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Chapter 18 (1)
입학식도 대학교 오리엔테이션조차 몸이 안좋다는 핑계로 갈수가 없었다. 솔직히 제호 입장에서는 친구들과 술을 먹고 놀고 싶었지만, 어머니가 절대로 가서는 안된다고 극구 반대를 해서 얌전히 집에만 있었다. 그 덕에 제일 기분이 좋은 사람이 바로 아렌이었다. 뭐 제호 입장에서는 그렇게 나쁘지만도 않았다. 그리고 3월 2일날 제호는 호성대학교로 향했다.
오전 8시 40분 정각에 도착하니 친구 녀석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본관 안에 있는 카페로 오라고 문자를 보냈다. 카페에 도착하니 한울이가 제호를 반기며 말했다.
“진짜 교복 안입으니 뭔가 기분이 이상하다.”
일한이가 제호의 몸과 얼굴을 보며 말했다.
“그러게 말이야. 너 그런데 살좀 찐 것 같다?”
“그래 보여?”
“응. 이제야 조금 사랍답게 생겼네.”
“큭큭.. 그러게 얼마전까지는 몇 달 굶은 좀비인줄 알았으니”
“아냐. 난 미이라가 걸어다니는줄 알았어.”
“이 자식들이..”
분명 이놈들은 사람을 놀리기 위해서 태어난게 틀림없다. 제호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학민이는 어디있어?”
“여친이랑 만나서 같이 온다네.”
“참 가지가지한다. 무슨 초등학생이냐?”
제호는 바로 항의를 했다. 그러자 그들 또한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고 넌 수업 시간표 어떻게 했어? 일학기때는 과사에서 거의다 짜주던데?”
“아.. 그래?”
“몰랐냐? 하긴 오티도 안왔으니. 그러지 말고 일단 과사를 가봐.”
“그래야겠네.. 그런데 컴퓨터 공학과 과사는 어디에 있냐?”
“......”
그들은 하나 같이 경멸어린 시선으로 제호를 바라봤다. 그러다가 한울이 한숨을 한번 크게 내쉬며 말했다.
“휴.. 이 화상을 어떻게 하나.. 형님들이 같이 가주도록하지.”
“고맙네.”
제호는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일한이가 키득거리며 제호의 어깨에 손을 언지며 말했다
.
“그러니까. 일단 커피나 한잔 사.”
“그거 좋은 생각이네.”
한울까지 동의를 하자. 제호는 이들이 졸업하고 악덕사체 업체로 나갈 것을 추어도 의심치 않았다. 학교 안에 있는 커피라서 아메리카노는 1500원 선이었다. 하지만 제호 입장에서는 그렇게 저렴해보이지가 않았다.
“아니 뭔놈의 커피가 저렇게 비싸?”
“그럼 자판기 커피라도 사주던지.”
“끄응... 오늘은 미안하지만 자판기 커피로 하자.”
“좋아~”
제호의 말에 그들은 그거라도 어디냐는 얼굴로 제호의 뒤를 따라가 결국 자판기 커피를 마시면서 컴퓨터 공학과 건물로 이동했다. 본관의 뒤쪽에 컴퓨터 공학관이라는 3층짜리 건물이 있었는데 일층에 과사가 있었다.
제호는 가볍게 문에 노크를 하며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과사에는 2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까칠해보이는 형이 한명 있었다.
“저기 안녕하세요.”
“누구?”
그는 제호의 얼굴을 흘깃 한번 보더니 책상에 앉아 바쁜 듯이 타자를 치기 시작했다.
“이번에 새로들어온 06학번 김제호라고 하는데요.”
“아아. 신입생?”
“예.”
“그런데 무슨일로?”
그는 차분하게 물었다. 그러자 제호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조금 난감하다는 듯이 물었다.
“여기서 수업표 받는다고 하던데.. 아닌가요?”
“오티때 설명 못들었어?”
“오티때 안가서요.”
제호의 말에 그는 다시 한번 제호의 얼굴을 흘깃 쳐다보다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 그래? 그럼 일단 9시까지 201호 강의실로 가있어. 그럼 거기서 학과 교수님들 소개를 한뒤에 수업표를 애들한테 다 나 나누어줄테니까.”
“아. 알겠습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제호는 예의 바르게 인사를 하며 나섰다. 왠지 모르게 긴장을 한게 조금 창피스럽게 느껴졌다. 밖에서 기다리던 두 친구들은 서로 소곤거리며 무슨 말을 하기 시작했다.
“왜 그래?”
“정말 컴퓨터 공학과는 여자가 없구나.”
“응? 그게 무슨 말이야?”
“방금 위로 올라가는 사람들 봤는데 여자가 전혀 없어.. 세명봤냐?”
“응. 그렇긴한데...”
그는 씁쓸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제호의 어깨를 두들기며 말했다.
“이 형님들을 믿어라.”
“그래. 이 형님들이 알아서 다 해줄게.”
“너희이나 잘하세요.”
제호의 말에 그들은 키득거리면서 헤어졌다. 제호는 조교말대로 일단 201호로 이동했다. 2층 구조로 된 강의실이었다. 입구는 두 개였지만 3층의 입구는 일단 안쪽에서 잠가둔다고 한다. 도중에 들어오는 사람이 없게 하려고 말이다. 제호가 그 강의실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사람들이 꽤나 있었다. 서로 아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모르는 사람도 있는지 상당히 서먹한 분위기였다. 제호는 일단 계단으로 올라가 중간 좌석에 앉았다. 핸드폰으로 시계를 보니 8시 55분이었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묘한 초초감이 생겼다.
그리고 9시 10분쯤에야 조교가 먼저 안으로 들어왔다. 그 뒤로 7명의 교수들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 중 세명은 면접때 이야기를 나눠본 사람이고 나머지 네명은 전혀 얼굴을 알지 못했다.
조교가 일단 마이크를 테스트를 해본후에 옆에 있던 교수에게 공손이 건네주었다. 40대후반에서 50대 초반 사이로 보이는 사람이었다. 머리의 반은 흰머리였는데 염색을 한 흔적은 전혀 찾아볼수가 없었다. 은색 안경을 쓰고 있었고, 뭔가 차분하면서도 강렬한 눈빛을 지니고 있었다.
“아아.. 안녕하세요.”
그는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그러자 학생들 또한 인사를 했다.
“저는 신민국 학과장이라고 합니다. 면접을 통해서 제 얼굴들을 다 아시리라 믿습니다. 자 그럼 제 옆에 있는 사람은...”
그는 자신의 옆에 있는 사람들을 하나하나씩 소개를 해주고 무슨 과목을 맡고 있는지도 이야기를 해주었다. 분위기는 그렇게 썩 나쁘지 않았지만 역시 조금 지루했다. 덕분에 졸고 있는 사람도 볼수 있었다. 사람들의 소개가 다 끝나자 오늘은 여기서 해산이라고 학과장이 말했다. 아이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첫날부터 수업은 좀 그러니 말이다.
교수진들이 밖으로 나가자 조교가 마이크를 잡았다.
“잠시만요. 일단 모두 조용히좀 해주세요.”
그는 시끄럽던 강의실을 조용히 잠재웠다. 그에 만족했는지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일단 오늘 안오신 사람도 있겠지만, 오늘 과대표와 반대표 두명을 뽑도록 하겠습니다.”
아이들이 다시 웅성거리자 조교가 마이크에다가 다시 말했다.
“혹시 군대 다녀오신분 있으신가요?”
조교의 말에 사람들은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아무도 없자 그는 조금 곤란하다는 표정을 하며 말했다.
“그럼 혹시 하고 싶으신분 계십니까?”
사람들은 하나같이 귀찮다는 표정으로 다른곳을 쳐다봤다. 그러자 조교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하실분이 없으면 제 임의대로 뽑는수밖에 없습니다. 정말 하실분 안계신가요?”
“저.. 저기 과대표는 아무나 해도 되나요?”
제호의 뒷자리에 있는 한 남학생이 손을 들며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그러자 조교가 말했다.
“예. 아무나 해도 상관없습니다.”
“그럼 제가 한번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의 용기 있는 말에 남녀노소 할거 없이 환호성과 박수를 쳤다.
“그럼 일단 앞으로 나오시고.. 그럼 이제 반대표를 뽑겠습니다. 인원이 많아서 반은 두 반으로 제 임의대로 나눴습니다. 그러니 일단 반대표를 하실분? 딱 두명만 손드시면 됩니다.”
“그럼 반대표는 제가 할께요.”
이번에는 여자가 손을 들었다. 생긴걸로 봐서는 고등학교때 반장을 했을 것 같은 이미지였다. 그리고 이번에는 밑에서 한 남자가 손을 들며 말했다.
“그럼 저도 한번 반대표를 해보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두분다 앞으로 나와주세요.”
조교의 말에 그들은 앞으로 나왔다.
“앞으로 이 세분들이 여러분들을 대표하실 과대표와 반대표입니다. 박수 부탁드리겠습니다.”
조교의 말에 사람들은 환호성과 박수를 성의껏 쳐주었다. 그러자 그들은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잘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럼 각자 소개를 해주세요.”
조교는 일단 과대표가 된 남자에게 마이크를 건넸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말했다.
“아.. 아 제 이름은 김준인이라고 합니다. 잘부탁드리겠습니다.”
다시 사람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오자 그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뒤로 한걸음 물러서며 옆에 있는 여자에게 마이크를 건넸다. 떨던 그와 달리 그녀는 차분하게 말했다.
“안녕하세요. 이아름이라고 합니다. 잘부탁드려요.”
“오~~!!”
남자들의 환호성에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이런일에 꽤나 익숙한 모양인 듯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나온 남자의 체격이 상당히 컸다. 컴퓨터 공학과 보다 체육과 쪽으로 다녀도 무방할 것 같았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동준이라고 합니다.”
목소리 또한 남자다웠다. 그래서 인지 몇 명 있지도 않은 여학생들의 환호성이 더 컸다. 조교는 바로 자신이 준비한 프린터 물을 그 셋에게 나눠줬다. 그리고 그들이 앉아 있는 사람들의 앞줄에 사람수를 세어 나눠주기 시작했다.
제호도 그 종이를 받았다. 호치키스로 찍혀 있는 종이는 두장이었다. 첫 페이지에는 반별로 사람들이 나눠져 있었고, 뒷 페이지에는 A반 시간표와 B반 시간표가 있었다. 제호는 A반이었다. 그리고 그 반대가 이아름이라는 여학생이었다.
이아름은 익숙하게 자신의 반대원들을 한곳으로 모았다. 그리고 이름과 번호를 하나하나 따기 시작했다. 제호는 맨뒤에 있다가 천천히 그녀에게 전화번호와 이름을 말하고 난 뒤에 강의실을 빠져 나갔다.
그러자 과대가 급하게 나와 몇 명 애들에게 말했다.
“오늘 한잔 할사람?”
여기저기서 같이 마시겠다고 하는 사람이 몰려들었다. 제호는 가만히 있다가 거기를 벗어나려고 할 때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김제호?”
“응?”
뒤를 돌아보니 이아름이었다.
“너 이따가 안올 거야?”
“응. 이렇게 보여도 교통사고가 나서 몸이 아직 완치가 안되었거든.”
“아.. 그래?”
그녀는 표정이 바뀌었다. 길가에 가다가 불쌍한 고양이를 보는듯한 눈빛이었다.
“그러니 한동안 술은 금지.”
“아쉽겠네. 아! 그래도 일단와. 술은 못마셔도 안주는 먹을수 있을꺼 아냐?”
“음...”
제호가 생각하고 있을 때 그녀가 말했다.
“너 오티때도 안오지 않았어?”
“그야 물론..”
“그럼 더더욱 와야지. 애들하고 친해져야지.”
“그것도 그러네.. 그럼 일단 알았어.”“좋아. 그럼 이따 보는거다. 시간이랑 장소는 문자로 보내줄게.”
“그래.”
그녀가 몸을 돌리자 그녀의 뒤에 있던 남자들이 제호를 묘한 눈빛을 쳐다보았다. 호감이 가는 눈빛이 아닌 살의가 느껴지는 눈빛이었다. 여자가 몇 명 없는 학과이다 보니 아름이를 노리는 남자가 꽤나 되는듯했다.
제호는 일단 그 남자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서 친구들과 있었던 카페로 혼자 이동했다. 한울이와 일한이에게 문자를 보내봤지만, 깜깜무소식이었다.
테이블을 혼자 아무것도 앉아 있으니 뭐랄까? 조금 민망하기 그지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저 비싼 커피를 돈주고 사먹는것도 조금 그랬다. 그래서 한 10분정도 문자를 기다려보다 대답이 없으면 그냥 집으로 갈 생각이었다.
갑자기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마 다른 학과도 벌써 끝난 것 같았다. 사람들은 하나둘씩 자리에 앉아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확실히 애들 말대로 대학생은 고등학교때와 달리 이쁜 여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도 남자인가..”
제호는 작게 혼잣말을 짓거리며 피씩 웃었다. 그렇게 테이블을 멍하기 바라보고 있었는데 어느 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 혹시 여기 자리 비나요?”
“예?”
제호는 그녀를 올려다 보았다. 긴 갈색 곱슬 머리에 초롱초롱한 눈동자 그리고 하얀 피부 아름답다는 단어가 그녀를 위해 존재하는것만 같았다.
“아... 아뇨.”
제호는 간신히 대답했다. 그러자 그녀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잠시 앉아도 되죠? 지금 앉을 자리가 없어서.”
그녀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제호도 그녀를 따라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확실히 그녀의 말대로 이미 주변에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예. 앉으세요.”
“누구를 기다리는거 아닌가요?”
“친구를 기다리고 있는데 아직 연락이 없네요.”
“하아..”
그녀는 가볍게 손벽을 치며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사실 저도 그렇거든요.”
“하하.. 그래요?”
“예.”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짧게 대답했다. 그녀의 미소가 너무 아름답게 느껴져서 얼굴이 붉어지는것만 같았다. 남녀공학의 고등학교를 나와도 이 모양이다.
한참을 아무 말 없이 제호는 테이블만 뚫어져라 쳐다보자 그녀가 물었다.
“저.. 혹시..”
“예?”
그녀의 말에 제호는 다시 고개를 들어올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무슨과세요?”
“아.. 저는 컴퓨터 공학과요. 신입생이죠. 하하..”
제호는 억지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해주었다. 그러자 그녀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 저도 신입생이에요. 연극영화과에요.”
“아...”
그녀의 말에 뭔가 그래 보인다고 해야 할까? 아니 잘 어울린다고 해야 할까? 진짜 배우가 앞에 앉아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컴퓨터 공학과면 컴퓨터 잘하시겠다.”
“아.. 예. 뭐 조금해요.”
“그래요? 저는 기계치라... 그런거 잘하는 사람 진짜 존경스럽던데.”
“진짜요?”
“예.”
그녀는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제호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그러자 제호는 조금 쑥쓰러운지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말했다.
“그렇게 대단한건 아닌데..”
“앞으로 배우면 되죠 뭐..”
“그렇겠죠?”
“예. 아아~ 그럼 앞으로 제 노트북에 문제 생기면 고쳐주실수 있어요?”
그녀는 기대감에 부푼 얼굴로 제호를 바라봤다. 제호는 조금 난감한 얼굴을 하면서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물론이죠.”
그녀는 손을 내 밀며 말했다.
“헤헤.. 그러고 보니 서로 이름을 말하지 않았네요? 저는 박지연이라고 해요.”
“저는 김제호라고 합니다.”
제호는 그녀의 길고 얇은 손을 잡으며 악수를 했다. 그러자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제호의 핸드폰이 울렸다. 핸드폰을 열어보니 한울이에게 문자가 왔다.
-뭐냐? 너.. 니 앞에 있는 미녀는 도대체 누구냐?
제호는 화들짝 놀라며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그러자 카페 입구에서 벙찐 얼굴을 하고 있는 세명의 멍청이를 볼수가 있었다. 박지연은 제호의 시선을 따라 그 남자 세명을 바라보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친구분들이신가봐요?”
“예.. 뭐..”
“그럼 핸드폰 번호좀 가르쳐주세요.”
“아.. 예.”
제호는 오늘 난생 처음으로 두명의 여자에게 핸드폰 번호를 가르쳐주었다. 그녀는 나중에 연락한다는 말과 함께 자리에 일어서며 카페를 빠져 나갔다. 그제야 그 바보 삼형제가 제호의 앞에 와서 호들갑 떨기 시작했다.
“너 도대체 뭐냐? 저 미인은 도대체 누구야?”
“컴퓨터 공학과도 버릴게 못되는구나?”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더니..”
“.... 너네 도대체 뭐라는 거냐? 카페에 앉을 자리가 여기 밖에 없어서 잠시 친구분 기다린다고 앉은 것뿐이야. 그런데 너희들이 와서 간 거고”
“뭐야? 그런거야?”
이들은 표정에는 실망한 표정으로 자리에 털썩 앉으며 한울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그런거 치고서는 분위기가 좋았단 말이야?”
“그러고 보니 가기전에 핸드폰 번호 교환하지 않았어?”
“아아 나도 봤어.”
학민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자 아이들은 다시 제호를 빤히 쳐다 봤다. 그러자 제호는 난감한 얼굴을 하며 말했다.
“그냥 인사만 한거야. 나중에 노트북에 문제가 생기면 고쳐준다고 했고.”
“오... 그래서 그 컴퓨터 실력으로 여자 핸드폰 번호를 딴거냐? 대단하네.”
“따디니 뭘따? 그냥 개가 준거라니까?”
“여자가 너한테 핸드폰 번호를 줬다고?”
한울이 놀란 얼굴을 하며 큰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한순간 다 제호가 있는 테이블을 쳐다보다가 다시 수다들을 떨기 시작했다.
“야 조용히 좀해!”
창피한지 제호의 얼굴이 홍씨마냥 붉어지자 애들은 작게 키득거리면서 말했다.
“그래도 이게 왠일이냐? 첫날에 저런 미인을?”
“그러게 말이야. 그 천하의 제호에게도 봄날이 오는 건가?”
“시끄러워 그런거 아니라니까.”
“그야 모르지. 저 정도 미인이 뭐가 아쉬워서 자기 핸드폰 번호를 주겠냐?”
“컴퓨터 때문이라니까.”
제호는 지겹다는 듯이 항변을 했지만, 이들의 대화는 이미 판타지 세상으로 떠난지 오래였다. 제호는 그런 그들을 그냥 무시하고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한 순간이지만 그녀의 미소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제호는 머리를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야. 이제 그만 가자.”
“응? 벌써? 난 안되는데?”
“왜?”
일한이의 말에 제호가 대꾸하자 옆에 있던 한울이 말했다.
“재는 과대표가 됐고, 난 반대표가 됐거든.”
“......”
제호는 얌전히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이게 무슨 개소리란 말인가? 학교 다닐 때 반장은커녕 부반장한번 못해보던 이들이 아닌가?
그들이 아무런 말을 하지 않자. 제호가 물었다.
“왜? 너희들 그런 귀찮은 거는 관심조차 없었잖아?”
제호의 말에 일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며 말했다.
“맞아. 귀찮기는 한데.. 이게 또 여자들에게 인기 있는 직업이거든.”
“..... 그게 노림수냐?”
“너 창석이 형한테 이야기 못 들었어? 과대가 되면 일학년부터 사학년까지 모든 선배들에게 인맥이 통해요. 그리고 그 인맥으로.. 큭큭큭..”
“이런 불순한 녀석 같은이라고..”
제호는 머리를 저었다. 설마 저런 목적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 컴퓨터 공학과 과대 또한 어디서 누구를 이끌 재목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설마 그 녀석 또한 이런 목적으로 과대가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제호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럼 학민이는 반대 안한 거야?”
“내가 그걸 왜하냐? 여친한테 맞아 죽으라고?”
“..... 그래? 그렇겠네.”
넷은 한동안 카페에서 계속 수다를 떨다가 학민이는 여친을 한울과 일한이는 다시 경영학부 과사로 갔다. 제호는 학교를 조금 돌아볼까 했지만, 피곤함에 집으로 다시 복귀를 했다.
- 작가의말
댓글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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