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잡았더니 돈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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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알디
작품등록일 :
2024.08.24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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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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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4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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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DUMMY

맨 뒷줄에는 단발머리를 한 여자애가 앉아 있었다. 처음 보는 교복을 입고 있었는데, 날 곁눈질로 보더니 다시 정면을 응시했다.


엄청 예쁘··· 가 아니라 비슷한 또래가 또 있었구나.


조금 안심하며 여자애와 한 칸 떨어져 앉았다.


그때 같이 들어온 남자애가 내 옆자리 의자를 내렸다.


"여기 앉게, 요?"

"어, 네."


남자애도 이상한 걸 느낀 건가? 나처럼 불안해서 아는 얼굴이 필요한 걸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자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해졌다.


가방을 앞으로 메고 자리에 앉자 남자애가 내 쪽으로 상체를 기울였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건가. 귀를 기울이는데 남자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몇 살이세요?"


인사를 하고 싶었나?


그럼 보통 이름을 먼저 묻지 않나.


궁금증을 뒤로하고 일단 18살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남자가 자기랑 동갑이라며 웃었다.


"동갑이니까 말 놔도 되지? 난 이윤성. 넌?"


잘생긴 놈이 친화력도 미쳤네.


"난 이수호."


얼떨떨하게 대답하는데 앞에서 큼큼! 마이크의 울림이 들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몇몇 사람이 아직도 우릴 보고 있었다.


"이야기는 끝나셨습니까."

"아. 죄, 죄송합니다."


고개를 숙이자 염소 탈을 쓴 남자가 다시 한 손을 들어 보였다.


"새로운 참가자가 왔으니 다시 인사드리죠. 저는 플레이워의 진행자 판입니다."


진행자? 게임 관계자인가?


"여러분은 지금부터 플레이워에 참가하는 플레이어가 되어 개미를 잡게 됩니다."


진행자의 말에 좌석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곧 의자 사이에서 팔 하나가 불쑥 올라왔다.


"질문 있습니다!"

"질문은 잠시 후 받겠습니다."


진행자는 질문을 단칼에 자르고 게임을 설명했다.


"여러분은 지금부터 개미를 잡게 됩니다. 제한 시간은 한 시간. 그 안에 개미를 잡고 잡은 수만큼 돈을 받게 되죠."


게임 속에 있는 개미를 잡는 게 아니라 진짜 개미를 잡는 거였어? 궁금했지만, 앞서 질문이 칼차단 당했기 때문일까. 진행자의 말을 끊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플레이워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미션 창을 확인하십시오. 게임 규칙이 있으니 반드시 읽으셔야 합니다."


미션 창? 게임 규칙?


"확인이 끝나면 미션을 도와줄 펫이 생성됩니다."


펫 얘기를 듣자마자 나는 확신했다. 이건 베타 게임이 분명하다고.


"펫은 여러분의 상성에 맞게 배치되며 능력치를 나눠주게 됩니다."


능력치? 버프인가?


펫은 대부분 게임에 반드시 존재했다.


하지만 게임 캐릭터만큼 중요한 기능은 아닌데···.


게임 내용보다 펫 얘기를 먼저 꺼내는 걸 보면 여기선 펫이 중요한 걸지도 모른다.


"또한 펫은 여러분이 잡은 개미의 수를 정확하게 파악해주죠. 즉 플레이를 하면서 몇 마리를 잡았는지 세지 않아도 된다는 뜻입니다. 의심이 간다면 펫의 몸을 살펴보십시오. 바로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진행자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이어갔다.


"제공되는 펫은 여러분과 쭉 함께할 존재이니 친해지는 게 좋겠군요. 그러나 펫과 친해지지 못해 펫이 죽거나 다치면 페널티가 부과됩니다."

"페널티가 뭔가요?"


어떤 여자가 참다 못해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묵살당했다.


나는 그 페널티가 뭔지 얘기해줄 때까지 기다렸지만 진행자는 말해주지 않았다.


"플레이워가 끝나면, 잡은 개미의 수만큼 현금을 지급합니다. 장소를 벗어난 후엔 받을 수 없으니 돈을 수령하신 후에 퇴장하십시오."


입금이 아니라 당일 현금 지급이라니. 언젠가 형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현금을 고집하는 사장들은 뒤가 구리니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돈을 떼먹힐 일이 없으니 현금 지급해주는 알바가 최고라고.


그럼 이거 개꿀 알바··· 가 아니라 개꿀 게임 아닌가?


그때 주머니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얼른 꺼내 확인하는데 형한테 톡이 와 있었다.


[내일은 치킨 먹을 수 있겠다.]


형의 문자를 보자마자 나는 핸드폰을 세게 쥐고 무대를 응시했다.


아니, 형. 오늘도 먹을 수 있어.


나는 게임을 할 때 패널티를 받지 않도록 진행자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래. 그때 알아챘어야 했다.


누군가 작은 일에 큰돈을 준다면 의심해봐야 하고, 원하는 게 반드시 있다는 사실을.


"돈은 차고 넘치게 준비되어 있고, 여러분에겐 힘과 용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돈과 게임에 눈이 멀어 그 사실을 모두 간과하고 말았다.


힘과 용기라는 말은 미성숙한 자의 의지를 불태웠다.


진행자가 무대 뒤에 있는 하얀 문을 열었다.


"여러분이 이 방으로 들어가면 플레이워가 시작됩니다. 자,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십시오."


재빨리 일어나는 사람들, 주저하는 사람들, 머뭇거리며 계속 앉아있는 사람들.


그 속에서 나는 재빠르게 몸을 일으켰다.


대강당에서 제일 먼저 일어난 사람은 5명.


나와 이윤성, 단발머리를 한 차가운 표정의 여자애. 그리고 60대가 넘어 보이는 할아버지와 커다란 풍채를 가진 남자였다.


중에 커다란 풍채와 문신을 한 남자가 당당하게 무대를 가로질렀다.


그는 진행자와 악수를 한 뒤 하얀 문 너머로 사라졌다.


문신한 남자가 들어가자마자 앞좌석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무대 위로 올라갔다.


밀물처럼 몰려간 것치고 사람들은 앞다퉈 줄을 서야 했다.


문을 지나치기 전. 진행자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악수를 건넨 탓이었다.


나와 이윤성은 줄 중간에 섰다.


"이상하지 않아?"


진행자가 얘기하는 내내 조용히 앉아있던 이윤성이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질문에 대답을 하나도 안 해줬잖아."


이상했다.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돈을 준다잖아.


개미 한 마리에 만 원.


10마리만 잡아도 치킨은 물론이고 일주일 용돈을 벌 수 있다. 형을 걱정하고 눈치 보며 아껴야 하는 돈이 아니라, 내가 직접 번 돈.


그 사실만으로 나는 이성을 상실했다.


힘과 용기. 그 말을 들은 순간 거짓말에 대한 의심 대신 믿음과 용기가 생겼다.


만약 거짓말이라고 해도 밑져야 본전이다.


난 잃을 게 없고, 저 하얀 문 너머엔 채울 수 있는 게 가득했다.


"난 할 거야."

"···뭐, 나도 하긴 할 건데."


단호하게 말하자 이윤성도 할 말이 없는지 말끝을 늘이다 입을 다물었다.


빠른 속도로 진행자와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가까워졌을 때. 나는 1분 전까지는 느끼지 못했던 공포를 아주 잠깐 느꼈다.


내 팔만한 길이의 두꺼운 나선형 뿔. 가면 안쪽이 보이지 않을 만큼 아주 새까만 눈. 그리고 성인 남성이라고는 해도 과하게 커다랗고 딱딱한, 장갑을 낀 손.


그 손을 단발머리 여자애는 아무렇지 않게 마주 잡았다.


"사기면 신고할 거예요."


차가운 인상만큼 차가운 말투로 말하면서.


"걱정하지 마십시오. 수행한 대가는 반드시 치르게 될 겁니다."


주는 게 아니라 치르게 된다고?


공부를 잘하는 건 아니지만 남자의 말이 영 이상하게 들렸다. 이럴 때는 '수행한 대가는 반드시 주겠다'라고 말하지 않나.


"안 주기만 해봐라."


여자애는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는지 작게 중얼거리고는 진행자의 손을 놓았다.


문 저편으로 사라지는 여자애를 보니 또 다른 의문이 생겼다.


안쪽이 방이면 내부가 보이거나 무슨 소리라도 들려야 하는 거 아닌가?


강당의 절반이 넘는 사람이 들어갔는데 안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여기 뭔가 이상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나보다 작은 여자도, 나이 드신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들어갔다.


그러니 나도 못 들어갈 건 없었다.


마음을 강하게 다잡으며 진행자 앞에 섰다. 멀리서 봤던 것보다 키가 훨씬 더 컸다. 적어도 2미터는 넘을 것 같았다.


그의 칠흑 같은 눈을 마주 볼 자신이 없어 고개를 숙였다. 저 여자는 대체 어떻게 저 얼굴을 노려본 거야?


입술을 씹고 있는데 진행자가 손을 내밀었다.


"판입니다. 행운을 빕니다."


부드러운 목소리에 불현듯 시선이 이동했다. 나는 그의 손을 마주 잡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진행··· 판님."


그때 손바닥에서 따끔한 감각이 느껴졌다. 얼른 손을 떼고 손바닥을 살폈지만 아무런 이상도 없었다.


이상하다. 조금 아팠던 것 같은데··· 의아하게 판을 올려다보자 그가 눈을 크게 떴다.


그 눈을 보고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 착각이라고 믿었던 가면이 또다시 움직였으니까.


놀랐지만 얼른 생각을 전환했다. 요즘 기술이 너무 발달해서 움직이는 탈 정도는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로봇도 만드는 세상인데 인형 탈 정도야···.


찝찝함을 뒤로 하고 하얀 문 앞으로 걸어갔다.


분명 문이 열려있는데 대체 왜 아무것도 안 보여? 일순 떠오르는 의문을 뒤로 하고··· 나는 주저없이 발을 옮겼다.


역시···.


걱정과 달리, 내부엔 먼저 들어간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아무것도 없는 텅 빈 방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방은 강당과 엇비슷해 보이는 크기였다.


크지도 작지도 않았지만 사람 50명이 들어와 있으니 비좁은 느낌도 들었다.


그래도 부대끼거나 개미를 잡을 때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방을 둘러보다 보니 먼저 들어갔던 단발머리 여자애가 보였다. 그 애는 벽을 쓰다듬으며 서 있었다.


어디 학교지?


자꾸 눈이 가는 건 나뿐만이 아닌 것 같았다.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 사람들이 한 번씩 그 애를 보거나 근처를 서성거렸다.


너무 예뻐서 눈이 갔을 뿐. 말을 걸거나 친해질 생각은 없었기에 문 근처에 섰다.


벽에 등을 기대고 있는데 이윤성이 방안으로 들어왔다.


이윤성이 나를 발견하곤 성큼성큼 다가왔다.


"들어올 때 문이 새까맣더라."


친근하게 말을 거는데 무시할 수 없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무서운 장소가 나올 것 같았어."


내 말에 이윤성이 씩 웃었다.


"저 남자 말이 진짠지 아닌지 궁금하다."


그건 나도 진짜 궁금했다.


방에는 준비해 놨다는 개미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판이 말한 펫이나 미션 창 같은 것도 보이지 않았다.


혹시 우리를 가지고 장난치는 건 아니겠지. 의심하는 것과 거의 동시에 일어난 일이었다.


탁!


순식간에 불이 꺼지며 방이 어두워졌다.


앞이 완전히 안 보이는 건 아니지만, 멀리 있는 사람들은 볼 수 없었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수호···."


나를 부르던 이윤성의 목소리가 뚝 멎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돌리는데 그가 허공을 보며 가만히 멈춰 있었다.


갑자기 왜 저러지? 의문을 느끼자마자 내 앞에 뭔가가 나타났다.


[플레이워]


파란색 창이었다. 그걸 보자마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가상현실이나 게임도 아니고. 현실에서 이런 창이 나타날 수 있는 건가?


나는 급하게 주변을 둘러봤다. 비교적 가까이 있어서 형체가 보이는 사람들이 허공을 보며 손짓을 하고 있었다.


다들 이 창을 보고 있는 것 같은데··· 내 눈엔 다른 사람들의 것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사람들은 홀로그램이 뜬 걸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우리가 방에 다 들어가면 플레이워가 시작된다는 말이 이거였나?


대체 뭘 보길래 다들 조용해진 거야? 다시 파란 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화면이 커지더니


[게임 규칙]이 떠올랐다.


- 벌레 한 마리를 잡을 때마다 만 원 지급

(마릿수는 부기를 확인하십시오)


부기?


- 한 마리라도 잡지 못하면 기회 박탈

- 부기가 소멸하면 기회 박탈

- 모든 전자기기 사용 불가


부기가 뭔데 기회가 박탈된다는 거지? 이해할 수 없어 고개를 기울이는데 [확인] 버튼이 떠올랐다.


무슨 소린지 모르겠지만 일단 확인.


버튼을 누르자 이번에는 빨간 글씨로 [위반 사항]이 고지됐다.


위반이나 기회 박탈이나 비슷한 것 같은데 왜 따로 있는 거야?


- 타인 대신 잡아주거나 나눠주면 위반

- 타인의 것을 빼앗으면 위반

- 플레이워에서 지급한 아이템 외 물건을 사용하면 위반


아이템도 있는 건가.


무슨 아이템인지 궁금한 마음에 확인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다음 창이 떴다.


[이수호 능력치]


"내 능력치?"


힘 : 100 / 15 [부기 버프 +5]

속도 : 100 / 5 [부기 너프 -5]

기술 : 100 / 0 [부기 보유 효과 없음]


"이게 뭐야?"


능력치가 왜 이렇게 형편없어? 힘이 100에 15면 솜방망이 수준 아닌가?


아니지. 게임의 평균 능력치를 모르니 평타인지 나쁜 건지 판단하긴 이르다.


그것보다 부기의 너프가 더 신경쓰였다. 가뜩이나 숫자도 낮은데 속도 마이너스 5가 뭐야?


억울한 마음에 파란색 창을 건드렸다. 그런데 손을 대자마자 창이 사라졌다.


"어, 뭐야."


어디 갔어? 갑자기 나타났을 때처럼 갑자기 사라진 창에 당황하고 있을 때였다.


"꺄아악!"


저 멀리서 여자의 비명이 들렸다. 얼른 소리나 난 곳을 바라봤지만 어두워서 보이지 않았다.


뭐지? 도와주러 가야 하나?


그 순간 누군가가 밑에서 내 바지를 잡아당겼다.


공포 영화 주인공이 이런 기분일까?


뭔가가 밑에서 당기는 걸 느낀 순간 지릴 뻔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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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 24.09.07 26 1 10쪽
22 22 24.09.07 33 2 12쪽
21 ​실종. 그리고 동료 24.09.06 36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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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 +1 24.08.25 119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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