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잡았더니 돈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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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알디
작품등록일 :
2024.08.24 15:46
최근연재일 :
2024.09.14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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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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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DUMMY

사람들은 무장을 유지한 채, 하얀 좀비의 침략을 주시했다. 그리고 어서 시간이 흐르기를 기도했다.


"무, 문에 금이 갔어요."

"대체 얼굴을 왜 저렇게 만들어 놓은 거야."


여자들이 울먹이며 고개를 떨궜다.


아. 시간이 흐르길 기다리는 게 아니라, 좀비들이 저 문을 부수고 들어오지 않길 기도한다고 봐야 한다.


나와 이윤성, 윤지혜는 교실 맨 뒤쪽에 쭈그려 앉아 심각한 대화를 나눴다.


"지도가 있으면 히든 맵 찾기도 쉬울 텐데. 맵 볼 수 있는 방법 없나. 게임이면 그런 시스템 정도는 있을 것 같은데."


이윤성의 말에 나는 부기에게 '맵을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그런 시스템 없음!]


"그런 시스템은 없대."


윤지혜와 이윤성도 펫을 통해 확인했는지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사람들과 주변에 있는 펫을 가만히 살펴보던 이윤성이 턱을 괴며 중얼거렸다.


"형사는 호랑이. 의사는 걸어 다니는 돌고래. 저 사람은··· 저거 뺀치 맞지? 뺀치랑 뱀장어."


난 저놈이 무슨 소릴 하나 싶었다.


"사람 특기랑 기질에 따라 펫이랑 무기가 생기잖아. 그럼 지도를 만들거나 보는 사람은 맵을 볼 수 있는 스킬이 있지 않을까."


제법 그럴듯한 추리였다.


"지도와 연관된 직업이라. 대체 뭐가 있지?"


윤지혜는 전혀 모르겠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세상에는 많은 직업이 있다지만. 나도 유튜버나 연예인, 운동선수, 사짜 직업 같은 흔한 직업 외에 뭐가 있는지 잘 알지 못했다.


혹시나 해서 부기한테 물어봤지만 부기도 내가 아는 직업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소득 없는 추측을 얼마나 이어갔을까.


띠링띠링띠링띠링-


애써 무시하고 있었지만, 아까부터 부기의 말풍선이 귀를 괴롭히고 있었다.


[토끼가 오고 있어! 집중해!]

[토끼가 오고 있어! 집중해!]

[토끼가 오고 있어! 집중해!]


전래동화에서 토끼와 거북이는 적이다. 그리고 토끼는 게으르고 나태하다.


그걸 내 주관으로 분석해보면.


부기는 나한테 '넌 토끼야!'라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토끼가 오고 있다는 말은 게으르고 나태한 적이 다가오고 있다는 뜻이고. 넌 토끼야! 라고 하는 건 나태한 적처럼 나 또한 게으름을 피우고 있으니.


나도 토끼나 다름없다는 뜻인 듯했다.


지금 내가 추리할 수 있는 건 이 정도지만, 완전히 틀린 분석은 아닐 것이다.


부기의 적이 다가오고 있다.


나는 윤지혜와 이윤성에게 무기를 들라고 얘기한 뒤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게임이 20분 남았을 때, 시스템 창이 예고도 없이 나타났다.


[미션을 수행하지 않을 시 페널티가 영구적으로 부과됩니다.]


"이게 무슨 소리야? 가만히 있으면 페널티라고?!"

"규칙이 추가된 거야?"

"영구적? 평생 강제 소환된다는 거야?!"


의미를 알 수 없는 메시지창 하나로 사람들이 가마솥처럼 끓어올랐다.


적극적으로 미션을 하지 않으면 더 큰 벌칙을 내린다. 이건 우릴 협박하는 것과 진배없었다.


우리가 움직이도록 유도한 것이다.


"우리가 게임 안 하는 걸 누가 보고 있는 것 같아."


어떻게 알았냐고?


집행자가 창밖에서 우릴 지켜보고 있었으니까.


날개를 퍼덕이며 하늘을 부유하는 슈빌을 나를 눈도 깜빡이지 않고 노려봤다.


저 괴물은··· 판과 다르다.


판은 무책임했다. 게임에 개입하지 않고 우리를 방관했다. 하지만 슈빌은 우리를 감시하고 협박한다.


단지 진행'만' 하는 '진행자'와, 처분을 실행하는 '집행자'.


저들이 자신을 그렇게 칭한 이유를 이제는 알 것 같았다.


물론 나에게는 더없이 좋은 미션이었다. 형을 찾기 전까지 어떻게 해서든 이 게임에 들어와야 했으니까.


하지만 이건 나에게만 해당하는 일이었다.


윤지혜가 피곤한 얼굴로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아, 영구 페널티는 좀 힘든데."

"오늘처럼 갑자기 끌려오는 건 나도 좀···."


이윤성도 난처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나는 두 사람을 향해 엄지를 들어 보였다.


"너희들은 잡아야지. 계속 끌려다닐 순 없잖아."


내 말에 이윤성과 윤지혜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너 진짜 안 잡으-"


윤지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쾅!


내분이 일어났다.


"뭐 하시는 겁니까!"


의자를 치우려는 남자를 형사가 막아섰다.


"비켜! 하나라도 잡으면 되는 거잖아!"


한 명이 소란을 피우자 그에게 동화된, 열댓 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앞문을 막고 있던 책걸상을 내던지기 시작했다.


"그만 하세요!"

"저 괴물이 우릴 보고 있잖아! 씨발, 난 잡을 거야!"

"이러는 게 더 위험하다고요!"


혼잡한 상황 속에서 나는 주변을 살펴봤다.


발목을 다친 의사 누나와, 책상 뒤에서 덜덜 떨고 있는 할아버지. 어린 여자애까지. 대부분이 힘이 약해 보이는 남자나 여자들이었다.


무작정 문을 열기에는 약자가 너무 많은데 자기만 살겠다고 난동을 부리다니.


하지만 다수가 좀비를 잡으려고 뛰어드는 상황에서··· 저들을 말리기란 쉽지 않아 보였다.


나는 윤지혜와 이윤성,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불러놓고 이 상황을 빠져나갈 방법을 제안했다. 별거 아닌 작전이었지만 다들 승낙해줬다.


"오래 버티진 못하겠지만, 좀비 막는 건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아."


윤지혜가 든든하게 말했다.


"좀비한테 독이 들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공격할 수 있을 것 같아."


이윤성도 확신하진 못했지만, 좀비와의 사투를 두려워하지는 않았다. 다른 사람들도 자신의 무기를 힘껏 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다들 멋지네요."


나는 손에 들고 있던 무기를 가만히 내려다봤다.


여기서 제일 도움이 안 되는 사람은 나일지도 몰라.


그런 생각을 하며 무기의 버튼을 눌렀다.


달깍.


파란 창에 그림들이 지나간다.


제발, 제발 좋은 거 나와라. 땅파기나 촛불 같은 거 말고···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기술로.


랜덤 뽑기 하는 기분으로 간절히 빌다가, 이게 기분이 아니라 사실이라는 걸 깨달았다.


"무기가 랜덤이라니. 대체 내 운빨은 왜 이 모양이야."


하소연과 같은 한탄을 하고 있을 때였다.


룰렛이 물방울 모양에서 멈추고, 파란빛이 길게 늘어졌다.


장검?! 설마 대박을 뽑은 건가?!


옆에 있던 이윤성과 윤지혜도 내 검이 빛나는 걸 보고 토끼 눈을 떴다.


무기가 활성화되는 걸 처음 봤으니 그럴 만도 했다.


나는 유난히 크고 날카로운 칼날을 보며 입술을 떨었다.


이거 대박적인 무기···


['물의 검'이 활성화됩니다]

[검의 능력으로 무기가 +5 향상됩니다]

[부기의 '시냇물' 능력이 활성화됩니다]

[부기의 시냇물 버프로 기술이 +5 향상됩니다]


쨍그랑!


"시냇물···."


칼끝이 번쩍거리는 저 위협적인 무기로 시냇물···.


내가 떨군 칼을 이윤성이 주워 들더니 이리저리 살펴봤다.


"이거 사시미 칼이네."


회 뜨는 칼이라 물인 건가. 그런데 왜 하필 시냇물이야?


이 게임을 만든 게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진짜 단편적이고 유치한 사고방식을 가진 작자인 건 확실하다.


나는 이윤성이 넘겨준 칼을 잡고 흐린 눈으로 부기를 내려다봤다.


"이거 어떻게 써···?"


기운 없이 말하자 부기가 눈을 초롱초롱 빛냈다.


[검을 휘두르며 나와라! 시냇물-!]


"이상한 말 하지 말고."


부기 입에서 흥- 소리가 나는 듯했다.


[···촛불이랑 똑같아]


얼씨구 줄임표까지 쓰고. 부기의 반항에 쓴소리를 해주고 싶었지만 노닥거릴 시간이 없었다.


나는 칼을 허공에 들어 올렸다.


그러자 엄청난 스킬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는지 이윤성과 윤지혜가 기대에 찬 눈으로 날 바라봤다.


검을 밑으로 내리자 칼끝에서 물이 나왔다.


쫄쫄쫄쫄.


오줌줄기도 이것보단 시원하게 나오겠다.


"풉."

"수도꼭지를 잘못 틀었나."

"······."


스킬 이름이 시냇물이었을 때부터 기대도 안 했다. 검을 던져버리고 싶었지만, 애써 참고 스킬을 해제했다.


뽑기 개존망이다. 하지만 칼날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이긴 했다.


이걸로 사람들을 협박하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사실 내 능력치로는 누구에게도 비빌 수 없었다.


더 중요한 건 이 칼은 나도 무섭다는 거다. 살짝만 스쳐도 치명상을 입을 것 같았다.


쓰지도 못할 거 왜 뽑았냐 하면··· 사람들이 책걸상을 거의 다 치워서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내 몸 하나 방어하기 위해 꺼냈다.


근데 제대로 잘못 뽑았네.


"부기, 이거 검집은 없어?"


[빨리도 물어보는 이수호]


부기가 핀잔을 주며 검집을 만들어 내밀었다. 나는 검집에 사시미칼을 쏙 넣고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풉풉거리던 윤지혜가 내 어깨를 다독였다.


"힘내라. 싸우는 건 누나한테 맡기고···. 나중에 목마를 때 물이나 줘. 풉."


이때다 싶어서 놀리는구나.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물론 울고 있을 시간도 없었다.


쾅! 쾅!


문을 막고 있던 의자와 책상이 없어지자 좀비들이 더 활기차게 문으로 달려들었다.


그 기세가 얼마나 등등한지. 막무가내로 의자를 치우던 사람들도 머뭇거렸다.


그런데 그중 한 명이 사람 몸통만큼 커다란 뺀치를 넓게 벌리더니 문으로 달려들었다. 콰직! 문과 함께 좀비 하나가 뺀치에 잘려 나갔다. 붉은 혈흔이 사방으로 튀었다.


"아악!"

"윽!"


피가 눈에 튀었는지 남자가 얼굴을 가리며 비틀거리는 사이. 다른 좀비가 뺀치를 밀어내고 남자의 배를 공격했다.


살이 찢기는 소리와 함께 남자의 몸이 지푸라기처럼 허물어졌다. 살육 현장을 눈앞에서 목격한 사람들이 손을 떨거나 오줌을 지렸다.


그들이 좀비를 막아줄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아 보였다.


우득. 드득. 살이 뜯기는 소리와 처절한 비명이 교실을 가득 메웠다.


처참한 광경에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뭐해!"


내가 얼어 있자 윤지혜가 내 목덜미를 잡고 교실 뒤로 끌고 갔다.


그러고는 포크 두 개를 꺼내 들었다. 손바닥만큼 작은 노란색 포크였다.


"포크?"

"삼지창이라고 해줄래."


윤지혜가 냉랭하게 말했다. 그러고는 포크 끝에서 붉은 실을 뽑아내기 시작했다. 그 실이 엄청난 속도로 늘어나더니 우리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뒷문에 서 있는 우리 앞에 방어막을 만드는 거였다.


"좀비들이 다 들어오면 뒷문 열어요!"


윤지혜가 소리칠 때 하얀 좀비 한 마리가 우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붉은 실을 뽑아내는 속도보다 좀비가 더 빨랐기에, 오른쪽이 비어 있었다.


나는 달려오는 좀비를 보며 사시미칼을 들어 보였다.


촤악!


뒤에 있던 이윤성이 날 밀치더니 물총, 아니 독총을 쐈다. 얼굴에 정면으로 독을 맞은 좀비가 괴성을 지르며 물러났다.


"와씨, 이게 먹히네."


이윤성은 제가 쏴 놓고도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만약 독총이 좀비에게 안 먹혔다면··· 이윤성 몸이 반으로 썰렸을 것이다.


하지만 독이 좀비에게 치명적이지는 않은지, 비틀거릴 뿐 죽지 않았다.


그래도 시간을 벌 수는 있을 것 같았다.


이윤성은 윤지혜가 방어막을 만들기 전까지 오른쪽을 수비했다. 우리 중에선 유일하게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게 이윤성이었다.


두 사람이 좀비를 막는 동안 나는···.


쫄쫄쫄쫄···.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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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 24.09.09 28 1 11쪽
24 24 24.09.08 26 1 12쪽
23 23 24.09.07 26 1 10쪽
22 22 24.09.07 33 2 12쪽
21 ​실종. 그리고 동료 24.09.06 36 3 11쪽
20 20 24.09.05 35 3 10쪽
19 19 24.09.04 42 3 12쪽
18 18 24.09.04 39 3 13쪽
17 17 24.09.03 43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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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 24.08.26 103 5 12쪽
4 4 +1 24.08.25 119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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