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잡았더니 돈을 줍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게임

디알디
작품등록일 :
2024.08.24 15:46
최근연재일 :
2024.09.14 20:31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769
추천수 :
92
글자수 :
148,835

작성
24.09.04 21:22
조회
41
추천
3
글자
12쪽

19

DUMMY

그리고 평범한 사람이 만든 게임도 아닐 것이다.


어떤 단체나 혹은 국가 차원에서 개발한 게임일 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한 건 게임 규모가 점점 커지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사람이 실종될 수도 있는 게임이라니.


이걸 개인이 만들었을리가 없다. 단순하게 생각해봐도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다.


국가가 이 게임을 방치하는 건, 아직 플레이워를 모르거나 같은 편이라는 뜻이겠지.


하지만 우리나라가 뭐 하러 돈 주는 게임에 동참할까. 오히려 돈을 달라고 하면 모를까.


나는 손가락을 정신 사납게 꼼지락거렸다.


형이 '맵'에 있다는 말을 들었음에도 믿기지 않았다. 전혀 상상도 못 했던 일이라 아직도 어안이 벙벙했다.


형은 길치가 아니었다. 오히려 나보다 길을 더 잘 찾는 편이었다.


그런데 그 형이 길을 잃었다고? 맵 안에서 혼자 헤매고 있는 거야? 길을 못 찾아서?


핸드폰을 못 쓰니까 내비를 쓸 수도 없고, 연락도 못했겠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복잡한 추즉을 지리멸렬하게 하고 이어가고 있을 때였다.


향긋한 향기와 함께 누군가가 내 옆자리에 앉았다. 윤지혜였다.


윤지혜는 평소보다 더 어두운 얼굴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야."

"어, 어?"

"너 어떤 여자 실종됐다는 뉴스 봤어?"


심장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이것 때문에 굳이 내 옆자리에 앉았구나.


나는 몸을 돌려 윤지혜의 의자를 붙잡았다.


"어, 어! 나 봤어!"

"귀 따가워. 조용히 말해."

"아, 미안. 근데 그 실종자··· 우리한테 살충제 뿌렸던 여자 맞지?"


윤지혜가 심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해. 나 기억력 좋거든."


윤지혜도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걸 느낀 것 같았다. 화가 난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나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 여자, 이 게임에서 없어진 것 같아. 우리 형도··· 없어졌어."

"뭐?"


윤지혜가 처음으로 언성을 높였다. 나보다 크진 않았지만, 꽤 놀란 것 같았다.


"네 오빠가 없어졌다고?"


커다란 눈이 연신 깜빡거렸다. 나보다 더 놀란 듯한 윤지혜의 반응 때문일까, 속이 울컥하고 눈 밑이 화끈거렸다.


나는 눈가를 손으로 훔쳤다. 그때 머리 위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진짜로?"


이윤성이 경악스러운 얼굴로 나와 윤지혜를 내려다봤다.


무슨 소리냐고 캐묻는 두 사람에게 나는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얘기했다.


중점적으로 강조한 건, 문자가 오기 전에 건물이 텅 비어있던 것. 그리고 판과 나눴던 대화였다.


윤지혜가 착잡한 얼굴로 의자에 기댔다.


"미친."


뭔가 중얼거리던 그가 날 빤히 응시했다.


"너네 오빤 언제 안 들어왔는데?"

"···어제."


내 말에 윤지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넌 시험공부 중이었지?"

"갑자기···?"

"네가 없는 동안 호수 오빠랑 나름 친해졌거든?"


호수 오빠? 형이랑 윤지혜가 친해졌다고? 그건 또 처음 듣는 얘긴데?


"써, 썸···?"

"뭐래, 미친놈아. 게임 얘기밖에 안 했어."

"아."


또 욕먹었다. 나는 방정맞은 주둥이를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어제는 몰려다닐 수가 없었어."

"왜?"

"산이었거든."


이윤성이 놀란 듯 눈을 키웠다.


"산?"

"진짜 산? 산 타는 거?"


나랑 이윤성이 방정을 떨자 윤지혜가 조용히 좀 하라고 타박했다.


"건물에서 산이 나왔다고 하는데 어떻게 안 놀라."


이윤성 말에 윤지혜가 판을 곁눈질하며 속삭였다.


"그래, 맞아. 놀라지. 지금까지는 돈 주니까 세트장이라고 생각하면서 모르는 척했는데···. 산이 나오는 게 말이 돼? 갑자기 야외가 나오니까 사람들도 정신이 나간 것 같았어."


산···. 산이라면 형이 길을 잃어버리는 것도 이상하진 않다.


윤지혜는 탐정에 빙의한 것처럼 추리를 늘어놓았다.


"거기다가 그 여자가 실종됐다는 뉴스를 보니까 더 이상한 거야. 실종된 날짜가 우리 게임했을 때랑 묘하게 겹쳐. 없어지고 하루, 늦어도 삼 일 안에 경찰에 신고했다면 하루살이 잡았던 날 없어진 거야. 그걸 우린 여태까지 몰랐던 거고."

"그, 그럼 어떻게 해?"


윤지혜가 뭐 그딴 질문을 하냐는 듯한 표정으로 노려봤다.


"판이 저 안에 있을 거라고 했다며. 찾아야지. 안 찾을 거야?"

"찾을 거야."

"그 여자 이름이 뭐였더라."


윤지혜는 핸드폰이 먹통이 된 걸 확인하고는 혀를 찼다.


"오늘은 그냥 하고 다음에 물어봐야겠네."


윤지혜가 의자에 등을 기대며 중얼거렸다. 그러자 이윤성이 진지하게 말했다.


"이거 그냥 게임이 아냐."


윤지혜가 맞장구쳤다.


"나도 그 생각했어."


우리 다 같은 생각을 했구나. 한데 강당을 채우기 시작한 다른 사람들은 심각성을 못느낀 듯했다.


몇 번의 게임으로 안면을 텄는지 한데 모여 수다들 떠는 사람도 있었다.


'오늘은 뭐 잡는데요?'

'아직 모르겠어요.'

'하, 오늘은 100마리 잡고 싶다.'


사람들은 수다를. 나와 이윤성, 윤지혜는 플레이워의 저의를 추리하며 게임이 시작되길 기다렸다.


6시 정각이 되자마자 판이 마이크를 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맵 안으로 들어갔다.


오늘의 맵은 카페였다. 앞에 엄청나게 커다란 마당이 있는 3층짜리 펫 카페.


제일 처음 안으로 들어온 나와 윤지혜, 이윤성은 의아한 얼굴로 카페를 둘러봤다.


이윤성이 건물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호수형 찾는 건 쉬울 것 같은데?"

"그러게. 그런데 이 정도면 혼자 나올 수 있지 않아?"


잔디밭이 많이 크긴 하지만, 이렇게 확 트인 장소에서 시작점을 못 찾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너랑 이윤성은 최근에 안 와봐서 모르겠지. 보이는 게 다가 아니야."


윤지혜가 옆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아마 여기도 밀실이나 숨겨진 공간이 있을 거야."


나랑 이윤성이 토끼 눈을 하자 윤지혜가 '이걸 어떻게 설명하냐'는 듯 피곤한 표정을 지었다.


곧 사람들이 맵 안에 들어차고 눈앞에 시스템창이 떴다.


[이수호님, 정보가 갱신됩니다.]


[플레이워 규칙이 업데이트되었습니다.]


업데이트?


[게임 규칙]


- 미션을 수행할 때마다 만 원 지급

- 플레이워 종료 후 '시작점'에 있을 때 현금 지급

- 모든 전자기기 사용 불가

- 한 마리도 잡지 못하면 위반

- 부기가 소멸하면 위반

- 타인 대신 잡아주거나 나눠주면 위반

- 타인의 것을 빼앗으면 위반

- 플레이워에서 지급한 아이템 외 물건을 사용하면 위반


게임 규칙과 위반이 섞여 있었다. 게다가 '기회 박탈'이었던 내용이 '위반'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 중 유난히 눈에 띄는 한 가지.


[한 마리도 잡지 못하면 위반]


형만 찾으려고 했는데··· 한 마리도 잡지 못하면 룰 위반이 되는 듯했다.


위반을 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없으니···. 안 잡을 수도 없고···.


룰이 바뀌었다는 건 문제가 생겼을 때 확실하게 책임을 묻겠다는 뜻이었다.


나는 게걸음으로 윤지혜에게 다가갔다.


"이거 규칙이 다 바꼈는데."​

"바뀐 지 꽤 됐어. 확인 누르면 오늘 뭐 잡아야 하는지 나올 거야."


윤지혜에게 물어보니 규칙은 진즉 바뀐 상태였다.


아마 빈 공백기에 했다던 '정비' 이후로 시스템이 개편된 듯했다.


확인 버튼을 누르자 처음 보는 창이 떴다.


[플레이워 활동으로 능력치 일부가 +5 상향됩니다]


[이수호 능력치]

↑ 힘 : 100 / 20 [부기 버프 +5]

↑ 속도 : 100 / 10 [부기 너프 -5]

↑ 기술 : 100 / 5 [부기 보유 효과 없음]

무기 : 100 / 5 [부기 버프 + 5]


위로 향한 붉은 화살표가 깜빡거렸다. 힘, 속도, 기술이 5씩 늘어났다는 뜻인 것 같았다.


상향됐다고 해도 여전히 구리지만, 이게 어디냐 싶었다.


확인.


마지막으로 미션이 떠올랐다.


[강아지 혹은 고양이 한 마리 잡을 때마다 만 원.]


"···뭐? 뭐, 뭘 잡아? 강아지나 고양이를··· 잡으라고?"


박건우가 있었다면 아마 거품을 물고 쓰러졌을 것이다.


말도 안 되는 미션에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시스템창을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읽고 있는데 주변에서 곡소리가 들렸다.


"강아지랑 고양이를 어떻게 잡아요!"

"미친 거 아냐?! 벌레 잡기라며!"

"갑자기 왜 바뀐 건데?"


혼란에 빠진 사람들이 허공을 향해 소리 질렀다.


물론 미션을 확인하자마자 카페 안으로 달려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한가롭게 누워있는 고양이나 운동장을 뛰노는 강아지를 무참하게 학살했다.


처참한 상황에 눈이 질끈 감겼다.


[왜 이렇게 늦게 왔어?!]


어느새 나타난 부기가 말을 걸었지만, 난 시선을 돌렸다.


윤지혜와 이윤성. 두 사람 다 말문을 잃은 듯 멍하니 서 있었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그제야 정신이 돌아왔는지 윤지혜가 이마를 짚었다.


"돈 줘서 좋다 했더니, 좆 같은 게 돼버렸네."


이윤성도 머리를 쓸어 넘겼다.


"나는 못 하겠어."

"나도···."


시무룩하게 말하다가 부기를 내려다봤다.


"만약 한 마리도 못 잡으면 어떻게 되는 거야?"


[위반자가 된다!]


"위반자가 되면 어떻게 되는데?"


[그건 부기도 몰라☆]


저 꼴 보기 싫은 별표는 뭐지.


그리고 플레이워 시스템 다 안다며. 사기꾼 같은 놈.


착잡함에 마른 입술을 핣고 있는데 윤지혜가 짝! 손뼉을 쳤다.


"이번엔 나도 못 잡아."

"그럼 어떻게 해?"

"뭘 어떻게 해. 호수 오빠 찾아서 밖으로 나가야지."


윤지혜는 화난 것처럼 얼굴을 구겼다.


"씨발, 사람을 갖고 놀아?"


윤지혜가 바득 이를 가는 것과 동시에 벌어진 일이었다.


붉은 머리카락을 하나도 틀어 묶은 여자가 쇠사슬을 휘둘렀다.


쇠사슬 끝에는 원형의 고리가 달려 있었는데 그걸로 하얀 문, 그러니까 우리가 들어왔던 입구를 마구잡이로 치기 시작했다.


"씨발! 훈련사한테! 강아지를 죽이라고 해?!"


여자는 미친 것처럼 문을 내리쳤다.


"이 쳐 죽일 새끼들아!"


여자가 발광하자 다른 사람들도 그를 거들기 위해 문으로 달려갔다. 각자 무기로 문을 난타했지만,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포기하지 마요! 문고리만 부수면 돼요!"


윤지혜는 사람들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나와 이윤성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여긴 일단 놔두고 너네 오빠 찾으러 가자."

"······."


그런데 이윤성의 반응이 이상했다.


이윤성은 윤지혜를 일견했다가 나한테 시선을 고정했다.


"형을 왜 찾으려고 해?"

"···어?"


옆에서 윤지혜가 '가족을 왜 찾냐니. 뭔 말 같지도 않은 소리냐'고 중얼거렸다.


확실히··· 이상한 말이었지만, 그보다 나는 이윤성의 표정에서 미묘한 감정을 읽었다. 그건 궁금증이었다.


나는 당황하지 않고 그에게 말했다.


"가족이 없어지면 찾는 게 당연하지 않아?"

"···당연한, 가?"


혹시 같이 찾기 싫은 거냐고 묻고 싶었지만, 이윤성의 표정을 보니 대답할 것 같지 않았다.

​​

"야, 뭐 하는데. 빨리 오라고."


묘하게 적대적이던 윤지혜는 갑자기 적극적으로 돌변하고.


늘 집적거리던 이윤성은 거부감을 보이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 지 곤란했다.


이윤성한테는 그냥 따로 움직이자고 할까.


"저기···."


내가 입을 열자, 일순 그림자가 드리웠던 이윤성의 얼굴이 원래의 말끔한 얼굴로 돌아왔다.


"미안. 형 찾으러 가자."

"어?"

"생각할 게 좀 있었어."


이윤성은 윤지혜 옆으로 달려가더니 내게 빨리 오라고 손짓했다.


두 사람 다 갑자기 변해서 혼란스러운데···.


[또 안 해!]


[넌 게을러!]


부기 놈까지 옆에서 시비를 걸었다.


나는 부기의 머리통을 한 번 꽉 눌러주고 이윤성과 윤지혜의 뒤를 따랐다.


카페 안에서 얼마나 잔혹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른 채 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벌레 잡았더니 돈을 줍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1부 완결 공지 24.09.11 13 0 -
30 30 24.09.14 17 1 10쪽
29 29 24.09.13 16 1 7쪽
28 28 24.09.12 15 1 12쪽
27 27 24.09.11 13 1 10쪽
26 26 24.09.10 21 1 9쪽
25 25 24.09.09 27 1 11쪽
24 24 24.09.08 26 1 12쪽
23 23 24.09.07 26 1 10쪽
22 22 24.09.07 32 2 12쪽
21 ​실종. 그리고 동료 24.09.06 35 3 11쪽
20 20 24.09.05 34 3 10쪽
» 19 24.09.04 42 3 12쪽
18 18 24.09.04 38 3 13쪽
17 17 24.09.03 43 3 10쪽
16 16 24.09.03 44 3 10쪽
15 15 24.09.02 47 3 9쪽
14 14 24.09.02 44 3 12쪽
13 13 24.09.02 44 3 10쪽
12 12 24.09.01 48 3 10쪽
11 11 24.08.31 63 3 11쪽
10 10 24.08.30 65 4 13쪽
9 9 24.08.30 66 4 11쪽
8 8 24.08.29 69 4 12쪽
7 7 24.08.28 82 4 13쪽
6 6 24.08.27 92 4 10쪽
5 5 24.08.26 102 5 12쪽
4 4 +1 24.08.25 118 6 10쪽
3 3 24.08.24 129 6 13쪽
2 2 24.08.24 156 6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