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전기자동차용 리튬배터리 1천만 개
우리 한민족의 조상은 과연 아프리카 초원에 살던 흑인 일까요?
60. 전기자동차용 리튬배터리 1천만 개
“본부장님, 점심을 순대국밥으로 드셔도 괜찮으시겠습니까?”
㈜뉴젠에서 업무협의를 마치고 나온 대도정밀 전략실의 구본무 본부장과 전창배부장은 공단근처의 상업지구에서 점심을 순대국밥으로 먹기로 했다.
“그럼, 나 아무거나 잘 먹소. 이 집 순대국밥에 돼지머리는 많이 들어가나?”
40대초반 구 본부장이 물수건으로 손을 닦으며 나, 금수저출신 아니오, 하는 표정을 짓는다.
“순대국밥에는 소머리 아니고 돼지머리가 들어가는 겁니까?”
외모로 봐서는 금수저출신처럼 보이는 전 부장이 홀 안을 두리번거리며 뜬금없는 질문을 한다.
“순대를 돼지창자로 만드니까, 돼지머리 수육을 넣겠지 뭐. 설마 소머리수육을 넣었겠소? 허허.”
구 본부장이 어이없어하며 전 부장은 미국 유학파출신이라 그러려니 생각한다.
“아, 그렇습니까? 저는 소머리수육하고 돼지머리수육은 국밥으로 먹으면 구분이 잘 안 되던데요? 하하.”
전 부장이 뒷머리를 만지며 무안해 한다.
다른 사람들도 대부분 그러니까 별로 흠이 될 만한 일은 아니다. 그래도 씹는 맛이 다르지 않나?
점심시간이라 손님은 제법 있는데, 준비가 잘 되었는지 순대국밥이 금세 나왔다.
“소금 대신에 이 새우젓을 반 숟갈 정도 넣으면 훨씬 나을 거요.”
구 본부장이 30대후반인 전 부장의 사회선배로서 친절하게 일러준다.
“아, 예. 알겠습니다. 이 들깨가 저는 참 좋던데요.”
전 부장이 들깨가루를 한 숟갈이나 퍼서 넣는다.
“그러면, 이 사골국물도 돼지 뼈를 고아서 만들었겠죠?”
전 부장이 숟가락으로 뽀얀 국물에 뜬 들깨가루를 휘저으며 묻는다.
“그렇겠지? 국물이 아주 맛있네! 나는 뼈다귀해장국이 아주 맛있던데. 허허.”
구 본부장이 국물을 떠서 후후 불고 입술을 오므려 조금씩 흡입해서 맛을 본다. 국그릇을 숟가락으로 휘젓더니 작은 돼지머리 수육 한 조각을 건져서 한 입 넣고 오물오물 씹는 맛을 즐긴다.
`돼지 뼈 좋아하시네! 사골이 소 다리 네 개를 뜻하는 줄도 모르면서, 잘난 체 하기는!`
전 부장이 순대국밥을 맛있게 먹는 구 본부장을 몰래 흘끔거리며 속으로 비웃는다.
작년 말에 발족된 전략실은 대도정밀의 공식적인 회사조직도상에는 없는 부서이다.
대도정밀 신창원사장과 이종사촌간인 전 부장은 미국에서 MBA(경영학석사)과정을 마치고 미국 내 벤처기업에서 근무하다가, 금년 초에 신창원의 부름을 받고 귀국했다.
신창원의 부친은 창원기계공단 초기인 40여년전에 금속 가공공장인 대도정밀을 설립하여 입주하였다. 군용화포에 사용되는 정밀부품을 가공하면서 방위산업체로 급성장했고, 선박 조선업과 토목 건설업에 진출하여 여러 계열사를 거느린 준 재벌기업으로 확장시켰다.
금수저출신으로 성장했던 신창원은 7년전에 부친이 작고하면서 모든 계열사의 대주주가 되었다.
부친이 암암리에 관리하던 폭력조직 `창원파`도 물려받은 신창원은, 모기업인 방위산업체 대도정밀만 직접관리하고 나머지 계열사 운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긴 채, `창원건설`을 설립하여 건설업계로 진출하였다.
부친의 유전자까지 제대로 물려받았는지 사업수완이 좋은 신창원은 평택에서 L그룹 계열사 G건설로부터 턴키 방식으로 수주 받은 아파트단지공사를 제대로 마무리하고 지금은 분양 중에 있다.
금년에 40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신창원은 국내 제1의 재벌이 되리라는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 자기주변의 인맥을 총동원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종사촌인 38살 전창배를 불러들여서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고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업무를 맡기고 있다.
한 달 전에 전략실본부장에 부임한 43살의 구본무는 L그룹패미리의 먼 친척 뻘 되고, 얼마 전까지 전기자동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제조회사인 L그룹계열사 `G케미컬`에서 영업부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미국 현지법인으로 발령이 나서 가야 하는데, 부인이 관련된 가정사정으로 사직을 하고 쉬고 있던 중에 전창배의 레이더에 포착되어 본부장으로 영입된 것이다.
“중동 건설회사의 드론 수요가 그렇게나 많은 거요?”
조금 전 뉴젠에 드론 소요량을 소형 5천대와 대형 1천대로 모두 6천대나 얘기했는데, 들러리 바지 본부장 생각에 아무래도 너무 많이 잡히지 않았나 싶은가 보다.
“예, 본부장님. 오늘 얘기한 물량은 이란 수요만 집계한 거고 중동의 다른 나라까지 합하면 그 두 배는 될 겁니다.”
전 부장이 예상소요량집계는 제대로 한 거니까 너무 염려 말라고 안심시킨다.
“그래요? G건설에 있는 내 친구한테 물어봤더니 실제 공사는 하도급 준 업체에서 다 알아서 하고 자기들은 공사인부들 걱정은 안 한다고 하던데···”
구본무가 자기의 친정인 L그룹 계열회사에 지인이 있음을 넌지시 과시한다. 그러면서 대기업도 아닌 하청건설회사에서 비싼 가격의 드론을 그렇게 많이 사서 인부대신에 사용하겠느냐고 암시를 준다.
“당연히 그러겠죠. 하청 받은 회사에서나 인부들 인건비 문제를 고민하는 거니까요. 그런데, 이란에 진출한 5대 대기업건설회사에 하청업체가 3개씩만 있어도 모두 15개 하청업체가 있는 셈이지 않습니까? 대기업 외에도 중견기업 규모의 단독 진출 건설회사도 10여개는 되니까, 모두 합하면 25개정도의 건설회사가 저희 드론 판매 대상이 됩니다.”
“음. 뭐, 그렇기는 하네요. 그럼, 25개회사의 드론 수요를 200대씩 잡았다는 얘긴가요?”
“예, 맞습니다. 그 정도 규모의 회사면 사용하는 관리용무전기도 200개가 넘습니다. 작업인부들이 짊어지고 오르내리는 짐을 드론으로 대신 나르면 작업시간이 적어도 절반 정도로 단축되지 않겠습니까?”
“그렇지! 절반이 뭐요, 4분의1도 안 걸릴 것 같은데?”
“그러겠죠? 그래서 그냥 최소한으로 절반만 단축된다고 봐도, 보통인부 2명 쓰던 것을 드론 조종이 가능한 인부 1명으로 대체 가능하다는 얘기가 되거든요.”
“그렇지! 드론 조종사 인건비를 보통인부보다 약간 높게 잡아도 얼추 비슷한 얘기가 되겠네.”
“중동 현장에서 보통인부 일당이 아무리 낮은 사람이라도 100달러는 넘습니다! 한 달이면 3천달러고, 1년이면 3만6천불 아닙니까? 복리후생비까지 따져보면, 연봉이 4만5천불을 훨씬 넘깁니다.”
“그래, 맞아! 한국 인부는 7만불 줘도 귀하다고 하던데?”
“그래서 이란에서 판매할 드론 가격을 뉴젠에서 구입하는 1만5천불의 두 배인 3만불로 정할 생각입니다. 건설회사 입장에서는 최소한 4만5천불이 지급되던 인부를 3만불짜리 드론으로 대체하니까, 줄어든 인부 인건비 4만5천불에서 구입한 드론 값 3만불을 제하면 1만5천불이 세이브되는 셈이지요.”
“음.. 그것뿐만 아니고, 드론을 사용하면 안전사고에 따르는 골치 아픈 문제도 그 만큼 줄어들겠지. 관리도 사람보다 기계가 훨씬 더 수월할 거고. 대당 3만불로 매겨도 건설회사에서 서로 사려고 하겠는데! 허허. 그러면 우리는 더블장사가 되는 거구만! 그러면, 전체 이익금이 얼마나 되는 거요?”
드론 사업에 문외한이던 구본무 전략실본부장이 부하 직원한테 많이 배우고는 금세 감을 잡고 자기 위치로 돌아온다.
“예, 그렇습니다. 소형 드론 20AH가 1만5천불씩 5천대니까 7천5백만불 남고요, 대형 드론 60AH가 10만불씩 1천대니까 1억불 남아서 두 기종 합하면 모두 1억7천5백만불이 남습니다. 한화로 약 2천100억원 정도 됩니다.”
전창배 전략실부장이 안경 속의 예리한 눈알을 반짝이며 만족한 미소를 짓는다.
“오호! 판매이익이 2천100억원이라! 그럼 영업 판매관리비는 얼마나 잡고 있소?”
영업 판매관리비는 구매자에게 제공하는 사례비인, 흔한 말로 `리베이트`나 `로비비용`으로 보면 된다.
“예, 판매이익 2천100억원의 끝자리 100억원 정도를 예정하고 있습니다. 매출액이 4천200억원이니까 영업 판관비는 매출액의 2.4%정도밖에 안됩니다.”
“판관비가 비율로는 엄청 낮게 나오는구먼. 그러니까 100억원을 25개 거래처로 나누면 한 개 건설회사당 4억원씩 돌아가는 셈이란 말이지요?”
“예, 그렇습니다. 그 정도면 판관비로 적은 편은 아니지요, 본부장님?”
이 판관비가 영업 직원에게는 실탄이 되는 것이다.
실탄이 많으면 마구 갈겨서 거래를 성사시키고, 남는 탄환은 자기 몫으로 뒷주머니에 챙겨 넣을 수 있는 것이다.
“중견 건설회사에 현지 임원급은 두세 명 정도일 건데 한 사람당 1~2억이면 부족하지는 않을 것 같네요. 설령 두 배로 써도, 200억밖에 안되니까 판매이익 2천100억에서 빼면 영업이익이 1천9백억원이나 되지 않소?”
구본무 본부장의 입가에 만족한 미소가 드러난다.
`억 소리`는 여기서 나고 있다.
“저.. 본부장님, G케미컬에서는 미국 `테슬러`사에 전기자동차용 배터리를 몇 대 분이나 공급하고 있습니까?”
전창배가 이때다 싶은지 구 본부장을 대도정밀로 영입해온 본래의 목적으로 다가서는 화제를 꺼낸다. `테슬러`사는 전기자동차 제조회사로는 미국에서 제일 큰 회사이다.
“뭐, 말이 좋아서 테슬러에 납품이지 스포츠카 전용으로 일부 들어가고 있으니까 몇 대 안 될 거요. 그것도 미국 현지법인에서 생산하니까 정확한 물량은 나도 잘 모르요.”
구본무가 자기가 영업부장으로 근무했던 G케미컬사의 사정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못해서 조금은 겸연쩍은 표정을 짓는다.
“예, 그렇군요. 제가 듣기로는 작년에 테슬러에서 전기자동차를 5만대나 생산했다던데, 거기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그러면 어디서 공급받는가요?”
“아, 그건 일본 파나소닉사에서 공급받고 있소. 테슬러에서 처음 전기자동차를 개발할 때 파나소닉 배터리를 사용했는데, 배터리타입이 원통형(cylindrical) 이에요. 그래서 지금도 일반 전기자동차는 파나소닉 것만 쓰고 있소.”
“우리 국내의 SDI사가 전기자동차용 배터리를 테슬러에 납품할 거라는 소문이 돌던데요? 그럼, SDI도 원통형타입입니까?”
“아니요. SDI는 네모진 각형(prismatic) 타입이요. G케미컬은 파우치(pouch) 타입인데, 일명 폴리머(polymer) 타입이라고 부르기도 해요. 현재 전기자동차용 배터리는 이렇게 3가지 타입이 생산되고 있소.”
“아, 그렇군요. 그러면 테슬러에서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일본 파나소닉 원통형타입만 사용하게 되는 겁니까?”
전창배가 제일 알고 싶은 것이 바로 이것이다.
L그룹 패미리와 먼 친척이면서 계열사 G케미컬에 근무했던 구본무를 모셔온 이유도 결국은 뉴젠의 배터리를 전기자동차용으로 테슬러에 납품해볼 심산인 것이다.
현재 전기자동차는 전세계적으로 테슬러사가 선두주자로 리드해 나가고 있다.
“꼭 그렇지는 않아요. 테슬러든 어디든 새로운 자동차 모델을 디자인할 때는 그 새 모델에 어떤 배터리를 장착할 것인가를 결정하고 나서 디자인을 하니까, 앞으로는 SDI나 G케미컬도 영업하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테슬러사에 자사 배터리를 공급할 수는 있지요.”
구본무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사인을 보낸다.
“테슬러 같은 회사에는 단순히 로비 같은 영업만 가지고는 안 될 것 같은데, 자동차 설계단계에서 자기회사 배터리가 채택되기 위한 제일 중요한 요건이 무엇일까요?”
“아, 그게 제일 중요한데, 가장 중요한 요건이 배터리의 용량당 가격이에요!”
“그냥 배터리가격이 아니고, 배터리 용량당 가격이라고요? 그게 무슨 뜻입니까?”
이제는 전기자동차 배터리에 관한 한 문외한인 전창배가 전문가인 구본무에게 한 수 배워야 되는 모양이다.
“배터리 용량 1KwH(키로와트시)당 가격이에요. SDI가 170~230불 정도이고 G케미컬이 160~210불 정도로 비슷비슷해요. 파나소닉 원통형타입이 장착하기에는 제일 불편하지만, 가격이 1KwH당 150불 정도로 가장 낮아서 3개사가 치열한 경쟁을 벌리고 있는 겁니다.”
“예, 그렇군요. 배터리 용량을 키우면 1KwH당 가격은 자연히 다운될 것이고, 경쟁력이 생기니까 테슬러 아니라 어디에도 우선적으로 납품이 가능하겠네요. 바로 그런 말씀이시죠?”
“그렇소! 아까 뉴젠의 배터리를 보니까 생긴 모양새는 SDI처럼 각형인데,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모델자동차에 사용하기가 아주 수월해 보이는 구조이더구먼. 가격만 좋으면 가능성이 있어 보이오.”
“아, 그래요? 그럼 희망이 있는 거네요? 그러면 테슬러의 내년 생산계획은 어느 정도나 되는지 혹시 알고 계십니까?”
전창배가 안경 속 예리한 눈매를 더 날카롭게 뜨고 구 본부장을 쳐다본다.
“내가 알기로는 테슬러가 작년의 다섯 배 정도로 늘려서 100만대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고 하요. 그보다도 SNE 리서치의 조사보고에 의하면, 4년 뒤인 2020년에는 전기자동차 생산량이 1천만대에 이를 것이라고 하요!”
“예? 1천만대나요?”
이 소설은 판타지가 아닙니다. 머지않은 장래에 닥쳐 올 사실을 미리 알려드리는 겁니다. 여러분의 가까운 미래를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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