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흑표 전차 K-2
우리 한민족의 조상은 과연 아프리카 초원에 살던 흑인 일까요?
49. 흑표 전차 K-2
“그런데, 칠면조는 어떻게 구하시려고요?”
이란 같은 더운 나라에서 칠면조 사육이 쉽겠나 싶은 문도가 고개를 갸우뚱한다.
“아, 그건 아무 염려 안 해도 되요! 아까 얘기한 우즈베키스탄에서 얼마든지 구입해 올 수 있소.’
신창원이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띄운다.
이란 현지의 훈제칠면조 가공공장 설립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해놓고 혹시 거절할까 봐 속으로 조마조마 했는데, 칠면조 구입을 묻는 걸 보니까 거의 반승낙은 받은 셈이나 마찬가지다 싶다.
“칠면조는 매일같이 공급이 되어야 하는데, 우즈베키스탄에서 조달이 쉬울까요?”
“이란에서 투르크메니스탄을 지나면 바로 우즈베키스탄이라서 지리적으로도 가깝소. 우즈벡에는 대형농장은 없어도 시골에 칠면조를 수백 마리씩 사육하는 농가가 수없이 많이 있소. 우리가 잘 몰라서 그런데, 우즈벡에는 1995년에 우리나라 DW사가 설립한 `우즈대우`라는 자동차제조회사가 있소. 거기서 생산한 자동차가 지금도 판매율 1위를 지키고 있소. 현재 우리 교포도 많이 살고 있어서 칠면조의 지속적인 수급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오. 허허.”
신창원이 역시 보통 사업가가 아니라는 게 여실히 증명된다.
“그럼 칠면조 가격은 어느 정도나 합니까?”
완전히 코너에 몰린 문도가 겨우 가격문제를 끄집어내어 위기를 벗어나 보려고 한다.
“음.. 수컷 26주 정도 자란 놈이 무게가 12Kg정도 나가는데, 50달러만 주면 살 수 있소. 그렇게 비싼 건 아니지요?”
“한 마리에 50달러나요? 그러면 6만원인데, 제가 국내에서 구입하는 것보다 두 배나 비쌉니다!”
문도가 하동 강호준사장 농장에서 매일 300마리씩 구입하는 가격이 마리당 3만원이다. 가격이 비싸서 안될 거라고 신창원을 포기시킬 빌미가 생겼다.
“한국보다 두 배나 비싸요? 매일 몇 마리씩 구입할 때 가격이오? 내가 말한 건 소매로 한두 마리 살 때 얘기고, 수백 마리씩 사면 반값 이하로 낮출 수 있소. 칠면조 생 닭을 사서 훈제 가공시키면 부위별 구분 없이 한 마리 전체로 묶어서 볼 때, 얼추 더블은 받고 출고되지요? 우즈벡에서 20달러에만 사오면 훈제 가공해서 40달러 되고, 체인점 마진 10달러만 붙여서 50달러에 소매가격 매겨도, 체인점에 20%마진은 떨어지니까 체인점모집에 별 어려움은 없겠지요? 이란에서 생 닭이 한 마리에 50달런데, 훈제칠면조가 50달러면 서로 사 먹을라고 난리 나지 않겠소? 허허.”
문도가 할 말을 잃고 애꿎은 식은 푸얼차(보이차)만 홀짝거려 마신다.
“내가 뜬금없는 얘기를 꺼내서 우리 고 사장이 몹시 황당할 줄로 아요. 잠시 머리도 식힐 겸 영화 한편 보실라요? 허허.”
“영화요? 무슨···”
칠면조보다 더 뜬금없는 소리에 문도가 더 당황해 한다.
“전쟁영환데, 아마 고 사장은 이런 거 못 봤을 거구만.”
신창원이 웃으며 응접테이블 모서리의 벨을 눌렀다.
금세 사장실 문이 열리고 여비서가 들어선다.
“응, 허부장 와서 영화 틀라고 해라! 푸얼차, 따뜻한 걸로 바꿔주고.”
“네, 사장님! 알겠습니다.”
여비서가 나가고 금방 들어온 허부장이 출입문 옆 벽에 붙은 스위치를 만지자, 벽면에 드리워져 있던 커튼이 올라가고 대형 LED TV 화면이 나타난다.
손에든 리모컨을 만져 사장실 유리창 블라인드를 가리자 외부 햇빛은 차단되고 실내 등만 켜져 있다.
그 사이 여비서가 새로 가져온 푸얼차 주전자를 교체해서 들고 나가고, 신창원이 문도와 자기 잔에 따뜻한 보이차를 다시 따르고 허부장에게 오케이 사인을 보낸다.
“이 동영상은 지난 1월에 실시된 육군 기계화부대의 동계훈련 영상입니다. 이 훈련에서 우리의 국산 흑표전차 K-2의 작전수행 모습이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되었습니다. 영상을 보신 다음에 질문을 받고 설명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허부장의 안내 말씀이 끝나고 실내의 등이 소등되면서, LED TV 화면에 동영상이 들어와 돌아가기 시작했다.
화면에는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얕은 개울을 건너는 전차의 모습이 등장했다. 하늘에는 갈색 연막탄이 여기저기 터져 내리고 앞차를 뒤따르는 다른 전차도 개울물속으로 진입하며 물보라를 일으키기 시작한다. 화면아래의 짧은 자막과 함께 내레이션이 울려 나온다.
“-육군 최신형 전차 K-2 흑표전차가 참여한 가운데 육군 20사단 혹한기 전술훈련이 남한강 일대에서 실시되었습니다. 육군 제20기계화 보병사단은 혹한기 전술훈련의 일환으로 남한강에서 도하훈련을 실시하며 K-2 전차가 최초로 도하훈련 장면을 공개했습니다. 이번 도하훈련은 기계화부대가 동계 악조건 속에서 자연장애물을 극복하고 정상적으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실시 중입니다.”
이어서 바위산자락을 배경으로 널따란 개울물에 전차 여러 대가 줄지어 물보라를 일으키며 건너는 장면이 나타났다. 계속해서 터지는 연막탄을 뚫고 뭍으로 올라온 선도 전차가 싸락눈이 덮인 비포장도로를 전진해 나간다. 전차 위에는 헬멧을 쓰고 기관총을 잡은 병사의 디지털무늬 상체모습도 보인다. 뒤이어 올라온 다른 전차들도 열을 지어 뒤따르고 내레이션은 이어진다.
“-한편 20사단은 15일부터 23일까지 경기도 양평과 충북 충주일대에서 혹한기 전술훈련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육군 최신형 전차인 K-2 흑표전차는 지난 2014년 20기계화사단에 최초로 실전배치 됐으며 국내에서 유일하게 운용하는 부대입니다. 앞서 2001년 K1A1 전차를 비롯해서 2009년에는 K-21 보병전투차량이 20사단에 가장 먼저 배치되는 등, 최정예 기계화부대의 선봉에서 조국방위에 임하고 있습니다.”
화면에 커다란 보병전투용 장갑차량 여러 대가 등장해서 전차와 함께 개울을 건너 뒤따르는 모습이 나타났다. 장갑차 위에는 기관총사수 2명과 조수 2명도 보인다. 넓은 포장도로로 올라온 장갑차는 빠른 속력으로 질주해 달려간다. 앞서가던 전차들도 뒤질세라 빠른 속도로 질주하여 교량을 건너고 마을을 지나 폭이 넓고 수심이 깊은 강가에 다다른다.
왕복2차선의 포장도로를 질주할 때는 장갑차와 전차에 위장망이 둘러쳐진 모습이 눈에 뜨인다. 훈련 중이지만 보안상 그런 것 같다.
“-갑자기 닥친 한파 속에 눈이 내려 작전수행에 어려움이 예상됐지만, 20사단은 한치의 착오도 없이 예정된 시각에 K-2 흑표전차, K1A1 전차, K-21 보병전투차량 등 30여대의 궤도장비가 신속하게 남한강을 건너는 도섭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넓은 강가에는 수십 대의 공병부대 트럭이 주차해있고 공병대가 만든 넓고 긴 부교가 이미 설치되어 있다. 전차는 천천히 부교에 올라 앞에서 파란 깃발을 들고 수신호해주는 병사의 지시에 따라 강을 건너간다. 부교를 다 건너간 전차의 상공 하늘에 헬기가 떠서 정지비행 하는 모습도 보인다.
“-흑표전차들이 강을 건너 교두보를 확보한 뒤 본래의 대규모 장비와 병력들이 신속히 도하할 수 있도록 공병부대가 투입돼 남한강에 `리본교`를 펼쳐 약 1시간여만에 길이 170m의 부교를 완성했습니다.”
상공에 뜬 2대의 헬기가 클로즈업 되고, 부교를 건넌 보병전용 장갑차 뒷문이 열리면서, 병사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와 앞서가는 전차를 향해 달려간다.
“-완성된 부교 위를 전차, 장갑차 등이 도하하는 상공에서는 AH-1S 코브라 공격용헬기 2대가 엄호하며 적 공격에 대비했습니다. 강을 건넌 K-21 보병전투 차량이 적진으로 쇄도한 후 탑승 병력이 쏟아져 나와 적을 궤멸시키는 총력전에 나섰습니다.”
낮게 내려와 비행하는 코브라헬기의 위용이 화면을 채우고 전진 공격하는 전차와 병사들의 뒷모습을 끝으로 동영상은 정지되었다.
“이상이 지난 1월에 공개된 흑표전차 K-2의 동계훈련 모습입니다. 무슨 질문이 있습니까?”
다시 실내등이 켜지고 TV앞에 차려 자세로 선 허성원부장이 문도를 바라본다. 외부에서 VIP손님들이 오면 총무부장이 브리핑전담 담당자인 모양이다.
“전쟁영화인 줄 알았다가 흑표전차가 나와서 실망하셨소? 허허. 실은 우리가 흑표전차에 들어가는 부속품을 생산하고 있어요. 우리 원청에서 손님들 홍보용으로 제작해서 준 거요.”
“아, 그렇습니까? 저는 사진에서나 몇 번 봤지 저런 훈련에 참가한 동영상은 처음 봅니다. 성능은 둘째 치고 겉 모습만 봐도 대단한 전차 같아 보입니다. 아주 중요한 군수물자를 납품하고 계시네요!”
신창원의 `대도정밀`을 별거 아닌 줄 생각했던 문도가 감격해서 찬사를 내뱉는다.
“아니, 뭐 우리가 흑표전차 전체를 만드는 건 아니고, 저기에 들어가는 실린더 cylinder 하고 피스톤 piston을 만들어 납품하고 있는 거요.”
신창원이 겸손한 척 자세를 낮추는 발언을 한다. 가진 자의 아량에서 우러난 겸손인지 아니면 자기보다 높은 사람한테 하던 습관적인 저자세가 무심코 나타난 건지는 구분이 안 간다.
“실린더하고 피스톤이면 엔진용 부품 아닙니까? 군용탱크의 엔진부품을 생산하는데 대단한 거지요!”
문도는 신창원의 겸손을 좋은 의미로 받아들이고 되레 격려를 해준다.
“그리 말해주니까 고맙소. 우선 다음 영화를 마저 보고 자세한 얘기를 나눕시다. 허 부장, 계속 하소!”
“예, 사장님! 2부를 상영하겠습니다. 이번에 보실 영상은 지난 4월에 실시된 훈련인데, 흑표전차가 수중에 들어가서 잠수한 상태로 강물을 건너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다시 실내등이 나가고 어둠 속에서 LED TV 화면에 흑표전차가 2대가 나타났다. 연막탄이 터지는 사이로 푸른 잡초가 덮인 강둑아래 강변의 자갈밭과 모래흙을 질주해간다.
“-육군 제20기계화보병사단은 경기도 여주시 연양리 일대 남한강에서 진행된 잠수도하훈련에서 하천은 더 이상 장애물이 될 수 없으며 또 하나의 기동로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새삼 증명했습니다.”
강변 건너편을 향하여 흑표전차에서 기관총이 난사되고 흑표 K-2의 뒤를 이어 보병전용 장갑차도 등장한다. 전차와 장갑차에서 기관총을 난사하는 동안에 장갑차 뒷문을 열고 나온 보병 전투원들이 공격단정(고무보트)을 강물에 띄우고 신속하게 강을 건너 주요지점을 확보한다.
“-이번 훈련에는 흑표전차 K-2와 보병전투차량 K-200이 참가해 육지와 하천을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보여준 육군 20사단 기계화부대의 자랑스러운 모습을 지금 확인해 보십시오”
시속 50Km로 달려와 강가에 다다른 흑표는 정지상태에서 포신을 진행방향 반대편으로 돌리더니 전차 상부에서 원통의 드럼통이 솟아오른다. 3단으로 된 환기용 스노클 snorkel이 다 올라오자 헬멧 쓴 병사의 상체가 드러나고 진행방향인 강변 건너편을 바라보고 입에 문 마이크로 뭔가를 지시한다. 흑표전차는 옆 장갑차의 엄호 속에 경사진 비탈에 미끄러지면서 서서히 강물 속으로 들어간다.
“-수심 3m가 넘는 강물 속에서 무게 55톤의 K-2 흑표전차가 포신만 수면 위로 내놓은 채 강을 건너기 시작합니다. 전차의 실내는 완벽한 방수설비가 갖춰져 있어 승무원의 안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잠시 후 2m가 넘는 흑표전차의 몸체는 완전히 물속에 잠기고 3단의 스노클과 그 위에 서있는 병사의 모습만 드러낸 채 강물 한 가운데로 전진해 나간다.
이 소설은 판타지가 아닙니다. 머지않은 장래에 닥쳐 올 사실을 미리 알려드리는 겁니다. 여러분의 가까운 미래를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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