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영란은행 금괴를 털어라
우리 한민족의 조상은 과연 아프리카 초원에 살던 흑인 일까요?
57. 영란은행 금괴를 털어라
“남서 초소, 도살장으로 달려가고 있다. 1분 내로 도착한다!”
“북서 초소, 내려가는 중!”
무전기 스피커에서 서쪽초소 대원들의 다급한 응답소리가 울려 나온다.
안심한 경비조장이 우측 50m 앞 도살장건물 입구 출입문 쪽을 다시 살펴보는데, 괴한들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우웨앵!~ 우웽, 우웽, 우웨앵~~
초소의 경보사이렌이 계속 울려댄다.
-빵빠앙!~~ 삐뽀, 삐뽀. –빵빠앙~~ 빠방빠앙!~~~
SUV 차량의 클랙슨소리와 경보음도 멈추지 않고 계속 들린다.
`안되겠다. 대원들이 달려오니까 우선 사이렌을 끄고 보자. 저 차 안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알았다고 일단 알려줘야 되겠다.`
경비조장은 사이렌스위치를 얼른 내리고, 방송용 마이크를 집어 들었다.
“괴한들에게 알린다! 너희들은 우리 경비대원들에게 완전히 포위되었다. 순순히 손을 들고 나와라! 너희들은 완전히 포위되었다. 잠시 후에 너희들에게 무차별 사격을 가할 것이다. 손을 머리 위에 얹고 앞으로 나와라!”
아랍어와 한국말을 교대로 섞어서 방송을 하는데 아랍어는 아직 서툰 것 같다.
그러자 자동차의 클랙슨소리가 멈췄다. 이어서 경보음이 꺼지면서 경보등의 점멸도 사라지고 전조등 불빛도 이내 꺼졌다. 100여미터 거리에 있는 갈색 SUV차량은 어둠 속에 묻혀서 경비실에서는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남쪽 망루초소의 서치라이트만 아직 철조망울타리와 도살장건물 뒤쪽을 환하게 비추고 있다.
밤 12시반쯤 되어가는 시각의 공장주변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너무 시끄럽다가 갑자기 조용해져서 인지, 총을 잡느라 옷깃을 스치는 소리마저 크게 들린다.
`저 녀석들 총이 없는 게 분명해! 있었다면 서치라이트부터 깨트렸을 거야. 그냥 좀도둑인가? 두 놈만 보였는데, 다른 놈들도 더 있겠지? 근데, 저 SUV 차 안에서 경적을 울리면서 침입을 알려준 사람은 누구지? 대원들이 도착할 때가 돼가는데 방송 한번만 더하고 나가보자.`
경비조장이 상당히 침착하게 대응을 잘하고 있다. 비상훈련을 많이 받아서 숙지된 경험에 의해 반사적으로 취해지는 행동 같다.
“마지막 경고다! 양손을 머리 위에 얹고 밝은 데로 나와라! 셋까지만 헤아리고 바로 사격에 들어가겠다! 하나~”
-삐이익!~ 삐~~~ 삐익~~
그때 갑자기 왼편, 정문 입구에서 날카로운 금속성 호각 소리가 들려왔다.
*** ***
다시 사우디아라비아 국방부장관실.
국방장관 겸 부왕세자인 31살 `살만`과 왕실 종친을 대표하는 `살만`의 후견인인 56살 `알 팔리` 석유장관이 자금조달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조금 전에 `알 팔리`의 제안으로 국채 150억달러를 30년만기로 발행하기로 했다.
`알 팔리`는 도쿄미쓰비시은행과 JP모건은행은 들러리로 접촉하고, 홍콩 HSBC은행과 밀착해서 국채발행협상을 하겠다고 했다.
“홍콩 HSBC와 `아람코` 상장관련 협의는 잘 진행되고 있습니까?”
사우디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를 중국홍콩과 영국런던 및 미국뉴욕 증권시장에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시장은 여러 가지 외교적인 문제로 상장이 어렵겠지만, 영국과 홍콩증권거래소는 상당한 진척이 있다.
“예, 홍콩 HSBC 은행의 도움으로 여러 공모주간사들과 접촉하고 있습니다. 워낙 금액이 크다 보니까, 자산가치 평가하는 데만 수개월은 걸리겠습니다.”
`살만` 부왕세자는 지난 4월25일에 `비전 2030`을 발표했다. 그 내용은 석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사우디의 경제와 사회구조를 2030년까지 바꾸겠다는 장기 개혁계획이다.
사우디는 1938년 원유를 처음 발견한 이후 매년 원유 수십억 배럴을 수출하여 부를 쌓고 통치체제를 구축했었다.
그 동안 사우디 국민은 휘발유, 물, 전기, 주택, 의료,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부보조금 혜택을 누려왔다.
산업현장에 필요한 노동력은 인건비가 저렴한 외국인 노동자로 채웠다.
하지만 지속적인 유가의 하락과 인구구조의 변화 때문에 사우디의 이 같은 사회적 합의가 무너지고 있다.
맥킨지 글로벌연구소에 따르면 2030년에 사우디 15세이상 인구는 600만명으로 늘어 최소 450만명의 일자리가 필요하게 된다고 한다.
이에 따라 사우디는 원유수출 이외 분야에서도 살 길을 찾고자 공기업을 민영화하고 관광산업 개발과 제조업 생산기지 구축 등을 추진해서 2030년까지 `석유기반 경제에서 지식기반 경제로의 전환`을 달성한다는 장기계획을 발표했다.
이 `비전 2030`을 성공적으로 집행하기 위해 `살만`은 사실상 왕실소유인 국영석유회사 `아람코`를 증권시장에 상장해서 자금을 조달하기로 한 것이다.
“지금 현재 추산된 `아람코` 자산가치는 얼마로 집계됐습니까?”
“예, 대략 2조 5천억달러 정도로 평가됐습니다.”
“2조 5천억달러 밖에 안 돼요? 너무 저 평가 된 거 아닙니까?”
“지금 원유가격이 워낙 바닥을 치고 있지 않습니까? 어떤 평가기관은 `아람코`의 순자산가치는 2조달러도 안 될 거라고 합니다. 음, 흠.”
`알 팔리`가 안경너머로 `살만`의 눈치를 살핀다.
총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이 자기가 볼 때도 2조달러가 안되기 때문이다.
“하기는 뭐, 그렇겠지요. 배럴당 30~40달러에서 놀고 있으니.. 배럴당 90달러 할 때 생각하면 아쉽기는 하지만, 자산평가보다 주식공모 구입가가 얼마가 되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습니까? 세계적인 관심은 쏠리고 있지요?”
“그럼요!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홍콩거래소에 상장된 1,400여개 기업의 시가총액이 2조 7천억달러밖에 안됩니다. 우리 `아람코` 한 개 회사 자산이 2조 5천억달러니까 관심은 엄청나지요! 허허.”
공모가격이 자산평가의 두 배만 되어도 이 들은 하루아침에 2조 5천억달러를 버는 셈이다. 우리 국내의 괜찮은 벤처기업은 상장 때 대여섯 배를 받기도 하니까, 일확천금을 노리는 머리 좋고 재주 많은 젊은이들이 기를 쓰고 창업전선에 뛰어든 게 아니겠는가?
“2조 5천억달러라··· 응? 10%면, 2천 500억달러가 되네!”
갑자기 `살만`이 무슨 생각이 떠오르는지, 눈을 크게 뜨고 놀라는 기색을 보인다.
“예? 2천 500억달러에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따라서 깜짝 놀라는 `알 팔리` 얼굴이 갑자기 일그러지려고 한다.
`이 양반이 설마, 10%를 어떻게든 통치 비자금으로 처리하라는 소리는 안 하겠지?`
하도 엉뚱한 지시를 많이 받았던 `알 팔리`가 지레 겁을 먹는다.
“하하, 아니요. 무슨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2천 500억달러라는 금액이 하필 런던 `영란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금괴 가격과 꼭 같아서 말입니다. 하하.”
천방지축으로 날뛰어 그 다음 행동을 예측하기 어려운 `살만`이 또 엉뚱한 소리를 한다.
“예? `영란은행`이 금괴를 2천 500억달러어치나 보유하고 있습니까? 지금은 영국도 금환본위제도를 따르지 않는데, 무슨 금을 그렇게나 많이 보관하고 있답니까?”
천하의 모사꾼 `알 팔리`도 석유에나 관심이 많은 전문가이지 금괴에 대해서는 별로인 모양이다.
“석유장관님, 전세계의 금을 다 합치면 금액으로 얼마나 되는지 아세요?”
`살만`이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알 팔리`를 바라본다.
“글쎄요.. 생각보다 금이 많지 않아서 지금은 모든 나라가, 발행한 화폐가치만큼 금을 보유하고 있어야 되는 금환본위제도를 취소하지 않았습니까?”
`알 팔리`가 손가락에 낀 두툼한 금반지를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갸우뚱한다.
“땅속에서 캐내어 보관하고 있는 금을 전부 다 합치면 대략 1조 6천억달러정도 된답니다. 그 중에 20%정도인 3천억달러어치 금괴가 영국 런던에 있대요! 생각보다 금이 많지는 않지요?”
`살만`이 빙긋이 웃으며 `알 팔리`를 바라본다. 내가 당신보다 더 많이 아는 것도 있지요, 하는 표정이다.
“아이구, 그렇습니까? 영국에 금괴가 3천억달러어치나 있다고요! 저는 몰랐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전세계의 금이 그렇게 많지는 않군요. 전부 1조 6천억달러면, 우리 `아람코` 자산의 60% 정도밖에 안 되네요. 헤헤.”
“금은 세월이 가도 변하지 않는 금속이고 귀하니까, 나이 든 부자들은 안전하다고 금에 투자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지금도 금값이 1온스에 1,200달러나 하잖아요! 장관님 끼고 있는 금반지가 0.4온스는 더 돼 보이는데, 팔면 500달러는 받겠습니다. 하하. 우리 원유 10배럴 값이나 되는데요? 하하하.”
`알 팔리`의 금반지가 크다고 비웃는 건지, 배럴당 50달러인 원유가격이 낮다고 허탈해서 웃는 건지, 31살 `살만`이 그 진의를 종잡을 수 없는 웃음을 터뜨린다.
“예, 이 금반지가 혈액순환에 좋다고 하더군요. 헤헤. 진작에 금괴나 좀 사서 `영란은행` 금고에 투자해둘 걸 그랬습니다. 헤헤.”
괜히 두툼한 금반지 낀 죄로 무안해진 56살 `알 팔리`가 금괴 투자를 두둔하며 얼버무린다.
“투자 안 하시기 잘하셨어요. `영란은행`이 머지않아 도산될지도 모릅니다!”
“예? `영란은행`이 도산되다니요? 허허, 부왕세자님이 농담을 다 하시는군요. 헤헤.”
`알 팔리`가 그래도 `살만`이 자기가 무안할까 봐 우스갯소리로 위로를 해주는 줄 알고 따라서 웃는다.
말없이 `알 팔리`를 바라보던 `살만`이 국방장관실 출입문을 흘깃 쳐다보더니 `알 팔리`에게 몸을 밀착하며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연다.
“농담이 아닙니다, 장관님! 아까 말씀 드린 런던의 3천억달러어치 금괴 중에, 2천500억달러어치 금괴 5천톤은 `영란은행` 지하의 철통 같은 금고에 보관되어 있어요. 그런데, 나머지 500억달러어치 금괴 1천톤은 다른 장소의 지하에 분산해서 보관되어 있습니다.”
“예? 그럼, 그.. 분산 보관된 금괴 1천톤이 어찌 되기라도 한다는 말씀입니까?”
`살만`이 하도 정색을 하고 말하는 바람에 `알 팔리`도 덩달아 진지해진다.
“1천톤 전부가 아니라도, 만약에 10톤만 증발해버려도 `영란은행` 신용이 어찌되겠습니까?”
`살만`의 입가에 야릇한 미소가 번진다.
“10톤이면 돈으로 쳐도 5억달러나 되는데, 만일에 그런 사건이 터지면 `영란은행`에 예치한 예금주들이 가만히 안 있겠지요! 사흘도 안 돼서 예치한 금괴를 찾아 가거나 현금으로 인출해가는 사람들로 난리가 나겠지요! 그런데요, 금괴 10톤이 진짜 증발이라도 할 거라는 말씀입니까?”
*** ***
다시, 이란의 `창원터키` 가공공장 정문 앞.
새벽 1시가 다되어 가는 한밤중에 대낮같이 환하게 서치라이트를 비추고 공장에 침투한 괴한들과 대치하고 있는 경비실 앞 정문입구에,
-삐이익!~ 삐~~~ 삐익~~
갑자기 날카로운 금속성 호루라기 소리가 들려왔다.
`엉? 이게 뭔 호각소리여? 가만, 저 소리는···`
막 괴한들을 향해서 셋까지 헤아리기 전에 손들고 나오라는 마지막 경고방송을 마치고, 하나~ 까지 카운트다운을 하던 경비조장이 방송을 멈추고, 호각소리가 난 정문입구를 바라본다.
경비실로부터 50여미터 거리에, 입에 호루라기를 문 어떤 녀석이 양팔을 머리위로 높게 쳐들고 만세 부르는 자세를 취한 채 호각소리를 내고 서있다.
얼핏 보니 마치 유격대 조교처럼 디지털무늬 군복에 머리에는 빨간 각진 모자를 썼다.
앞 단추를 풀어헤친 상의의 속옷 가슴에 영어로 `CHANG`이라고 쓴 글자가 뚜렷이 보인다.
이 소설은 판타지가 아닙니다. 머지않은 장래에 닥쳐 올 사실을 미리 알려드리는 겁니다. 여러분의 가까운 미래를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작가의말
< 우리 한국의 국가비전 2030 >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8월 30일 기획예산처 장관이 대통령에게
올린 보고서의 내용이 발표됨.
2030년에
국민소득 4만9,000 달러, 삶의 질 세계 10위.
복지분야의 재정비중을 예산의 40% 수준으로 향상시킴.
그러나 재원 1,100조 원 (1조 달러)의 마련 방법이 제시되지않아
흐지부지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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