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 푸른 바다 위에 돈이 넘실댄다
우리 한민족의 조상은 과연 아프리카 초원에 살던 흑인 일까요?
69. 푸른 바다 위에 돈이 넘실댄다
“저, 소장님! 신공항 문제로 침울해 있는 TK 민심을 달래는 방안이 하나 있는데요.”
북한 미사일 얘기가 나오는 바람에 깜빡 했던지, 정책실장 우두석이 갑자기 엉뚱한 소리를 꺼낸다.
“그래? 뭐 좋은 거라도 있나?”
미래비전연구소 정경재소장이 긴가민가하면서 우 실장을 쳐다본다.
“예, 이번에 신고리 원전 5,6호기가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건설허가가 났습니다. 이 걸 언론에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우리 정부가 신규 원전 건설을 허가한 것은 2011년말 경북 울진군 신한울 원전 1,2호기 허가 이후 두 번째이다.
울산광역시 울주군에 건설될 신고리 5,6호 원전에는 설계수명 60년의 한국형 신형 원자로가 들어간다. 이 원자로는 지난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돼 세계 시장에서 그 기술력을 인정받은바 있다.
두 원전을 짓는데 투입될 비용은 총 8조6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2021년과 2022년에 신고리 5,6호기가 완성되면 우리나라의 29,30번째 원전이 된다.
“신고리 5,6호기는 울산광역시 울주군에 건설되는 건데, TK민심하고 무슨 상관이 있어?”
정 소장이 이 사람 또 무슨 헛소리를 하려고 저러나 싶은 표정으로 바라본다.
“예, 울산이 경남이긴 하지만 대구에서 아주 가깝지 않습니까? 발전용량이 각각 1400메가와트(Mw)로 4인 가족기준 45만 가구가 쓸 수 있는 규모입니다. 이것은 대구시 전체에서 1년간 소비하는 전력용량과 맞먹는다는 사실을 크게 부각시켜서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음, 흠.”
우두석이, 제가 눈에 띄지도 않는 홍보용 사건을 잘도 골라내지요, 하는 표정을 지으며 혼자서 흐뭇해한다.
“야, 그거 자네 말처럼 홍보했다가 괜히 TK사람들 신경만 건드려서 더 화나게 만드는 거 아니야?”
정 소장이 아무래도 불안해서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럴 것 같은데요! 울산은 지역도 PK쪽인데다가 5,6호기 공사에 연인원 400만명이 투입되고, 건설부터 운영까지 약 3조9000억원의 지역 경제 유발효과가 기대되는데, 제 생각엔 오히려 TK지역의 시샘만 불러 일으킬 소지가 더 많을 것 같습니다.”
경제실장 박제민이 입다물고 있으려다가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은지 한마디 하고 나선다.
“그래, 맞아! 신고리 원전에서 생산하는 전기를 TK지역으로만 보내면 모를까, 그 원전공사로 당장 PK지역에서 수혜를 보는 것이 뻔히 보이는데, 고작 발전용량이 대구 1년치 사용량과 맞먹는다고 홍보했다가는, 대구 때문에 그 많은 돈 들여서 위험한 원자력발전소 짓는다고 오해하기 딱 좋겠네 뭐. 안돼, 그건 영 아이야! 커, 흠.”
정 소장이 만날 되잖은 의견만 제시하는 고교후배 우 실장을 못마땅한 시선으로 째려본다.
“괜히 지나간 신공항문제에 신경 쓰는 것보다는 조선업과 해운업 분야의 전망을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습니다.”
박제민이 자기가 준비한 경제문제로 화제를 돌려버린다.
“조선, 해운업? 신공항보다 더 골치 아픈데, 무슨 좋은 소식이라도 있는 거요?”
정 소장이 그래도 믿을 만한 박 실장에게 기대를 걸고 바라본다.
“예, 조선소 빅3가 다음달부터 스스로 자구안을 이행하기로 했답니다. D조선은 임원과 사무직의 임금을 직급별로 10~30%씩 감축하고 토요일 특근도 축소하고 일요일 특근은 아예 폐지하겠답니다,”
“그 친구들 이제야 제정신이 들었구먼! 잘 나갈 때 데모도 안하고 지금처럼 했으면, 다른 나라로 선박주문도 안 뺏기고 아무 문제 없었을 거 아니야?”
“그러게나 말입니다! 외국 선사들이 조선소 타워크레인에 올라가서 데모하는 거 보고 놀라서, 전부 다른 데로 발주를 돌려버렸지 않습니까? 중국만 어부지리 해서 지금 선박건조 기술이 우리하고 격차가 얼마 나지도 않는답니다. 음, 흠.”
무안해서 잠잠하게 있던 우두석이 한마디하고 끼어든다.
“그리고 H중공업은 이달부터 이미 휴일근무를 폐지하고 있었는데, 평일 오후 고정연장근무 1시간도 폐지하기로 했답니다. 그리 되면 한 달에 평균 30~50만원의 임금이 줄어들 것이라고 합니다.”
“이왕 하던 연장근무, 꼴랑 1시간인데, 회사를 위해서 수당은 안 받고 근무는 계속하면 안 되는가? 그지요? 소장님! 하하.”
우두석이 또 쓸데없는 헛소리를 지껄인다. 어디 가서 그딴 소리 했다가는 맞아 죽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S중공업은?”
정 소장이 우두석이에게 눈살을 찌푸려 보이면서, 제일 큰 조선소는 어쩌는지 궁금해서 묻는다.
“예, S중공업은 이미 사장은 전액, 임원은 30%, 부장 20%, 과장 15%, 사원은 10%를 반납하기로 했는데, 다음달부터 실시해서 내년까지 임금과 복지축소를 통해서 9천억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향후 필요한 시점에 유상증자를 할 수 있도록 발행주식수의 한도를 늘려놓는 정관변경을 위한 주총이 열릴 거라고 합니다. 회사가 유동성위기에 빠질 경우, S그룹이 유상증자에 나서는 방안도 담겨있답니다.”
“음, 그래요? 그렇게 스스로 자구책을 강구하게 되면 우리 조선소 빅3의 구조조정문제는 많이 해결되어서 위기는 넘길 수 있겠구먼! 그러면 해운업계는 무슨 다른 소식이라도 있소?”
글로벌 경제위기를 겪다 보니 운송할 물량이 줄어들어서 해운업계도 비상등이 켜지기는 마찬가지다.
“예, 아주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H상선이 세계 1위의 해운동맹 2M에 가입하게 된답니다.”
“어? 지난번에 박 실장이 H상선은 3위인 THE얼라이언스에 가입할 거라고 하지 않았어?”
우두석이 그걸 기억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하기는 박제민실장이 알려주는 경제동향에 따라 몰래 주식투자를 해서 아직은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그랬지요. THE얼라이언스에는 과거 H상선과 같은 해운동맹에 있던 G6멤버사인 독일의 하팍로이드, 일본의 NYK, MOL 등이 속해 있어서 얼마 전 까지만 해도 그쪽 가입이 낙관적으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2M에 가입하게 된다는 건가?”
정경제소장도 의아해서 물어본다.
“예, 우호적일 줄 알았던 THE얼라이언스 기존가입 회원사들이 미온적인 분위기였고, THE얼라이언스에 먼저 가입한 우리 J해운에서 H상선 가입을 카드로 용선료 협상을 줄다리기 한다는 소문이 퍼져서, 2M에서 먼저 H상선에 손을 내밀었답니다.”
“아, 그래요? 그것 참 잘 되었네! 그러면 이제 H상선은 채권단이 제시한 전제조건은 다 만족하게 되는 거 아닌가?”
“맞습니다. 해운동맹가입이 되면, 용선료 조정과 재무 조정도 모두 충족하게 되는 셈입니다. 8월초에 채권단 출자전환을 거쳐서 산업은행 자회사로 공식 편입하게 될 것입니다.”
현재 세계의 해운업계는 3개의 거대한 해운얼라이언스(해운동맹)로 나뉘어 있다.
1위인 `2M`은 세계시장 점유율 1위 선사인 `머스크(Maersk)`와 2위 선사인 `MSC`로 구성된 해운동맹이다. 2M은 2014년에 이루어졌는데, 3위 업체인 `CMA-CGM`과 함께 진행하던 `P3` 해운동맹이 중국 상무부로부터 해운시장 경쟁을 제한한다는 이유로 불허 판정을 받자, 머스크와 MSC가 따로 나와 동맹을 결성했었다.
현재 2M의 시장 점유율은 28.6%로 1위 이고, 2위는 26.4%인 `오션얼라이언스`이며, 3위는 17.2%의 `THE얼라이언스`이다. 만약 H상선이 2M에 가입하게 되면 시장 점유율은 1.9%가 늘어나서 30.5%로 상승하게 된다.
2M의 아시아-유럽 노선 시장점유율은 33.4%인데 반해서 아시아-북미 노선은 15.4%로 약세이다. H상선이 2M에 합류하면 두 노선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35.5%와 19.6%로 상승하게 된다.
머스크는 컨테이너선이 312만 TEU(6m 컨테이너 1개단위)로 619척이나 보유하고 있고, MSC도 273만TEU로 497척이나 보유하고 있으며, 아울러 두 선사는 H상선이 보유하고 있지 않은 초대형선박도 보유하고 있다.
용선료가 인하되면 H상선이 확장 개통된 뉴-파나마운하를 통해 미국 동부지역 항로운항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앞으로 H상선의 경영정상화 문제는 어떻게 진행될 건가?”
“예, 다음달 중순에 임시주총이 열리고 H회장은 대주주로 물러나고 전문 경영진이 구성되어서 H상선을 꾸려나가게 될 것입니다.”
“음, 그래요? 그 H그룹 H회장은 여자의 몸으로 애 많이 쓰고 물러나는 구만. 그러면 정부에서는 어떤 정책기조를 유지하면 되는 건가?”
“예, 정부에서는 H상선이나 J해운 중에 하나의 국적 해운사를 빨리 만들고, 해운펀드기금을 조속히 마련해서 초대형선박발주를 서두를 필요가 있겠습니다!”
박제민 경제실장이 전문가답게 확실한 소신이 실린 방안을 제시한다.
“음.. 그거야 뭐, 정부정책으로 추진하는데 별 어려움은 없겠네! 좋아, 해운업계는 이제 비전이 보이는 구만. 허허.”
정 소장이 모처럼만에 기분 좋은 웃음을 짓는다.
“아니, 그.. J해운은 다 쥐어준 떡도 못 먹고 뭐하다 뒤로 쳐지는지 모르겠네! H그룹은 여자가 나서서 어려운 일도 다 해결하고 물러나는데, J그룹 회장은 물귀신 작전하다가 자기들만 물에 빠져 죽게 생겼고, 딸이라는 건 하늘에서 땅콩회항이나 시켜서 여론만 악화시키고 있으니, 주가가 반 토막 나지 않으면 이상한 거지! 음, 흠.”
우두석이 괜히 열 받아서 구시렁거린다.
아마도 J해운 주식을 사둔 모양인데, 떡고물 먹으려다가 망쳐서 돈만 날리게 생겼나 보다.
“그럼, 경제 관련해서 다른 논의할 사항은 없는가?”
정 소장이 회의를 마쳐도 되겠는지, 박 실장을 바라보고 묻는다.
“해운업과 연관되는 에너지 관련 중대한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에너지 관련 문제? 석유는 지금 유가도 별 문제 없지 않소?”
“눈에는 잘 안 띄지만 석유와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소장님!”
*** ***
창원 대도정밀 사장실.
신창원사장과 전략실 전창배부장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이번에 오른 금을 팔고 밸브회사 주식을 좀 사두도록 하시지요.”
“밸브회사? 지천에 널린 게 밸브인데 밸브에 투자하자고? 우리가 깎아 만들어도 최고상품은 나올 건데 무슨 소리야?”
신창원이 못마땅한 얼굴로 전창배를 바라본다.
“예, 맞습니다. 그런데, 어떤 때는 흔해빠진 식물에서 귀한 신약이 개발될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우리 대도정밀은 터키 밀수출 때문에 어차피 밸브 만들어서 증시에 상장시키지는 못하니까, 그 대신 다른 밸브회사 주식에 투자해서 간접적으로 수익을 올리자는 말씀입니다!”
전창배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한번 들어보시고 말씀하시지요, 하는 표정을 짓는다.
“그렇기는 하지만, 여기 창원에만 해도 밸브 만들던 회사가 거의 다 문을 닫지 않았어?”
“예, 기술투자도 없이 영업만 믿고 값싼 밸브 마구 찍어내는 회사는 당연히 도태되지요. 밸브 한 우물만 파 온지 29년이나 되었고, 국내 시장 점유율을 60%나 차지하는 밸브회사가 하나 있습니다.”
“그래? 그런 데가 있었어? 어딘데?”
“예. HS라는 회사인데, 거래량은 12000주 정도이고 거래대금도 6천만원정도 됩니다. 주가는 H상선의 3분의1 정도인데, J해운보다는 3배나 높습니다. 해운사 투자는 좀 더 지켜보기로 하고, 우선 여기에 당분간 묻어두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지금 마침 하향곡선의 밑바닥을 쳤습니다.”
“음.. 주가나 거래량은 괜찮아 보이네. 그럼, HS사에 무슨 특별한 비전이라도 보이나?”
신창원이 솔깃해서 관심을 보인다.
“HS가 미국 도시가스 설비업체에 밸브를 납품하고 있는데, 러시아 최대 국영 천연가스회사인 `가스프롬(Gazprom)`에도 하반기에 벤더 등록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뭐? 러시아 가스프롬에 밸브를 납품해? 그럼 당장, 그 회사 주식 전부 다 사들여라!”
신창원이 `가스프롬`이라는 말만 듣고도 당장 주식매입을 결정해버린다.
도대체 러시아 `가스프롬`이 뭐길래?
이 소설은 판타지가 아닙니다. 머지않은 장래에 닥쳐 올 사실을 미리 알려드리는 겁니다. 여러분의 가까운 미래를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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