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O.S 아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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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o1412
작품등록일 :
2013.02.03 18:23
최근연재일 :
2013.02.19 03:51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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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2.12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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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1쪽

30. Chapter 12 (1)

DUMMY

제호는 4시 정각에 채란이 보자고한 약속장소에 도착했지만,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설마 자신보다 늦게 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않았던 제호는 시간이 지날수록 미간이 좁혀졌다. 한 십분 정도를 기다렸을까? 카운터 종업원들이 이상한 눈빛으로 제호를 쳐다보자 제호는 마지못해 음료수를 하나 시켰다. 그 사이 채란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해봤지만 전혀 받지 않았다.


“나 참.. 이 아줌마가?”


제호는 그녀가 단순히 늦장부리고 있다고만 생각을 했다. 한 30분정도가 더 지났을까? 제호는 뭔가 조금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녀가 자신을 이렇게나 기다리게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혹시 몰라 제호는 그녀에게 직접 전화를 하지 않고 아렌에게 문자를 보냈다.


-아렌. 급하게 하나 해줘야 할 일이 있어.

-예. 말씀하세요. 마스터.


그녀는 바로 답장을 보냈다. 그러자 제호는 채란의 전화번호를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부탁했다.


-현재. 이분의 핸드폰은 인천에 있네요. 마스터.


아렌의 말에 제호는 당황했다. 이 아주머니가 벌써부터 치매인가? 자신과의 약속을 내버려두고 인천을 가? 정신을 놔도 아주 단단히 놨네? 제호는 불쾌하다는 듯이 음료수를 한번에 들이켜 마셨다. 그리고 더 이상 볼 것도 없이 그대로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걷는 도중 제호는 생각했다. 그녀와 전화통화 한지 벌써 세시간이나 흘렀다. 그리고 그녀는 기쁜 듯이 바로 나갈 것처럼 대답을 했었다. 무엇보다 지금 그녀가 인천에 있다고 한다면 자신과 전화를 끊고 바로 인천으로 향했다는 말이 아닌가? 그럼 자신을 놀려주기 위해서 그런 대답을 했단 말인가? 아니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자신에게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는 것은..


“나보다 더 중요한 일이 생겼다는 건가?”


제호는 혼잣말을 하며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제호는 안으로 들어가며 무의식적으로 13층을 누른후에 엘리베이터 벽에 기대어 다시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인천에는 붐이 있다. 그럼 그 붐과 무슨 중요한 이야기를 하러 간 것일지도 몰랐다.


“그러고 보니 그 아저씨의 핸드폰 번호를 안물어봤네...”


그때 당시에는 그의 도움을 받을 생각이 전혀 없어서 받을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채란이 인천에 가있는 상태였고, 전화 통화 또한 안 되니 그의 전화번호가 절실해졌다.


“에라 모르겠다.”


제호는 그 생각을 하며 집안으로 들어갔다. 어차피 채란의 문제다. 제호는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간다. 꽤나 오랫동안 말이다. 일 때문에 전화를 못받는건가? 그런 생각을 하며 전화를 끊으려고 하는 순간 그가 전화를 받았다.


“어. 제호야 무슨일이야?”

“진욱이형 바뻐요?”

“아.. 조금 일이 있거든.”


그의 목소리 뒤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실내에서 작업하는 그가 밖에 있다는 건 외근일 가능성이 높았다.


“아.. 그래요? 저 혹시 오늘 잠시 뵐수 있을까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오늘??”


그는 조금 곤란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잠시 뜸을 드리자 제호가 말했다.


“지금 밖이신가봐요?”

“아.. 응. 잠시 일 때문에 나왔거든.”

“무슨일이신데요? 바람소리가 장난 아니네.”

“후후.. 인천부두가거든. 그래서 그런걸 거야.”

“아하.. 그래요? 인천이시면 오늘 못보겠네요.”

“그럴 것 같다. 그럼 내일 어떠냐?”

“예. 상관없어요.”

“그럼 내일 형이 연락줄게.”

“알겠습니다.”


제호는 대답하며 전화기를 껐다. 그리고 자신의 방안에 있는 문서들을 한곳에 정리했다. 이미 스캔을 다 끝난 상태였다. 아렌이 이 회사들을 조사하려고 했지만, 제호는 그만 두라고 했다. 어차피 그 형과 대면하면 다 끝날 일이니 말이다. 제호는 그대로 침대위에 쓰러졌다. 진욱이 형과 전화통화를 할 때 생각보다 마음이 심란하지 않았다. 오히려 차분했다. 왜 그런지 그 이유는 알수 없었지만, 이걸로 됐다고 생각을 했다. 내일이면 자신아 알고 싶은 진실을 알 수 있으니 말이다.


“간만에 낮잠이라도 잘까?”


그 생각을 하면서 침대에 몸을 맡기며 그대로 눈을 감았다. 하지만 잠들기 전에 제호의 머릿속에 뭐가 떠올랐다.


‘그런데 왜 진욱이형이 인천에 갔지? 형은 서울쪽에서 근무하는거 아닌가?’


생각해보니 조금 이상하다. 그러자 눈이 저절로 떠졌다.


‘그러고 보니 채란 누나도 인천에 있다고 하지 않았나? 응?’


제호는 그제야 이상하다는 생각을 들었다. 그리고 바로 일어나 컴퓨터 모니터를 켰다. 모니터 가운데에 얌전히 앉아 있던 아렌이 눈을 뜨며 물었다.


-마스터. 그분과는 결국 연락이 안 되셨나요? 나참.. 사람이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지.


그녀의 화내는 모습이 오랜만이다. 하지만 진심으로 화난 것 같지가 않았다. 자신과 마스터의 대화시간을 갖게 해줘서인듯했다. 오히려 아렌은 그녀에게 감사하고 있었다.


“아렌. 이 핸드폰 번호를 위치 추적해줘.”

-알겠습니다. 마스터.


제호는 진욱이 형의 전화번호를 불러주었다. 그리고 몇분후 그의 위치가 나타났다. 진욱이형의 말대로 인천부두였다. 진짜 이형이 왜 여기 있는지 알수가 없었다.


“아렌 아까전의 채란누나의 핸드폰을 다시 위치 추적해줘.”


알겠습니다. 채란의 위치추적은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까 전에 해서 그런가? 지도상에 그녀의 위치가 점으로 표기 되었다. 그 순간 제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뭐야? 이거? 왜 이둘이 같은 곳에 있는 거야?”


제호의 말에 아렌은 그 둘의 위치를 겹쳐보았다. 지도상에서는 0.1cm 정도 오차가 있었지만 확실했다. 이 둘은 인천부두에서 마주보고 있었다.


“어떻게 된거지?”


제호는 조금 혼란스러웠다. 채란이 리얼넷의 ‘란’이라는 것은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진욱이 형이 ‘아소’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지금 이 둘이 같이 있다는 것은 이 둘이 ‘공범자’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게 아니라면..


“나..납치?”


공범자 보다 진욱이형이 그녀를 납치했다는 것이 더 타당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젠장할.. 그 붐의 핸드폰번호를 진작 받아두는 건데..”


아쉬운 소리를 해도 별수 없었다. 진욱은 인터넷 지도를 펼쳐 붐의 식당을 찾기 시작했다. 채란의 차를 타고 이동했을때의 길을 대략적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 길을 계속 따라 가보니 채란이 보여준 지도와 비슷한곳을 찾았다.


“여기다.”


제호는 지도상에 있는 주소를 찍으며 말했다.


“아렌.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 되도록 빠르게 알아봐주겠어? 전화번화 같은걸 말이야.”

-알겠습니다. 마스터.


아렌의 마스터의 말대로 빠르게 그곳의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 일분이 채 안되서 아렌이 말했다.


-마.. 마스터.

“응? 왜? 벌써 찾았어?”


아렌은 잠시 아무말 하지 않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오늘 아침에 인천가스폭파 사건에 대해서 들어보셨어요?

“아아.. 아침 뉴스마다 시끄럽게 떠들었으니 대충은 알고 있지? 그런데 그걸 왜 물어?”

-그.. 가스폭파 사건 현장이 마스터가 찍어준 그곳입니다.

“뭐?”


아렌의 말에 제호는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 그럴 리가. 확실해?”

-예. 마스터.


아렌은 대답을 하며 인터넷에 또 도는 그곳의 사진을 보여줬다. 건물이 거의 반파가 되어서 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지만 대략적인 운각과 반쯤 타들어 가있던 간판을 보며 그곳이라고 확신을 했다. 그리고 아렌이 보여준 사망자의 얼굴 사진을 보며 제호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어제 본 봄의 얼굴이 그대로 화면에 나왔으니 말이다.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다시 자리에 털썩 앉았다. 분명 아소는 5년동안 그를 찾지 못했다고 했다. 그런데 자신이 만나자마자 그는 죽었다. 이건 우연한 사고가 아니었다. 자세한 내막은 알지 못하지만 분명 붐은 살해당한 것이었다. 본능이 그리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도대체 누구에게 말인가?


“설마.. 란인가?”


채란의 얼굴이 스쳐지나갔다. 27살의 여자였다. 그리고 정확히 그의 위치를 아는 것은 란밖에 없었다. 그리고 현재 그녀가 있는곳은 인천이었다. 그것도 아소라고 짐작되는 인물과 함께 말이다. 진욱이에게 전화를 했을때에는 그가 자신이 진이라는 것을 전혀 모르는듯했다. 아니 그 또한 연기를 하는것일지도 몰랐다. 제호의 주먹이 꽉 쥐어졌다. 그리고 확신을 가졌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 둘이 그곳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좋은 일때문은 아니었다.


“그래 만나 보도록 하지. 무엇 때문에 그 둘이 같이 있는지. 붐이 진짜로 죽은것인지 아닌지 말이야.”


제호의 표정에는 독기로 가득했다. 그리고 자신의 장롱속안에 있던 장검을 만 하루도 안돼서 다시 꺼내 들었다. 란은 모르겠지만 만약 아소를 얌전하게 제압하려면 자신에게는 적어도 이정도의 무기가 필요로 했다.


-마스터...


아렌은 불안했다. 제호의 표정이 범상치가 않았다. 자신이 제호의 표정을 인식하는 순간부터 저런 표정은 처음이었다.

제호는 검을 들고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 아렌에게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말이다. 아렌은 발을 동동 굴렀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 보내면 정말 무슨 일이 터질 것만 같았다. 그래서 마스터에게 문자를 보냈다.


-마스터. 어디를 가시는 건가요?


되도록 차분하게 말이다. 하지만 제호는 그 문자를 보자마자 핸드폰을 다시 닫았다. 지금은 아렌을 상대할 기분이 들지 않았다.

마스터의 답신이 없자. 아렌은 더더욱 초조해졌다. 그래서 다시 문자를 보냈다.


-경찰을 부를까요?


아렌의 문자에 제호는 가던 걸음을 멈추가 아렌에게 문자를 했다.


-쓸데 없는짓 하지 마 아렌. 아소가 경찰이라는 걸 잊었어? 그리고 그를 도와주는 사람도 있을 텐데.. 더군다나 뭐라고 해서 경찰을 부를 거야?


제호의 말에 아렌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러니까. 얌전히 있어. 금방 갔다 올 테니까.

-예. 마스터...


제호의 말에 아렌은 얌전하게 대답했다. 그렇다고 해서 얌전하게 있을 아렌이 아니었다. 도로 상에 있는 감시카메라 서버를 해킹에 제호가 가는곳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었다. 제호는 택시를 타고 인천부두로 향했다. 기사 아저씨는 제호를 보며 거기까지 하는데 5만원은 넘게 든다며 제호에게 돈이 있냐고 따지며 물었다. 그런 아저씨에게 제호는 만원짜리 10장을 주며 되도록 빨리 가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택시 아저씨는 미터기도 안 키고 미소를 지으며 달리기 시작했다. 지금 시간이 다섯시였다. 인천부두까지 하는데 못해도 두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때까지 그들이 거기에 있을지는 미지수였지만, 그대로 일단은 확인해봐야 했다. 그곳에서 무슨일이 벌어지는지를 말이다.


--------------------------------


그 시작 인천부두안에 있는 한 컨테이너 안에 남녀 두 사람이 있었다. 일반 화물 컨테이너가 아닌지 천장에는 불이 들어왔다. 한쪽에는 컴퓨터가 있었고, 반대쪽에는 한국에서 보기 힘든 총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그리고 컨테이너 끝에는 테이블과 의자들이 있었다. 그 의자중 하나에 앉아 있는 한 여성이 정신을 못 차리고 고기를 숙이며 기절해있었다.

타타타탁. 키보드 타자 소리가 정신없이 컨테이너 안에 울려 퍼졌다. 그 소리가 시끄러웠는지 고개를 숙이고 있던 여성은 어질 거리는 머리를 들며 눈을 떴다.


“으..음.. 음..!!”


그녀는 정신이 돌아왔는지 빠르게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소리를 치려고 했지만 입안에 있는 헝겊 때문에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신음소리를 누군가가 들었는지 컨테이너 안쪽에서 삐그덕 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에 그녀는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컨테이너 중간부에서 한 인형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천천히 자신의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불투명한 비닐을 천천히 걷어내자 그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으..음음음!!! 음!!”


그녀는 그를 보며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모습이 그 사내에게는 귀여웠는지 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뭐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아지트가 상당히 마음에 드나보지?”

“음!! 음!! 음음!!”

“맞다고? 아아 그렇겠지.”


그는 재미있다는 듯이 그녀를 쳐다보다가 그녀의 앞에다가 의자를 갖다 놓으며 그 자리를 앉았다.


“미녀는 잠꾸러기라는 말이 사실인 듯 하네.. 어떻게 그렇게 태평하게 잠을 잘수가 있지?”


그는 그녀의 얼굴을 자신의 손으로 살며시 쓰다듬었다. 그러나 그녀는 소름이 돋았는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렇게 긴장하지 말라고.. 내 손이 무안해지잖아.”

“.....”


말이 안통한다는 것을 깨달은 그녀는 그를 노려보기만 할뿐이었다.


“자.. 그럼 네가 깨어났으니 슬슬 일을 시작해볼까?”


그는 그리 말하면서 그녀의 입을 풀어줬다. 입안에 있던 헝겊까지 빼주었다. 그러자 그걸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는 소리를 질렀다.


“사.. 사람... 꺅!”


그러자 바로 그녀의 앞에 있던 사내가 그녀의 뺨을 그대로 후려친 것이었다. 너무 갑작스럽게 맞은 것도 맞은 거지만 그 사내는 정말 인정사정 볼거 없이 때렸기에 뺨이 얼얼했다. 그리고 머리가 핑돌며 눈물이 나올것만 같았다. 입안은 터졌는지 피맛이 느껴졌다.


“소리를 질러도 상관없는데 잘 들어.”


그리고 그는 그녀의 머리채를 잡으며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게 했다.


“여기서는 네년을 구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어. 그러니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오지 않는다고.. 단지 말이야. 난 시끄러운게 너무 싫다고... 더군다나 너 같은 년들의 비명소리가.. 알아듣겠어?”

“....”


그녀는 아무말을 하지 못했다. 그러자 그의 손이 부드럽게 그녀의 뺨을 스쳐지나갔다.


“대답하는게 좋을 거야. 아니면 지금보다 더 고통스러워 질테니 말이야.”


하지만 그녀는 대답 하지 못했다. 한지 가볍게 고개만 끄덕 일뿐이었다. 그걸로 만족을 했는지 그 사내는 잡았던 그녀의 머리채를 놓으며 말했다.


“많이 아파? 많이 아프겠지. 나는 때릴 때 인정사정 봐주지 않거든. 봐봐..”


그는 손으로 그녀의 턱을 잡으며 억지로 입을 벌렸다. 그리고 입안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쯧쯧 그러니까 왜 소리는 질러가지고 가만히 있어봐.”


그는 자신이 왔던곳으로 되돌아가서 물병을 하나 가지고 왔다. 그리고 그녀에게 억지로 마셨다. 그녀는 신음소리를 냈지만 그 사내는 전혀 개의치 않아 했다.


“자 뱉어.”


그의 말대로 그녀는 입안에 머물고 있던 물을 그대로 땅바닥에 뱉어 버렸다. 그러자 그 사내는 다시 차분하게 자리에 앉으며 자신의 손수건으로 그녀의 입가를 닦아주며 말했다.


“이름이 어떻게 되지?”

“.....”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그 사내는 자신의 품에 있는 군용나이프를 꺼네 테이블 위에 그녀가 보란 듯이 올려놓았다. 그 나이프를 본 그녀는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와 대조적으로 그 사내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굳이 대답하지 않아도 돼. 말하고 싶지 않으면 말이야. 그럼 말하지 않으면 과연 혀는 필요할까? 아니지.. 필요 없지. 그럼 네게서 필요없는 것은 내가 가져도 되겠지?”


장난스러운 그의 말을 이해한 그녀는 저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래서 나는 똑똑한 여자가 좋아. 멍청한 여자들은 이해를 못하거든... 나에게 더 이상의 충고는 없어. 그러니까. 똑바로 말하는게 좋을 거야. 알았지?”

“.....”

“대답은?”

“예...”


그녀는 짧게 대답했다. 그러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스럽다는 얼굴로 말했다.


“이름이 뭐지?”

“채..채란이요. 임채란.”

“이쁜 이름이네. 그럼 나이는?”

“스물일곱살이요..”


말끝을 흐리며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그러자 그는 다리를 꼬며 자신의 허벅지를 손가락을 리듬을 타며 두들겼다. 그 침묵이 채란이에게는 공포 그 자체였다.


“저..정말이에요. 믿어주세요.”


그가 아무말을 하지 않자. 채란은 눈물을 흘리며 애초롭게 그에게 말했다. 그러자 그는 다시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으로 그녀의 빰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알았어. 믿어줄게. 울지마.. 자자. 뚝?”


그의 말에 채란은 침을 꿀꺽 삼키며 간신히 눈물을 멈출 수가 있었다.


“HKS의 란이 너 맞지?”


갑작스러운 그의 질문에 란은 잠시 망설였다. 그러자 그 순간 그의 손이 다시 채란의 뺨을 강타했다. 머리가 휙 돌아가며 정신을 그대로 잃어버릴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뺨이 얼얼하고 입에서는 붉은 선혈이 흘러 내려왔다. 그러자 그는 채란의 턱을 잡으며 자신의 얼굴을 볼수 있게 돌리며 차분하게 말했다.


“아아.. 이거 미안하네. 내가 참을성이 없거든.. 대답은 바로바로.. 알았지? 안 그러면 일초에 손가락 하나씩 사라질 수도 있어.. 내말 무슨 뜻인지 알지?”


그러자 그녀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았지만 고개를 끄덕이지 않으면 무슨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 왼쪽 귀가 웅웅 거렸다. 고개를 다시 흔들어보았지만 잘 들리지 않았다. 그는 차분하게 자리에 앉으며 채란이 원래대로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어느정도 안정이 되어보이자 다시 그가 말했다.


“HKS의 해커.. 닉네임 란. 그게 너 맞지?”

“예.”


채란은 간신히 대답했다.


“좋아. 그럼 HKS의 그 ‘진’의 제자가 맞지?”

“예.”

“이렇게 대답을 잘하니 얼마나 좋아. 란.. 그럼 정식으로 소개를 하지. 내가 그 진의 제자 ‘아소’야”


그의 설명에 채란은 고개를 쳐들고 그를 노려보았다. 그가 무섭기는 했지만 그래도 본인 스스로 아소라고 말하니 본능적으로 적개심이 들어난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겁먹기는커녕 오히려 키득거리며 좋아했다.


“이야. 눈빛이 정말 매서운데? 정말 내 스타일이야. 란.”

“....”


자신의 앞에 있는 몹쓸 새끼한테 몇 마디의 욕을 퍼붓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욕을 하면 그는 분명 자신의 몸에 상처를 줄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는 조금 씁쓸한 얼굴로 말했다.


“이거 조금 아쉬운데? 욕이라도 퍼부어줄 것 같은 얼굴이었는데.. 그래도 내가 조금 무섭긴 무섭나봐?”


채란은 눈을 돌렸다. 이 자식은 확실히 미친놈이다. 채란은 그렇게 생각을 했다. 채란이 그런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지 그는 괘념치 않고, 다시 자신의 말만 할뿐이었다.


“확인차 물어보지 이호한 그자가 붐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


채란은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


“언제부터 그와 연락을 한거지?”

“그건.. 그의 연락처를 한건 오래전이지만.. 연락을 직접을 한건 세달 전쯤이에요.”


이호한의 핸드폰 통신 내역을 이미 알고 있던 진욱은 그녀의 말이 진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입으로 직접 들어야 했지 굳이 물어본 것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음에 할말이 중요했다.


“왜 뜬금없이 그와 연락을 한거지? 이미 그와 너는 육년전의 망령이 아닌가?”


흥미롭다는 듯이 묻는 그의 얼굴을 보자. 채란은 구역질이 나올 것만 같았다. 하지만 차분하게 그에게 대답했다.


“알고 싶었으니까요.”

“무엇을?”

“당신에 대해서.”


그가 고개를 갸웃 거리며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나에게 대해서?”

“예. 육년전의 그 사건.. 그리고 그를 조사한다고 했던 붐과 디엠에스.. 잊을라고 했지만.. 요 근래에 다시 생각이 나더군요. 진과 당신과 그들이...”


채란은 똑바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진욱도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녀가 거짓말을 하는지 안하는지 판단을 하려고 했지만.. 그녀가 진실을 말하는지 거짓을 말하는지 판단이 서지를 않았다.


“음...”


진욱은 턱을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빠졌다. 채란은 조용히 있었다. 이번에 치는 뻥카는 들통 나면 안되니 말이다.


“뭐.. 내가 너라고 해도 그 정도 호기심은 생겼을 것 같군. 같은 업종에서 일했던 사람이니 말이야. 그건 그렇고 붐과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나눴지? 둘이 다정하게 옛날이야기를 할 정도로 친하지 않았잖아.”

“아뇨. 했어요.”


채란은 똑바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그녀의 말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신에 대해서, 그리고 육년전 그 일이 왜 벌어진지에 대해서 말이죠.”

“음.. 흥미로운 말을 하는군. 그럼 한번 들어보기로 할까? 너희둘이 과연 무슨 대화를 했는지 말이야.”

“그전에.. 물 좀 줘요. 목 마르니..”


채란의 말에 진욱은 키득 거리면서 그녀에게 물을 줬다. 그리고 한동안 진욱은 그녀의 이야기를 얌전히 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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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7

  • 작성자
    Lv.40 너였다면
    작성일
    13.02.12 05:04
    No. 1

    아아....
    인성이 저런건가 .
    아님 돈이 저리 만들었나..
    예전부터 그랬을리는 없겠지만 무술 배울때부터라면 참 무술을 인성도 안보고 가르치나 싶을정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가디아
    작성일
    13.02.12 07:53
    No. 2

    혹시나 해서 그러는데...진이 누구냐고 물어보는건 아니겠죠....진이 누군지 모르는건 말이 안되니...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가디아
    작성일
    13.02.12 08:09
    No. 3

    아니네...초반에 경찰서버로 기록 검색하는거 나온거 보면 모른다는건데....13살에 뉴스로 봤다고 해도 모를수가 있을까 의심이 드네요...붐을 죽이려고 5년동안 찾아다녔는데...진을 몰랐다는게 좀 말이 안되는거 같음...경찰 고위직에도 가담자가 있다고 나오고 아무리 국가에서 진의 개인정보을 1급비밀로 해놨다고해도 못 알아네는게 이상하네요...뉴스에 나왔으니 발로 뛰어도 알아낼수 있을거 같은데..아님 5년동안 붐만 찾아 다니느라고 진을 신경안썼다고 하면 할말은 없지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마녀의약솥
    작성일
    13.02.18 04:24
    No. 4

    가디아님의 말대로 13살 사건과 경찰서버로 검색하는 부분 등과 그런데도 진을 모른다는 설정은 개연성이 좀 부족합니다. 하지만 개연성을 따지는 것도 - 재미있는 소설이 좀 아쉽다는 거지 별건 아닙니다.
    건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8 pr*****
    작성일
    13.02.19 13:45
    No. 5

    건필하십시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musado01..
    작성일
    13.02.19 23:39
    No. 6

    잘 보고 갑니다.

    건 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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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99 白雨
    작성일
    13.03.04 13:17
    No. 7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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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안녕하세요^^ +45 13.02.25 9,348 0 -
47 46. Chapter 19 (2) +56 13.02.19 16,608 109 19쪽
46 45. Chapter 19 (1) +26 13.02.18 11,600 81 13쪽
45 44. Chapter 18 (2) +10 13.02.18 11,489 69 13쪽
44 43. Chapter 18 (1) +23 13.02.18 12,313 72 18쪽
43 42. Chapter 17 (2) +12 13.02.17 12,204 60 15쪽
42 41. Chapter 17 (1) +15 13.02.17 12,374 61 14쪽
41 40. Chapter 16 (2) +15 13.02.16 11,561 65 20쪽
40 39. Chapter 16 (1) +8 13.02.16 12,285 55 11쪽
39 38. Chapter 15 (2) +17 13.02.15 12,045 73 14쪽
38 37. Chapter 15 (1) +17 13.02.15 12,372 78 13쪽
37 36. Chapter 14 (2) +18 13.02.14 11,754 63 15쪽
36 35. Chapter 14 (1) +13 13.02.14 11,973 54 19쪽
35 34. Chapter 13 (3) +14 13.02.14 12,103 58 11쪽
34 33. Chapter 13 (2) +15 13.02.13 11,833 59 10쪽
33 32. Chapter 13 (1) +18 13.02.13 11,631 53 11쪽
32 31. Chapter 12 (2) +17 13.02.12 11,905 58 10쪽
» 30. Chapter 12 (1) +7 13.02.12 11,640 51 21쪽
30 29. Chapter 11 (3) +12 13.02.12 12,011 47 10쪽
29 28. Chapter 11 (2) +17 13.02.11 12,790 56 20쪽
28 27. Chapter 11 (1) +13 13.02.10 12,043 65 15쪽
27 26. Chapter 10 (2) +16 13.02.10 12,621 55 12쪽
26 25. Chapter 10 (1) +13 13.02.10 12,210 53 18쪽
25 24. Chapter 09 (2) +26 13.02.09 12,435 53 20쪽
24 23. Chapter 09 (1) +18 13.02.09 12,225 57 14쪽
23 22. Chapter 08 (2) +15 13.02.09 12,665 55 19쪽
22 21. Chapter 08 (1) +18 13.02.09 12,722 55 12쪽
21 20. Chapter 07 (2) +22 13.02.08 12,595 53 14쪽
20 19. Chapter 07 (1) +15 13.02.08 12,961 52 14쪽
19 18. Chapter 06 (3) +16 13.02.08 12,699 4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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