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 북한 외화벌이
우리 한민족의 조상은 과연 아프리카 초원에 살던 흑인 일까요?
107. 북한 외화벌이
여의도 미래비전 연구소.
탄핵정국의 어수선함 속에서 정경재 소장 주재로 회의가 열리고 있다.
“살맛 안 나는데, 뭐 좀 재미있는 거 없나?”
의욕을 잃은 정 소장이 좌중을 둘러보며 나른한 표정을 지었다.
“예, 뭐 재미있는 게 있겠습니까? 그래도 만만한 북한 얘기가 조금 나을까요?”
정 소장 눈치를 살피던 정책실장 우두석이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북한? 그것들 또 무슨 핵실험 한대냐?”
정 소장이 눈살부터 찡그렸다. 북한 나와서 좋은 게 뭐가 있겠어?
“그게 아니고 말입니다, 폴란드에 파견된 북한 여성 노동자들이 토마토농장에 감금되다시피 하면서 외화벌이를 하고 있답니다.”
우두석이 그것도 여자 나오는 얘기라고 제 딴에 분위기 살린다며 끄집어 내었다.
“엉? 토마토농장에 감금이 돼? 왜?”
“예, 바르샤바 남서쪽 270Km나 떨어진 곳에 14만평쯤 되는 축구장 60개 면적의 큰 비닐하우스농장이 있는데, 담장 높이가 3미터나 되고 거기서 근무하는 북한 여성노동자들은 외출을 제외하고는 그 안에서 숙식하며 하루에 12시간까지, 일주일에 70시간 넘게 일한답니다.”
“그래? 그건 뭐, 북한에서 여자 죄수들을 보낸 거냐?”
“아닙니다. 외화벌이로 보낸 노동자이고 전부 20대 초반이랍니다. 음, 흠.”
“죄인도 아닌데 그렇게나 중노동을 시켜? 폴란드는 동유럽이잖아? 그 먼데까지 젊은 여자애들을 보내서 얼마나 벌겠다고 그런대?”
“예, 폴란드 노동자들은 보수가 더 많은 유럽국가로 나가고 일손이 딸려서 북한 노동자들이 자원해서 들어가는 모양입니다. 임금도 현지인보다 엄청 적게 받으니까 폴란드에서 받아들이는 거지요.”
“그래? 몇 명이나 가서 얼마나 받는대?”
“예, 그 농장에는 북한여성만 100명쯤 있는데 뼈빠지게 일해도 한 사람이 한 달에 우리 돈 9만원 정도 손에 쥔다니까, 100달러도 안 되는 거지요.”
“뭐? 9만원? 야, 그거 받으려고 젊은 여자애들이 이역만리에 나가서 그 고생을 하고 있단 말이가? 그것 참 되게 불쌍하네. 쯧쯧!”
정 소장이 어이가 없어 안타까운지 혀를 찼다.
“그래도 북한 내 공장에 나가봤자 한 달에 4~5천원 받고, 그것도 일자리가 모자라니까 부모나 형제들 먹여 살리려고 하는 수 없어 외국으로 나가는 거 아니겠습니까?”
대답하는 우두석도 북한 위정자들이 한심하고 주민들이 가여워 미간을 찌푸렸다.
“거, 왜 남자들은 안 내보내고 여자애들만 내보내는 것이야?”
“아닙니다, 남자 노동자들도 나가있습니다. 폴란드에 있는 북한 노동자들이 전부 550명쯤 되는데, 남자들은 건설현장이나 조선소 같은 데서 중노동을 하고 있답니다.”
“550명? 인원은 생각보다 적네. 그래가지고 외화를 얼마나 벌어들인 대냐?”
“예, 생각보다 많이 벌었습니다. 2008년부터 2015년까지 폴란드가 북한 노동자에게 내준 노동허가(증)가 모두 2천700건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들 북한노동자 임금이 북한에 안겨준 연간 외화규모가 작년 기준 유럽연합(EU)과 북한 간 교역 금액 3천만 유로, 약 386억원의 절반을 넘었다고 합니다.”
“절반이면, 연간 190억원이나 되네! 아, 그렇게나 많아? 폴란드가 북한을 먹여 살리는구먼. 허허.”
예상 외로 많은 금액에 정 소장이 오히려 얼굴을 펴고 활짝 웃었다. 북한당국이 돈을 많이 벌어서가 아니고 북한 주민들이 그나마 고생한 보람이 있었구나 싶어서일 게다.
“겨우 그것 가지고 뭘 그러십니까? 북한이 유럽에서 일하는 노동자 한 명에게서 얻는 연간 수입이 3만5천달러, 약 4천만원에 이른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하하.”
정 소장이 놀라워하니까 우두석이 신바람이 났다. 우중충하던 회의분위기가 어쨌거나 웃음소리 나도록 바뀌었으니 우둔한 우두석이 제법 화제를 잘 고른 결과이긴 하다.
“야, 한 달에 겨우 9만원 손에 쥔다면서 어떻게 1년에 4천만원을 벌어?”
“아, 하하. 그건 받은 돈을 북한 당국에 충성자금으로 거의 다 떼이고 노동자 손에 쥐어지는 돈이고요, 실제로 받는 임금은 100달러가 넘는답니다. 중동의 석유부국 카타르 같은 데는 노동자도 200달러 넘게 받는데, 특히 세밀화 같은 그림은 가로 8미터 세로 3미터 화폭 하나에 2천만원이나 받는답니다.”
“그래? 꼭 노동만 하는 건 아니니까, 그렇기도 하겠다. 어쨌거나 한 사람당 연간 4천만원이나 벌어 들인다니, 야~ 이거 우리 직원들 연봉보다 많은 것 같네. 킁, 킁.”
직원들 봉급을 짜게 주고 있는 정 소장이 사뭇 민망해서 웃지도 못하고 얼버무렸다.
그 자료에 제시된 돈은 전부 북한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고 70% 이상을 북한 39호실이 착취해서 핵개발과 김정은의 정권유지 자금으로 사용된 돈이다.
“그러게요, 소장님! 우리 직원들 봉급이 너무 적습니다. 엊그제 발표를 보니까 연봉이 1억 넘는 사람이 60만명이나 된다고 하던데요. 월급쟁이 30명당 한 명꼴이라고 합니다. 음, 흠.”
우두석이 내친김에 넌지시 자기들 적은 연봉의 인상을 에둘러 말했다.
“우 실장님! 그건 대기업 임원들과 고급 공무원들을 포함해서 그런 거구요, 일반 직장인들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일반 월급생활자의 평균 연봉은 2011년에 2790만원이었고 작년 2015년에는 3250만원으로 4년동안 겨우 16% 증가하는데 그쳤습니다.”
마주 앉은 경제실 박제민 실장이 정 소장이 너무 무안해 할까 봐 거들고 나섰다.
“그렇지? 거봐, 우리 봉급이 그렇게 터무니없이 적은 건 아니야. 일반 기업체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은 잔업도 하고 휴일에 특근도 하는데, 우리는 퇴근시간 되면 칼 같이 땡땡 이잖아? 자네부터 맨 먼저 나가잖아! 허허.”
박제민의 지원을 받은 정 소장이 겨우 체면을 차리고 웃으며 넘어갔다.
“예, 뭐 그렇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우리가 명색이 세계경제 12위권 이내에 드는 나라인데 북한 외화벌이 노동자 수준이라니까 쪽팔려서 그러지요. 음, 흠.”
우두석이 못마땅한 얼굴로 박제민을 흘겨보며 말꼬리를 내렸다.
“폴란드는 유럽에 속하는 나라라서 그래도 좀 나은 편입니다. 러시아에 나가있는 북한 노동자들은 임금도 적고 근무조건도 열악하다고 합니다.”
박제민이 나선 김에 자기가 알고 있는 실상을 좀더 설명하려고 한다.
“러시아에도 많이 나가 있는가?”
“예, 그럼요! 러시아 시베리아에 침엽수림이 많지 않습니까? 그래서 벌목공들이 많이 나가있는 줄로 압니다. 벌목공이야 톱으로 나무 베어서 차에 실으면 되니까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일할 수 있지요. 하하.”
우두석이 러시아에 대해서도 아는 체하고 나섰다.
“그래? 러시아에는 몇 명이나 나가 있는고? 보수도 적다면서!”
정 소장이 우두석과 박제민을 번갈아 보면서 물었다.
“제가 알기로 벌목공은 한 2천명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음, 흠.”
잘 알지도 못하고 나섰던 우두석이 어물어물 대답했다.
“벌목공은 그 정도지만 러시아에는 5만명 가까이 나가있습니다. 작년 2015년 1월부터 3월사이에 러시아에서 고용허가를 받은 북한노동자는 4만7천명을 넘고 주로 미장공, 석공, 콘크리트공 같은 건설업에 관련된 직종이라고 합니다.”
“건설업종에 5만명이나 나가있어? 러시아에 무슨 아파트 붐이라도 일었나?”
정 소장이 많은 숫자에 놀라서 눈이 휘둥그래졌다.
“월드컵경기가 2018년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지 않습니까? 메인스타디움과 대규모 경기장을 짓느라고 지금 한창 바쁘답니다.”
“아, 월드컵이 러시아에서 열리는구나. 그러면 그 사람들은 벌목공보다 대우가 나을 것 같은데 왜 근무조건이 열악하다는 건가?”
정 소장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하루에 12시간 넘게 일해봤자 노동자는 북한당국에 다 떼이고 한 달에 겨우 50달러, 우리 돈 6만 원 가량 손에 쥘 수 있답니다. 러시아도 푸틴이 잔머리 굴려서 괜히 큰소리 치고 있지만 경제적으로는 쪼들리고 있잖습니까? 노동자 숙소도 한 평 남짓한 컨테이너에 2층침대를 만들어 5명이 함께 잔답니다. 열악한 작업환경에 사고가 잦아서 지난달에는 월드컵경기장에서 일하던 북한 노동자 한 명이 숨졌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새해 첫날 한 명이 분신자살을 했답니다. 항의 한번 제대로 못하고 오죽하면 그랬겠습니까?”
박제민이 안쓰러운 표정을 지으며 러시아 북한노동자의 참혹한 실상을 전했다.
“어휴, 저런! 두 명이나 죽었어? 쯧쯧!”
“두 명이 아니고, 금년에 러시아 파견 북한노동자가 10명이나 목숨을 잃었답니다.”
“엥? 벌써 10명이나 죽었어? 거참 안됐구먼! 허~ 참!”
잠시 회의장 분위기가 숙연해지고 모두들 북한의 한심스러운 실상에 분노를 느꼈다.
“그러면 러시아 월드컵 경기장은 북한 노동자들이 다 짓는 건가?”
정 소장이 애써 말할 거리를 찾다가 침묵을 깨고 엉뚱한 질문을 했다.
“아닙니다. 북한 노동자 숫자는 세 번째로 많고 터키가 두 번째고 중국이 제일 많다고 합니다.”
“응? 중국도 노동자가 러시아에 나가있어? 북한노동자들이 중국으로 나가는 게 아니고?”
정 소장이 박제민이 뭔가 착각하지 않았나 싶어 되물어봤다.
“예, 그렇습니다. 중국 노동자들이 러시아에 제일 많답니다. 워낙 인구가 많으니까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퍼져나가 있겠지요. 물론 북한노동자는 중국에 제일 많이 나가있고요. 하하.”
박제민이 실수 아닙니다 하고 웃었다.
“그래요? 그럼 중국에는 북한노동자가 몇 명이나 나가있대요?”
우두석이 불쑥 나섰다. 자기가 먼저 폴란드 북한 여성노동자 얘기로 스타트를 멋지게 끊었는데 러시아 파견인원 숫자를 모르는 바람에 박제민에게 연설 마이크를 넘겨 못마땅하던 차에 설마 중국 파견인원은 모르겠지 싶어 넌지시 물어봤다.
“아, 예. 그것이······”
박제민이 잠시 머뭇거렸다. 아무리 미국에서 유학한 박사 머리지만 그 많은 숫자들을 어떻게 다 외우고 있겠는가?
“아, 이해해요 박 실장! 중국에 관한 자료는 워낙 부족해서 자세히 나와있는 게 드물지요? 하하.”
우두석이 쌤통이다 싶은지 되게 좋아했다.
“아닙니다. 워낙 복잡해서 기억을 못하겠네요. 여기 복사해둔 게 있습니다. 워낙 중요한 자료라서. 하하.”
박제민이 우두석이 썼던 `워낙`을 두 번이나 써먹으며 놀렸다.
“응? 중국에 나가있는 북한노동자 숫자가 자세히 나와있어?”
정 소장도 그런 자료는 입수가 어렵지 않겠나 하고 우두석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가 깜짝 놀랐다.
“예, 소장님. 지난 9월에 국회인권포럼에서 통일연구원 북한인권연구센터 부센터장이 밝힌 내용입니다. 음, 지난 2~3년 동안 경제제재로 수출을 많이 하지 못한 북한이 외화를 벌기 위해 유럽을 포함해서 중국, 중동, 아프리카 등 전 세계로 북한 노동자들을 내보내고 있는데 러시아에 3만명, 중국에 7만~8만명, 쿠웨이트에 4천~5천명, 아랍에미리트에 2천명 등 전 세계 40여개국에 11만명에서 12만3천명이 파견돼 있다고 합니다. 그 동안 5만~6만 명으로 추정했던 기존 분석과 비교해볼 때 두 배정도 많은 규모라고 합니다. 중국은 조만간 1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답니다.”
박제민이 자료를 보고 또박또박 읽었다. 국회인권포럼에서 밝힌 자료라면 그 신뢰성은 인정된다.
“아휴, 그렇게나 많대요? 하하, 북한 김정은이가 똥줄이 타나 봅니다! 그죠? 소장님!”
무안해진 우두석이 정 소장의 동의를 구하며 능구렁이처럼 얼렁뚱땅 담을 넘어갔다.
“그러네! 중국에 8만명이나 나가있고 전 세계에 12만명이나 된다니, 도대체 얼마나 벌어들인다는 얘기야?”
정 소장도 예상외의 많은 숫자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예, 작년 유엔 북한인권보고서에 따르면 5만여명의 북한 해외근로자가 연간 23억달러의 외화를 조성했다고 추산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5만명이 23억달러를 벌었어? 얼마나 되냐? 한화로!”
“예, 한화로 약 2조6천억원쯤 됩니다.”
“2조 6천억원? 핵실험 한번에 5천억 든다고 보면, 다섯 번은 할 수 있는 돈이네!”
“그 보다 북한의 국방비가 대략 35억달러 정도인 점을 고려해보면 국방비의 65%를 해외노동자들이 벌어들이는 셈입니다.”
박제민이 북한의 국방비가 우리의 300억달러 규모에 비해서 턱없이 적지만, 그 돈의 65%를 겨우 5만여명의 해외노동자가 벌어들이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러네! 그건 작년 5만명 얘기니까, 금년에 10만명 쯤 나가있으면 걔네들이 북한 국방비를 다 벌어오는 거잖아?!”
정 소장이 놀라서 입을 딱 벌렸고 우두석이와 배석한 팀장들도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북한은 젊은 여성과 건설노동자들이 해외의 열악한 조건 속에서 돈을 벌어 국방비를 충당한다는데, 우리의 국방비는 과연 누가 어떻게 벌어들이고 있는 것인가?
이 소설은 판타지가 아닙니다. 머지않은 장래에 닥쳐 올 사실을 미리 알려드리는 겁니다. 여러분의 가까운 미래를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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