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탈북 도강비
우리 한민족의 조상은 과연 아프리카 초원에 살던 흑인 일까요?
7. 탈북 도강비
“북한 당국이 식량배급제로 주민들한테 1인당 하루에 쌀 450g정도를 나눠준 모양이에요. 한 명이 한끼에 1홉, 150g정도 먹으니까 하루 세끼 분 450g정도면 된다고 본거겠죠.”
정훈이 북한 실정을 자세히 알려주기 위해 식량배급제를 설명해준다.
“한 명이 한끼에 1홉이면, 너무 많은 거 아니에요? 1홉이면, 우리는 영란이랑 둘이서 한끼 되는데… 호호.”
세희가 자기들 밥짓는 량을 말하다가, 영란을 바라보고는 `저 것이 너무 적게 먹었나?` 싶어 입술을 가리고 웃었다.
“그래요? 다이어트 되겠네요. 하하! 세계식량계획 WFP의 권장량은 성인이 하루에 600g 입니다. 보통 근로자들의 하루 동안 소모되는 칼로리를 기준으로 삼은 거겠지요. 북한 노동자의 중노동을 고려하면, 하루 450g이 결코 많은 건 아닙니다. 물론 밥 외에 다른 음식으로 칼로리를 보충하겠지만요. 하하.”
정훈이 영란을 바라보고 미소 띤 얼굴로 `많이 먹어도 괜찮아요` 하는 사인을 보낸다.
“아하, 그러니까 배급해준 쌀은 장마당에 내다팔고, 값싼 밀가루나 옥수수를 사다가 주식으로 삼았겠구먼. 쌀 팔고 옥수수 사서 남긴 돈과 월급은 비상금으로 따로 저축해두고. 크크.”
문도가 이제 상황파악이 되는지 우거지상을 펴고 그나마 만족한 웃음을 짓는다.
“그런 셈이지. 그런데 그 식량배급도 요즘은 380g으로 줄어들었대. 우리정부 지원도 끊어지고 외국에서 들여올 수도 없으니까, 어디 쌀이 남아 있어야 말이지. 알고 보면 사회주의라는 게 실은 중세 봉건주의나 마찬가진 거야! 일반주민들은 등골 빠지게 일해서 영주에게 다 뺏기고, 배급도 제대로 못 받는 농노생활이나 마찬가지 아니겠어?”
정훈이 목청을 높여 사유재산이 없는 북한 사회주의 공산 사회의 부조리한 점을 갈파한다.
“그렇더라도 해오던 일이라 습관이 되면 불만 없이 살지 않을까요? 굳이 위험한 선택을 할까요?”
세희는 배급량이 좀 줄었다고 그만한 이유로 목숨 건 탈북을 한다는 게 아무래도 이해가 안 된다.
“예전에는 라디오 티브이 같은 매스컴이 통제돼서 못 사는 자기들 이웃만 봐왔지만, 지금은 남한이 너무 잘사는 줄 다 알잖아요. 더 잘 살아보고 싶은 인간 본유의 욕망이 발동하는 거 아니겠어요? 두만강만 건너면 희망에 찬 신천지가 기다리는데, 왜 탈북을 망설이겠습니까. 자식들은 더 좋은 세상에서 살게 하고 싶은 것이 부모마음인데. 음.흠.”
정훈이 씁쓰레한 표정을 짓는다. 위정자 잘못 만나 고생하는 북한동포들이 잔뜩 불쌍한가 보다.
“그런데요 도사오빠! 북한 주민들은 삼겹살은 안 먹어요? 파는데 없어요? 언니 사장님, 나 삼겹살 먹고싶어잉~”
영란이 또 발동한다. 이미 눈동자 속에는 지글지글 구워진 삼겹살 안주에 쏴~한 소주 한잔을 들이키고 있다.
“아하, 이거 어떡하지? 북한에는 돼지고기 1Kg, 여기 두 근정도가 1만원이나 하는데! 두 달치 월급이 넘어요. 하하.”
“어머나, 돼지고기 두 근이 두 달치 월급이 넘어요? 소주 두어 병 까면 몇 달치는 날아가겠네요! 나, 삼겹살 안 먹고 북한에 달러 보낼래요. 잘 생각했죠? 고 사장님. 히힝.”
영란이 입맛을 다시며 문도를 올려다본다.
“그래 영란아, 잘 생각했다. 우리, 쟤들하고 삼겹살파티 줄여서 북한에 달러 보내는데 동참하자. 너희 셋은 각자 매달 10달러씩 거둬 내. 나는 20달러 낼게. 합하면 50달러니까, 매달 10명은 먹여 살리겠다. 그 정도면 되겠어요? 고 사장님!”
세희가 영란과 스탠드의 종업원을 번갈아 보더니, 환한 미소를 짓고 문도를 쳐다본다.
“네, 그래요 언니 사장님! 쟤들은 내가 15달러씩 거둬서 30달러 채울게요. 삼겹살 먹고 싶어 어떡하지? 오늘 가게 마치고 삼겹살 쫑파티 해줄래요? 히힝”
못 말리는 영란씨다.
“가게에 손님도 줄었는데 그렇게나 많이 기부해도 괜찮겠어요? 괜히 제가 동참하라고 말했나요?”
문도가 기분은 좋으면서도 세희에게 립서비스로 인사치레를 해준다.
“아직은 그 정도로 손님 없지는 않아요. 조금 있다가 저녁식사 마친 손님들이 들어올 거니까 너무 염려 마세요, 고 사장님! 호호.”
세희가 적은 돈이지만 북한주민들 돕는 일에 정훈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기분이 좋다. 몇 년을 허리띠 졸라매고 이 `바-붐`을 인수한 짠순이 세희지만, 님과 함께라면 무슨 일을 못하겠는가? 마음속으로는 자기는 봐서 70달러쯤 보태어 100달러 채워줄까 생각 중이다.
“고 사장님! 이 돈가스 안 드실 거면 제가 먹을까요? 삼겹살 대신에. 호홍.”
영란이 안주로 가져온 돈가스를 포크와 나이프로 잘게 썰면서 문도에게 애교서린 눈짓을 보낸다.
“그래요. 내 꺼 영란씨가 다 들어요. 나는 이 실장 꺼 먹으면 되니까. 하하.”
문도가 정훈이 앞에 놓인 돈가스 쟁반을 집어 당긴다.
“예, 그래요 영란씨. 다 먹어도 돼요. 앞으로 삼겹살 먹고 싶으면 나한테 얘기해요! 내가 최 박사한테 사주라고 할거니까. 하하.”
정훈이 넉살 좋게 웃는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새터민은 몇 명이나 될까요? 꽤 많겠죠?”
맥주를 마시고 돈가스를 먹으며 즐겁게 떠들다가 세희가 갑자기 궁금해져서 정훈에게 물었다.
“예, 상당히 많지요. 예전에는 연간 3천명 가까이 들어왔는데, 김정은이가 집권하고 나서 점점 줄어들었답니다. 작년에는 1천3백명이 채 안 되는가 봐요. 그 중에 남자는 250명밖에 안되고요.”
정훈이 잠시 머릿속을 정리하더니 쉽게 숫자를 읊어준다. 정훈이도 아이큐는 137이나 된다. 거기다가 기억력은 특별히 좋아서, 아이큐 148인 최근상 박사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어머나, 그렇게나 많이 들어왔어요? 그러면 새터민이 수만 명은 되겠네요! 그런데 왜 줄어든대요? 김정은이가 배급도 제대로 안 준다면서요.”
세희가 탈북자 숫자에 놀라면서도 의아해한다.
“김정은이 집권하고 나서 대외적으로 탈북자문제가 창피하니까, 국경수비를 철저히 해서 그런답니다. 처음에는 중국에서 잡혀 되돌아온 탈북자들을 인민들 앞에서 공개처형도하고, 두만강주변의 철책도 높여서 경비초소를 강화했다고 하네요. 탈북하다가 붙잡히면 노동교화소에 보내서 중노동을 시키니까, 진짜 목숨 걸지 않으면 엄두도 못 내는 거겠죠.”
“아, 그랬군요. 북한주민들이 너무 불쌍하네요. 그런데도 지금도 천명이 넘게, 그것도 여자들이 더 많이 넘어온다는 건 무슨 뜻인가요?”
북한사정은 들을수록 의문만 더 생긴다.
“아, 그렇죠. 당연한 질문인데요, 먼저 탈북한 새터민들이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이나 친척들하고 연락이 됩니다. 지금은 북한에도 핸드폰을 사용할 수 있어요. 그래서 중국 브로커를 통해서 북한 친지들 안부도 묻고, 남한에서 번 돈으로 탈북을 시켜주는 거지요.”
“그래요? 북한도 핸드폰이 돼요? 그럼 제 핸드폰으로 북한사람하고 통화할 수 있어요? 김정은이가 몇 번이에요? 바로 걸어서 야단 좀 치게요. 히히.”
안 되는 줄 알면서 영란이 일부러 장난을 친다.
“아하, 이런! 내가 전화번호를 저장해 놓지 않았네. 코모도, 몇 번이냐? 김정은이.”
“김정은이가 몇 번이더라? 038에 113-0108 이던가? 맞는가 한번 걸어볼까? 크크.”
문도가 핸드폰을 꺼내어 만지작거리며 영란을 놀린다.
“나도 알아요! 038은 삼팔선이죠? 113은 간첩신고고. 근데, 0108은 뭐에요? 히힝.”
영란이 같이 놀아준다.
“김정은이 생일이요. 1월8일! 이번에 생일잔치 안 하고 그냥 넘어갔나? 아니구나, 생일 이틀 전에 핵실험 했구나! 맞지?”
문도가 북한 4차 핵실험 날자 1월6일을 기억해내고 스스로 기특해서 활짝 웃는다.
“어쭈, 체통 고 사장 기억력 좋은데? 하하. 그래 맞아. 그래서 수소폭탄 개발성공 축하금으로 주민들한테 월급의 100%를 지급했다잖아!”
정훈이 웃으며 문도의 말발을 추켜세워준다.
“월급의 100%나 줬대요? 그럼 전부 얼마나 되는 돈인데요?”
영란이 보너스 100%에 눈이 휘둥그래진다. 자기는 보너스를 한번도 받아본 적이 없다.
“글쎄요. 얼마씩 줬는지는 모르지만 근로자 월급 4천원은 줬겠죠? 북한주민 2천5백만명 다 안주고 어른들 2천만명만 줬다고 보면, 전체 금액이 800억원은 되겠네요.”
정훈이 머릿속으로 대충 암산을 해보고 대답해준다.
“자기 생일선물로 주민들한테 800억원이나 풀었대요? 월급에서 착취했다가 그런 때 선심 쓰는 척 내놓는 거군요. 정말 야비한 수법이네요.”
세희가 찌푸린 얼굴로 말을 하면서도, 혹시 자기는 종업원들 월급 짜게 주면서 생일날 삼겹살파티 해준 건 아닌지 뜨끔하게 찔린다.
“그런데, 더 기가 막히는 사실이 있어요. 그렇게 못살겠어 북한을 탈출하는데, 그 비용이 엄청나게 든답니다. 소위 탈북 도강비가 1천만원이래요! 나, 참!”
정훈이 세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반응을 살핀다.
“탈북 도강비라면 북한에서 두만강을 넘어가는 비용 아녜요? 그 뱃삯이 1백만원도 아니고, 1천만원나 된다는 말씀이에요?”
문도와 영란은 어이 상실로 놀란 토끼 눈만 뜨고 있고, 세희가 대신해서 묻는다. 북한 월급이 4천원에 배급 쌀 팔아 연명한다면서, 1천만원 돈이 어디서 생긴다는 말인가?
“예 맞습니다. 남한에 있는 새터민들이 북한 친인척을 탈북시키려고 중국 브로커한테 지불하는 금액이 그 정도랍니다. 너무 많아서 놀랍죠? 탈북시키지 않는 새터민들도 친인척에게 돈을 보내는데, 그 금액이 연간 100억원이 넘는 답니다.”
“아, 남한에서 벌어서 돈을 보내주는 군요. 나는 또 북한 주민들이 직접 모아서 마련하는 줄 알고 놀랐네요. 그렇더라도 1천만원은 너무 많은 것 아닌가요? 아무리 중국 브로커라지만.”
“한 5년 전에만 해도 300만원 정도였는데, 김정은이 집권한 뒤에 그렇게 뛰었답니다. 중국브로커는 200만원만 받는데, 북한 브로커가 200만원 챙긴대요. 나머지 600만원이 참 웃깁니다. 바로 북한경비대 손에 들어간답니다! 경비대가 3인1조라서 그만큼 든다고 하네요. 눈감고 입다무는 댓가지요.”
얘기를 마친 정훈이 다시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하는 토끼 눈 세 사람을 번갈아 본다.
김정은이가 탈북자 막으라고 국경경비대를 강화했는데, 경비대원들은 되레 돈 받고 안전하게 도강시켜준다니! 브로커한테 줄 돈 없어 몰래 건너는 불쌍한 사람만 때려잡는다는 얘기 아닌가?
유전무죄는 사회주의 북한 땅에도 통하는 모양이다.
이 소설은 판타지가 아닙니다. 머지않은 장래에 닥쳐 올 사실을 미리 알려드리는 겁니다. 여러분의 가까운 미래를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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