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 남-북-러-중-한 가스관
우리 한민족의 조상은 과연 아프리카 초원에 살던 흑인 일까요?
75. 남-북-러-중-한 가스관
가옥의 모퉁이로 걸어가던 북한 병사가 개머리판을 옆구리에 밀착하고 왼손으로 총신을 거머쥐더니 살금살금 가옥의 뒤편으로 돌아간다.
쓰윽, 총구를 겨눈 채 가옥 뒤편을 살피는데 창문 불빛이 비치는 가옥 뒤쪽에는 아무도 없다. 병사는 살금살금 걸어서 흙으로 바른 굴뚝아래 불룩한 부분 뒤쪽도 살펴본다.
아무런 인기척이 없자 병사는 모퉁이로 되돌아 나와 총을 어깨에 메더니 바지 앞을 열고 돌담 벽에 거총을 하고는 난발사격을 가한다.
푸르르, 시원한 듯 몸을 털더니 단추를 채우고 마당으로 되돌아 나갔다.
괴한이 간 뒤 잠시 후, 돌담을 넘어 뒷집에 숨어있던 짱개가 키 높이의 담장을 가볍게 뛰어넘어 건너온다.
드론 BB11-12로 상공에서 정찰하던 덩치가 북한군 병사의 동태를 미리 알려준 모양이다.
병사가 왔다 가서 이제 다시 안 올 걸로 생각된 짱개는 창문 밑에 바싹 붙어 서서 방안의 대화를 엿듣는다.
-“기러니께 터널 속에서는 무선 폭파기의 작동거리가 150미터 밖에 안되더란 말이지?”
-“그렇습네다, 대좌동지! 작동거리가 한 300미터만 되면 터널입구에서 누르고 튀면 아무 문제 없갔시오.”
-“김 상좌동지! 무선 폭파기 작동거리를 300미터로 늘릴 수는 없갔소?”
-“원래 터널 내부에서는 전파손실이 무지 큽네다. 300미터로 늘리려면 두 배 거리라서 폭파기 송신출력을 4배로 올려야 하는디, 폭파기 크기가 너무 커져스리 부속품을 분해해서 숨겨 가기가 어려울 겁네다.”
586부대(정찰총국 제1국) 대좌와 같이 온 907연락소 상좌는 폭발물 전문 기술자인 모양이다.
-“기러니께 크기는 커지지만 터널내부에서 300미터 거리에서 작동시킬 수 있는 무선 폭파기를 만들 수는 있단 말이지요?”
-“그렇습네다, 대좌동지! 이미 기성품도 있는데, 빠테리를 제외해도 장비의 크기만 벽돌만 합네다. 부속품을 조각으로 분해해서 운반한다고 해도 공항 검색대를 통과할 수는 없을 겁네다.”
작전국인 제1국의 남파 침투작전에 사용되는 각종 폭발물과 전자장비를 이 정찰총국 제7국 산하 907연락소에서 만들어 지원하는 모양이다.
-“······. ······.”
-“잘 알갔소. 기럼 일단 907연락소에서 300미터짜리 폭파기를 준비해 주시오. 운반은 이 군관 동무들 말고 따로 잠수정에 실어서 내려 보내도록 상부에 보고하갔소.”
잠시 고심을 하는지 침묵이 흐르더니 결정을 내린 대좌가 엄청난 선언을 한다.
공항 검색대 통과가 어려워서 벽돌크기의 전자제품인 폭파기를 잠수정으로 남한에 실어 나르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폭약과 폭발물도 저 군관으로 보이는 괴한들 외에 잠수정으로 다른 루트를 통해서 남한에 상주하고 있는 고정간첩에게 따로 전달되는 모양이다.
인터넷이 발달된 시대니까 남한의 고정간첩들에게 잠수정이나 괴한들과의 접선지령을 내리는 것은 일도 아닐 것이다.
-“대좌 동지! 잠수정을 동원하려면 상부의 허락을 받는데 문제가 많지 않습네까? 차라리 터널의 양쪽 입구 쪽 150미터 지점만 폭파시켜도 그 터널은 완전히 무용지물이 되고 남조선에 대한 경각심은 충분히 주지 않겠습네까? 굳이비 해저터널에 바닷물이 침수되게 할 필요까지 있갔시오?”
907연락소 상좌가 자기들 폭파기 성능에 대해 상부에서 질책을 할까 봐 염려되는 모양이다.
-“김 상좌 동지! 동지가 몰라서 그러는데, 이 작전은 그 쪼맨하고 쓰잘데기 없는 해저터널 하나 폭파해서 남조선 인민들 겁주자고 벌이는 작전이 아닙네다.”
갑자기 대좌의 목소리가 격앙되고 커진다.
-“아, 그렇습네까? 어쩐지 사관도 아이고 대위 급 군관동무 세 명으로 조를 짜서 보내는 거이 심상찮은 작전이다 싶기는 했습네다. 기럼 무슨 다른 큰 목적이 있습네까?”
지원부서인 연락소 상좌도 이번 작전의 목적은 잘 모르는 모양이다.
-“군관 동무들도 귀담아 듣기요! 동무들이 이번에 수행하는 폭파임무는 우리 공화국의 앞날에 엄청난 영광을 가져다 줄 작전이오. 우리가 이미 4년 전부터 러시아 사할린의 천연가스를 남조선에 공급하기 위해서 지하가스관 터널공사작업을 하고 있소. 이미 원산까지 터널이 뚫려있소.”
대좌가 특별한 비밀스런 얘기라도 폭로하는 것처럼 목소리를 조금 낮추고 천천히 설명한다.
-“아, 그거는 저도 알고 있습네다. 지금은 남조선하고 관계가 안 좋아서리 대외적으로는 중단된 것처럼 보이지만, 언젠가는 남쪽으로 러시아 가스를 내려 보내게 될 거이고, 우리는 통과료를 받을 수 있으니께 가스관 터널공사 작업은 계속하고 있디요. 근데, 그거하고 남조선 통영 해저터널 폭파하고 무슨 상관관계가 있습네까?”
아, 이네들이 지금 수 년 전에 활발하게 협의되던 남-북-러 가스관사업을 얘기하고 있는가 보다.
2000년 햇빛정책으로 남북대화가 열리고 부산에서 출발해서 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가기 위한 KTR(한반도 종단철도)노선과 TSR(시베리아 횡단철도)노선 연결 철도사업이 거론되고 2007년에 다시 MB정부가 사업참여 하기로 합의되었으나 추진을 미루고 있었다. 그러다 2010년 3월에 천안함사건이 발생하면서 논의 자체를 중단하게 되었다.
그러나 러시아는 2011년 9월에 사할린-하바롭스크-블라디보스토크를 잇는 육로 가스관 1차라인을 개통시켰다.
그러다 2012년 3월에 푸틴이 대통령에 다시 당선되자, 러시아의 사할린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를 북한을 거쳐 국내로 공급하려는 사업이 MB정부와 거론되었다.
현 정부가 들어선 2013년 9월에 러시아는 나진-하산 사이를 연결하는 54Km 구간 철도 개보수를 완료했고, 10월에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발표되면서 11월에 한-러 두 정상이 이 사업에 한국기업이 참여하는 것에 합의했다.
북한 땅은 약 700Km의 지하 가스관을 경유하여 서울까지 연결시키는 사업이었고, 이 파이프라인이 완성될 경우 러시아는 연간 30억달러(약5조원)가 넘는 천연가스를 한국에 안정적으로 수출할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이 사업을 추진했었다.
그러나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 북한 강경정책 기조가 유지되고, 휴전선 목합지뢰사건과 개성공단폐쇄 등 연이은 남북관계 악화로 인하여, 이 남-북-러 가스관사업은 흐지부지 되고 말았던 것이다.
그랬는데, 북한에서는 이 남-북-러 가스관 공사를 계속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907연락소 상좌의 말처럼 그 가스관공사하고 통영 해저터널 폭파 계획하고 무슨 상관이 있다는 말인가?
-“지금 우리 인민군부대에서 사용하는 전투 비행기들은 거의 다 어디서 들여온 것이오?”
-“기거야 전부 러시아에서 들여온 것 아닙네까?”
-“기렇디요! 그럼 우리의 우방국인 중국에서는 무시기를 들여오고 있소?”
-“중국에서야 땅크 굴리는 기름을 들여오고 있지 않습네까?”
-“그래, 맞소. 그런디, 시방 중국에서 우리한테 기름을 제대로 주고 있슴메?”
-“그거야 미 제국주의 간나 새끼들이 국제적으로 연합해서리 우리한테 갱재제재를 가하라고 하니께, 전 세계적으로다가 대국인 중국이 체면상 마지못해서 기름 공급을 줄이고 그러는 거 아입네까?”
-“그렇디요. 그래도 러시아는 같은 대국이면서도 우리한테 기름을 조금씩 주고 있단 말이오. 러시아 아니었으면 우리 38선에 배치된 땅크들은 제자리에서 옴짝달싹도 못하게 될 뻔 했단 말이우다.”
-“예. 그렇기는 한데, 남조선 해저터널 폭파하는 거 하고 중국이 우리한테 기름 공급해주는 것하고 무슨 상관이 있습네까?”
-“동무들도 잘 알다시피 우리 군부는 저 김일성 수령동지 시절부터 구 쏘련,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서 군사력을 키워온 거란 말이오. 그 동안 중국만 믿고 자유무역 한답시고 까불던 장성택이네 김양건이네 하는 반동 간나 새끼들은 모두 다 우리 군부가 나서서 비밀리에 몰살시켰단 말이오!”
엄청난 소리를 지껄이는 이 정찰총국 소속 대좌는 계급에 비해서 꽤나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인 모양이다.
-“아, 그렇습네까?”
지원국인 제7국 907연락소 상좌는 작전국인 제1국 소속 대좌가 하도 큰소리를 치니까 기가 죽어서 목소리가 기어들어간다.
-“그래서, 지금 중국에서는 우리 군부에게 앙갚음을 하려고 남조선과 음모를 꾸미고 있소!”
-“예? 중국이 남조선과 음모를 꾸미다니요?”
들여다 볼 수는 없어도 듣고 있는 세 명의 대위 급 군관들도 놀란 토끼 눈을 뜨고 있음이 분명하다.
-“중국은 그 동안 러시아에 엄청난 돈을 빌려주면서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자기들 수요 이상으로 중국 땅으로 들여오고 있소. 왜 그런 줄 아시오?”
-“음.. 기거는 혹시 러시아가 우리 공화국에 천연가스를 공급하게 되면 자기들 체면이 안 서니께서리, 중국이 직접 우리한테 가스를 공급해주려고 그러는 거 아닙네까? 하하.”
-“상좌 동지! 정신 바짝 차리시라요! 중국이 그 남는 천연가스를 남조선에 공급해 주려고 지금 밀담을 주고받고 있단 말입네다! 아시갔소?”
-“서, 설마요? 가스를 우리 공화국을 거치지 않고 어더렇게 남조선으로 보낸단 말입네까? 배로 실어 나르면 비용 때문에 경제성이 없디 않아요?”
-“기래서, 중국 산둥반도 웨이하이에서 남조선 백령도까지 174키로메다 서해 바다 밑으로 가스관을 매설해서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남조선에 제안하고 있는 중이오! 백령도에서 서울까지 206키로메다는 남조선에서 알아서 하겠지비.”
-“예? 그거이 사실입네까?”
-“사실이오! 기래서 우리가 통영 해저터널을 폭파시켜서, 만약에 중국과 남조선 사이에 해저 가스관을 설치하면 요 꼬라지가 될 것이라는 걸 보여주려는 것이오! 이제 이번 작전의 중요성을 알겠소?”-
-“예? 예.. 예! 잘 알겠습네다, 대좌 동지!”
-“박 대위, 거 창문 좀 열라우. 내래 흥분해서리 열이 나는 구만!”
-“옙! 대좌 동지.”
말소리가 끝나자 마자 짱개의 머리 위 작은 창문이 벌컥, 열린다.
“어? 거기 누구야? 너는 누구냐? 병사! 병사!~”
박 대위란 놈이 엉겁결에 웅크리고 앉은 양복 입은 짱개를 발견하고 냅다 고함을 지른다.
-“뭐요? 무슨 일이요?” “침입자요! 날래 나가 보기요!”
방안의 군관 두 놈이 방문을 박차고 마당으로 튀어나가고, 마당에 있던 총 든 병사 두 놈이 부리나케 뒤꼍으로 달려온다.
위기 일발!
발각된 짱개가 얼른 일어나서 일단 돌담을 넘기 위해 키 높이의 담장 위에 손을 뻗어 얹고 몸을 솟구친다.
-푸석, 와그르르!~
어설픈 돌담 윗부분이 무너지면서 짱개의 몸이 그만 땅바닥에 나둥그러지고 만다.
“꼼짝 말라우! 손을 위로 들라우!”
아까 오줌을 누고 갔던 병사가 AK-47 소총을 짱개에게 겨누며 고함을 지른다.
순간, 짱개가 허리춤의 권총을 뽑으려는데,
“간나 새끼 손 위로 날래 들라우!”
뒤쪽으로 달려온 다른 병사의 고함소리가 들린다.
짱개는 하는 수 없이 엉거주춤 일어서며 양손을 머리 옆으로 들고 손바닥을 벌려 보인다.
“땅바닥에 손 집고 엎드리라우!”
뒤쪽으로 다가온 병사가 소리를 친다.
어쩔 수 없어 짱개가 양손을 땅바닥에 짚고 엎드리고 병사 두 놈이 짱개 앞뒤로 다가온다.
그때,
-푸슉, 푸슉~
“으엌! 으으 으엌!
공중에서 최루가스가 짱개 앞쪽 병사 얼굴에 뿌려지자, 병사는 총을 내던지고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안고 나뒹군다.
“동무, 왜 그래? 무슨 일임메? 으엉? 저거이 뭐시여?
뒤 쪽의 병사가 놀라서 고함을 지른다.
최루가스를 발사한 덩치의 Black-Bird, 쌍드론 BB11-12가 뒹구는 병사의 머리 4m지점에 떠있다.
-푸슉, 푸슈슉~
“으아앜! 으어엌!
순간 뒤 쪽 병사의 얼굴에도 잽싸게 내려온 떡대의 드론 BB13이 최루가스를 뿜어댄다.
“뭐야, 이새끼는?”
-찰칵!
그때 창문으로 대좌의 권총이 드러나고 안전핀 푸는 소리가 들린다.
-피슝!
-파~악! 퍽!
“으엌! 아으~읔!”
짱개의 허리춤에서 레이저권총이 발사되고, 정확히 맞은 대좌의 권총이 박살 나며 폭발했다.
대좌는 손과 얼굴에 화상을 입고 뒤로 나자빠져 방바닥을 뒹군다.
-푸슉! 푸슉!
“으엌! 으아앜!~
-푸슉, 푸슈슉~ 푸슉, 푸슉!
“으엌! 끼악~” “으앜! 끄엌~”
뒤따라 뒤 켠으로 달려온 운전병들과 군관들 얼굴에 가차없는 최루가스 공격이 가해지고, 인민군들은 얼굴을 감싸 쥔 채 땅바닥에 떼거지로 나뒹군다.
덩치의 쌍드론 BB11-12가 잽싸게 내려오고, 짱개가 안장에 올라앉자마자 쌍드론은 하늘 높이 솟아오른다.
뒤 늦게 뒤 켠으로 합류한 박 대위와 김 상좌는 어둠 속 하늘을 올려다보며 어쩔 줄을 모른다.
이 소설은 판타지가 아닙니다. 머지않은 장래에 닥쳐 올 사실을 미리 알려드리는 겁니다. 여러분의 가까운 미래를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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