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푸른 하늘 은하수
우리 한민족의 조상은 과연 아프리카 초원에 살던 흑인 일까요?
47. 푸른 하늘 은하수
“그러니까 몽골반점은 우리 한민족하고 몽골족, 터키의 투르크 족이 한 선조 밑에서 생겨나 갈라져 나온 같은 핏줄이라는 표시란 말이지? 그럼 북한 애들도 당연히 있을 거고, 조상님들이 서쪽으로 머나먼 터키에는 갔으면서 다른 나라에는 왜 안 갔을까?”
문도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다른데도 있어! 알래스카 에스키모족도 몽골반점이 있단다. 지구가 빙하기에 접어들어 러시아와 알래스카 사이에 있는 베링해협이 얼어 붙었을 때, 우리 조상들이 북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갔다는 구만. 지금도 베링해협의 좁은 폭은 85Km밖에 안 된대.”
“그래? 그러면 몽골 출신 에스키모족이 더 남쪽으로 내려가서 아메리카 인디언이 된 거야? 인디언은 우리처럼 황색인종이고 칭기즈칸처럼 말을 잘 타잖아! 이랴!~ 끼랴!~”
“워~워! 소 등에 쟁기 채워서 논밭 가냐? 키키. 처음에는 학계에서도 네 말처럼 아메리카 인디언도 에스키모족이 남쪽으로 이동해서 퍼져나간 것으로 생각했는데, 지금은 아니라고 판정 났단다. 오히려 남아메리카의 마야, 잉카, 아스텍 문명의 원주민들이 북쪽으로 거슬러 올라 온 것 같다는 구만.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기 이전의 인디언들 숫자는 2~3천만명 정도로 추정되는데, 종족이 나바호족, 모하비족 등등해서 약 30여개나 된대. 심지어 아프리카나 오세아니아주에서 건너온 집단이 혼입되기도 했다는 학설도 있다는 구만.”
“아~ 아깝다! 베링해협 건너간 김에 디립다 말 타고 내려가시지, 그 추운 알래스카 얼음 땅에는 왜 주저앉아서 남미 원주민한테 그 넓은 대륙을 다 빼앗겼을 고? 그럼, 그 남미 황색인 원주민들은 도대체 선조가 누구인 거야?”
“저 멀리 다른 별에서 왔겠지 뭐!”
“또, 골디락존 별 타령 나온다. 고만 좀 하시지, 심통 도사님! 크크.”
“야, 코모도! 너 `미리내` 본 적 있어?”
“미리 내? 뭘 미리 내고 봐? 아, 미리 예약하고 영화 보느냐고? 귀찮게 뭘 예약하고 봐, 그냥 가도 빈자리 많은데.”
“하~ 자슥 하고는! 너, 그래가지고 윤 차장하고 데이트라도 하게 되면 무슨 얘기 꺼낼래? 사내가 무드도 좀 있고 그래야지 인마!”
“무드? 그렇지! 무드 있는 이야기를 해야 되지. 그럼. 그럼. 근데, `미리내`가 무슨 무든데?”
“`미리내`가 은하수를 가리키는 순 우리말이야. 우리 옛말로 `미르`가 `용`을 뜻하고, `내`는 개울, `시내`를 의미하거든. 그래서 옛날 사람들이 은하수를 올려다 보고 하늘로 올라가 승천한 용이 사는 시내구나 생각하고 `미르내`라 불렀고, 나중에 `미리내`로 바뀌게 된 거야. 오케이?”
“아, `미리내`가 은하수의 순 우리말이다 이거지. 알았어! 그런데, 은하수가 어디에 있냐? 애들 상상력 키워주느라고 지어낸 동화 같은 얘기지! 하얀 쪽배에 토끼가 타고 간다며? 그딴 얘기 했다가 윤 차장이 유치하다고 웃으면 어떡하라고? 키킥.”
“얌마, 유치한 게 얼마나 좋은 건데? 동자승처럼 순진하고 귀엽다고 안 그러겠어? 너무 귀여워서 윤 차장이 뽀뽀라도 해줄 지 모르지! 키키.”
“아, 그래 맞아! 나는 좀 뻣뻣하니까 동자승처럼 순진하고 귀엽게 굴어야 돼! 크크. 그런데, 미리낸가 은하수는 왜?”
“하늘에 떠 있는 `미리내`, 은하수를 제대로 본 적이 있느냐고?”
“그건 상상 속의 시냇물인데 어떻게 보이냐? 밤새도록 올려다봐도 희미한 별, 몇 백 개밖에 더 보여?”
“이런, 너 아직도 은하수를 제대로 보지 못했구나! 하기는 하늘이 스모그로 잔뜩 가린 서울 근처에서만 살았으니까 언제 푸른 하늘 은하수 볼 기회가 있었겠나. 언제 한번 악양루에 가서 실컷 구경하고 오자. 비 온 뒤에 올려다 보면 별이 진짜 수천, 수만 개나 눈부시게 반짝거려!”
“아, 그래? 은하수가 진짜로 보이는 거구나! 야~ 빨리 가서 보고, 윤 차장하고 데이트할 때 써먹어야 되겠다. 크크.”
“아, 좋은 생각이 난다! 문도야, 내가 윤 차장하고 너하고 진짜배기 은하수 있는데 여행 보내줄게!”
“어? 악양루 말고 더 좋은 데가 있어?”
“응, 몽골 북부 알타이산맥 자락에 있는 `홉스굴` 호수야. 2년 전에 내가 회사 그만두고 쉴 때 혼자 배낭여행을 좀 다녀왔잖아? 그때 그 `홉스굴` 호숫가에서 야영을 했었지.”
“아, 맞다. 니가 유럽이고 어디고 두어 달쯤 돌아다니다 왔다고 했는데, 몽골에도 갔었구나! 그래, 그 호숫가에서 은하수를 본거야?”
“응. `게르`라고 꼭 인디언 천막처럼 원뿔모양으로 생긴 천막이 있는데 그 `게르` ger 빌려서 이틀 밤을 지냈어.”
“잠깐, 가만! 몽골 천막은 인디언천막처럼 원뿔모양이 아니고 둥그스름한 원통모양 아니야?”
문도가 칭기즈칸 영화에서 본 커다란 천막이 생각나는 모양이다.
“응, 그건 장기간 집으로 사용하는 대형 `게르`고 임시 천막으로 사용하는 소형 `게르`도 있어. 길쭉한 버드나무 네댓 개를 아래는 벌리고 위에는 한데 모아 묶어 세워서 그 바깥으로 짐승의 털로 만든 천을 둘러쳐서 만들어. 대형 `게르`를 중앙아시아 투르크족 유목민들은 `유르트` yurt라고도 부르지. `게르`는 아랍어인데 몽골이나 파키스탄에서는 크나 작으나 다 `게르`라고 불러.”
“아, 그렇구나. 우리 캠핑용 텐트랑 같다고 보면 되겠네. 그래서, 그 `홉스굴` 호수 주변은 오염이 안된 곳이라서 하늘이 아주 맑고 깨끗했겠네?”
“그럼, 말도 마! 호숫가에 앉아서 고개만 치켜들어도 하늘이 온통 별 천지야. 은하수가 영어로는 Milky Way 인데, 우유를 쏟아 부어 놓은 것 같기도 하고, 내 눈에는 반짝이는 하얀 유리보석을 잘게 부셔서 푸른 하늘에 잔뜩 뿌려놓은 것 같더라. 하늘 중앙으로 크고 작은 더 많은 별들이 냇물처럼 모여서 가로질러 흐르는데, 그 별들이 우리 은하계에 속해 있는 이웃 별들인 거지. 엄청나게 많은 별들이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려서 내 몸을 덮칠 것만 같더라고!”
“와~ 안 보고 네 말만 들어도 밤하늘이 어떤 모습인지 쬐끔 짐작은 간다. 그 수많은 별 어딘가에 우리 지구 같은 행성이 있을 거라는 얘기지?”
“그럼! 우리 은하계에는 별이라고 부르는 즉, 우리의 태양처럼 스스로 빛을 내는 항성이 수천억 개나 돼! 미국항공우주국 NASA가 지난 5월11일에, 2009년부터 `케플러` 망원경으로 찾아낸 지구를 닮은 행성이 2,325개라고 밝혔어.”
“그렇게나 많아? 그럼 그 중에 지구처럼 생긴 행성도 있겠네?”
“그럼. 그 중에 550개 정도는 표면이 암석으로 되어있고, 행성표면에 액체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는 `골디락스 존` 안에 있는 지구 형 행성이 9개나 된다고 밝혔어.”
“야~ 지구 같은 행성이 9개나 있다고? 어디에 있는데? 멀대? 가깝대?”
“당연히 거리는 무지하게 멀지만, 머지않은 장래에 그런 행성에서 온 우리 지구인처럼 생긴 외계인이 분명히 나타날 거야. 너는 내 말을 건성으로 듣지 말고 그 날을 대비하고 있으란 말이지! 그래야 몽골 알타이 산맥에 있는 `홉스굴` 호수에 윤 차장이랑 같이 은하수 구경하러 보내줄 거니까. 오케이?”
“아하, 그럼. 그럼. 외계인이 있고 말고! 그 `홉스굴` 호수에 윤 차장하고 함께 가면 외계인을 만나볼 수 있을지도 모르지. 그럼! 크크.”
문도가 갑자기 외계인 신봉자가 되어버렸다.
*** ***
문도가 창원공업단지에 있는 신창원의 회사 `대도정밀` 정문경비실에 명함을 건네고 5분도 지나지 않아서 총무부장이라는 사람이 허겁지겁 뛰어나왔다.
“고문도사장님 되시죠? 총무부장 허성원입니다. 반갑습니다. 제가 사장님 실로 안내하겠습니다. 따라 오십시오.”
명찰을 단 회사유니폼에 넥타이를 맨 말끔한 40대초반 총무부장을 따라 널찍한 운동장 같은 시멘트포장 마당 안으로 들어섰다.
정면에 있는 사무실 동으로 보이는 커다란 3층건물을 향해가는데, 건물 옆과 뒤편으로 아파트 3층높이도 더 되어 보이는 공장건물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게 보인다. 얼핏 봐도 공장건물이 들어선 면적만 수천 평은 넘어 보였다.
사무실 동 건물입구 회전문을 들어서자 넓은 대리석바닥 로비 정면 계단 옆 엘리베이터 앞에 남녀직원 두 명이 문을 열고 서서 목례를 올린다. 문도를 VIP대접하는 모습이 여실히 보였다.
3층에 내려 좌측 복도 사무실앞을 지나 끝에 있는 사장실로 들어서자, 널찍한 접견대기실 책상 앞에 서있던 여비서가 목례를 올리고 사장실 문 앞으로 안내한다.
“여~ 고 사장 어서 오시오. 이거 오랜만이오. 허허.”
사장실로 들어서자, 응접소파 안쪽 큼직한 사장 책상에 앉아있던 신창원이 얼른 일어나 앞으로 나오며 손을 내밀고 문도를 반갑게 환영한다.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문도가 허리를 굽혀 악수하면서 정중하게 인사를 올린다.
“먼 길 오시게 해서 미안하오. 내가 우리 고 사장님한테 긴히 부탁드릴 일이 있어서 그런 거니까 이해해 주시오. 허허”
소파에 앉으라고 손짓을 하며 신창원이 너스레를 떤다. 따라 들어온 총무부장과 여비서가 있는 앞이라 사장님 폼은 잡으면서도 문도에게 손님대접을 하느라 언사에 최대한 신경을 쓰는 것 같아 보인다.
“차는 뭐로 드실까? 푸얼차(보이차) 있는데 괜찮겠소? 윈난성에서 직접 산 거라 진짜배기요. 허허.”
“아, 예. 좋습니다.”
푸얼차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럴 땐 무조건 좋다고 하는 게 옳다.
“푸얼차 주고, 허 부장은 밖에서 좀 기다리고 있으소!”
“예, 알겠습니다. 사장님! 밖에서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총무부장과 여비서가 나가고 신창원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문도를 훑어본다.
불과 1년반 전에 서부경남 양대 조직폭력배 창원파 오야붕과 땅벌파 보스로 결투를 벌였던 사이인데, 이렇게 우인(?)이 되어 우정 어린 미소를 띄우며 마주보고 앉아있으니, 오월동주이던가?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는 말이 맞는 말 같다.
“오면서 보니까 공장이 엄청 크던데요. 무슨 제품을 만드십니까?”
문도가 먼저 어색한 분위기를 깨고 묻는다.
“아, 뭐. 군에서 쓰는 장비를 만들고 있소. 우리가 원청은 아니고 세컨드 소스인데, 워낙 큰 장비고 생산공정이 까다로워서 생산라인이 복잡하다 보니까 공장이 좀 높고 넓어야 되요.”
“아, 군용장비를 만들어서 군에 납품하는 거네요? 그러면 방위산업체군요. 대단하십니다!”
“허허, 뭐 내가 시작한 건 아니고, 선친께서 이 창원공단 초기에 입주해서 자리를 잡아 주신 거지요. 말이 좋아서 군납이지 우리 일은 쇠 깎는 일이 태반이라서 별로 메리트는 없소. 앞으로는 아무래도 건설업에 주력을 해야 될 것 같아요. 허허. 자~ 차부터 들고 얘기합시다.”
여비서가 보이차를 가져오자 신창원이 얼른 말을 중단하고 딴청을 편다.
문도가 계두식이를 통해서 들은 바로는 신창원의 `대도정밀`은 군용 대포나 장갑차, 전차에 들어가는 내연기관용 실린더 cylinder와 피스톤 piston을 전문으로 생산하고 있다고 했다.
이 소설은 판타지가 아닙니다. 머지않은 장래에 닥쳐 올 사실을 미리 알려드리는 겁니다. 여러분의 가까운 미래를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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