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에너지
우리 한민족의 조상은 과연 아프리카 초원에 살던 흑인 일까요?
36. 에너지
“예? 예멘전선에 이슬람국가 IS를 전면에 내세운다고요? 그리 되면 우리 사우디가 IS와 손잡고 있다는 게 너무 공공연하게 노출되는 거 아닙니까?”
사우디 정부의 차기 석유장관으로 내정된 `알 팔리흐` 보건장관이 부왕세자인 `빈 살만` 국방장관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현재 사우디의 군부를 장악하고 있는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국방장관은 `살만` 국왕의 친 아들로 사촌 형인 왕세자다음으로 왕위계승 서열2위인 부왕세자이다.
서방 기자들에게 `MbS` 라고 불리는 그는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의 회장이면서, 사우디의 경제정책을 좌우하는 왕실의 경제개발위원회 의장이기도 하여, 81세의 노령으로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부친 `살만`국왕을 대신해 사실상 사우디왕국의 최고 권력자의 위치에 있는 명실상부한 사우디의 통치자이다.
현 사우디아라비아 왕인 `살만 빈 압둘 아지즈`는 작년 1월에 6대 `압둘라`왕이 죽자 대를 이어 7대 사우디왕으로 등극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왕국의 설립자 `압둘 아지즈 이븐` 초대국왕은 30여명이나 되는 아들을 두었다. 그 중에 국부인 `압둘 아지즈`를 가장 많이 닮은 것으로 알려진 지금의 `살만`왕은 주지사와 국방장관을 거치며 이미 2012년에 왕세자자리에 올라있었다.
작년 1월에 왕위에 등극하면서 `살만`왕은 이복형제들 중 막내인 10살아래의 `무끄린`을 새 왕세자로 임명했다. `무끄린`은 예멘인 모친의 혈통으로 왕실 내에 우호세력이 많았다.
그러나 3개월 후에 예멘의 내전을 빌미로 `무끄린`을 폐위하고, 조카인 `무함마드 빈 나예프`를 새 왕세자로 책봉하면서 자기 친아들인 `MbS`를 부왕세자 자리에 앉히고 국방부장관까지 임명한 것이다.
`MbN`으로 불리는 `무함마드 빈 나예프` 왕세자는 현 `살만`국왕이 죽으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핫바지 왕세자나 마찬가지로 아무런 실권도 없이 왕실의 단합과 친선도모의 역할만 수행하고 있다.
“작년 3월에 예멘 서쪽과 수도 `사나`를 장악한 시아파 반군 `후티`를 우리가 속전속결로 끝내버리려고 전격적인 공습했을 때만해도 저는 미국이나 서방세계의 눈치를 살핀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러시아와 노스-코리아의 지원을 받은 이란의 개입으로 1년 넘게 지루한 전투가 진행되면서 예멘내전은 우리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와 시아파 맹주인 이란의 대리전이라는 게 공공연한 사실로 알려졌어요. 유엔도 이제는 우리와 이란을 상대로 중재를 모색하고 있지 않습니까?”
띄엄띄엄 말을 이어나가는 부왕세자가 짜증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잠시 뜸을 들이더니 작심한 듯 다음 말을 이어나간다.
“시아파인 `알아사드` 대통령이 집권하고 있는 시리아에서는 우리와 같은 수니파가 반정부게릴라활동을 하고 있잖아요! 미국이 과격한 게릴라단체 쳐부순다고 요청해와서 우리와 같은 수니파인 이슬람국가 IS 공격에 울며 겨자 먹기로 동참해 줬는데, 미국 유럽도 모자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러시아와 이란까지 동원해서 집단으로 IS 점령지역에 무자비한 공습을 퍼붓고 팔미라까지 탈환했잖아요? 그 피해입고 열 받은 수니파 IS를 예멘의 수니파 `하디`정부에 항거하는 반정부게릴라군 시아파 `후티`와 `살레`괴뢰정부 타도에 앞장세우면 피장파장인데, 수니파 종주국인 우리 사우디를 욕할 나라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역설하는 `MbS`의 입가에 게거품이 생긴다.
이슬람국가 IS가 비록 전 세계의 지탄을 받는 과격테러단체이지만, 사우디 입장에서는 종교적으로 이슬람교를 함께 신봉하는 자기들 수니파이니까, 수니파의 종주국인 사우디와 IS가 수니파의 적대세력인 예멘의 시아파 반정부군게릴라를 쳐부수기 위해 서로 지원하거나 도움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이다. 얼핏 잘못 들으면 공감이 갈뻔하는 대목이다.
“예, 듣고 보니까 예멘 전선에 IS를 앞장세우는 건 정말 타당한 작전 같습니다. 시리아에서 난타당하고 밀려나서 의기소침해졌을 IS의 전의를 예멘전투에서 회복도 시켜주고, 앞으로 우리 수니파의 대 시아파 전면전 전투에서 IS를 선봉장으로 세울 수도 있겠네요. 허허.”
은밀히 IS에 자금을 지원해주고 있는 사우디정부의 보건장관이 고개를 끄덕인다.
“이란도 앞으로는 종전처럼 가만히 앉아서 무기나 보내주는 소극적인 자세로 `후티`와 시아파 `살레`정부를 지원하지는 않을 겁니다.”
“이란이 우리 아라비아반도 남쪽에 붙어있는 예멘서쪽의 `살레`정부군으로 가려면, 페르시아만을 건너 오만만을 돌아서 아라비아해로 빠져 나오고도 우리 `하디`정부군이 장악하고 있는 예멘동쪽을 비켜서 한참을 우회해야 되는데, 예멘서쪽에 이란지상군을 직접 보내지는 못할 텐데요?”
“당연히 그렇지요! 그래서 이란이 예멘 남쪽 아덴만 건너 소말리아에 우글거리는 해적들을 매수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어요. 그 해적 놈들한테 노스-코리아에서 도입한 최신형무기만 쥐어주면, 배타고 아덴만 건너와서 예멘 동쪽의 우리 수니파 `하디`정부군 유린하고 빠지는 게릴라 식 공격을 펼치는 건 식은 죽 먹기도 아니겠지요!”
두터운 입술로 말은 차분하게 하지만, `MbS`의 눈에 살기가 비친다.
면밀한 적군 동향분석과 사전검토가 뒷받침 된 듯한 사우디의 실권자 `빈 살만` 부왕세자의 단호한 결전의지가 엿보이는 선언에 `알 팔리흐` 석유장관 내정자는 더 이상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한다.
“예, 잘 알겠습니다. 아, 참 그리고 런던시장에 출마한 `사디크 칸` 하원의원은 당선이 거의 확실시 된다고 합니다. 부왕세자께서 지원한 선거자금이 효력을 발휘한 것 같습니다. 허허.”
`사디크 칸`은 이번에 영국의 수도 런던시장에 출마한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 출신이다.
“그래요? 그 정도 자금을 살포하고도 당선 안되면 엉터리 무슬림이지요. 하하. 우리가 건네준 자금 수령영수증은 확실히 받아뒀습니까?”
부왕세자 MbS가 당연한 일이라는 듯 건성으로 대답하고 되묻는다.
“예, 그럼요. 작성해주신 영수증에 `사디크 칸` 의원이 직접 수결로 사인했고, 말씀하신 대로 손바닥 도장도 받아뒀습니다. 그래도 런던시장자리 값으로 너무 큰 돈이 들어간 게 아닌가 싶은데요. 물론 나중에 영국수상자리도 엿볼 수는 있겠습니다만. 허허.”
`알 팔리흐`보건장관은 사우디 최대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의 회장직도 맡고 있다. 그는 `빈 살만` 부왕세자의 지시에 따라 선거지원자금을 마련해 보냈는데, 사우디도 원유가격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이어서 그 금액이 터무니없이 많아 넌지시 불만은 품고 있다.
“장관님! 개각 후에 석유장관으로 취임하시면 말씀 드리려고 했는데 미리 얘기할게요. 이번에 제가 무리하게, 21년간이나 석유장관을 지냈고 연세도 부왕과 같은 81살인 `나이미`장관을 굳이 경질하고 장관님을 낙점한 이유를 아십니까?”
31살 새파란 부왕세자가 실눈을 뜨고 56살이나 되는 왕족 친척 장관을 노려본다. 33살 북한 김정은이가 67살 인민군 총정치국장 황병서를 째려보는 것과 꼭 닮았다.
“아, 그건 저.. 한달 전에 부왕세자께서 발표한 `비전2030` 경제개발계획을 추진하기 위해서 원유생산량을 늘려야 하는데, 왕족출신이 아닌 `나이미`장관이 왕세자님 뜻을 무시하고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들의 원유감산 정책에 동조하니까 그래서 그러신 거 아닙니까? 음흠.”
`팔리흐`장관 이마에 땀방울이 솟아나는 듯싶다.
“그 것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석유장관에 취임하시면 자세히 알게 되시겠지만, 우리 `아람코`를 증권시장에 상장할 계획입니다!”
“예? `아람코`를 증시에 상장한다고요? `아람코`는 국영회사지만 우리 왕실의 소유재산이나 마찬가지고, 왕실 통치자금의 근원인데 그걸 일반인에게 팔다니요?”
`팔리흐`는 어이가 없어 멍한 시선으로 부왕세자를 바라본다. 이 젊은 녀석이 부왕대신 정치를 좌우하더니 사우디 왕가를 말아먹지나 않을지 모르겠다 하는 노파심 어린 표정이다
“잘 들으세요 장관님! 예멘내전에서 우리 사우디가 이란을 이긴다 한들 무슨 큰 의미가 있습니까? 1,300년 넘게 이단으로 갈라져 나간 10%의 우리 이슬람교도를 다시 품에 안는 것 밖에 안됩니다. 50년 전에는 우리 무슬림이 전 세계인구의 15%밖에 안됐습니다. 기독교인들은 25%나 되었고요.”
갑자기 젊은 부왕세자가 엉뚱한 소리를 지껄이기 시작하자 늙은 왕족 장관은 괜히 불안해진다.
“900년 전에 유럽의 기독교세력들이 성지탈환을 명분으로 우리 이슬람제국에 쳐들어와서 200년동안 7번이나 전쟁을 치르지 않았습니까? 그 여파로 지치고 쇠약해진 우리 이슬람은 결국 700년 전에 몽골에게 함락당하고 말았지요. 그 후로 우리는 불모지나 마찬가지인 이 아라비아반도의 사막을 헤매면서 어렵게 살아온 거 아닙니까? 그래도 우리는 `알라`신을 원망하지 않고 하루에 다섯 번씩 정성 들여 예배를 올리며 살았습니다.”
젊은 부왕세자의 목소리는 점점 더 격앙되고 늙은 장관의 염려는 자꾸 늘어난다.
“그래서 우리의 `알라`신께서 갸륵하게 여기시고 드디어 우리 무슬림에게 젖과 꿀 대신, 검은 원유를 주신 겁니다. 바로 저들을 넘어설 수 있는 에너지를 주신거지요! 에너지의 원천인 기름 없이 이 문명한 세상이 제대로 돌아가겠어요? 기름이 없는데 전쟁이 터지면, 탱크도 못 굴러가고 함정은 바다를 향해 발진도 못할 텐데, 하물며 전투기는 제대로 적진을 향해 날아가기나 하겠느냐고요! 그 원유 덕분에 지금은 우리 무슬림이 16억명이나 됐어요. 전 세계 70억 인구의 23%나 됩니다. 저 기독교세력도 그 동안 식민지 제국주의를 앞세워 아프리카고 남아메리카고 안 가리고 전파해서 지금 크리스천이 세계인구의 33%나 되고요.”
부왕세자가 열변을 잠시 멈추고 향후 중책을 맡기기로 한 `팔리흐`장관을 지그시 바라본다.
“아, 그래서 이제는 기독교인들을 상대로 전쟁을 치르자는 말씀입니까? 그래서 원유생산을 늘리고 싼값에라도 팔아서 빨리 전쟁자금을 비축하자는 말씀이군요. 그래야 노스-코리아에서 미사일 같은 대형 무기도 들여올 수 있으니까요. 왕실소유지만 `아람코`를 증시에 상장하면 바로 큰 돈이 들어오겠네요! 그렇다면 그 일은 제가 적임자가 분명합니다. 허허.”
`팔리흐`가 그제야 왜 자기를 차기 석유장관으로 내정했는지 이해가 되어 벌써 충성을 맹세한다.
“예, 이제야 이해가 되시는 군요. 우리의 적은 동족인 이란이 아닙니다. 바로 우리 이슬람의 원천적 원수인, 배신자 미국을 위시한 기독교세력 국가들이지요! 하하. 그런데, `아람코` 증시상장은 목돈마련 외에 보험가입의 목적이 더 큽니다.”
“예? 보험가입이라고요? 무슨 말씀이신지···”
환갑이 다돼가는 `팔리흐`의 두뇌회전으로는 젊고 야망에 찬 `빈 살만` 부왕세자 머리 속을 들여다 볼 수가 없다.
“우리 `아람코`의 자산을 평가하면 지분가치가 2조5천억달러(약3천조원)쯤 될 겁니다. 우리 사우디의 `타다울` 증권거래소 시장규모로는 수용이 턱도 없지요. 해서, 영국런던과 중국홍콩시장에 상장을 고려하고 있어요. 물론 미국뉴욕 증시도 접촉하고 있고요. 만약에 세계 증권시장에 상장이 되고 나면, 그때 우리가 전쟁을 일으켜도 미국이나 서방세계가 감히 우리 사우디를 함부로 공격하겠어요? 자기들이 `아람코` 주식에 투자한 돈이 우리 사우디아라비아 땅 속 유전에 묻혀있는데! 하하.”
“아, 예~ 그런 엄청난 계획이 있군요. 미처 몰라서 미안합니다. 그런데 미국이 뉴욕증시에 순순히 상장을 시켜주겠습니까?”
아무리 부왕세자 말이 옳다고 해도 그런 속내를 뻔히 짐작할 미국정부가 뉴욕증시에 고분고분 상장시켜줄 것 같지가 않다. 더구나 이번 미국대통령선거에서 보수적인 인물이 당선이라도 되는 날이면 미국증시의 진출은 분명히 가로막힐 것이다.
“그래서 우리 무슬림 출신 `사디크 칸` 의원의 영국 런던시장 당선에 그 많은 돈을 투자한 겁니다. 런던시장이면 정치적인 지위도 높고, 더구나 영국 왕실과 깊은 교류도 맺을 수 있지 않겠어요? 영국이 어떤 나라입니까? 미국의 정치가들 대부분이 그 선조가 영국에서 건너간 사람들입니다. 그들의 뿌리는 영국이고 미국이 영국에서 독립한지도 불과 200년밖에 안 됐어요. 아직도 대영제국 마지막 여왕이 건재해 있는데, 여차하면 영국정부의 입김으로도 `아람코`의 뉴욕증시 상장은 이뤄질 수도 있을 겁니다. 요즘 영국왕실 재정이 부실해서 궁중의 값나가는 물건들을 공매한다고 하지 않아요? 석유장관께서 취임하면 하루 원유생산량을 1천만배럴 이상으로 계속 유지해주십시오! 영국왕실에 건네줄 지원자금도 마련해야 하니까요. 하하하.”
원유매장량이 2,700억배럴로 세계 1위이고 하루 최대생산량이 1천만배럴로 전세계의 10%를 차지하는 석유대국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제 통치자, 31살의 `빈 살만` 부왕세자가 호탕하게 소리 내어 웃는다.
원유값이 떨어져서 배럴당 30달러가 된다고 해도, 하루 원유생산량이 1천만배럴이면 3억달러, 3천6백억원이나 된다.
그의 웃음소리 에 실려 석유보다 더 짙은 죽음의 그림자가 이 지구상에 서서히 드리우고 있는 것을 지금은 그 누구도 감지하지 못하고 있다.
이 소설은 판타지가 아닙니다. 머지않은 장래에 닥쳐 올 사실을 미리 알려드리는 겁니다. 여러분의 가까운 미래를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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