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북진 (4) - 레이저 건 실전연습
우리 한민족의 조상은 과연 아프리카 초원에 살던 흑인 일까요?
28. 북진 (4) – 레이저 건 실전연습
“정말? 야~ 코모도, 그런 일이 있었어? 진짜 대단하네! 하하.”
정훈이 놀랍고 대견해서 문도를 쳐다보고 환하게 웃는다.
지은과 둘이서 드론으로 부상당한 탈북자 연인을 안전한 곳까지 실어 날랐다는 게 아닌가!
“응! 윤 차장이 그러자고 해서 나도 얼떨결에 따라했는데,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 크크.”
문도는 자기가 한 일이 꿈속에서 이뤄진 것처럼 몽롱하다. 물론 시흥의 삼통사 본부에 앉아 모니터에 나타난 현장화면만 보면서 손가락으로 드론을 조종한 거니까, 마치 오락실에서 전투게임 한판 신나게 치르고 온 기분과 비슷하게 현실감이 떨어질지도 모르겠다.
“윤 차장하고 그새 호흡을 잘 맞췄구먼! 흐흐.”
정훈이 문도를 쳐다보고 싱긋이 웃는데, 순진한 문도 얼굴이 금세 홍당무가 된다.
“야, 코모도! 너, 혹시 여기서 만리장성 쌓은 거 아니야?”
정훈이 문 닫힌 침실을 흘깃 쳐다보더니 정색을 하고 문도를 빤히 쳐다본다.
애인도 없는 30대 초반 남녀가 단둘이 앉아서 나흘 밤을 꼬박 새웠으니, 웬만큼 이성적인 자제력이 억누르지 않고서야 어찌 젊은 야성의 욕구를 참을 수 있었겠는가? 그것도 문도 제 맘에 아주 쏙 들어서 윤지은 이름만 나와도 헤벌레해지는 코모도 섬의 왕도마뱀, 덩치 좋고 정력 센 고문도가 말이지.
“아냐, 인마! 만리는커녕 천리장성도 못 쌓았다. 씨~이, 크크.”
문도가 강하게 부정하면서도 못내 아쉬움에 얼굴이 더 홍당무가 된다.
***
“고 사장님, 저 피곤해서 침실에서 한 시간만 눈 좀 붙였다 갈게요. 그때까지 집에 가지 말고 기다려줄 수 있나요? 호호.”
북한 탈출주민 구출작전을 끝내고 드론 BB1과 BB3를 본부로 회수하자 새벽 6시쯤 되었다.
전에는 그 시간에 지은과 문도가 함께 나가서 새벽에 여는 시흥시 유흥가 골목의 뼈다귀해장국 집에서 아침을 먹곤 했었다.
말라깽이 지은은 밤을 새웠는데도 별로 피곤해 보이지 않았고, 되레 문도가 엉큼하게 침실에서 눈 좀 붙이라고 해도 괜찮다며 야릇한 미소만 띄우곤 해서 숫총각 문도의 가슴만 태웠었다.
“아, 그럼요! 어서 들어가서 쉬어요. 나는 소파에서 쉴 테니까, 침실 문 잠그고 자요. 흐흐.”
갑작스런 지은의 요청에 놀라고 흥분된 문도가 오히려 당황해서 얼굴을 붉히며 손으로 침실을 가리키고 허둥거렸다.
“문은 왜 잠궈요? 혹시 제가 안 일어나면 고 사장님이 와서 깨워주셔야 되는데! 호호.”
지은이 애교가 뚝뚝 떨어지는 야시시한 미소를 띠고, 짧고 착 달라붙는 니트스커트 속의 암팡진 엉덩이 볼기짝을 실룩거리며 침실로 들어갔다.
“아, 예. 뭐, 그래요, 그럼..”
문을 안 잠근다는 소리가 자기를 신뢰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인 문도가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른다.
`성공이야! 나를 믿고 몸을 맡길 수도 있다는 거 아니야! 이제 다 됐다. 이따 해장국 먹을 때 진주에 1박2일 여행 가자고 해도 승낙하겠는데. 크크.`
김칫국 마시고 소파에 앉아서 침실 쪽만 바라보던 문도가 흥분된 젊은 혈기를 참지 못하고, 화장실로 황급히 들어갔다.
***
“근데, 무슨 상의할 건이 있다고 서둘러 올라온 거냐?”
문도가 정훈에게 예정보다 하루 앞당겨서 급히, 어제 밤 늦게 올라온 이유를 묻는다.
“응, 너한테 알려 줄게 있어. 실은 내가 너 몰래 레이저 건을 개발했었거든. 이번에 그거 시험하러 악양에 다녀 온 거야.”
“뭐? 레이저 건을 개발했다고? 야~ 심통, 네 실력의 끝은 어디냐? 그래, 시험은 당근 성공했겠지? 나한테 알려주는 거 보니까. 흐흐.”
정훈의 기술을 알아주는 문도가, 반가워서 정훈이 들고 온 가방을 기웃거린다.
“응, 제대로 작동하는 거 다 확인했어. 이제 너하고 실전 연습 좀 해보려고. 하하.”
정훈이 가방에서 레이저 건을 꺼내 보여준다.
“야, 이거 권총 라이터잖아? 담뱃불도 레이저로 붙이게? 크크.”
문도가 정훈이 건네 준 권총레이저를 요리조리 만져보다가 손가락을 방아쇠에 댄 채로 총구를 입에 대고 웃는다.
“야, 체통! 조심해. 그러다 네 이빨에 구멍 뚫려! 하하.”
정훈이 펄쩍 뛰며 놀라는 척하고 문도를 놀려준다.
“얌마, 그럼 이거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는 갈비뼈가 퉁소 되는 거 아니야? 크크.”
문도가 권총레이저를 점퍼 안주머니에 꽂아 넣으며 장난을 친다.
“안전핀 있어서 괜찮은데, 조심은 해야지! 권총처럼 쉽게 다룰 수 있게 휴대용으로 만들었는데, 드론에도 레이저 건 장착기만 별도로 부착하면 돼. 장착기 내부 레이저 발생기에 전원과 컨트롤 배선작업만 약간 하면 드론에서는 전자스위치로 발사하면 되고.”
정훈이 자기 드론 BB2를 꺼내서 장착된 권총레이저를 보여준다.
“으, 흠! 아주 작게 잘 만들었는데! 그럼 이 권총레이저 성능은 어느 정도야? 멧돼지는 잡을 수 있는 거냐?”
정훈의 BB2 권총레이저를 들여다 보던 문도가 대뜸 멧돼지 사냥이 하고 싶어지는가 보다.
“응, 이 권총레이저는 최대출력이 1w 짜리야. 출력은 노브 돌려서 낮게 맞출 수 있는데, 이번에 시험한 결과는 0.1w에 맞추면 가장 적당한 것 같아.”
“최대 출력이 1w나 되는데 왜 10분지 1을 표준으로 하냐? 배터리 사이즈 때문에 그래? 요 손잡이 속에 탄환 대신 들어간걸 보니까 아마 그런 것 같네. 그럼 0.1w면 어느 정도 위력인데? 토끼사냥은 되는 거야?”
북한에 다니면서 산짐승만 봤는지 계속 사냥타령이다.
아마, 정훈이가 드론을 산중턱에 내려 앉혀 휴식취할 때 갑자기 나타난 산짐승을 처치하거나, 산짐승을 잡아서 북한 주민들 집에 갖다 주려고 개발한 줄로 생각하는 것 같다.
“응, 산짐승을 저격하려는 게 아니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북한침투 작전을 벌이다 보면, 아무래도 북한군을 만나게 될 수도 있지 않겠어? 그 때를 대비하려는 거지!”
“뭐? 북한군하고 전투를 벌이겠다고? 야, 심통! 너, 이제 실제로 북한군 박살전투를 시작하려는 거구나! 크크. 기분 째진다! 야~ 이걸 달고 올라가면 겁나는 거 없겠는데.”
문도가 좋아서 권총레이저를 바지주머니에 넣었다가 잽싸게 뽑아 들며 서부영화의 카우보이 흉내를 낸다.
“문도야, 어디 드론 레이저 건 실전시험하기 좋은 장소 없겠냐? 해변가에 사람처럼 생긴 바위 많고 한적한 곳.”
오이도에 사는 문도는 낚시를 좋아해서 혼자서 바닷가에 가끔씩 나간다.
“실전 시험? 바위 많고 한적한 곳이라.. 레이저 건은 발사할 때 총소리는 안 나지?”
“그럼, 총에서는 전혀 안 나고 바위 뚫을 때도 근처에서나 푸슝- 하고 방귀뀌는 정도? 하하.”
“그러면 얼마든지 있지. 대부도 지나서 선재도에 가면 작은 바위섬 무인도가 많아. 그 중에 하나 골라서 실전시험 해볼 수 있을 거야. 언제 갈래?”
문도가 전쟁놀이 하고 싶어 안달이 난다.
“오늘 밤에 가자. 거기까지는 얼마나 걸릴까?”
“응, 가까워. 차 타고 시속 60Km로 달려가면 40분 거리니까, 40Km쯤 되지. 드론으로 시속 40Km로 천천히 날아가면··· 몇 분만에 닿냐? 크크.”
계산이 쉬울 것 같은데 금세 답이 안 나온다.
“이런, 자슥 하고는. 맨날 윤 차장 생각이나 하면서 침 흘리니까, 네가 근상이 대신 골통이 됐구먼! 인마, 시속 40Km로 40Km가면 한 시간이지 뭐가 몇 분이야? 에구~ 코모도 섬에 가서 느릿느릿하게 기어 다니는 왕도마뱀들 하고나 살아라. 하하.”
정훈이, 눈알을 천정으로 향해 끔벅거리며 혀를 내어 계면쩍게 윗입술을 핥는 문도에게 쫑코를 주고 놀린다.
***
“저기 갓 쓴 선비처럼 생긴 바위에 대고 쏴보자.”
문도가 낚시를 즐기던 선재대교 입구에서 1Km 거리, 바다 한 가운데 떠 있는 `목섬`을 레이저 건 시험장소로 정했다. 지도상 직선거리로 20Km 지점이어서 드론을 띄워 시속 40Km로 날아가니까 30분밖에 안 걸렸다.
온통 크고 작은 바위로 둘러싸이고 반경 300m 이내에는 육지도 없이 밤 10가 다 된 시간이라, 근처를 오가는 배도 없어 마음대로 전쟁놀이를 하기에 딱 좋은 장소다. 이런 때보면 문도가 아주 쓸만한 삼통사 행동대원이다.
-푸 슝! 풋 슝! 푸푸풋 슝!
문도가 신나서 바위에 대고 레이저 건을 마구 갈긴다.
“얌마, 정조준 해서 한발씩 명중시키는 연습을 해야지 무슨 인민군 따발총 쏘는 연습하냐?”
“드론은 공중에 뜬 비행기잖아! 땅바닥에 엎드린 인민군 잡으려면 저공비행 하면서 기관총으로 이렇게 난사해야 되는 거야. 그것도 몰라? 히히.”
전쟁영화 많이 본 문도가 드론을 공중회전 시켜가며 곡예비행을 한다.
“야, 코모도! 인민군도 우리 민족이야 인마! 전투능력만 상실하게 다리 같은데 가벼운 부상만 입혀야지 그렇게 갈겨대면 머리에 맞아서 죽어버리잖냐? 걔네 들도 다 부모형제 있는 사람인데, 무자비한 인명살상은 아무리 금일 참회해도 부처님도 안 받아주는 살생중죄라는 거 몰라?”
정훈이 따끔하게 문도를 나무란다.
“아, 그렇지 참! 나는 6.25전쟁 하는 줄 착각했네. 중공군 오랑캐가 떼거지로 몰려오면 이렇게 하는 거거든. 북한 인민군은 우리 동포지. 그래, 알았어. 감질나는 한발 한발 정조준사격 연습할게! 크크. 재미있다.”
까불던 문도가 장난질을 멈추고, 정훈이 BB2 레이저 건 조준마크로 지정하는 선비바위의 각 부위를 제대로 맞추기 시작한다.
레이저 건으로 표적을 정조준 하면 목표지점에 황적색의 조준 마크가 나타나 보이므로 명중시키는 건 별로 어렵지 않다.
그러나 야간에 희미한 야시경 카메라에 의존해서 움직이는 사람을 수십 미터 떨어진 먼 거리에서 다리에 정확히 맞추어 사격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서 그걸 연습하는 중이다.
문도와 정훈은 역할을 번갈아 가며 30분 넘게 사격연습을 했다.
물론 드론은 선재도 목섬에 떠있지만 두 사람은 20Km 떨어진 시흥시 삼통사 본부의 테이블에 앉아서 PC에 뜨는 현장화면을 보면서 자기의 드론을 조종하고 있는 것이다.
“아쭈, 코모도 이제 완전히 명사수 다 되었네. 그만하고 돌아가 바붐에서 축하파티나 할까? 하하.”
정훈이 흡족해서 본부로 철수하자고 먼저 말한다.
“야, 심통! 확실히 내가 네 보다 더 잘 쏘는데, 내 BB1은 로봇 팔이 달렸고 네 BB2는 안 달려서 내 드론이 조금 둔해서 덜 맞춘 거야. 맞지, 응? 동의 안 하면 철수 안하고 바테리 앵꼬날 때까지 밤새 놀 거다. 크크.”
문도 말이 맞다. 4면 대칭이면서 가제트 로봇 팔이 달린 문도의 BB1은 무게가 20Kg이고, 스텔스기를 닳게 삼각형으로 직접 ㈜뉴런에서 제작한 정훈의 BB2는 15Kg으로 5Kg이나 가벼워서, 공중에서 급회전하거나 수직으로 급상승, 급강하할 때 훨씬 날렵하고 잽싼 동작을 취할 수 있다.
“그래, 알았어. 다음에 드론 바꿔서 한 번 확인 해보기로 하고 오늘은 신나는 기분이나 즐기러 가자. 흐흐.”
정훈이 자기가 좋아하는 바붐 여사장 김세희가 보고 싶어서 대충 끝내고 어서 가자고 재촉한다.
“아이, 씨! 김 사장 보고 싶어 보채는 거지? 니 혼자 가라, 하와이! 나는 거기 가면 윤 차장도 없고 뭔 재미로 들러리 서고 앉아 있냐? 크크.”
가봤자 근상이 애인 영란씨 밖에 없으니까, 재미없어하는 문도가 투덜거린다.
매니저인 영란이 외에 나머지 두 명의 아가씨들도 가녀린 몸매를 좋아하는 문도의 취향과 다르게 모두 살이 좀 붙고 웃음만 깔깔거려서 문도는 자기 옆에 앉지도 못하게 한다.
“그럼, 윤 차장을 그리 오라고 연락해보던지. 그새 진짜 둘 사이에 별일 없었는지, 아니면 쪼매라도 진도가 나갔는지 확인도 좀 시켜주고. 흐흐.”
정훈도 맞받아 치며 문도를 놀린다.
“아, 참. 정훈아! 우리 거기 한번 안 가볼래? 오늘 밤에 건너온다고 했는데!”
낄낄거리던 문도가 문득 생각난 듯 갑자기 정색을 하고 정훈을 바라본다.
“거기? 아, 하. 탈북자가 건너온다는 강화도 말이가? 그래.. 그게 좋겠다. 혹시 또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가서 도와주면 완벽한 탈출작전 성공이 되겠네.”
미처 그런 생각을 못했던 정훈이 우직해 보이는 죽마고우 문도가 대견스러워 함빡 웃음을 지으며 쳐다본다.
“그런데 내려오는 시간은 정확히 모르거든. 어떻게 하는 게 좋지? 그냥 강화도에 가서 우두커니 기다리고 있기만 하는 건 좀 그런 거 같은데···”
“그러네. 여기서 그 조지골인가 하는 데까지 거리가 얼마나 되냐?”
“음··· 우리 본부까지 90Km 였으니까, 여기서도 100Km는 안 넘겠다. 강화도까지는 80Km 정도 되고. 가는 데는 인천공항을 우회해도 양쪽 다 2시간이면 충분하겠네. 조지골은 조금 빨리 날아가면 되니까.”
문도가 기억을 더듬어서 거의 정확한 거리와 비행시간을 계산해 낸다. 계산 능력이 제법 많이 늘었다 싶다.
“문도야, 그렇다면 너는 조지골로 가고 나는 강화도로 나눠서 가면 안 되겠나? 화면은 공유모드로 두고!”
화면을 공유모드로 두면 양쪽화면을 서로 동시에 볼 수 있다.
“아, 그래. 그러면 되겠다! 흐흐, 역시 심통은 반짝반짝 한단 말씀이야. 크크.”
문도가 만족해서 어릴 적부터 짱으로 모셔온 정훈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잠시 후 오랜 두 친구 삼통사의 체통 문도와 심통 정훈의 BB1과 BB2가 나란히 떠서, 북쪽 인천 앞바다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을 왼쪽으로 비켜 돌아 강화도를 향해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이 소설은 판타지가 아닙니다. 머지않은 장래에 닥쳐 올 사실을 미리 알려드리는 겁니다. 여러분의 가까운 미래를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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