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 두만강 푸른 물에
우리 한민족의 조상은 과연 아프리카 초원에 살던 흑인 일까요?
72. 두만강 푸른 물에
중국 연변 조선족자치구 연길시, 조양천국제공항.
삼통사에서 파견한 짱개 김봉구와 덩치, 떡대가 공항 대기실에 나란히 앉아서 한국 발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다.
“짱개 형님! 몇 시 도착이랬지요?”
“응, 10시 40분.”
덩치의 질문에 31살 보통체격의 짱개가 항공편 이착륙시간 전광판을 쳐다보고 대답해준다.
그 들은 지금 김해국제공항을 출발해 연길로 오는 `에어 부산` 항공기 편에 부쳐오는 화물을 수령하러 나와있다.
이들 삼통사 중국 동북지구대 대원들은 두 달 전에 이곳 연길에 아지트를 마련하여 대 북한주민 지원사업을 하고 있는 중이다. 하루 걸러 야간에 드론으로 북한 함경북도 두만강 주변지역을 순찰하며 가난한 북한 주민들 집에 훈제칠면조와 미화 달러지폐를 몰래 날라다 주고 있다.
“오늘은 제 것도 오는 거 맞지요, 짱개 형님?”
맨 끝에 앉은 26살 막내 떡대가 싱글벙글하며 대장을 보고 묻는다.
“니는 몇 번째 물어보노? 니 꺼도 온다니까! 크크.”
28살 덩치가 어깨로 떡대의 어깨를 툭툭 치며 웃는다. 둘 다 아주 기분이 좋은 것 같다.
이들은 지금까지 일요일, 화요일과 목요일 밤에 드론 두 대를 띄워 한 집당 훈제칠면조 750g짜리 포장 2개와 미화 10달러씩을 날라다 줬다.
드론 한 대당 3집씩 돌면서 나눠주니까, 하룻밤에 모두 6집을 들러 훈제칠면조 9Kg과 미화 60달러를 나르는 셈이다.
배달이 끝나면 다음 번에 나를 집을 물색하고 돌아와서 다음날은 푹 쉬고 하루 걸러 다시 작업에 들어간다.
그래서 금요일에 휴식을 취하고 오늘처럼 매 토요일 오전에 공항에 나와서 1주일간의 소요 물품을 수령하게 된다.
“그러면 오늘은 훈제칠면조는 몇 키로가 오는 거에요?”
그 동안 옆에서 구경만하고 직접 드론을 조종해서 나르는 작업은 못했던 떡대가 다음주부터는 자기 드론으로 직접 운반작업에 참여하기로 결정이 났었다. 그래서 순진한 막내 떡대가 아침부터 신이 나서 좋아 죽겠다는 모습이다.
“네 꺼 까지 포함해서 칠면조만 45Kg 보내온단다. 됐나?”
덩치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떡대를 째려본다.
“짱개 형님요, 그라모 맞습니꺼? 간식도 쪼매 남겠지예?”
먹성 좋은 떡대는 자기 먹을 여유분이 더 궁금한 것 같다.
일주일에 3일간 작업하면 합계 18집분 칠면조 27Kg에 미화 180달러가 필요하다.
돈은 은행에서 찾으면 되고, 훈제칠면조는 이 들의 간식을 고려해서 매주 30Kg씩 보내왔다. 그 외에도 각종 김치며 고추장 등 부식재료도 10Kg정도 함께 부쳐와서 화물은 40Kg이나 되었다.
“떡대 니는 체중 더 안 줄일 거가? 코모도 형님이 니보고 몇키로로 줄이라 캐써?”
짱개가 웃으면서 떡대를 보고 묻는다.
“예, 형님! 코모도 형님이 두 자리 숫자로 줄이라 캐씸니더.”
씨름선수 같은 떡대가 깍두기머리를 문지르며 계면쩍게 웃는다.
“지금 몇 키론데? 엉? 두 자리 맞아? 크크.”
덩치가 103Kg 나가는 떡대의 구분 없는 허리 살을 찌르며 놀린다.
“그러는 덩치 니는 목표달성 했나?”
짱개가 98Kg에서 감량목표 88Kg인 덩치의 아랫배를 쳐다보고 웃는다.
“예, 형님! 지난 주에는 89키로까지 갔다가 이번 주에는.. 90키로로 도로 올라왔심니더. 다음 주까지 88에 맞추겠슴니더, 형님!”
덩치도 민망한지 반 깍두기머리를 긁적거린다.
“그래, 너그들 살 뺀다고 고생들 많다! 그래도 열사의 나라 이란에 가 있는 코모도형님보다는 훨 낫다 아이가? 이란 모래사막에 가서 한번 살아볼래?”
“아입니더, 형님! 여그는 완전 피서집니더.”
“예, 형님! 여그는 완전 휴양지 놀러 왔다 아입니꺼? 이란에는 안 갈랍니더!”
체격만 컸지 심성은 야멸차지 못한 두 녀석들이 서로 눈짓을 하며 얼렁뚱땅 넘어간다.
“너그들 코모도 형님 보고싶재?”
“예, 형님!” “예, 형님! 언제 볼 수 있을까예?”
아우들이 쌍 나팔을 분다.
“형님 보고 싶으모 인자부터 한 건 크게 올려서 전공을 세우면 된다!”
“전공이요? 그기 뭔데요?”
“내일부터 칠면조 나르는 거는 너그들 둘이서 하고, 내는 따로 작전 들어갈 거니까 그때 말해줄게. 대신에 떡대 니가 차질 없이 내 몫을 잘 해조야 내가 따로 작전을 할 수 있다. 알겄나?”
“예, 형님! 제가 잘 하겠슴니더. 걱정 마이소!”
두 아우는 새로운 작전이라는 것이 뭔지는 몰라도 탈북자들 돕는 일과는 다르다는 느낌을 받는다.
원래 주민들 지원사업 외에 두만강을 넘는 탈북자를 돕는 사업도 하기로 했었다. 그래서 처음 며칠간 드론을 띄워 연길시에서 동쪽으로 한 시간거리에 있는 도문(투먼)시의 두만강주변을 밤새도록 샅샅이 살펴봤었다.
도문시에는 북한 함경북도 온성군 남양시와 연결된 공로교량 도문교가 있고, 상류에는 철교도 있어서 북한과 중국의 국경이 다리 한 가운데 표시되어 있는 북중교역의 요충지대이다.
그런데 예상외로 한 밤중에 강을 건너는 사람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겨울처럼 강물이 얼어붙지 않아서 그런 줄 생각하고, 요즘은 가고 오는 길에 잠시 정지해서 강변을 따라 도문교와 철교 사이를 한 바퀴 둘러보고 올 뿐이다.
그랬는데, 지난 주에 운반작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새벽녘에 뗏목을 타고 중국으로 건너오는 세 사람을 발견하고 한참 동안 공중에서 지켜봤었다.
그 세 명의 탈북자는 통이 굵은 대나무를 잘라서 엮어 만든 대통배 뗏목을 타고 물살을 따라 노를 저으며 30분도 안되어 중국 땅으로 건너왔다. 도문시의 두만강은 좁은 곳은 강폭이 100m정도밖에 안되고 물살도 급하지 않다.
뭍으로 올라온 3명의 남자는 모두 시커먼 인민복을 입고 있었고 나이도 전부 30대초반 정도로 젊어 보였다. 특별히 무거운 짐도 없이 간단한 가방만 하나씩 들고 온 그들은 마치 처음이 아닌 것처럼 도문시내로 자연스럽게 걸어 들어가서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었다.
“저 녀석들은 탈북자는 아니고 아무래도 두만강을 넘나들며 밀무역을 하는 자들 같다. 그지?”
짱개 김봉구는 그렇게 판단했고 지켜본 두 사람도 같은 생각이 들어서 웃고 넘어갔었다.
오늘은 항공편 짐을 찾아 승용차에 싣고 도문시내에 처음으로 소풍을 가기로 하고 나선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아침부터 잔뜩 신바람이 나서 들떠있다.
“비행기 도착했다. 덩치 너는 먼저 가서 차를 입구로 몰고 나와라.”
“예, 알겠습니다. 형님! 짐은 떡대 니 혼자서 옮겨 실어라. 형님 거들게 하지 말고!”
덩치는 알았다는 듯이 얼른 공항건물 입구로 걸어나간다. 운전은 대부분 덩치가 도맡아서 하고 있다.
김해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제 시간에 도착해서 여행객들이 차례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김해공항에서 오는 `에어 부산` 항공만 일주일에 4번 운항하는데, 운임이 저렴해서인지 승객은 대부분 수학여행 온 한국학생들과 단체관광객 들이다.
“아따, 짱개 형님. 오늘은 짐이 엄청 많아 보이는데요? 박스는 한 개 더 늘었는데 말입니다. 키키.”
짱개는 화물을 찾고, 떡대가 혼자서 핸드카트에 옮겨 실었다.
떡대는 자기 몫의 훈제칠면조가 확실히 부쳐왔다 싶은지 기분이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른다.
이 화물은 진주 땅벌파 아우들이 챙겨서 보내오는 것이다.
보통은 40Kg정도의 화물을 운반하기 쉽게 20Kg정도 박스 두 개로 포장해서 보내온다. 오늘은 20Kg 박스 한 개가 더 부쳐와서 3개가 되었다. 도합 무게가 60Kg이나 된다.
떡대는 덩치 값을 못하고 20Kg박스 3개를 끙끙거리며 들어 올려 싣고는 카트를 밀고 천천히 걸어 나선다.
어느새 관광객들로 혼잡을 이루던 대기실은 조용해 지고 짐을 나르는데 아무런 불편이 없다.
출입문을 열고 나서자 바로 저만치 도로에 정차시키고 대기해있던 덩치가 허겁지겁 달려온다.
“짱개 형님! 그, 그 놈들 이 여기서 나왔습니다요.”
덩치가 숨을 헐떡이며 씩씩거린다.
“그 놈들이라니, 누구 말이야?”
연길에서 그 놈들이라고 부를 만한 안면 있는 사람이 없는 짱개가 의아스런 표정으로 덩치를 바라본다.
“그, 왜, 저번에 두만강 건너온 세 놈 말입니다, 형님!”
“응? 그래? 지금 이 비행기 타고 와서 내렸다는 얘기야?”
“예, 맞습니다, 형님! 양복을 입었지만 그 놈들이 틀림 없습니다다요!”
덩치가 제 딴에 놀랐던지 숨을 거칠게 쉬면서 토끼 눈을 하고 짱개를 쳐다본다. 덩치는 둔해 보여도 눈썰미는 있는 녀석이다.
“아니, 그 녀석들이 한국으로 밀수를 한다는 말씀입니까?”
떡대도 놀라서 긴가민가하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럴 수도 있겠지 뭐. 근데 그 녀석들은 벌써 갔나?”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짱개 머리 속에는 뭔가 다른 생각이 퍼뜩 떠오른다.
비행기를 타고 다니면서 셋이서 밀수를 할 정도면 공식적인 여권과 한국비자도 있다는 얘긴데, 굳이 북한과 중국의 국경을 야밤에 뗏목으로 건널 이유가 없지 않겠나 싶다.
“예, 형님! 조금 전에 택시 잡아타고는 도문시내로 가자고 했습니다!”
“도문으로? 음.. 그럼 다시 북한으로 건너가겠다는 거네?”
“예, 아무래도 그럴 것 같습니다. 어쩔까요, 형님?”
“응, 잘됐네. 어차피 도문시내로 놀러 가기로 했잖아. 얼른 싣고 뒤따라 가보자!”
“예, 알겠습니다, 형님! 떡대야, 빨리 밀고 가자!”
세 사람은 서둘러 카트를 밀고 그들의 검정색 SUV 자동차로 향했다.
그 들이 도착해서 짐을 옮겨 싣는 차량은 놀랍게도 영국 `랜드로버`사의 럭셔리 사륜구동 SUV의 결정판 `레인지로버`다.
서울 강남에서 가장 많이 보이고 대당 가격이 1억5천만원이 넘는 오프로드를 정복한 최강의 SUV자동차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수입정품이 아니고 중국에서 만든 완전 짝퉁이다.
중국 저장성 용캉에 있는 `쫑타이`라는 회사에서 만든 짝퉁으로, 중국 돈 14만위안(2천4백만원)이면 살수 있는 자동차이다. 역시 중국은 짝퉁천국이다.
덩치가 시동을 걸고 짱개는 조수석에서 지도를 보면서 대략의 방향을 잡고 출발을 시켰다.
“여기서 도문시까지 한 시간 정도 걸리겠네! 그 놈들 출발한지 10분도 안됐으니까 부지런히 가면 따라잡을 수는 있을 거야. 초행길이니까 너무 속도내지 말고 처음에는 천천히 가라.”
덩치에게 지시를 한 짱개가 깊은 생각에 잠기는지 속눈썹이 깜박거린다.
“짱개 형님! 그 놈들이 한국에 아편 밀수하러 갔을까요?”
핸들을 거머쥔 덩치가 제 딴에 여러 가지로 추리를 했는지 불쑥 아편밀수를 꺼낸다.
덩치의 머리 속에는 깊은 산중 골짜기 어디쯤에 붉고 탐스럽게 피어있는 양귀비꽃의 모습이 어른거리나 보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운전에나 집중해! 놓치면 아무 것도 안되니까.”
“그 놈들이 북한으로 돌아가려면 오늘 밤에 또 뗏목 타지 않겠습니까, 형님?”
“그럴지도 모르지. 하여튼 도문의 어디에 있는지는 알아놓고 연길로 돌아와서 드론을 싣고 가든지 해야 되니까, 놓치지 말고 꼭 뒤따라 잡아야 돼!”
“예, 알겠습니다, 형님! 지금부터 속도 조금 높이겠습니다.”
덩치가 운전솜씨는 제법이다. 차량도 많지 않은 연길시내를 벗어나자 짝퉁 `레인지로버`는 진품처럼 굉음도 없이 포장도로 위로 속도를 내고 달린다.
그런데 중국의 노란 택시도 대부분 짝퉁 `레인지로버`이니 짝퉁끼리의 추격 대결전이 되겠다.
동쪽으로 30분쯤 달려가자 저 멀리 앞에 노란 택시가 보인다.
“저 택시 맞는 것 같냐?”
“예, 형님! 번호판 숫자 28이 기억나는데요. 조금만 더 가면 확인 되겠습니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 가자 파란 바탕색에 하얀 글씨로 728이라는 숫자가 보인다.
“맞네! 이제부터 속도 줄여서 놈들이 눈치 안 채게 따라가자.”
“예, 형님! 차 안에 세 놈이 타고 있는 것 맞지요?”
“응, 그래 세 놈이 분명해 보인다. 그 놈들 덩치가 전부 다 나 만 했던 것 같은데.”
“예, 맞습니다. 세 놈 다 형님 정도 체격이었습니다.”
그날 밤 어둠 속이었지만 세 사람의 체격 정도는 알아 볼 정도로 이들은 벌써 야간 비행을 많이 한 베테랑이 되어있다.
연길시는 인구가 49만명으로 제법 큰 시가지와 높은 빌딩도 있는 도시이다. 반면에 국경에 위치한 도문시는 인구도 14만명밖에 안 되고 시가지도 남북으로 두 개와 동서로 한 개가 뻗어있는 아주 조그만 도시이다.
도문(투먼)시내를 관통한 택시는 두만강(도문강) 하류에 위치한 도문강공원 입구에 정차하더니 가방을 든 양복차림의 세 괴한이 내리고 곧장 출발해 떠났다. 지난번에 이들이 강을 건너온 약간 상류의 지점이다.
30대 초반의 세 괴한은 여느 조선족처럼 다소 주눅들어 있는 듯한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고, 보통 체격들이지만 서있는 자세도 꼿꼿하며 뭔가 자신감에 넘치는 무도인의 냄새도 약간 풍기고 있다.
숲이 우거진 이 공원은 도문교의 하류지점으로 두만강 건너 남양시가 빤히 바라다 보이는 곳이다. 공원아래 강물 위에는 부표를 띄워 만든 넓은 선착장이 있고 선착장 위의 식당 좌우로 2층의 높은 전망대도 설치되어 있다.
물위에는 관광객용인 듯한 크고 작은 대통배 뗏목이 여러 척 보인다.
멀찍이 정차해서 동태를 살펴보니 세 괴한은 두리번거림도 없이 공원 맞은편의 어느 조선족 식당으로 들어간다. 잘 아는 집이거나 아니면 이른 점심을 먹고 나서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려는 속셈으로 보인다.
다시 밤에 뗏목을 타고 두만강을 건너려면 어디선가 작은 대통배는 쉽게 구할 수 있을 것이다.
공원근처에는 벌써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몰려와서 강물을 바라보고 있다.
“우짤까요, 짱개 형님?”
“음, 우리도 저 식당으로 들어가서 점심을 먹자. 저 놈들은 우리가 관광 온 사람들인 줄 알 거니까 별로 신경도 안 쓸 거야.”
“예, 알겠습니다 형님!”
덩치는 식당근처로 차를 몰아서 적당한 곳에 주차했고, 양복으로 빼 입은 삼통사 중국 동북지구대원 세 명은 아무런 일도 없는 듯 그들이 들어간 식당으로 걸어갔다.
이 소설은 판타지가 아닙니다. 머지않은 장래에 닥쳐 올 사실을 미리 알려드리는 겁니다. 여러분의 가까운 미래를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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