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잡았더니 돈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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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알디
작품등록일 :
2024.08.24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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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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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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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DUMMY



"다른 데로 가보자."


장소를 이동하면서 단검을 휘둘러 봤다. 한 번 흔들면 불이 생기고, 그 상태에서 한 번 더 흔들면 불이 꺼졌다.


"진짜 신기하네."


부싯돌이 있는 것도 아닌데 불이 생겼다 말았다 하는 게··· 대체 어떤 원리로 이렇게 되는 거지?


검을 이리저리 살피다 부기에게 물었다.


​"이 칼에서 어떻게 불이 생기는 거야?"


[루의 힘 덕분이지!]


자세히는 모른다는 뜻이었다.


나는 검을 흔들며 주변을 둘러봤다. 골목 하나를 지나 다음 골목으로 넘어가는데 쾅! 하는 커다란 굉음이 들렸다.


"뭐가 터졌나···."


그냥 지나치려다가 슬쩍 골목을 살펴봤다.


조폭 세 명이 누군가를 둘러싸고 있었다. 한 명은 각목을 들고 있었고, 한 명은 쇠 파이프를, 익숙한 조폭 박철웅은 야구 방망이를 들고 있었다.


또 다른 사람한테 시비 걸었나 보네. 설설 고개를 젓고 있는데 조폭들 다리 사이로 아늑이의 털이 보였다.


터진 게 우리 형이었다니.


"형!"


나는 조폭 사이를 파고들어 형에게 다가갔다. 형 입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형, 괜찮아? 나한테는 몸 사리라고 하더니 이게 뭐야!"

"이건 또 뭐시여."


각목을 든 조폭 한 명이 내 신발을 툭툭 건드렸다. 그걸 눈치챈 형이 '저리 가 있으라'며 손을 내둘렀다.


그때 뒤쪽에서 서 있던 할머니가 손을 덜덜 떨며 다가왔다.


"아이고, 그만들 허세요."

"뭘 그만해, 씨펄. 이 형씨가 먼저 우릴 건드렸잖아."


할머니보다 뒤에 서 있던 할아버지는 미처 다가오지 못하고 소리만 빽 질렀다.


"그, 그짝들이 우리를 건드리니까 그렇지!"

"할배 가만히 계쇼, 지금 할배 때문에 이 형씨가 맞은 거니까."


조폭의 말에 할아버지가 입을 합 다물었다.


얘기하는 걸 들어보니 할머니, 할아버지와 조폭이 시비가 붙었는데 형이 말리다 맞은 것 같았다.


"뒤로 나와 있어."


형이 내 팔을 잡아당겼다. 머리가 어지러운지 고개를 한 번 털고는 주춤거리며 일어났다.


"싸움도 잘 못 하면서, 왜 끼어들었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형이 곤란하다는 듯 웃었다.


"시비 거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어."

"시이비? 형씨 지금 시비라고 했소."


귀도 밝네. 형을 부축하며 조폭을 바라보다 고개를 푹 숙였다.


"죄송합니다."


내가 사과하자 형이 놀란 듯 고개를 돌렸다.


"아이고야, 눈치넌 동상이 더 빠르네."


조폭이 각목을 어깨에 올리며 거만하게 웃었다. 앞니 하나가 빠져 있었다.


"······."


사과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는지 형도 입을 열었다.


"죄송했습니다. 한 번만 넘어가 주세요."

"···야, 그만해라."


뒤에서 야구 배트를 흔들던 박철웅이 몸을 돌렸다.


그러자 나머지 두 명도 형님을 따라 골목 저편으로 사라졌다. 그들의 모습이 사라지자 할머니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조폭이 할머니를 밀쳐 넘어졌고, 근처에 있던 형이 그걸 발견하면서 싸움이 일었다.


조폭은 처음에 형의 뺨을 때렸고, 형이 망치를 휘두르려 하자 주먹을 휘둘렀다. 그때 내가 나타난 것이다.


명백히 조폭의 잘못이었다. 내가 사과하면서 상황이 종료됐지만, 사과할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정황을 알고 나니 열이 확 올랐다.


"괜히 사과했네."

"그래도 덕분에 잘 넘어간 거야. 네가 사과하지 않았으면 나도 싸웠을걸."


형이 내 어깨를 토닥여줬다. 그러자 옆에 서 있던 할머니가 연신 허리를 숙이며 인사하셨다. 괜찮다고 안심시켜 드리고 우리도 골목을 벗어났다.


형이 뺨을 문지르며 인상을 썼다. 괜찮은 척하지만 아픈 모양이었다.


"나한테는 몸 사리라고 하더니. 형도 좀 사려."

"하하, 그래야겠네."


나는 불만스럽게 형을 바라보다 아늑이를 내려다봤다.


[106]


아늑이 이마에 놀라운 숫자가 적혀 있었다.


"배, 백 육마리?!"


형이 날 보며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많이 잡았지?"

"어떻게 잡았어?"

"무기로."


무기로 어떻게 날아다니는 파리를 잡을 수 있지? 의아함에 묻자 형이 능력에 대해 설명해줬다.


"망치로 바닥을 내리치면 땅이 솟구치더라고. 무슨 스킬이더라. 등반?"


형이 허공을 보더니 말을 정정했다.


"등반이 아니라 암벽타기래. 아무튼 그거로 땅을 계속 쳐서 위로 올라갔어. 파리가 하늘에 모여 있으니까 망치 한 번 휘둘러도 열 마리씩 잡히더라. 아늑이가 그러는데 원래 그렇게 사용하는 능력은 아니래."

"헐, 미쳤다."


형이 무기 스킬을 응용했다는 뜻이었다.


형은 어릴 때부터 머리가 좋았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내 뒷바라지를 하느라 공부를 못해서 그렇지··· 만약 형이 공부했다면 서울대도 갈 수 있었을 것이다.


"난 끽해봐야 촛불인데."

"촛불?"


검을 흔들어 형에게 작은 촛불을 보여줬다. 손바닥만 한 단검 끝에서 일렁이는 촛불을 본 형이 입술을 말아 물었다.


"웃지 말라고!"

"아니, 귀여- 아니, 멋있어서 그렇지."


웃음을 참던 형이 곧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


흐린 눈으로 형을 노려보다 불을 꺼버렸다. 형이 웃음을 갈무리하며 내 머리를 헝클었다.


"아, 머리 하지 마."


형의 손을 피하며 입구로 향했다.


게임 종료 시간이 다 되어가는지 문 앞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었다. 빨리 돈 받고 나가려고 미리 준비하고 있는 것 같았다.


역시 빨리빨리 한국.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재빨리 사람들의 펫을 살폈다.


36, 10, 26, 45.


형처럼 100을 넘긴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숫자가 안 보이는 펫도 있었지만, 보이는 애들만 봐도 성과가 지지부진함을 알 수 있었다.


"형. 우리도 그만하고 줄 설까?"


그때 천장에서 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게임이 종료되었습니다. 플레이어 모두 시작점으로 모여주세요.]


기계적인 음성이 들림과 동시에 펫들이 사라졌다.


나는 형과 시선을 맞교환했다. 웃으며 줄을 서는데 앞쪽에 익숙한 머리통이 보였다.


윤지혜였다.


윤지혜는 몇 마리 잡았을까? 이번에도 거미줄로 꽤 잡았겠지?


"야!"

"으악!"


뒤에서 이윤성이 소리를 지른 탓에 까무러쳤다. 이윤성이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아, 반응 진짜 재밌네."

"하··· 진짜 놀랬잖아. 자꾸 뒤에서 불쑥불쑥 나타나지마."

"오키오키, 화내지마. 오늘은 몇 마리 잡았냐?"


나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이윤성을 노려봤다.


절대 안 알려주고 싶어도 판이 앞에서 액수를 외치며 돈을 나눠주고 있었다.


"···이따 들어."

"그래."


이윤성이 벙글거리며 형 뒤에 줄을 섰다. 나는 형을 앞으로 보내고 이윤성 옆에 섰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소곤거렸다.


"고마웠어."

"뭐가?"

"사실 아까 너 보고 배운 게 좀 있거든. "


그게 뭐냐고 묻는 이윤성에게 '네 혼잣말을 들었다'고 대답하자 그가 호탕하게 웃었다.


"그게 뭐 고맙냐. 아까 너한테 같이 가자고 말했었잖아. 원래 네가 같이 간다고 했으면 그때 얘기해주려고 했었어."


그런데 내가 거절해서 미처 말하지 못했던 거다.


"···너 엄청 좋은 놈이구나."

"이제 알았냐."


이윤성은 얼굴만큼 인성도 무척 좋은 놈이었다. 처음에는 거부감이 일었으나 지금은 친구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네 친구는? 박건우였나?"


이윤성이 말하고 나서야 나는 박건우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어, 진짜 어딨지?"


앞이나 뒤쪽에 서 있나 했지만, 머리가 삐죽삐죽 선 놈은 보이지 않았다.


"설마 아직 안 왔나?"


줄에서 살짝 벗어나 뒤쪽 골목을 바라봤다. 이윤성도 뒤를 돌아보며 중얼거렸다.


"게임 끝난 거 모르는 거 아냐?"

​"방송이 그렇게 크게 나왔는데, 설마···."

"원래 방송 같은 거 잘 들어?"

"···아니."


뒤를 한참 바라보다 형에게 말하고 줄을 이탈했다. 박건우를 데리고 와야 했다.


그런데 이윤성이 헐렁헐렁 걸으며 나를 따라왔다.


​"넌 왜 따라와?"

"그냥."

"박건우 찾으면 맨 뒷줄에 서야 하는데?"

"서면 되지."


이 정도면 초긍정 쾌남이다. 하여튼, 이렇게 생긴 놈들이 성격이 더 좋다니까.


나와 이윤성은 첫 번째로 나온 골목으로 들어가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박건우는 보이지 않았다.


두 번째, 세 번째 골목도 찾아봤지만 없었다.


남은 건 마지막 골목인데···.


"흐어엉, 씨벌 어디야."


안쪽에서 우는 소리가 들렸다. 나와 이윤성은 목소리를 따라 골목으로 들어갔다. 박건우가 소주 박스에 주저앉아 있었다.


"야!"


박건우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우리를 쳐다봤다.


"이수호!"

"미친, 너 왜 이러고 있어?"

"흑, 씨발··· 길을 잃어버렸어."


대체 어떻게 하면 여기서 길을 잃어버리지?


골목이 꼬불꼬불하고 여기저기 연결되어 있긴 하지만, 잃어버릴 정도는 아니었다.


"골목이 다 비슷비슷하잖아."


박건우는 우리에게 다가와 어떻게 길을 잃어버렸는지 설명했다.


이쪽 골목으로 들어갔다가 왼쪽으로 들어갔는데 같은 골목이 나와서 다시 오른쪽으로 들어갔더니 또 비슷해 보이는 골목이 나왔다. 고··· 한다.


"존나 길치네."

"어, 닥쳐. 나 진짜 울뻔함."


박건우는 우리 뒤를 졸졸 따르며 눈물 같은 땀을 닦았다.


박건우를 데리고 무사 귀환했을 때는 형이 돈을 받고 있었다. 앞에 열댓명 정도 서 있었으니 금방 돈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호수님. 당신은 106만 원입니다."


하루살이에 비하면 적은 돈이었지만, 오늘 사람들이 받아 간 액수를 생각하면 꽤 많은 금액이었다.


우리 앞에 서 있던 남자들이 형이 받은 액수를 듣더니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와··· 대박, 저 남자 106만원이래. 아··· 진짜 돈 주는 줄 알았으면 열심히 잡는 건데."

"그러니까, 씨발. 106만원이면 내 한 달 알바비야."

"엥 진짜? 뭔 알바를 하길래 쥐꼬리만큼 받냐?"

"시간제야, 씨발아."


남자들이 부럽다며 시기질투를 보내는 동안.


앞줄이 조금씩 줄어들고 마침내 우리 차례가 되었다.


나는 23만 원을 받았고, 이윤성은 당연하게도 내 두 배 이상을 받았다.


정확하게 말하면 66만원이었으니 3배에 가까웠다.


우리가 돈 받는 모습을 본 박건우가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박건우 님, 당신은 15만 원입니다."


돈을 받은 박건우가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돈을 내려다봤다. 그러고는 고해성사하듯 허무하게 읊조렸다.


"진짜였어··· 진짜···. 난 진짜 주는 줄 모르고 강보랑 놀았어···. 진짜인 줄 알았으면 열심히 잡을걸."

"내가 준다고 했잖아."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지!"


곧 기운을 차린 박건우가 아쉽다며 펄펄 날뛰었다.


"난 먼저 가볼게."


돈을 주머니에 쑤서넣은 이윤성이 손을 흔들었다.


"또 하면 그때 열심히 해."


친절하게 조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윤성이 떠나고 우리는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이윤성? 걔는 어떻게 66마리를 잡았지? 피지컬이 좋아서 그런가···."


육체적 피지컬도 있겠지만, 아마 머리가 좋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내 추측일 뿐이지만, 이윤성이 마음만 먹는다면 그것보다 더 많이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왜 설렁설렁하는 거지? 돈이 중요한 게 아닌가?


"날아다니는 파리를 잡으라는 것부터가 말이 안 돼. 하루살이는 느리고 작잖아. 근데 난 파리가 이렇게 빠른지 오늘 처음 알았어."


그렇게 나와 형은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내내 박건우의 넋두리를 들어야 했다.​


박건우는 집에 가는 버스가 오자마자 냉큼 올라탔다.


"간다."

"가라."


창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인사하는 박건우를 뒤로하고 나도 형과 함께 버스에 올랐다.


그리고 플레이워 안에서 있었던 일을 서로 이야기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그날 내 손엔 내가 번 23만 원과 용돈 2만원을 합쳐 총 25만원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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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 24.09.11 14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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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 24.09.09 28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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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 24.09.07 27 1 10쪽
22 22 24.09.07 33 2 12쪽
21 ​실종. 그리고 동료 24.09.06 36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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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 24.09.03 45 3 10쪽
15 15 24.09.02 48 3 9쪽
» 14 24.09.02 45 3 12쪽
13 13 24.09.02 44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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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 24.08.27 93 4 10쪽
5 5 24.08.26 103 5 12쪽
4 4 +1 24.08.25 119 6 10쪽
3 3 24.08.24 130 6 13쪽
2 2 24.08.24 157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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