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잡았더니 돈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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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알디
작품등록일 :
2024.08.24 15:46
최근연재일 :
2024.09.14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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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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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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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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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DUMMY


다음 날. 플레이워의 소식은 온 학교에 입소문을 탔다.


유튜버 먹구는 인원에 들지 못했는지 소식이 없었지만, 신민우와 그 친구가 '진짜'라고 소문을 낸 탓이었다.


학교 전체가 떠들썩해지자 박건우가 불안한 얼굴로 물었다.


"너 어제 신민우 봤냐?"

"난 신민우가 어떻게 생겼는지 몰라."


박건우는 그럴 것 같았다고 납득한 뒤 불안함을 표했다.


"소문나서 다 몰리는 거 아냐?"

"글쎄···."


어제 집에 가서 인터넷을 찾아봤지만, 플레이워에 대한 정보는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먹구도 허위 사실로 비난받아서 그런지 동영상을 싹 지운 채였다.


학교 애들이 인터넷에도 없는 정보를 신민우의 말만 듣고 믿진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어떻게 인터넷에 올린 사람이 한 명도 없지?"


내가 이상하다고 말하자, 박건우가 속 편하게 대답했다.


"경쟁자 늘까 봐 다들 쉬쉬하는 거지. 나도 신민우가 소문내서 짜증 나. 다음에도 가고 싶은데. 우리 강보는 잘 있으려나."


강보가 보고 싶다고 성화를 부리는 박건우를 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다다음 주 시험이야."

"······씨발."


그렇다. 학교 전체가 플레이워로 시끄러웠지만, 금세 관심이 꺼졌다. 다음 달이 시험이기 때문이었다.


내가 다니는 학교는 나름대로 인문계라 게임보다는 공부에 신경 쓰는 애들이 더 많았다.


"이쇼. 매점 가실?"

"···그래."


나는 박건우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돈이 얼마 남았더라. 어제 받은 것까지 합치면 두 달은 넉넉하게 쓸 수 있지 않을까.


형의 하드 캐리로 280만 원가량이 생겼지만, 우리 집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다.


280만원으로는 두 달도 다 버티지 못할 테니까. 월세, 공과금, 핸드폰비, 식비를 내면 전부 사라질 돈이었다.


반면 내 지갑은 두둑해졌다. 어제 번 돈과 쓰지 않은 돈까지 50만 원이었다. 석 달 용돈을 다 모아도 50만원이 안 되니··· 용돈이 불어난 셈이었다.


나는 이 돈을 생활비에 보태자고 했지만, 형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덕분에 나는 먹고 싶은 걸 마음대로 먹을 수 있었다.


나보다는 적게 받았으나 어제 한탕 했던 박건우와 매점에서 한바탕 쇼핑을 하고 나왔다.


벤치에 앉아 빵을 먹으며 우리는 플레이워를 그리워했다.


"또 할까?"

"모르겠어."


벌써 5교시인데··· 플레이워 문자가 오지 않았다. 3일 연속 문자가 오길래 기대했는데···.


박건우도 나도 실망을 금치 못했다.


박건우가 빵을 입에 물며 중얼거렸다.


"판 아저씨한테 물어볼 걸 그랬나··· 야, 문자 보내볼래?"

"문자?"

"우리 문자 받은 거 있잖아. 그 번호로 답장 보내면 되는 거 아냐?"


미친, 그 생각을 왜 못했지?


나는 핸드폰을 꺼내 플레이워 문자를 찾았다.


0068-5053-87


"···이거 국제 번혼가?"


박건우에게 문자를 보여주자 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가 이렇게 보이스 피싱 번호 같냐. 원래 이 번호였나?"

"잘 안 봐서 모르겠는데···. 전화···하는 것보다 문자가 낫겠지?"

"어, 전화했다가 은행 털리면 어떻게 해."


귀중한 50만 원을 털릴 수는 없었기에 나는 0068-5053-87 번호로 문자를 보냈다.


[다음 플레이워는 언제 열리나요?]


답장이 오기를 바라며 전송 버튼을 눌렀지만, 문자가 가질 않았다.


나와 박건우는 핸드폰 액정을 보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이거 보내지면 숫자 1 뜨는 거 맞지?"

"엉. 근데 왜 안 뜨냐."

"모르겠어, 전송이 된 건가?"

"나도 모르겠는데?"


안되나 봐. 박건우가 허탈하게 말하고는 빵을 한입에 털어 넣었다.


"기다리면 오겠지. 이쇼, 근데 나도 어제 참가했으니까 문자 받을 수 있나?"

"엉. 참가한 사람들은 다 받는 것 같더라고."


그렇게 우리는 일주일 동안 플레이워의 문자를 기다렸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회사와 알바를 병행하던 형도 시간이 갈수록 아쉬운 티를 냈다.


설마 이대로 게임이 끝나는 건 아니겠지.


공부도 손에 잡히지 않을 만큼 초조한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졌다.


하지만 시험 기간에 들어가자마자 형이 '공부는 잘하고 있냐'며 심문했다.


탓에 플레이워를 잊고 공부에 집중해야 했다.


집 한쪽에 놓인 책상에 앉아 교과서를 펼쳤다. 하지만 채 10분도 되지 않아 집중력이 흐려졌다.


"이런다고 공부가 되겠냐고."​


시간을 보니 벌써 밤 11시였다. 형이 많이 늦는 것 같아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통화음이 지나간 뒤, 전화가 연결됐다. '가고 있으니까 먼저 자라'고 말하는 형의 목소리가 유난히 지친 것처럼 들렸다.


"···알았어, 천천히 와."


전화를 끊고 플레이워 문자를 찾았다.플레이워가 계속된다면 형이 이렇게 고생할 일은 없었다.


형은 가끔 하는 알바까지 일을 세 개나 하고 있었는데 플레이워에서 한 시간 만에 번 돈이 그 월급과 맞먹었다. 플레이워에서 형은 능력치도 높고 스킬을 응용하는 방법까지 탁월했다.


그러니 몇 판만 더 하면 일도 줄일 수 있고 생활 형편도 조금은 나아질 것이다.


"···한 번만 걸어보고, 이상하면 끊자."

​​

​0068-5053-87


​나는 아까 문자를 보냈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문자 전송도 되지 않았던 번호에 통화음이 연결됐다.


뚜우우우- 뚜우우우-


통화 연결음을 듣는 순간부터 숨이 턱 막히기 시작했다. 연결이 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더 컸기 때문일까, 초조함과 긴장감이 차올랐다.


곧 뚝- 하고 전화가 연결됐다.


[플레이워 판입니다]


​판···! 판이 전화를 받았다. 나는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억지로 쥐어짰다.


"저는 이 수호입니다."


​[네,이수호님.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신가요.]


전화로 듣는 판의 목소리는 전기가 끓듯 자글거리는 잡음이 가득했다.


​"그··· 저, 프, 플레이워가 언제 또 열리나 해서요."


수화기 너머로 판의 나지막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플레이워는 항상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이게 무슨 소리지?


[플레이워는 내일 오후에 열릴 예정입니다.]


​그의 말에 눈이 번쩍 뜨였다. 내일 오후. 또다시 기회의 문이 열리려 하고 있었다.


전화를 끊고, 형이 오자마자 플레이워 소식을 전했다.


피로에 지쳐 핼쑥하던 형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전화하니까 판이 받았다니까?"

"전화번호가 이상했다며, 그런데 막 걸면 어떻게 해?"


형은 핀잔을 늘어놨지만, 더 질타하지는 않았다. 나만큼 플레이워의 소식을 간절히 기다렸을 테니까.


"문자 오기 전에 먼저 알았으니까 작전도 세울 수 있잖아! 저번에는 파리였으니까, 이번엔 뭘까? 날아다니는 것만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신나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형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한참 동안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더니 조용한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다.


"넌 내일 가지 마. 형 혼자 갔다 올게."

"뭐? 왜? 나도 갈 거야!"


싫다고 펄쩍 뛰자 형이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넌 공부해야지"


그말을 듣자마자 머리로 피가 쏠렸다.


"뭔 공부야. 돈을 그렇게 많이 벌 수 있는데. 그걸 놔두고 어떻게 공부를 해?"

"너 곧 시험 아니야?"

"그거 게임 한 시간 하는데 뭐. 솔직히 게임만 계속하면 공부 안 해도 상관없잖아."


형의 표정이 완전히 일그러졌다. 저 표정을 보니 뭔가 잘못 말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만 벌 수 있다면 뭐든 상관없다는 태도는 형이 제일 싫어하는 말 중 하나였다. 그래서 내 발언이 못마땅한 건 이해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제일 필요한 건 돈이었다. 공부나 학교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내가 많이 못 잡긴 했지만··· 그래도 내 용돈은 내가 벌 수 있잖아."

"이수호. 내가 계속 말했지. 공부를 안 하면 네가 뭔가를 하고 싶을 때 아무것도 못 할 수 있다고."

"그건 체계가 잘못된 거잖아."


형이 극대노한 표정으로 나를 노려봤다.


"우리가 그런 세상에서 살고 있어. 바꿀 수 없다면 순응해야 하고, 순응하지 못하면 바꿔야 해. 넌 그중에 뭘 할 수 있어? 세상을 바꿀 만큼 영향력이 있어?"


영향력···.


그 단어를 듣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플레이워 안에서도 나는 최하위권이 분명한데··· 현실에서 나는 그보다 더 밑. 아니 지하 세계에 처박혀 있는 꼴이었다.


난 아직 학생이라 아무것도 모르지만, 나보다 먼저 사회로 나간 형은 우리가 최하위 계층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그걸 누구보다 탈피하고 싶은 사람도 형이겠지.


나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래위로 끄덕였다.


"알았어. 대신 형도 싸우지 말고 적당히 해."


형이 가만히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좋은 대학 가서 편하게 살자, 수호야."


그런데 어쩐지 형의 말이 꼭 나만을 위한 것처럼 들렸다.


형은? 형은 편하게 살고 싶지 않아?


진심으로 묻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다. 묻더라도 현실을 바꿀 수 없는 잔인한 질문이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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