가 생각을 못 했다며 이마를 짚었다.


"아냐, 나도 도와주고 싶어. 나는 그냥··· 형 찾아야 하는 걸 잠깐 까먹은 거야."


남의 일이니까 당연히 잊어버릴 수 있다. 난 개의치 않는데 윤지혜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이윤성의 팔을 치며 끼어들었다.


"까먹을 게 따로 있지. 나도 찾으러 갈 거야. 게임은 이제 의미 없어."


도와주고 싶다고 말하는 두 사람이 천사처럼 보였다.


"고마···."

"됐고, 일단 학교로 들어가 보자."


윤지혜는 내 인사를 싹둑 잘라먹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꺄아악!"


정문에서 여자의 비명이 들렸다. 얼른 고개를 돌려보니···.


형사가 의사 가운을 입은 여자를 잡아당겼다. 그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이쪽으로 뛰어오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문을 넘어오지 못한 여자가 뭔가에 무참하게 찢기고 있었다.


"씨, 씨발···."


나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왔다.


사람 형체의 엄청난 무리가 여자를 할퀴고 잡아 뜯었다. 여자는 곧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작은 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인간 군집'


"저게··· 뭐야? 사람이야?"

"미친, 징그러워."


그들은 마지 좀비처럼 비틀거리며 걸었고, 온몸이 피범벅이었으며··· 인두에 지진 듯 얼굴 형태가 없었다. 하지만 불에 그을린 건 아니었다. 얼굴 자체가 하얀색이었으니까.


'얼굴 없는 인간' 그 명칭이 딱 들어맞았다.


그나마 인간이라는 걸 확인시켜 주는 건, 여자를 잡아 뜯는 두 팔과 이족보행 하는 다리뿐.


처참한 광경을 보니 속이 얹힌 듯 더부룩하고 메스꺼웠다.


"씨··· 씨발. 진짜···."


욕을 안 하려고 해도 안 할 수가 없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개 느린 부기를 안아들었다. 무거웠다.


내가 펫을 안아들자 이윤성도, 주변의 사람들도 자신의 펫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는··· 하얀 얼굴의 인간들을 보며 차차로 뒷걸음질 쳤다.


그들이 정문을 부술 듯 모여들었다.


달리면서 뒤를 확인하던 형사가 낯이 파랗게 질린 채 목이 터져라 외쳤다.


"도망쳐!"


그의 외침이 신호탄이 되어, 사람들이 건물로 ​달리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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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 24.09.09 27 1 11쪽
24 24 24.09.08 26 1 12쪽
23 23 24.09.07 26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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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실종. 그리고 동료 24.09.06 36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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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 +1 24.08.25 119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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