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사드, X-밴드 레이더
우리 한민족의 조상은 과연 아프리카 초원에 살던 흑인 일까요?
113. 사드, X-밴드 레이더
“뭐요? 중국 공군기의 대한해협 침공이 미국 탓이란 말이요?”
박제민의 의외의 답변에 곽지수 예비역준장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신창원회장을 비롯한 나머지 사람들 모두 놀란 눈으로 박제민을 응시했다.
중국 랴오님함 전단은 작년 12월16일 발해만 보하이(상해)해역에서 첫 실탄 사격훈련을 시작으로 23일에는 황해(서해)에서 함재기 이착륙훈련을 했다. 이어 24일에는 동중국해로 이동해 군함간 합동작전을 펼쳤고, 계속 남진하여 남중국해로 들어갔다.
새해 벽두인 1월9일에는 중국공군의 홍(H)-6 전략폭격기 6대와 윈(Y)-8 조기경보기 1대, 윈-9 정찰기 1대 등 10여대 군용기가 이어도 인근 우리 방공식별구역(KADIZ)을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수 차례 침범했다. 그 중 8대는 대한해협 쪽으로 진출했으나 우리 방공식별구역은 비껴서 대마도 서쪽 일본 방공식별구역(JADIZ)을 지나서 동해까지 나갔다가 되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우리 공군은 대구 기지의 F-15K와 충주 기지의 KF-16 등 10여대의 전투기를 긴급 발진시켰다.
일본에서도 F-15J 전투기 12대, F-2 지원 전투기 12대 등 26대의 전투기를 긴급 발진해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러한 중국의 침범과 무력시위가 미국이 먼저 중국에 무력시위를 하고 침범해서 발생한 결과이기 때문에 미국이 원인제공자라고 박제민이 주장하는 것이다.
“그렇습니다. 미국이 작년 12월에 남중국해 상공에 B-1B 전략폭격기 2대와 F-15C 전투기 4대를 동원했고 7대의 공중급유기가 발진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훈련 지원을 위해 미해군 7함대 소속 이지스 구축함 `머스틴`호도 동원됐습니다.”
박제민이 아예 준비를 하고 왔는지 공군기의 숫자까지 기억해서 답변했다.
“그, 그건 중국이 12월 16일에 랴오닝함 전단을 서해로 출항시켜서 함포사격훈련을 벌이니까 경고차원에서 출격했던 거 아니오?”
듣고 있던 현역 공수부대 부여단장인 황일관 대령이 눈살을 찌푸리며 대꾸했다.
어디서 책이나 들여다보던 샌님 같은 젊은 녀석이 군대에 대해 뭘 안다고 감히 나서서 주제넘게 시부렁거리냐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황 대령님! 미국이 공군기를 파견해서 훈련을 시작한 것이 12월3일입니다. 그래서 참지 못한 중국이 대응차원에서 16일부터 랴오닝함 전단 훈련을 시작했던 겁니다. 미국은 18일에야 훈련을 마쳤고요.”
박제민이 테 없는 직사각형 안경을 쓸어 올리며 찢어진 눈꼬리를 내리고 정중하게 대답했다.
“아, 그랬던가? 그렇다면 그때 중국이 항모전단 동원하고 함재기를 띄워서 경고했으면 됐지, 금년에 우리 대한해협까지 전략폭격기를 보낸 것은 너무 심하지 않았어요?”
그런 세세한 일정까지 알고 있지 못했던 곽지수 준장이 황 대령이 무안해 하기 전에 대신 질문을 던졌다.
“예, 이번에 중국 공군기가 출동한 데는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장군님!”
“다른 이유? 그 사이에 미국에서 무슨 다른 훈련을 한 것 같지는 않은데?”
“예, 한반도 주변에서 특별한 훈련은 없었지만, 미국이 1월5일에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기지에서 `칼 빈슨` 항모전단을 출항시켰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면 미 3함대 소속 아닌가? 일본 요코스카항에 정박한 미 7함대 소속 항모전단이 움직인 것도 아닌데, 그것 때문에 중국이 폭격기를 띄웠다는 말이요?”
황일관 대령이 반격에 나섰다.
“`칼 빈슨`함(10만톤급)은 랴오닝함(6만7000톤급)보다 훨씬 크고 함재기(80여대)도 랴오님함(40여대)보다 많습니다. 이지스함 등 약 10척의 호위, 지원함을 거느리고 서태평향을 향해 출항한 것입니다. 미국이 7함대의 `로널드 레이건`함에 추가해서 `칼 빈슨` 항모전단을 배치하면, 2개 항모전단이 서태평양에 주둔하게 되는데, 중국이 가만히 있을 수 없었지 않았겠습니까?”
박제민이 일반인이 잘 모르는 사실을 족집게처럼 집어내어 이번 중국 공군기의 대한해협 침범시위에 대한 타당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런 사실을 잘 몰랐던 곽 준장과 황 대령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그랬구나 하는 표정만 짓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래도 그렇게 큰 항모전단인데 미국 서해안에서 출발해서 일본까지 오려면 시간이 꽤 걸리지 않아요? 중국이 너무 빨리 반응을 보인 거 아닙니까? 하하.”
`창원해운`을 자회사로 갖고 있는 신창원회장이 서먹한 분위기를 깨려고 농담을 걸었다.
“예, 아마 한 보름 정도 걸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월20일경이면 일본에 도착하겠네요.”
박제민이 `칼 빈슨` 항모전단의 운항시간까지 파악하고 있다.
모두들 역시 그린루프에 제시할 정책을 입안하는 `미래비전 연구소` 경제실장이라서 군사적인 문제에도 국제적인 감각이 있구나 하고 생각하는 표정들이다.
(사실은 극비사항인데, 요코스카항에 정박하고 있는 `로널드 레이건`함이 갑자기 수리에 들어가게 되어서 미국이 `칼 빈슨`함을 대타로 긴급히 일본으로 출항시켰던 것이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전투기 정도만 보내면 되지 미국 B-52에 맞먹는,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훙(H)-6 전략폭격기를 한 대도 아니고 여섯 대나 보낸 건 좀 심하다고 생각지 않아요?
아직 찝찝한 기분이 풀리지 않은 황 대령이 중국 공군기에 대해서도 알고 있는지 시험 삼아 질문을 했다.
“예, 대수는 좀 너무 많이 보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전투기 대신 폭격기를 보낸 데는 또 다른 의도가 있을 겁니다.”
“다른 의도라니? 미국의 선제 훈련에 대한 보복경고 외에 다른 뜻이 있단 말이오?”
“예,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제 사드(THAAD) 배치에 대해 한국과 일본에 경고하는 겁니다. 이번 중국 폭격기 편대의 이동 항선을 살펴보면, 우리 사드 배치 예정지인 경북 성주군까지 최단거리는 160Km에 불과하고 동해에 면해있는 일본 사드 레이더기지와도 200Km 정도 밖에 안됩니다.”
박제민이 안경 속 찢어진 눈을 반짝이며 차분하게 설명했다.
“일본 괌 기지에는 미군 사드 부대가 배치되어있지만, 일본 본토에는 없지 않아요?”
황 대령이 혹시 일본에 자기도 모르는 다른 사드 부대가 배치되었나 싶어 약간 얼굴이 붉어졌다.
“예, 맞습니다. 현재는 괌 기지에만 배치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교토 교가미사키와 오모리현 쓰가루에 사드의 레이더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요격미사일은 운용하지 않았는데, 일본자위대가 사드 미사일 배치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 방위상이 이달 중순경에 괌 기지를 방문해서 미군 사드 포대를 둘러볼 계획이 작년 12월부터 알려져 있었습니다.”
“아, 그렇군요. 일본은 국민들이 사드 배치를 반대하지 않는가 보네요? 죄송합니다만, 혹시 사드의 레이더 성능에 대해서 조금 설명해주실수 있겠습니까?”
이정훈이 나서서 황 대령의 무안함도 커버할 겸, 박제민의 군용장비에 대한 지식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 확인도 해보려고 일부러 질문을 던졌다.
“예, 사드 포대를 구성하는 장비 중에 핵심은 눈에 해당하는 AN/TPY-2 레이더입니다. 이 레이더는 위상배열레이더로 2만5000여개의 송수신기를 이어 만든 형태를 띱니다. 사드는 적의 탄도미사일을 최대 150Km의 높은 고도에서 요격하는 미사일체계인 줄은 알고 계시지요? 마하8 이상의 속도로 날아오는 엄청난 운동에너지의 탄도미사일을 높은 공중에서 완전히 파괴해서 지표면에 떨어지는 파편이나 핵, 화학물질에 대한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아, 핵탄두를 달고 오는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도 고공에서 격추하니까 지상의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얘기지요?”
박제민을 소개했던 전창배부장이 장단을 맞춰준다.
“그렇습니다. 종말탐지방식의 AN/TPY-2 레이더는 대기권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 낙하하는 미사일을 약 600Km 고도에서 정확하게 탐지합니다. 경북 성주 주한 미군에 배치될 사드의 유효탐지거리가 600Km~800Km이고 최대탐지거리는 1000Km미만으로 보면 되겠습니다. 그래도 가능하다면 미사일이 대기권 밖으로 나가기 전에 미리 탐지해서 대비하면 좋겠지요? 탄도미사일이 발사되기 전에 탐지하기 위한 전진배치방식 AN/TYP-2 레이더는 높은 산이 가리지 않는 지역에서는 최대 탐지거리가 1800~2000Km에 달합니다.”
아는 것도 많고 머리도 좋은 박제민 전자공학박사, MBA 취득자인 `미비연` 경제실장이 막힘 없이 술술 설명했다.
조금 아니꼽게 보던 황 대령도 뭔 소린지 다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속으로는 제법이구나 여기는 눈치다.
“이번에 뉴스를 보니까, 미국이 미사일 발사 감시목적으로 해상용 레이더를 일본 쪽으로 보낸다고 하던데, 그건 사드 레이더하고 다른 겁니까?”
이정훈이 다 알면서 다른 참석자들에게 알려줄 겸 계속 질문을 했다. 박제민이 오늘 [구국대열]입단 면접시험을 제대로 치른다.
“아, SBX 말씀이군요? 예, 그것도 목적은 사드 레이더와 같은데, 성능에서는 엄청난 차이가 납니다. 음.. SBX 레이더는 2000여Km 떨어져있는 지점의 야구공 크기를 식별할 정도로 성능이 뛰어납니다. 최대 탐지거리가 4800Km나 된다고 하니까, 탐지거리로는 성주에 배치될 사드의 4배정도에 이르는 최첨단 레이더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SBX는 해상기반 X-밴드 레이더 (Sea Based X-Band Radar)로 축구장 크기의 시추선 갑판 위에 거대한 흰색 레이더 돔을 탑재해 대기권 밖에서 날아오는 탄도미사일 정보를 탐지하고 요격체계에 통보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SBX는 파장이 2.5cm 정도로 짧은 X-밴드 주파수인 12기가헤르츠(GHz)를 사용하며 강력한 발전 장치로 송신출력이 높은 펄스(구형파)를 멀리까지 쏘아 보낼 수 있다. 레이더의 전파 파장이 짧을수록 물체를 정밀하게 식별할 수 있어 X-밴드 레이더는 해상도가 높다.
SBX는 길이 116m, 높이 85m에 무게도 약 5만톤에 달해서 제작비만 한 척당 10억달러(1조2천억원)에 매년 운용비로 1억5000만달러가 들어간다고 한다.
“아하, 그 정도 탐지거리면 만약 일본 어딘가에 끌고 와서 정박시키고 운용하면 중국본토 깊숙한 곳까지 다 탐지되는 거 아닌가요?”
전창배부장이 제가 박제민실장을 발탁해서 입단시키길 잘했지요 하는 듯 계속 추임새를 넣는다.
“그렇습니다. 만약에 일본 오키나와 기지에 정박하면 최대탐지거리가 4800Km니까, 중국본토 안에 있는 어느 미사일 발사기지라도 다 탐지거리 안에 들어오게 될 겁니다. 이 SBX는 작년 10월에서 11월 사이에 우리 동해안에 들어가 한 달간 임무를 수행하고 돌아간 적도 있습니다. 북한 코밑에서 겁을 좀 준거겠지요.”
“아, 그래서 그 SBX 때문에 중국이 아예 홍(H)-6 전략폭격기를 보내서 일본한테 미리 겁을 준거구먼! 하하.”
신창원회장도 덩달아 이종사촌동생의 추임새에 한 장단 보탰다.
“예, 아마 그런 의도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지난 9일에 하와이 모항을 출항한 SBX가 일본으로 안 오고 알래스카 쪽으로 갈 것 같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응원부대의 지원을 받은 박제민이 면접시험을 무난히 치르는 것 같다.
“저기, 그렇다면 우리 성주에 배치될 사드의 레이더는 탐지거리가 최대 1000Km밖에 안되고, 그 SBX 레이더는 4800Km나 된다는데, 중국은 왜 우리 사드 배치만 문제 삼는 건가?”
잠자코 듣고만 있던 곽지수준장이 한마디하고 나섰다.
“그러게 말입니다. 일본은 가만히 놔두고 괜히 우리 한류 스타들의 중국방송 출연도 못하게 하고 유커들의 한국 행 전세비행기도 허락을 안 하면서 `한한령(限韓令)`을 내리는지 모르겠네요. 어,흠.”
공수부대 여단장님 말씀에 부여단장 황일관대령이 장단을 맞춰준다. 한 많은 미아리고개나 한 곡조 뽑으면 어울리겠다.
“뭐, 중국도 일본을 한국보다 더 세게 몰아 부치고 싶기는 하겠지요. 그런데 작년 5월에 오바마 대통령이 히로시마에도 다녀간데다가 이번에 푸틴하고 사이가 좋아 보이는 트럼프가 곧 취임을 하게 되니까, 미국과 동맹국인 일본을 아직은 관망만 하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하하.”
높으신 분들의 불만스런 말씀인지라 신창원회장이 대신 나서서 어물쩍 넘어간다.
“그런 거 보면 중국이 영 대국답지가 않아! 커, 흠.”
곽 준장이 내가 젊은이들 앞에서 채신머리없이 괜한 소리를 했구나 싶은지 헛기침을 했다.
“거, 우리 야당 의원들은 줏대도 없이 왜 중국에 가서 사드 배치 반대를 논의하는지 모르겠어요. 불 난 집에 부채질하는 것도 아니고. 어, 흠. 우리 정부의 방침은 분명한 거 아닙니까? 혹시 `미비연`에서는 무슨 대안이라도 마련하고 있어요?”
황 대령이 불편한 심기를 괜히 여의도 `미래비전 연구소` 박제민 경제실장에게 화살을 돌려 터뜨렸다.
어쩌면 벌써 동질감을 느끼면서 함께 이 난제를 해소해보자는 의도인지도 모르겠다.
“예, 제 나름대로 생각하고 있는, 중국에 강력히 항의할 수 있는 방안이 하나 있기는 합니다.”
박제민이 말을 할까 말까 잠시 망설이다가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어, 그래요? 그게 뭡니까?”
말하는 황 대령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설마 하며, 귀를 쫑긋 세우고 박제민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중국에도 미사일 탐지레이더가 있습니다. 헤이룽장성과 푸젠성 등지에 탐지거리가 5500Km나 되는 전략경보레이더를 설치해서 한반도와 일본은 물론이고 태평양의 괌까지 샅샅이 들여다보고 있는 겁니다. 미국 최대의 X-밴드 레이더의 4800Km보다 훨씬 먼 거리를 탐지하면서, 기껏해야 1000Km밖에 안 되는 우리 사드 레이더가 자기네들 중국 내륙 깊숙한 곳까지 들여다봐서 군사적 움직임이 노출될 수 있다고 비난하는 것은 상식에도 어긋나지 않습니까?”
이 소설은 판타지가 아닙니다. 머지않은 장래에 닥쳐 올 사실을 미리 알려드리는 겁니다. 여러분의 가까운 미래를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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