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보이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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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나리
작품등록일 :
2024.04.29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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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2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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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시게(2)

예전부터 글을 쓰고 싶었고 생각만 하다가 소재만 모아두고 잊혀 간 게 너무 많네요. 이번에 글을 끝까지 남겨놔서 이야기 풀이의 즐거움을 함께 누리고자 합니다.




DUMMY

상의를 풀어헤치며 다가오는 딜러 몸에는 다양한 그림들이 그려져 있었다.


“도진. 저기 봐. 자기 몸이 그림판인가 봐. 여기저기 동물 그림이 천치야”


어느새 나왔는지 모를 유지가 내 다리 바짝 붙어서 이야기했다. 유지의 반응에 손가락을 입에 올리며 조용히 하라고 했다.


“쉿. 유지. 그런 말은 상대방에게 실례라고. 예술이라고 불러주면 저분이 기분이 좋아지지 않을까?”


“그래도 난 사실을 말한걸. 근데 저 그림도 못 그렸지만 얼굴까지 더 못생겼어”


도진과 유지의 대화는 더욱 화를 내게 만들었다. 나름 잘하는 타투점에서 거금 들어 문신한 것인데 그림판이라고 하니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얼굴 평가를 통한 인신공격은 천인공노할 일이기도 했다.


“이 자식들이 도저히 용서할 수 없구먼. 내가 적당히 받고 몸성히 보내드리려고 했지만 이제는 안 되겠구먼. 곱게 갈 수는 없을거여”


딜러가 바짝 다가오자 박목이 경비원이 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김도진님 제 뒤로 있으세요. 별일 없이 끝날 것입니다.”


멋있는 말하기에 앞서 유지 몸이 더 빨랐다. 작은 몸체에 빠르게 움직인 것은 일반인 동체로 따라가기도 힘들었다. 그리고 유지의 발이 딜러의 좋지 않은 곳에 타격을 하였다. 정확히 한 번이 아니라 세 번은 빠르게 찬 것 같았다.


“끄아으아아악”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을 호소하며 그 자리 바로 엎어져 버리는 딜러였다. 너무 아픈 것인지 눈물 콧물 다 흘리며 아픈 곳을 손으로 달래고 있었다. 내가 봐도 너무 불쌍했다. 아니면 보고만 있어도 오금이 저릴 정도였다. 잔인한 존속이자 종족인 유지를 뻔히 쳐다보았다.


“도진? 나 잘했어?”


“음. 어... 그래. 하지만 다음에 할 땐 내게 귀띔이라도 해줘”


박목이 경비원은 자신의 역할을 허무하게 뺏긴 유지를 바라보았다. 정확히 달려가는 것조차 제대로 볼 수 없었고 만약 자신의 상대의 역할이었을 때 제대로 막을 수 있을까 생각해 봤지만 고개만 저었다. 막을 수조차 없었고 작은 몸체에 저런 힘이 있는 것도 믿을 수 없었다. 정말 꿈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저기 유지님은 따로 운동을 하거나 격투를 배운 적이 있습니까?”


“나? 그런 거 안 배웠어. 단지 산에서 호랑이랑 멧돼지랑 장난치며 놀다 보면 이 정도면 껌이지! 특히 저런 어중이떠중이는 더 쉽고!”


유지가 하는 말을 듣던 박목이 경비원은 더욱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어느 시절인데 호랑이랑 논다는 말인가... 유지의 날쌔고 강력한 한방은 바람의 파이터가 떠올랐다. 유지의 말인즉, 산에서 수련을 쌓았다는 말로 고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점점 오해가 쌓일 것 같아 이야기 중 오해하지 않게 말해줬다.


“유지가 산에서 한동안 살다 보니 너튜브를 보며 조금의 생존 기술을 배웠나 봐요. 거기에 체력도 좋은 게 덤이죠. 흡사 짐승처럼 날쌔기도 합니다. 하하하”


허구인 척 사실 그대로 이야기해 봤지만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단지 더 이상 묻지 않고 덮을 뿐이었다. 쓰러진 딜러의 고통의 소리가 조금씩 잦아지고 있었다.


헐떡이는 딜러는 자신에게 처한 상황을 파악하려고 눈알을 굴렸다. 제일 약하다고 생각했던 꼬맹이가 내가 손보기도 전에 잔인한 방법으로 쓰러트렸으니 소름이 끼쳤다. 정확히 급소만 노렸고 한 대가 아니라 여러 번 때리는 것을 보면 한두 번 솜씨가 아니었다. 정말 악마 같은 존재가 분명했다. 멀리 갈 필요 없이 악마를 찾으라면 고민 없이 분명 말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저 아저씨. 이제 정신 차렸어!”


“악... 악마다. 으아아악. 저리 가! 제발 살려줘. 흑흑”


유지가 하는 말에 엎드려 있던 딜러가 괴성을 지르며 살려달라고 싹싹 빌었다. 유지와 눈빛이 마주치니 이제는 침까지 흘리며 사시 몸을 떨고 있었다. 은근슬쩍 유지가 다가가서 발로 차는 시늉만 하니 게거품까지 물었다.


“유지. 장난은 이제 그만해”


“아니... 저것이 정말. 아오! 한 번 더 차야 하는데...”


상황이 위급해 보여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딜러 머리 위 글자를 보니 조금 당황스러웠다.


[이정도면 속아 넘어가겠지? 쪽팔리는 건 둘째 치고 제발 다 꺼졌으면 좋겠다.]


정말 큰일이 난 상황이 것 같아 119 전화를 하려고 했는데 연기라고 하니 깜짝 속을 뻔했다. 박목이 경비원은 이 상황을 모르고 수습하려고 다가서려고 하자 내가 가로 막았다.


“박목이 경비원님. 잠시 여기서는 제가 나설게요.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어요?”


“네? 저기 저분 위험해 보이는데 괜찮을까요? 빨리 도와줘야 할 것처럼 보이는데요?”


“네. 괜찮습니다. 제가 수습해 볼게요. 혹, 잘 안 풀리거나 위험해지면 가차 없이 나서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쉬지 않고 죽을 것만 같은 딜러를 계속 보았다. 정확히 그러한 광경을 유지랑 같이 쭈그려 앉아 관망했다. 유지가 한 대 더 때리려고 한 것 보니 저 딜러가 연기하는 것을 처음부터 알아챈 것 같았다.


실시간으로 바뀌는 글자를 볼 수 있었다.


[아씨! 아무리 아픈 척을 하고 있지만 땅에 쓰러진 사람을 내팽개치다니 진짜 악마들이야!]


“저기. 딜러분. 이제 그만 일어나는 건 어떨까요?”


조근 조근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해도 약간 반응만 있을 뿐 무척 아픈척하며 몸을 떨기만 할 뿐이었다.


“도진. 그렇게 말하면 안 일어나. 내가 하는 거 잘 봐!”


“유지는 어떻게 하려고 해? 설마 아까처럼 급소를? 안 돼! 또 때리면 얼마나 아플까... 그리고 이번에는 장난이 아니라 진심을 다해 때릴 거잖아”


“응. 맞아. 아까는 약하게 때렸지만 이번에는 진심이니깐! 야! 그림판! 일어난다. 실시!”


“일어난다. 실시!”


정말 감쪽같이 아픈 내색하지 않고 굽실거리며 반듯하게 일어나는 딜러였다. 그 세상 아픈 모습은 다 어디 간 것인지 유지 말에 번쩍 일어나는 모습을 본 박목이 경비원은 세상 새로운 경험을 하는 느낌이었다.


“어... 도진님. 유지님. 이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일까요?”


“아... 저분 유지한테 맞긴 했지만 아픈척하는 연기를 했어요.”


도진 말에 급히 정색하며 딜러는 반색하는 말을 이었다.


“아닙니다! 정말 아팠고 살려고 누워있었습니다.”


유지가 다시 발로 찰 시늉을 하니깐 딜러가 다시 말을 바꿨다.


“제 말이 또 아닙니다. 조금 아프긴 했고 과하게 아픈 척 연기를 했습니다. 살려고 아니 정확히 더 안 맞으려고 몸을 살짝 떨었습니다. 아니... 제발 이제 살려주세요. 그냥 보내주세요.”


정말 순간 번뜩이는 딜러의 말과 행동에 웃음이 그치지 않았다. 이 광경을 같이 보는 유지도 덩달아 웃었다. 단지 이 상황을 아직 파악하지 못하는 박목이 경비원님만 진지하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흑흑...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 살짝 겁만 주고 용돈만 조금 받는 양아치일 뿐입니다. 사실 차도 없었어요. 죄송합니다.”


“하... 처음부터 없었군요. 그럼 범죄를 저질렀으니... 112에 전화를 해야겠군요.”


사색이 된 딜러는 땅에 엎드려 통곡하며 용서를 빌었다. 눈물 콧물 다시 쏟아내며 손을 싹싹 비는 것이 지켜보는 내가 미안할 정도였다. 하지만 머리 위 글자를 보고 다시 웃음이 날 수밖에 없었다.


[제발. 이정도면 뻑 넘어가겠지? 캬... 내가 봐도 예술이다!]


유지도 그제야 마음이 살짝 흔들리는지 이 정도만 하고 돌아가자며 내 바지를 잡아당겼다. 유지마저 속이는 저 연기는 정말 대단했다. 나 또한 머리 위 글자가 보이지 않았다면 제일 먼저 속을 뻔했다.


“유지. 다시 찰 준비해”


“엇? 도진. 나보다 더 강인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구나! 그래서 더욱 매력적이지!”


도진 입에 나온 말에 기겁하며 딜러는 이 상황을 어떻게 타계할지 머리를 굴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해결책이 나오지 않았다. 다른 사람은 다 속여도 도진이라고 불리는 저 남자는 신들린 연기를 해도 넘어가지 않았다. 아니 저 작은 녀석도 마지막에는 넘어갔는데... 진정한 악마는 공감대 없어 성격 메마른 도진 저 남자가 아닐까 싶었다.


“휴... 제가 졌습니다.”


드디어 진정성 있는 말이 나오고 나서야 대화를 제대로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완결이 날 수 있도록 끈기 있게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날씨가 많이 덥네요. 'ㅁ' 소나기도 내리고요. 우산 잘 챙겨요~ 한국에서 스콜성 볼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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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서 오시게(2) 24.08.12 12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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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은둔형 대학생활(1) 24.07.31 16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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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저녁식사에 오는 손님들(3) 24.07.26 13 0 7쪽
51 저녁식사에 오는 손님들(2) 24.07.24 15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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