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사도 먹고 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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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녕
작품등록일 :
2024.01.26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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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8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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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모제 완성

DUMMY

매일매일 성수 혼합물을 와이번 변밭에 주며 상태를 확인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육식동물 특유의 지독한 변 냄새가 사라지고 헤로니아 꽃이 개화하면서 들큰한 꽃향기가 나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바로 쓸 수 있겠네.”


헤로니아 덩굴이 뿌리내린 와이번의 변은 이제 변이라고 보기 힘들었다. 언뜻보기엔 색이 어두운 부드러운 흙처럼 보였다.


“자, 본격적으로 일을 해볼까.”


어느새 꺼내든 호미.


‘사실 최고의 도구 아닐까?’


호미는 이 세계, 아니 적어도 라르바티 내에서 구할 수 없는 물건이였다.


하지만 모종삽으로는 뿌리가 중요한 식물 채집에 여러 애로사항이 꽃폈었다. 만드라고라처럼 알뿌리 형태의 식물은 잔뿌리 하나하나가 값이였기에 더욱 채집에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언제까지 이 불편함을 감수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필사적으로 전생의 기억을 짜내 롭다에게 개인제작을 맡겨 만들어낸 물건이 바로 내 손에 들고 있는 호미 1호였다.


농사 일에 최적화된 조상님의 지혜가 담긴 정수는 이세계에서도 통했다. 스승 역시 호미를 몇 번 사용하고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었다.


‘너 같은 모지리도 이런 훌륭한 기물을 생각해낼 수 있구나.’


만드라고라처럼 마력에 예민한 식물은 고고한 마법사여도 직접 농기구를 들고 채집할 수 밖에 없어기에 호미의 편리함을 맛 본 스승은 화단까지 직접 가꾸며 취미 생활까지 만들어 즐겼었다.


그동안 나는 만드라고라니, 마나초니, 헤로니아니 하는 약재들을 내가 전부 캐와야했지만 말이다.


‘내가 스스로 일을 만든 거 아닌가 했지만···. 뭐, 내가 이해해야지.’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나는 스승과 투닥거리고 싸우긴 했지만, 그게 마냥 싫지만도 않았던 것 같았다.


“후···.”


억지로 추억을 지워내며 손을 놀렸다.


땡볕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보니 비지땀이 홍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말 걸어주는 이 없이 혼자 낑낑 대며 와이번 대변에 심어둔 헤로니아 덩굴은 전부 제거하니 힘에 더 부치는 것 같았다.


덩굴이 사라지도 난 와이번 대변은 조금 까많다는 것을 제외하곤 평범한 흙무더기처럼 보였다.


똥독이 빠졌다곤 해도 이 흙 그대로 머리에 바를 순 없었다.


이대로 바른다면 보름동안은 매일매일 감당도 못할만큼 머리가 자라나다 보름이 지나는 그 순간 자라난 머리털들이 전부 빠져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면 사기꾼이나 다름없다.


발모라는 건 누군가에겐 평생의 이룰 수 없는 꿈 같은 것일 수 있다. 간절하고 소중한···.

물론 내가 이 발모제를 개인에게 주는 선물이 아닌, 시장에 내놓는 일은 나중 일이 되겠지만 어찌되었든 ‘발모’ 라는 희망의 이름을 걸어놓고 머리털이 자라나다 몽땅 빠져버리는 끔찍한 희망고문과 절망을 주는 일은 있어선 안 될 일이다.


그러니 효과를 볼 수 있는 만큼정도로 희석시켜서 약효를 최소한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 후 사용자가 석달에서 넉달이라는 기간동안 지속적으로 바르면서 두피라는 토양에 발모제라는 양분을 천천히 스며들게 해야 시간이 지나도 머리가 빠지지 않았다.


‘황폐한 땅에 지력을 회복시켜주는 거랑 비슷하달까.’


탈모인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발모제를 지금 시장에 내놓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나는 전생을 기억하고, 한국에서 살면서 쌓아온 지식 역시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전생의 일이라 가물가물하긴 하지만, 인간의 반복된 역사에서 주는 교훈은 어설프나마 기억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바로 아무리 좋은 물건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해도 힘이 없으면 무력하게 뺏기고 짓밟힌다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나는 물건 좀 만들 줄 아는 놈일뿐이다. 신체능력 자체는 평범한 성인 남자와 비슷하지만 이 세계는 법보다 주먹이 앞서는 야만의 세계.


마법?

마나 사탕이나 포션이 없으면 하급 마법 딱 한 번밖에 못 날리는 최악의 재능으로 누굴 상대할 수 있을까.


막말로 강철을 순두부처럼 자르는 오러 기사를 대동한다거나, 연구에 미친 마탑의 마법사들이 찾아와 내 목에 노예 목걸이 걸면 제작자는 갑이 아니라 바로 슈퍼 을이 되는 것이다.


힘이 없으면 지식에 대한 정당한 거래는 존재하지 않는다.


정당한 거래는 나와 상대 모두 좁밥이어야 가능한 것이다. 특히 나와 같은 비협회원인 경우 더 심하다. 협회에 들어가면 어찌됐든 보호 정도는 받을 수 있으니까.


그래서 발모제는 연금술 협회에 들어가기 전까진 시장에 내놓을 생각이 없다.


석달에서 넉달이라는 기간동안 지속적으로 발라야한다는 점 때문에 발모제를 적극적으로 홍보가히가 어려웠다.


물론, 롭다에게 ‘선물’로 준 것은 나와 롭다만의 비밀.


드워프들은 입이 무겁다. 비밀이라 맹세한 것은 반드시 지킨다. 롭다같이 장인으로서의 프라이드가 높은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기에 그를 믿고 선물한 것이다.


게다가 효과는 최소 석달에서 최대 다섯달에 걸쳐 천천히 나타난다. 즉발성의 다른 포션들과 다르게 주변에서 눈치채기 어려울 것이니 롭다가 스스로 밝히지 않는 이상 발모제의 정체는 쉬이 드러나지 않을 것이란 계산도 깔려있었다.


그런데 효과를 본 롭다가 자신의 동생을 위해 마나기석을 의뢰대금으로 다시 한번 내게 요구해왔다.


물론, 동생에게도 내가 만든 것은 비밀.


어디까지나 내가 준 발모제는 표면상 ‘발모에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어서 장담은 못하는 수준’의 물건.


게다가 롭다가 내 건 마나기석은 상등품. 여러가지로 해볼만한 거래였다.


“이제 이걸 담아가면 되겠다.”


미리 챙겨온 포대에 와이번 변을 삽으로 퍼 담았다. 이대로 담아 창고에 박아두면 누가와서 봐도 중요한 재료처럼 보이지 않을 것이다. 보기엔 일반 흙처럼 보이는데다 냄새도 안나니까.


내가 편의상 인벤토리 돌이라고 부르긴 했지만, 아공간 마법이 담긴 이 마법물품.

이 돌멩이는 스승이 만들어준 물건으로 언뜻보기에 마법물품 같아 보이지 않아서 좋았다. 이 돌멩이에 담을 수 있는 무기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아무 물건이나 막 넣을 수 없었다.


그렇기에 잃어버리면 안되는 물건, 중요하고 귀한 물건은 항상 인벤토리 돌에 보관했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물건들은 창고로 처받혔다.


와이번의 대변도 구하기도 어렵고 귀하다면 귀하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인벤토리 용량을 내줄만큼은 아니였다. 그러니 운반을 위해 지금 인벤토리 돌에 있는 와이번 대변은 창고에 도착할 시 즉시 꺼내질 운명인 것이다.


‘음! 아무리봐도 그냥 풀떼기랑 밭에 쓸 흙포대로밖에 안 보이네.’


창고 한 켠에 정리된 대변 포대와 헤로니아 덩굴 포대를 바라봤다.


이 근처까지 도둑이 올 일도 없겠지만, 온다고 해도 창고부터 둘러볼테고, 창고는 이 포대들을 제외하고도 약초와 씨앗, 돌 밖에 없을테니 도둑은 그냥 약초 몇 가지 훔쳐 돌아가고 말 것이다.


굳이 거름이나 이름모를 잡초따위를 가져가진 않을테니까, 이 정도면 완벽한 위장이라고 생각했다.


“어디보자, 이거랑··· 이거, 그리고 이거, 저것도 필요하겠네.”


발모제를 만들기위한 재료를 창고에서 하나씩 챙겨 작업실로 돌아왔다.


“자, 시작해볼까!”


기합을 잔뜩 넣고 발모제 작업을 시작했다.


흙처럼 변한 대변에 페르타 나무의 수액과 위습의 핵을 넣고 반죽한다. 수액과 핵에서 나오는 물기로 다시 단단하게 뭉쳐지는데 이 둘은 찬 기운이 있어 피부에 올라오는 열을 식혀준다. 뜨거운 용광로 앞에서 일하는 드워프에겐 시원함을 주면서도 발모에 도움을 주는 재료.


이후 헤로니아의 꽃잎을 넣어 향을 첨가한다.


정제해서 독한 냄새가 없어졌다곤 하지만 이것도 오래 보관하다보면 쿰쿰한 냄새가 올라오기 마련이다. 헤로니아의 꽃잎은 그런 냄새도 잡아주면서 발모제의 변질을 막아주는 방부제 역할도 하기에 최소 석달, 길면 다섯달을 사용해야하는 발모제에 있어서 필수인 재료다.


“자라나라 머리머리···. 자라나라 머리머리···.”


말에는 힘이 있다는 말이 있다. 이렇게 같은 말을 반복적으로 중얼거리면 일종의 주술처럼 마나와 함께 기운이 스며들게 된다.


즉, 지금은 발모를 기원하는 말을 하고 있으니 발모의 주문이 반죽에 깃들고 있다고 보면 된다.


반죽은 어느새 검녹색의 큰 덩어리가 되어 있었다.


큰 솥에 반죽을 넣고 물에 불린 검은 가시 콩을 함께 넣고 가열했다.


여기서 불은 일반적인 불이 아니라 마법으로 만든 불이여야만 했다. 마나가 섞인 불로 천천히 끓여야 서로 다른 재료들이 충돌하지 않고 잘 섞여들어갔기 때문이다.


‘이게 제일 힘들어···.’


6시간 동안, 쉬지 않고 가장 약한 화력으로 끓여줘야만 했다. 물론 눌어붙지 않도록 끊임없이 저어줘야했고 말이다.


마법이란 한 번에 큰 화력을 내는 것보다 작은 화력을 오랫동안 유지시키는 게 어려웠다. 이는 마나 제어력의 영역으로 스승의 말로는 기초적인 마나 수련법이라고 하는데 요즘은 사장된 수련법이라고 하는 것 같았다.


이는 마법사의 주류가 전투 마법사인데다, 대부분 강력한 한 방으로 전장을 정리했기 때문에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도 이유고, 제어력을 수련하는 것이 부족한 마나를 메꾸기 위한 덜떨어진 마법사라는 오명이 뒤따라오기 때문이란다.


가진 마나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수련이 어째서 덜떨어진건지 나와 스승은 이해하지 못했지만, 대부분의 마법사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물론 내게는 화력이란 선택지가 없었다. 쥐똥만한 마나라도 잘 다루려면 이거라도해야하니까. 그런 명목으로 연금술도 배우면서 마나제어력 수련을 엄청나게 할 수 밖에 없었고 간신히 마법 한 번 사용할 수 있는 경지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


‘이부터 썩는거 아닌가 모르겠다···.’


마나 사탕이 전부 녹아 없어지면 새로운 마나 사탕을 꺼내 입에 털어넣었다.


아무리 효율적으로 마나를 운용해도 결국 한계라는 게 있는 법이니까. 마나 량도 적은 주제에 회복 속도도 느리기 떄문에 이렇게 지속적으로 마나를 사용해야할 때는 마나 사탕이 필수였다.


***


밥도 제대로 못먹고 한참이 지났다. 느낌상 6시간 이상은 지난 것 같았다.


“이 정도면 됐을 것 같은데.”


어느새 솥에는 검녹색의 걸쭉한 액체가 만들어져있었다. 액체를 젓고 있는 주걱을 들어올려 점성을 확인해보았다.


끈적하게 흘러내리는 액체는 아주 느린 속도로 떨어졌다.


“이제 식혀주기만 하면 되겠다.”


은은하게 데워주던 마나의 불을 거두고, 액체를 천천히 식히도록 두었다.


“마무리로 이것만 뿌리면 끝이지.”


천천히 식어가는 끈적한 액체 위로 곱게 갈은 냉기 속성석 가루를 뿌리면 끝이 난다.


이제 이대로 삼일 간 잘 식혀서 통에 담아 롭다에게 건네면 됐다.


***


완성된 발모제를 가지고 롭다의 대장간을 찾았다.


“아저씨, 저 왔어요.”

“어어! 왔느냐!”


여전히 기운찬 롭다였다. 그런 롭다에게 본론부터 말했다.


“여기 아저씨가 의뢰한 발모제요.”

“오오!”


롭다는 굵직한 손으로 내게서 발모제를 가져가려했지만 나는 슬며시 발모제를 뒤로 뺐다.


“?”

“주실 것부터 주셔야죠.”

“거 야박하긴!”


야박하다고 해도 하는 수 없었다. 이거 하느라고 쓴 돈도 컸고, 와이번한테 납치 당해서 강제로 변신 물약도 만들어야 했으니까.


롭다는 투덜거리면서도 짙푸른색의 마나기석을 가지고 왔다.


“자, 여깄다.”

“확인해보세요.”


우리는 서로의 물건을 맞바꿔 확인했다.


롭다가 내가 건넨 나무통의 뚜껑을 열어 발모제를 확인했다.


“물건은 확실한 거겠지?”

“그럼요. 장사는 신뢰의 문제 아니겠습니까? 아저씨도 아시죠?”

“흥, 알다마다.”


롭다는 내가 건넨 발모제를 챙겨 대장간 안 쪽에 숨겨놓았다. 그리곤 작은 물건 하나를 내게 던졌다.


“뭡니까?”

“그건 그냥 주는 선물이다. 카르타행이면 제법 돈 좀 썼을테지. 쓰든 팔든 맘대로 해라”


받아든 물건은 붉은 보석이 끼워진 금속 팔지였다.


보석에 대해 문외한이긴 했지만 빛에 따라 반짝이는 보석은 한 눈에 보기에도 귀해보였다. 팔찌의 몸체인 은색의 금속은 다소 투박한 디자인으로 롭다가 직접 만든 것 같아 보였다.


“잘 쓰겠습니다.”


롭다가 건넨 팔찌를 인벤토리 돌에 보관했다. 이렇게 돈 되어보이는 물건을 함부로 끼고 다니다간 강도당하기 딱 좋기 때문이다.


‘아, 그러고보니 이거 물어본다는 걸 깜빡할 뻔했네.’


인벤토리 돌을 꺼내면서 잊고 있었던 것이 떠올랐다. 나는 그 안에 저장된 킹 슬라임의 부산물, 보석 먹는 검은 구체를 꺼내 롭다에게 보여줬다.


닳고 닳은 드워프 대장장이 롭다라면 온갖 재료로 장비를 만들어봤을 테니 어쩌면 이 물건에 대해 알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아저씨, 제가 우연히 이런 걸 주웠는데 뭔지 알 수 있을까요?”

“음?”


롭다는 검은 구체를 구석구석 살펴보다 내게 도로 건네며 말했다.


“글쎄, 이렇게만 봐서는 잘 모르겠군.”


아쉽게도 내 기대와는 다르게 롭다도 아는 것이 없었다.


“모르시면 어쩔 수 없죠.”

“볼 일 끝났으면 썩 꺼져! 바빠!”


괜히 뻘쭘해진 롭다가 성을 냈지만 가볍게 무시했다. 대장간을 떠나기 전 발모제의 사용법과 주의점에 대해 전했다.


“매일매일 발라야 하는 거랑 피부에 닿아야 한다는 것도 꼭 전달해주시고요.”

“오냐.”

“그리고 노파심에 드리는 말이지만, 하루에 한 번만 발라야한다는 것도 꼭 말씀하세요. 너무 많이 바르면 역효과에요.”

“알겠다니깐! 일 끝났으면 얼른 가!”

“예예~ 그럼 다음에 봬요.”


롭다의 대장간을 떠나 간단히 식료품을 구매한 후 집으로 돌아갔다.


***


롭다의 발모제 의뢰는 끝이 났다. 이제 마음 편하게 퍼리니에 포션 개량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마무리가 안된 일이 있으면 새로운 작업하기 찜찜하단 말이지.’


별 거 아닌 그런 이유였다.


하지만 그 전에 마나기석부터 정제해 먹고 움직이기로 했다.


지금 가지고 있는 마나기석은 총 두 개. 롭다와 프리스테카에게서 받은 마나기석은 모두 상등품으로 이를 모두 섭취하면 제법 많은 량의 마나가 늘 것으로 예상됐다.


사실 이건 나의 희망사항이지만···.


상등품의 마나기석이라도 섭취한 사람에 따라 느는 양은 천차만별이라는 얘기가 있었다. 두 개를 모두 먹어도 진짜 조금 밖에 안 늘 수도 있지만 그것만이라도 나는 감지덕지할 것 같았다.


이 쥐똥만한 마나그릇에 담긴 마나는 할 수 있는 게 너무 한정적이였기 때문이다. 때문에 마나 포션과 마나 사탕을 달고 살아야했고, 위력있는 전투 마법의 사용은 꿈도 꿀 수 없었다.


크게도 바라지 않는다. 기본 중의 기본이라는 파이어볼트를 두 번 연속 쓸 수 만 있게 되도 되었다. 그정도만 되어도 충분히 스스로를 지킬 역량은 될 테니까.


마나기석 두 개를 작업대 위로 올렸다.


“이걸 어떻게 해야한댔더라···.”


스승이 남긴 레시피 북을 오랜만에 꺼내들었다. 어지간한 제작법은 머릿속에 담겨있었지만 마나기석 정제법은 연이 없을 거라 생각해서 대충 읽고 넘겼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행이 재료는 다 있네.”


하지만, 그 재료 역시 희귀한 것이였다. 그럼에도 창고에는 넉넉할 정도의 양이 보관되어있었다.


“거 양반, 쓸지 안 쓸지도 모르면서도 남겨두고 갔네.”


스승은 레시피북과 함께 많은 것들을 남기고 갔다. 그 중 하나가 마나기석 정제를 위한 재료들. 그는 자신이 떠나고났을 언젠가를 위해 모아둔 것이다.


“참 하나같이 다 지랄맞은 것들이네.”


부패된 늪에서만 서식하는 강력한 독사, 레인 바이퍼의 독샘. 그리고 7년에 한 번 피어나는 달 바라기 꽃 등 하나 온전하게 구하기도 어려운 재료들이 아무렇지 않게 창고에 보관되어있었다.


아마도 스승은 내 빌어먹을 마력 그릇을 늘리기 위해 미리 이것 저것 준비해둔 것 같았다.


‘거 맨날 나 버려두고 어디가나 했더니.’


무엇에 쓰는 물건이냐 물었을 때 되려 지팡이로 얻어 맞기만 했었다.


‘네놈이 알아서 뭐하게! 어! 시간이 남냐? 남아? 시킨 건 다 했어? 이리 안 와!’


그 이후부터는 더 맞기 싫어서 일부러 신경을 끄고 살았었다.


스승에게 레시피 북을 받았을 때도 마나기석을 가공하는 방법은 크게 관심있는 부분이 아니였다. 어차피 나와는 거리가 먼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살펴본 레시피 북에는 마나기석 가공에 사용될 재료, 손질 방법, 설명, 주의할 점들이 빼곡하게 적혀져있었다. 지금보니 앞 장에 다른 레시피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자세한 내용들이였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에 한 줄, 스승이 내게 건네는 한 마디가 적혀있었다.


「 이것도 못 알아먹진 않겠지, 재능없는 놈아. 」


처음 받았을 땐 이런 문구가 없었다. 언젠가 스승이 몰래 적은 듯 했다.


“말 좀 이쁘게 해주시면 덧납니까.”


그가 남긴 유품을 조용히 품에 넣었다.

오랜만에 그가 보고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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