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잡았더니 돈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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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알디
작품등록일 :
2024.08.24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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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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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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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DUMMY


나는 슬쩍 몸을 돌렸다.


"이윤성, 너도 너프가 있었어?"

"어. 왜 기술을 너프 당했는지 모르겠어. 뱀이니까 기술이 높아야 하는 거 아냐?"


윤지혜가 그게 무슨 상관이냐며 타박했다.


나는 아까 판이 말해줬던 능력치를 형과 이윤성, 윤지혜에게 설명했다.


"아무래도 능력치는 개인 특성에 따라 오르는 것 같아. 힘은 사회성, 속도는 활동, 기술은 생활력, 무기가 뭐였더라. 특기였나. 그리고 펫은 기질인데 사람 성격에 맞는 펫이 나온 것 같아."

"내가 거미랑 비슷하다는 거야?"


윤지혜가 발끈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이윤성이 '난 뱀이야'라며 윤지혜를 달랬다.


"너희는 거미줄이나 독이라도 있지···. 난 거북이거든."


난 아무것도 없어. 한탄하듯 말하자 윤지혜랑 이윤성이 쓴웃음을 지었다. 옆에서 듣고 있던 형이 웃음을 터뜨렸다.


"거북이. 수호 네가 조금 느리잖아.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나 안 느리거든?"


내가 반박하자 호수형이 '속도가 몇이냐'고 물었다.


"나 5. 거북이 너프 먹어서 5인 거야!"


호수 형은 윤지혜와 이윤성의 속도까지 듣고는, 허공을 올려다봤다.


"난 내가 평균이라고 생각했는데, 다들 낮네."

"형은 속도가 몇인데?"

"60."

"육십이요?!"


이윤성과 윤지혜가 놀란 눈으로 형을 쳐다봤다.


형은 체격도 좋고 성격도 좋았다. 예전에 형의 직장 동료를 만났었는데 형을 무지하게 칭찬했다. 사회생활 만렙이라고.


그래서 형에게 늑대가 생긴 건가. 아니, 일단 그건 차치하고.


형의 속도가 60이면···. 나는 턱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능력치 기준이 일반적인 게임보다 높은 걸지도 몰라."


이윤성이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50을 넘는 게 하나도 없잖아. 그런데 형은 속도만 60이야. 사회생활을 많이 한 사람일수록 능력치가 높은 거 아닐까?"


그럴듯한 추측이었는지 이윤성과 윤지혜가 고개를 끄덕였다.


"호수 형, 다른 능력치는요?"


이윤성이 조심스레 능력치를 물었다.


"대충 봐서 잘 기억 안 나는데, 힘이 80, 속도가 70, 기술이 제일 약했던 것 같은데, 40이었나. 무기가 40이었나. 아무튼 둘 중 하나가 30이나 40이야. 아늑이 버프가 좀 높았고."

"아늑이요?"

"늑대 이름이라던데."


윤지혜가 기가 찬다는 듯 비웃었다.


"내 거미는 총총이라던데, 이름이 왜 다 이따위야?"


동감하는 바였다.


이윤성 펫이 덤벨이던가, 이 중에서는 그나마 제일 나은 것 같았다.


우리가 플레이워 시스템을 분석하는 동안 줄이 빠르게 줄어들었다. 곧 앞에서 탄성을 지르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 바로 앞에 서 있던 사람들이 속닥거렸다.


"저 남자들 받은 거 다 합치면 500이야."

"뭐? 진짜로?"

"씨발, 방 하나를 통째로 먹더니. 방마다 500마리씩 있었나?"


남자들이면 조폭 무리를 말하는 건가? 셋이 합쳐서 500이라니···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


"오백···."​


형이 넋 나간 표정으로 앞쪽을 바라봤다.


그때 누군가가 '저 남자들이 방 하나를 독점했다'고 소리쳤다.


판은 어제처럼 중립을 유지했다.


"장소 독점은 위반 사항이 아닙니다."


때리는 것도, 독점하는 것도 괜찮다니. 그 말은 즉 게임 안에서 사람끼리 싸움을 해도 상관없다는 뜻이었다.


이윤성도 판의 말을 이해했는지 굳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사람한테 위협적인 무기를 줬으면서, 싸움이 나는 건 방관하겠다는 거야?"


윤지혜가 냉정한 표정으로 받아쳤다.


"알아서 사리라는 뜻이겠지.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힘센 사람들은 많이 잡고, 약한 사람들은 얼마 못 잡았잖아."

"하긴 이건 게임이지. 다른 게임도 그렇긴 하고."


이윤성 말처럼 이건 게임처럼 보이지만, 다른 게 있었다.


게임에선 우리가 돈을 쓰지만, 플레이워에서는 돈을 받는다.


그것만으로 위험을 감수하려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대체 뭘 위한 게임이지? 누가 이런 게임을 만들었고, 왜 사람들에게 돈을 주는 거야?


의아함을 품은 채 우리 차례가 되었다. 형이 먼저 돈을 받았다.


"이호수님, 당신은 185마리입니다."


마지막으로 봤던 게 170마리라고 했으니. 그 이후에 15마리를 더 잡은 모양이었다.


"감사합···."


돈을 받은 형의 표정이 영혼 빠진 사람처럼 허탈해 보였다. 170만 원은 형이 미친 듯이 일해야 겨우 받을 수 있는 금액이었다. 그걸 1시간 만에 벌었으니 현타가 세게 왔을지도 모른다.


"이수호님, 당신은 30만 원입니다."


나는 돈을 받지 않고 판을 올려다봤다.


"왜 벌레만 잡았는데 돈을 줘요? 이 게임은 왜 만든 거예요?"


판의 염소 입술이 위로 올라갔다. 대답을 피할 것 같았던 판이 곧 느리게 입을 열었다.


"현실을 일깨우기 위해서죠."

"···현실이요?"

"세상에는 돈이 넘쳐납니다. 하지만 그걸 모르는 사람들이 많죠. 플레이워는 그 사실을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럴싸한 말이었지만, 나는 그가 거짓말을 하거나 숨기는 게 있다고 확신했다.


돈을 준다는 건 그만큼 뭔가 얻을 게 있다는 뜻이니까.


나는 돈을 받아 들고 옆으로 물러섰다. 형에게 다가가려고 했지만, 형 얼굴에 고민이 가득했다. 내가 어제 현타를 맞은 것처럼 형도 상황 파악을 하는 거겠지. 혼자 생각할 시간을 줘야 할 것 같았다.


좀 기다리려는데 뒤에서 판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윤성님, 당신은 80만 원입니다."

"팔십만원?!"


나는 이윤성의 저력에 놀랐다. 어제도 그랬으니 오늘도 설렁설렁할 줄 알았다. 그런데 80마리나 잡다니.


형이나 윤지혜에 비하면 많지는 않지만, 마음만 먹으면 더 많이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심각한 얼굴로 판과 대화를 나누던 이윤성은 돈을 받은 뒤 내 얼굴을 보고 헛웃음을 지었다.


"입에 하루살이 들어간다."

"와, 너 쩐다. 진짜 많이 잡았네."

"총 쏘니까 한무더기씩 잡히더라고."

"무기 써 봤다고? 어땠는데?"


나는 이윤성과 잡담을 하다가 윤지혜의 금액을 듣고 좌절했다. 판이 '펫 사용 능력이 아주 좋다'며 칭찬하고는 그의 손에 340만원을 쥐여준 것이다.


방을 나가지 않고 자리를 지키던 사람들은 작은 여자애가 받은 돈을 보고 시기 질투를 보냈다.


"앉아서 거미줄만 쳤잖아."

"그러니까, 저 애 때문에 개고생했잖아. 거미줄 피하느라 제대로 잡지도 못하고."

"반칙 아냐?"

"다음에 또 저러는 거 아냐?"

"그럼 독식이잖아, 염치도 없나?"


어느새 윤지혜가 공공의 적이 되었다.


펫을 활용하는 건 게임을 조금이라도 하는 사람에겐 당연한 일이었다.


우리에겐 펫과 무기가 주어졌고, 윤지혜는 운 좋게 좋은 펫을 뽑아 그걸 잘 활용했을 뿐이다.


그런데 왜 윤지혜 탓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결국 펫과 무기로 아무것도 못 한 건 본인이면서.


이건 나에게도 해당하는 말이었다.


부기를 이용했다면 더 많이 잡을 수 있었을까? 이윤성도 펫을 써서 80마리나 잡았다. 형도 펫의 도움을 받은 것 같았다.


"근데 거북이는 쓸 데가 없잖아."


느리고 물에서 헤엄치고··· 바다 거북이가 두 발로 있는 것부터 비현실이지만 플레이워는 게임이었다. 게임 NPC인 만큼 뭔가 기능이 있을 것이다.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데 형이 내 팔을 붙잡았다.


"이수호, 가자."


수심이 가득해 보였던 형은 아까보다 표정이 밝았다. 생각을 정리했는지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이윤성, 윤지혜와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집에 갈 때는 택시를 타고 싶었지만, 많이 벌수록 아껴야 한다는 구두쇠 형 때문에 버스를 탔다.


가는 동안 나는 형에게 미처 말 못했던 의문을 풀었다. 물론 대놓고 말하지 않고 빙 돌려 말했다.


"처음에는 홀로그램이랑 펫이 나와서 이상했거든. 뭔가 현실이 아닌 것 같고···. 근데 다 끝나고 돈 받으니까 어제 제대로 못 잡은 게 아쉬워지는 거야."


내가 주절주절 떠들자 형이 돈다발이 든 주머니를 꽉 잡았다.


"아, 형. 내 거도 합치자."


나는 돈을 꺼내 형에게 내밀었다. 그런데 형이 날 보며 씩 웃었다.


"그건 네가 번 거잖아. 네 용돈해."

"이거 다?"

"어, 이것도 쓰고."


형이 내 손에 10만원을 더 쥐여줬다.


"모자라면 얘기해."


나는 형이 준 10만원을 얼떨떨한 얼굴로 바라봤다.


"나는 10만원만 받으려고 했는데. 사실 10만원도 많아."


내 말에 형이 쓴웃음을 지었다.


"내가 제대로 해준 것도 없잖아. 지금까지 못 산거 사고, 먹고 싶은 거 먹어."


곧 형이 눈을 내리깔며 한숨을 쉬었다.


"미안했다, 수호야."

"···어?"


뜬금없는 사과에 어리둥절했다.


"그리고 고맙기도 해."

"···뭐가."

"게임 알려줘서 오늘 이만큼 벌었잖아."


형은 다른 사람들과 비슷했다. 게임이 이상하다고 판단하는 것보다, 게임이 끝난 후 받은 돈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게임이 이상하지 않았냐고 묻고 싶었지만, 생각이 많은 표정으로 웃고 있는 형을 보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뭘, 같이 하면 더 많이 받을 수 있잖아. 오해도 풀었고."


나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고서 입술을 말아 물었다. 그때 형이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또 열릴까?"

"···글쎄."


형은 다음 게임이 열리기를 은근히 바라는 눈치였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오늘 우리는 엄청난 돈을 벌었다. 그것도 한 시만 만에. 앞으로 이렇게 벌기만하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때까지 나는 알지 못했다. 쉽게 번 돈일 수록 그 가치가 낮아진다는 걸. 그리고 사람은 그 쉬운 일을 찾아 계속 헤멘다는 것을.




***



아침부터 학교가 부산스러웠다.


일진 무리는 물론이고. 평범한 학생들까지 옹기종기 앉아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액정에서 눈에서 떼지 않는 건 똑같은데 얼굴이 평소와 다르게 들떠있었다.


나는 스쳐 지나가면서 영상을 훔쳐봤다.


[진짜라니까, 왜 안 믿어?]


영상에서는 남자가 음식을 먹고 있었다. 혼잣말을 하는 거로 보아 시청자들과 대화하고 있는 것 같았다.


계속 훔쳐볼 수는 없어서 내 자리에 가방을 올렸다. 하지만 난 애들이 뭘 보고 있는지 순식간에 눈치챘다.


나는 유튜브에 '플레이워'를 검색했다.


"없네."


[벌레 잡으면 돈 주는 게임]


검색 키워드를 바꿔보자 맨 위에 동영상 하나가 떠올랐다. 어제 11시쯤 생방송을 했던 영상이었다.


나는 이어폰을 끼고 영상을 틀었다.


[아 진짜! 미친놈들아, 내가 왜 거짓말을 해?]

[그래, 벌레 한 미리 잡을 때마다 만 원을 준다고. 그래서 나 어제 70만 원 벌어왔다니까?]

[인증?]


남자가 카메라 앞에 만 원짜리 더미를 들이밀었다. 나는 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야, 봐. 세어줘? 하나, 둘, 셋.]


70까지 숫자를 센 남자가 채팅창을 물끄러미 보더니 눈을 가늘게 떴다.


[근데 진짜 이상했다니까. 너네 게임창 알지? 게임이나 소설에 나오는 파란 거. 그걸 뭐라고 하더라?]

[아무튼 방문이 닫히자마자 그게 만화처럼 내 앞에 딱 떴다니까. 펫이랑 무기도 있었어.]

[조현병이냐고? 뒤질래?]


남자가 카메라에 주먹질했다. 그러고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검지 손가락을 내밀었다.


[다음에 또 하면 인증한다.]

[방송은 못 켜. 어제 해봤는데 인터넷이 안 돼서 못 켰어.]

[영상으로 찍긴 했는데 핸드폰 켜보니까 다 날아갔더라고. 아, 사진 찍어서라도 보여준다고. 존나 안 믿네.]

[아, 문자는 있다. 문자 보여줘?]


애들이 겨우 이걸 보고 난리를 치는 건 아니었다.


"먹구가 하는 말이 진짜라고?"

"그래. 어제 3반에 신민우가 갔었대."

"미친. 구라 아냐? 걔 얼마 받았다는데?"

"55만원."

"뭐? 미친 거 아냐?"


대화 끝이 맨날 미쳤다로 끝나는 일진 무리들.


그 중에 최성준이 3반 신민우를 언급했다.


누군지 모른다. 어제 교복을 입은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인원도 많았고 사람들 얼굴을 살필 만큼 여유롭지도 않았다.


"걔가 그러는데 우리 학교 애가 또 있었대. 교복 봤다고 하더라."​


나는 최성준의 말에 귀를 쫑긋 세웠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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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 24.09.11 14 1 10쪽
26 26 24.09.10 21 1 9쪽
25 25 24.09.09 28 1 11쪽
24 24 24.09.08 26 1 12쪽
23 23 24.09.07 27 1 10쪽
22 22 24.09.07 33 2 12쪽
21 ​실종. 그리고 동료 24.09.06 36 3 11쪽
20 20 24.09.05 35 3 10쪽
19 19 24.09.04 42 3 12쪽
18 18 24.09.04 39 3 13쪽
17 17 24.09.03 43 3 10쪽
16 16 24.09.03 44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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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 24.09.02 44 3 10쪽
12 12 24.09.01 49 3 10쪽
11 11 24.08.31 64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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