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보이는 남자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미리나리
작품등록일 :
2024.04.29 22:56
최근연재일 :
2024.09.13 08:00
연재수 :
73 회
조회수 :
2,483
추천수 :
12
글자수 :
261,099

작성
24.09.02 21:33
조회
7
추천
0
글자
8쪽

유지를 위한 앨범(1)

예전부터 글을 쓰고 싶었고 생각만 하다가 소재만 모아두고 잊혀 간 게 너무 많네요. 이번에 글을 끝까지 남겨놔서 이야기 풀이의 즐거움을 함께 누리고자 합니다.




DUMMY

유지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그 말을 꺼내길 고대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제 유지가 원하는 곳으로 가볼까?”


“역시! 그곳으로 가는 것이었어! 정말 나 거기 기대가 돼”


승철형이 계신 신나 레이블은 병원과 멀지 않아서 금방 갈 수 있었다. 혹시나 방문 일정을 사전에 연락한 적이 있었는데 오늘은 일없기에 언제든지 와도 된다고 확답을 미리 받아 놓은 상태였다.


“그런데 유지는 평소에도 노래라든지 아니면 음반 작업에 관심이 많았어? 난 먹는 군것질에 특화된 줄 알았는데 말이지”


“오! 입속에 들어는 것도 물론 좋지만 나도 한때 최고의 가수라고 할 수 있었어...”


유지가 하는 말에 정말 놀라웠다. 스스로 가수라고 말하니 순간 눈을 비비며 봐도 도저히 어울리지도 않았고 설마 싶어 포털 인물 검색을 해봐도 나오지 않았다. 지금까지 유지가 하는 말에는 거짓말이 하나도 없었는데 말이다. 그런 도진의 모습에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쳐다볼 뿐이었다.


“도진은 내가 가수라는 말을 믿지 않는구나!”


“음... 믿지 않는 다기 보다 한 번도 노래 부르는 것도 보지 못했고 도저히 가수라는 이미지와 연결이 되지 않아서 그래...”


“그럴 수 있지. 그런데 나 노래 잘 불러. 한번 들어볼래?”


“오! 그래? 어떤 노래를 들려줄 거야?”


유지는 한참 고민을 하고 도진에게 되물었다.


“음... 도진은 어느 시대 노래를 좋아해?”


순간 유지의 말에 흠칫거렸다. 보통 좋아하는 가수나 장르에 대해 말할 줄 알았는데 유지는 시대적인 시간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제야 내 옆에 있는 유지는 인간이 아님을 다시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어떤 노래가 나올지 무섭기도 했다.


‘제발 정상적인 노래를 불렀으면...’


“유지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도 불러줬으면 해. 유지의 노래 실력이 참 궁금하네...”


유지는 목을 마사지하듯 주물리면서 발성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고는 손을 부채처럼 펼치며 율동을 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첫 소절을 듣는 순간 눈을 비비고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심청이 들어온다. 심청이 들어온다. 문전에 들어서며, 아버지 춥긴들 오직 하며, 시장낀들 아니리까. 더운 국밥 잡수시오. 이것은 흰밥이요, 이것은 팥밥이요, 미역튀각 칼치자반, 어머니 친구라고, 아버지 갖다드리라 하기로, 가지고 왔아오니, 시장찮게 잡수시요. 심봉사가 기가 막혀, 딸의 손을 끌어, 입에 넣고 후후 불며, 아이고 내 딸 춥다 불 쬐어라. 모진 목숨이 죽지도 않고 이 지경이 웬일이냐...”


유지의 목소리에 나온 것은 판소리였다. 그런데 목소리가 너무 맑고 투명했다. 잘하는 수준이 아니라 너무너무 잘해서 인간문화재로 여겨질 정도였다.


“유지 판소리도 할 줄 알았어?”


“음... 잠깐의 유흥이긴 했지만 한때 너무 유명해져서 난 임금님 앞에서도 부르기도 했었어!”


“으응??? 그렇구나... 가수라고 하니깐 조선시대부터 시작하는 거였구나... 그리고 다른 노래는 없어? 이왕 하는 거 다 듣고 싶네. 살아있는 박물관 같아서 재밌네. 재밌어!”


유지 노래를 도진이 좋아하자 자신 최애 곡을 부르는데 정말 시대의 다보는 것 같았다. 조선시대까지는 그렇다고 일제 치하 시절 광복 노래도 부르기도 했고 다음에는 6.25 전쟁시 불렀던 군가와 미군들이 즐겨 듣던 팝송도 부르기도 했다. 가난과 억압이 현저했던 트로트에 현대 시절에 와서는 아이돌 노래를 부르니 내가 유지에게 괜히 놀렸나 싶기도 했다.


“유지... 미안해”


“엇? 도진이 왜 미안해하고 있어? 난 노래 부른 거 말고는 없는데?”


“그게... 유지가 가수라고 하기에 사실 조금 의심하긴 했었어. 그런데 이렇게 노래 잘 부르다니 정말 놀란 거 있지?”


“히힛. 그래도 빨리 알아줘서 고마워! 내가 지금까지 노래를 부른 건 귀담아듣거나 계승된 것을 노래로 불러본 것뿐이야. 그런데 레이블에 가게 되면 혹시 나만의 노래 앨범을 제작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 그리고 도진이 도와주면 참 좋은데 말이지... 그러면 나도 옆집 그 아가씨와도 만나도 눈 감고 조용히 있어줄게”


은근히 협박처럼 이야기하면서 타협을 하는 유지의 모습이 귀여웠다. 아무래도 할아버지 과거를 제일 많이 알고 있는 존재이기도 했고 은근히 잘 구슬리면 이것저것 이야기해 주는 게 실보다 득이 많았다. 결정적인 것은 눈을 반짝이며 쳐다보는 유지를 차마 거절하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도와주겠다고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도진이 흔쾌히 알겠다고 이야기하자 방방 뛰며 얼른 레이블로 가자고 잡아끌었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참 귀여운 아이인데 현실을 보면 꼬리를 많은 여유가 분명했다. 사실 그런 존재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도진. 이제 얼마나 더 가면 될까?”


“조금만 더 가면 도착해”


“나 무척 기대가 돼. 오랜 시간 동안 내 노래를 만든다는 것을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거든. 남들 부르는 것을 따라 불러도 대우받고 살 수 있었거든... 그런데 우리 저녁식사 때 온 승철 아저씨 노래를 들으니깐 뭔가 지금까지 살아온 것이 전부 부정당하는 그런 느낌이었어. 진정한 노래는 자신의 노래가 있는 것부터 시작되는 것이라는 깨달았지. 거기에 승철 아저씨 노래 작곡하는데 도진이 도와줬다면서? 그러니깐 완벽한 준비된 상황이라는 거지! 크크크”


한참 웃고 있는 유지를 보며 내가 딱히 할 수 있는 건 없을 것 같았지만 세월의 내공을 가진 유지가 정말 작정하고 노래 제작한다면 그 무엇보다 파격적인 앨범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를 안 할 수밖에 없었다.


레이블에 가면서 하승철 형과 이성하 누님께 간단히 바나나톡 메시지 보내드렸다.


[형님. 누님. 저 레이블에 유지랑 가고 있는데요. 유지 노래 실력이 상상이상이에요. 혹시 디지털 앨범 하나 만드는데 도움받을 수 있을까요?]


[도진 동생. 유지라고 하면 그 꼬꼬마 말하는 거지? 얼마나 잘 하기에 이렇게 앨범까지 부탁할 정도라니... 우선 레이블에 와봐. 나가 테스트해보고 말해줄게]


[오!!! 우리 소속사 유지가 음악까지 재능이 있다고? 역시나 보통내기가 아니라고 했다만 비용적인 것은 신경 쓰지 말고 가서 제대로 만들어 와. 비용, 제작, 유통까지 내가 처리해두라고 이야기 해놓을게]


승철 형은 바나나톡을 대화 나누는 게 감질나서 그런지 바로 전화를 해버렸다.


“우리 도진 동생. 스스로 납치되려고 레이블로 행차하시고 말이지”


“납치라요. 유지가 형네 레이블을 꼭 가고 싶어서 그런 걸요. 거기에 제가 유지가 부르는 노래를 들어봤는데 형도 깜짝 놀랄 거예요. 거기에 한때 유지도 가수였고요...”


“엇? 유지도 가수라고? 그러면 자신의 앨범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니깐요. 상황이 여치 않아서 자신의 노래가 없는 것뿐이래요. 제가 뭐 음반 작업에 아는 것도 없기도 하고 그래서 승철형에게 이렇게 부탁하고 싶기도 하고요. 이번에 지인 찬스? 같은 거죠. 하하하. 대신 유지 실력만큼은 확실하다고 보증할 수 있으니 형도 기대해도 될 거예요!”


“흐음... 도진이 하는 말은 쭉 들어보면 가볍지 않는데... 우선 레이블로 와봐. 도대체 도진이 칭찬하는 유지 실력을 한번 들어보자고!”


지금의 상황을 유지에게 이야기해 주니 기뻐서 폴짝폴짝 뛰었다. 그리고 내 허리를 꼭 붙잡으면서 이야기했다.


“고마워. 도진. 정말로... 고마워”


“뭘... 이런 걸 가지고 내가 매번 더 고맙지 뭐. 유지가 기대하는 곳으로 얼른 가자. 또 얼마나 재미난 일이 펼쳐질지 모르는 거잖아!”


“응!!!”




완결이 날 수 있도록 끈기 있게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즐거운 월요일 되세요. (그리고 67화도 업로드도 되어있습니다.)


*예전 제목과 같아서 제목을 바꿨어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글이 보이는 남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추석 연휴기간 연재 휴무입니다. 24.09.12 4 0 -
공지 연재 업로드 월, 수, 금으로 수정됩니다. 24.06.09 21 0 -
73 누구를 위해 행동하는 가? (3) 24.09.13 2 0 9쪽
72 누구를 위해 행동하는 가? (2) 24.09.11 4 0 9쪽
71 누구를 위해 행동하는 가? (1) 24.09.09 7 0 8쪽
70 유지를 위한 앨범(3) 24.09.06 7 0 8쪽
69 유지를 위한 앨범(2) 24.09.04 9 0 8쪽
» 유지를 위한 앨범(1) 24.09.02 8 0 8쪽
67 민재의 살아남기(2) 24.08.30 10 0 7쪽
66 민재의 살아남기(1) 24.08.28 11 0 7쪽
65 평범한 일상을 보내자(3) 24.08.26 13 0 8쪽
64 평범한 일상을 보내자(2) 24.08.23 12 0 7쪽
63 평범한 일상을 보내자(1) 24.08.21 14 0 7쪽
62 사업 파트너(2) 24.08.19 16 0 9쪽
61 사업 파트너(1) 24.08.16 16 0 9쪽
60 어서 오시게(3) 24.08.14 15 0 8쪽
59 어서 오시게(2) 24.08.12 12 0 9쪽
58 어서 오시게(1) 24.08.09 13 1 8쪽
57 자동차가 필요해(2) 24.08.07 17 1 8쪽
56 자동차가 필요해(1) 24.08.05 15 1 8쪽
55 은둔형 대학생활(2) 24.08.02 21 1 7쪽
54 은둔형 대학생활(1) 24.07.31 16 0 7쪽
53 저녁식사에 오는 손님들(4) 24.07.29 17 0 7쪽
52 저녁식사에 오는 손님들(3) 24.07.26 13 0 7쪽
51 저녁식사에 오는 손님들(2) 24.07.24 15 0 7쪽
50 저녁식사에 오는 손님들(1) 24.07.22 15 0 9쪽
49 진짜 마법처럼... 24.07.19 17 0 8쪽
48 저녁파티 준비(3) 24.07.17 15 0 7쪽
47 저녁파티 준비(2) 24.07.15 19 0 9쪽
46 저녁파티 준비(1) 24.07.12 19 0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