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부대 SST(Silent Service Team

소통

“내가 특전사랑 합류해서 쟤들 베이스캠프를 털 테니까, 너는 여기서 단서가 될 만한 것이 있는지 조사해봐. 지원 요청한 감식반이 오려면 1시간 정도는 걸린다니까 시간은 충분할 거야.”

“우와 저 정도면 엄청난 대군인데요. 걔들 가루로 만들어 버리시게요?”

“건쉽 2대에다가, 특전사가 탑승한 병력 수송헬기 2대라면 근래에 보기 드문 대병력을 동원하는 것이긴 하지. 국방부에 지원 요청을 했더니 저 정도로 챙겨주더라고. 국방부 애들 화가 머리꼭지까지 난 것 같긴 해.”

김 팀장은 암살범들의 제 2 베이스캠프의 좌표가 파악되자, 곧바로 지원을 요청하였다. 하지만 김 팀장이 지원을 요청한 것은 국정원 요원들이 아니었다. 상대는 미사일과 돌격 소총으로 무장한 테러리스트, 이를 제압하려면 국정원 요원들 보다는 중무장한 특전사 요원들이 더 효용성이 높았기 때문에 국정원 요원을 지원 요청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김 팀장은 국정원의 상층부를 경유하여 바로 국방부에 지원 요청을 하였다.

그 동안 경호 실패로 인해 무자비한 언론의 국방부 때리기에 노출되어 있던 국방부는, 암살범들의 소재가 파악되었다고 보고받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국방부는 이번에야말로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고자 칼을 갈고 있었던 것이었다.

국방부는 김 팀장의 지원요청에 건쉽으로는 AH-64E 아파치 가디언 공격헬기 2대를 지원하였고, 거기에 완전무장한 특전사 1개 팀이 탑승하는 수리온 헬기 2대를 추가로 지원해주었다.

건쉽(Gun Ship)은 말 그대로 공격헬기로서 헬기 강습 시에 병력 수송 헬기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지상 목표를 무력화시키는 임무를 맡는 헬기를 말한다. 한국 육군은 전통적으로 AH-1S 코브라 헬기를 이 임무에 배당하였으나 코브라 헬기는 1980년대에 도입되어 노후화되었기 때문에 그 후계 기종으로 교체되게 된다.

AH-1S 코브라 헬기를 대체할 기종으로는, AH-64E 아파치 가디언 헬기가 채택된다. 이 AH-64E 아파치 가디언 헬기 4대를 한국 육군이 2016년 6월에 인도받아 AH-1S의 건쉽 임무에 투입하고 있었다.

즉 국방부는 아직 4대 밖에 도입되지 않은 최신형 공격헬기인 아파치 가디언을 작전에 투입함으로서 이 작전에 거는 기대가 작지 않음을 표시하였던 것이었다.

또한 특전사 지휘부는 공중 강습을 위해 수리온 2대에 완전 무장한 특전사 1개 팀 14명을 배치하여 작전에 투입함으로서 암살범들의 베이스캠프를 완전히 무력화시킬 계획도 세웠다.

이 정도의 병력 전개라면 테러리스트 30 ~ 40명 정도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는 규모의 병력 전개였다. 군사 기지가 아닌 테러리스트들의 근거지를 제압하기 위해 투입하는 전력으로는 충분하다 못해 과분할 정도였다.

“오랜만에 공중 강습까지 하시겠네요. 무사히 다녀오세요.”

“알았어. 하도 오랜만에 헬기 강습을 하는 것이라 잘 될지는 모르겠어. 여하튼 1시간 정도는 시간 있으니까 천천히 조사해봐, 나중에 제 2 안전 가옥에서 만나자.”

말을 마친 김 팀장은 수리온 헬기에 탑승하기 위해서 운동장으로 달려갔다.

김 팀장을 태우기 위해 수리온 헬기 1대만 운동장에 착륙한 상태였고, 나머지 헬기들은 공중에서 정지한 즉 호버링(Hovering) 상태였기 때문에 운동장은 흙먼지로 가득했다. 김 팀장은 흙먼지 사이를 통과하여 수리온에 탑승하였다.

김 팀장을 태운 헬기 대군은 빠른 속력으로 준우들의 시야에서 사라져갔다.

“우리 둘만 남았네. 너 또 내 뒤통수치는 건 아니지?”

준우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지민에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지민은 심각한 표정을 하며 리볼버를 준우에게 건네며 말했다.

“리볼버 반납할까요?”

“아니, 농담이야. 다음부터는 절대로 그런 농담하지 않을게.”

준우는 자신이 한 말이 지민에게 뼈 있는 농담으로 들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준우와 김 팀장만 믿고 아군 진영으로 전향한 사람에게 그런 농담을 한다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도리가 아니라고 느낀 준우는 다시는 그런 식의 농담을 하지 않을 것을 맹세하였다.

“자 우린 우리 일을 시작하자고. 1시간 밖에 남지 않았어.”

준우는 서둘러 미사일 발사기와 탄두가 남겨져 있는 교실로 향하였다. 교실 안은 인터셉터로 정찰했을 때 본 것 보다 훨씬 난잡한 상태였다. 여기저기 널려있는 자재들과 소형 크레인은 정신 사나울 정도로 난잡하게 흩어져 있었다.

“휴우, 여기서 건질 게 뭐 있는지 모르겠지만 감식반이 오기 전까지는 건질 수 있는 것은 건져 봐야겠지?”

준우는 휴대전화를 꺼내어 교실 안 여기저기를 찍었다.

정보기관 요원이 만능은 아니다. 증거를 채취하고 조사하는 임무는 국내에서 국과수 즉 국립과학 수사 연구원을 따라갈 조직이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따라서 김 팀장은 암살범의 베이스캠프를 확보하자마자 국과수에 지원을 요청하였다. 준우들은 그 감식반이 여기에 도착할 때까지 조사를 하다가 감식반이 도착하면 현장을 그대로 인수인계 해주면 되는 것이었다.

“어래? 저게 뭐지?”

준우는 교실 구석 쪽에서 여러 개의 분말들이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분말들 근처에는 이 분말들을 어딘가에 주입할 때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깔때기도 놓여 있었다.

화학 쪽 전공이 아닌 준우로서는 이 분말들의 정체를 당장은 알 길이 없었다. 그래서 준우는 분말들의 사진을 찍고는 각 분말들을 조금씩 들어내어 갖고 있던 비닐봉지에 집어넣었다.

준우는 이 분말들의 샘플이 나중에 요긴하게 사용될 줄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그렇게 특별한 것은 없는 것 같네. 감식반 오면 인수인계하고 집에 가자.”

준우는 지민에게 제 2 안전 가옥을 집이라고 표현하였다. 대만의 조직을 배신한 지민에게 SST가 그의 집이자 보금자리였기에, 지민에게도 그 표현은 어색하지 않았다.

“집이라........ 좋네요.”

“한국 음식 좋아하는 것 있어? 어차피 집에 가봐야 사내놈들 밖에 없으니 냉동식품 아니면 라면인데, 오늘 같은 날 인스턴트는 너무 하잖아. 말해봐. 사줄게.”

준우는 지민을 의심했던 것이 마음에 걸려 그에게 좋아하는 음식이 있는지 물었다. 자신은 한국계 대만인이라고 지민이 말해서, 준우는 지민이 한국 음식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알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골라야 하는 음식의 예를 들어주지는 않았다.

“어머니가 한국인이셨지만, 집에서는 대만 음식만 하셔서 한국 음식은 잘 몰라요. 형님이 골라주는 걸로 먹어 볼게요.”

“형님이라, 거 듣기 나쁘지 않은데? 매운 거 좋아해? 부대찌개 맛있게 하는 데를 알거든.”

“부대찌개? 그게 뭐예요?”

준우의 예상과 다르게 지민은 한국에 대해서 거의 모르는 것 같았다. 한국어 실력이 유창해서 지민이 한국에 대해서 잘 알 것이라고 생각했던, 준우의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가는 순간이었다.

“소시지랑, 햄이랑 이것저것 넣고 매콤하게 끓인 찌개야. 맛있어. 먹어보면 마음에 들 거야.”

“네. 저 매운 거 좋아해요. 대만이 아열대 기후라서 매운 거 많이 먹거든요. 부대찌개라. 기대되네요.”

지민은 준우가 대접한다는 부대찌개를 상상하며 미소를 지었다. 할머니를 제외한 타인에게서 오랜만에 따스함을 느끼는 지민이었다. 지민은 한국에 있는 동안 따스함을 느낄 기회가 거의 없었다.

용병들끼리도 오랫동안 함께 하는 경우에는 정이나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지민이 있던 집단은 고액의 연봉을 쫓아 급하게 모인 용병집단이었기 때문에, 용병들끼리도 이해득실을 철저하게 따졌다. 그런 용병집단에서 인간의 정이나 따스함을 느낀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만약 이 사건이 마무리되면 어떻게 할래?”

“글쎄요. 아직 생각해 본적이 없어서......... 일단 할머니를 한국에 모셔와야겠죠?”

장래를 묻는 준우의 질문에 지민은 할머니를 한국에 데려오겠다고 하였다. 준우들을 위해서 할머니가 아무 가치도 없다고 거짓말을 한 지민이었지만, 할머니라는 단어가 나오자 눈에서 눈물을 글썽거렸다.

“할머니는 어떤 분이신데?”

“부모님이 어릴 때 돌아가셔서, 거의 할머니가 저를 키워주셨어요. 할머니가 저한테 기대를 많이 하셨는데 사고만 쳐서 할머니가 고생 많이 하셨어요. 이제는 좀 편안하게 해드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짜식, 그렇게 안 봤더니 효자네.”

12살 때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지민은 할머니에게 맡겨졌다. 할머니는 가오슝의 공업단지 근처에서 노점을 하면서 지민을 키웠는데, 어려운 가정 형편 탓이었는지 모르지만 지민은 날이 갈수록 빗나갔다.

부모님의 따스한 정을 받지 못한 지민은, 어린 친구들이 부모가 없다고 놀리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치기어린 친구들의 장난을 받아주기에는 지민도 어렸고 연약했던 것이었다. 지민은 자신을 무시하는 것 같은 친구들에게 꿀리지 않으려고 범죄 조직에도 가담하고 일탈 행동들을 계속하였다.

그런 생활이 계속되던 중에 지민은 폭력 사태에 가담하여 사람을 죽이게 되었다.

결국 지민은 대만 경찰에 넘겨져 꽤 오랜 기간 소년원에서 생활하게 되었고, 늙은 할머니가 지민의 옥바라지를 부담하게 되었다. 지민의 할머니는 지민이 마음을 잡고 새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매일 눈물로 애원했다. 그런 할머니 덕에 지민은 새 출발을 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고아인데다가 범죄자로 낙인찍힌 지민을 받아주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주위의 시선은 차가웠고, 지민은 그 시선을 견디기 힘들어 했다.

그런 생활이 계속되던 중에 지민은 잭의 조직이 사람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할머니의 애원이 맘에 걸리는 지민이었지만 한국에 건너가서 한탕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꼬임에 지민은 잭의 조직에 가입하였다.

그리고 그 다음 일은 준우도 잘 알고 있는 바였다.

“어디 조용한 곳에서 할머니랑 살고 싶어요. 저를 알지 못하는 곳에서요.”

가오슝의 이웃들은 지민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어린 나이에 욱하는 성격을 참지 못하고 사람을 죽였기 때문에, 지민의 이웃들 중에는 지민과 할머니를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자신을 괴롭히는 것은 참을 만 했지만, 아무 죄 없는 할머니를 괴롭히는 것은 정말로 참기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그는 될 수 있으면 대만의 가오슝을 떠났으면 하였다. 자신을 알지 못하는 곳에서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준우는 머리를 떨구는 지민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

“짜식 보기와 다르게 인생이 꿀꿀하구만. 에휴, 너만 험난한 인생을 살아온 건 아니야. 누구나가 다 말 못할 사정 하나 쯤은 있어. 내가 너에게 이런 말을 해줄 자격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힘내라.”

“헤헤. 괜찮아요.”

준우의 말에 조금 위로를 받았는지, 지민은 실실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짜식 웃기는......... 기분이다. 내가 쏘맥도 쏠게. 소주 먹을 줄 아나? 술 잘 먹어?”

“대만 고량주가 도수가 얼마인줄 아세요?”

술을 잘 먹느냐는 준우의 질문에, 지민은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 대만은 중화권의 나라로 고량주가 유명한데, 대만 고량주의 알코올 도수는 58도에 달하는 독주로 유명하다. 한국의 소주는 알코올 도수 20도가 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준우의 질문을 지민이 비웃을 만 하였다.

“이게 은근 술부심이네? 주정뱅이가 무슨 자랑이냐?”

술이 약한 준우는 지민이 부리는 술 부심에 마음이 상한 듯이 깐족거렸다. 그래도 비록 시덥잖은 이야기를 지민과 나누었을 뿐이지만, 조금이나마 지민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드는 준우였다.

멀리서 차 소리가 들려오자 준우는 일어섰다.

“감식반 오나 보다. 이야기 즐거웠어. 진짜로 집에 들어가기 전에 부대찌개랑 쏘맥 한 잔 하자.”

“저야 좋지요.”

준우는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창문 밖에는 NFS라고 크게 적힌 밴이 정문을 지나 운동장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준우는 국과수 요원들을 맞이하기 위해서 천천히 교실을 나섰다.

[유즈리하이노리]

국과수 요원들이 왜 경찰차를 타고오죠?

[천사미키]

경찰의 차량 지원을 받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맨 마지막... POLICE를 NFS로 바꾸면 다른 곳에는 무리가 없을 듯 하네요. 다른데 이상한 곳이 또 있는지 이야기 해주시면 확인해보도록 하죠. 이런 디테일도 놓쳐선 안된다고 생각해서 ^^

[천사미키]

잠을 자야 해서... 읽어보시고 이상한 점 있으시면 댓글 달아 놓으시면 다음 회차 올릴때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수정이 필요하면 수정을 할 생각입니다. 그럼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다음에 뵙겠습니다.

[유즈리하이노리]

빠른 답변 감사함니다. 확인해보니 국과수도 개별 차량 운용하고 있네요.앞으로도 건필하시길 바랍니다

[천사미키]

ㅇㅇ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