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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나리
작품등록일 :
2024.04.29 22:56
최근연재일 :
2024.09.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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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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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를 위한 앨범(3)

예전부터 글을 쓰고 싶었고 생각만 하다가 소재만 모아두고 잊혀 간 게 너무 많네요. 이번에 글을 끝까지 남겨놔서 이야기 풀이의 즐거움을 함께 누리고자 합니다.




DUMMY

‘승철형과 유지의 콜라보라... 괜찮아 보였다.’


그래서 굳이 내가 개입을 안 해도 다들 잘하는 분들이라 방관하는 생각으로 뒤로 물러섰다. 이때 아니면 언제 휴식을 갖나 싶기도 했다.


“두 분 제가 하는 이야기 잘 들어봐요. 이번에는 제게 의지한다는 생각을 버려주세요. 그저 유지는 승철형을 위해, 승철형은 유지를 위해 도와준다는 생각으로 한번 진행해 봐요.”


“도진... 나 도와주기로 했잖아. 여기 와서 이렇게 도망가는 거야?”


“그래그래. 내 동생 갑자기 왜 그래? 내가 섭섭하게 한적 있어?”


“그러니 두 분께서 도와단다는 생각으로 먼저 해보세요. 제가 음악적으로 소질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뭐랄까? 음악적 서로 시너지를 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래요.”


유지는 도진이 쉽게 이야기를 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 있는 승철형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갸우뚱할 뿐이었다.


“도진은 다 생각이 있을 거예요. 승철 아저씨. 얼른 저 도와주세요.”


유지의 말을 들은 승철은 깜짝 놀라듯이 유지를 쳐다봤다.


“나... 아직 결혼도 안 했어. 아저씨라고 부르면 너무 섭섭한데?”


“그럼...? 오....빠?”


“쿨럭... 그건 너무 위험한 호칭 같고... 유지가 나를 삼촌이라고 부르면 괜찮지 않을까?”


벌써부터 다정다감한 대화를 나는 것 같아 기뻤다. 노래를 부르는 것에 일가견 있는 유지였으니 잠깐 놔둬도 각자 잘해가지 않을까 싶었다. 나같이 비전문가이자 편법으로 살아가는 나로서는 그저 지켜보고 응원하는 게 제 몫인 듯싶었다.


지난번에는 정신없이 들어와 제대로 둘러보지도 못했는데 레이블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내야 할 듯싶었다. 작업 공간이 대부분이거나 악기 전시장처럼 나열된 곳도 있었고 간단히 조리할 수 있는 주방도 있었다. 저 둘이 말이 나오게 되면 입을 다물 수 있는 간식거리나 만들어 놓는 것도 좋아보였다.


매니저에게 여기 주방을 사용해도 되는지 물으니 전혀 상관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아니 제발 사용해달라고 부탁까지 하는 매니저였다. 이유를 물어보니 나름 신경 써서 만든 곳이라는데 아무도 상용을 안 해서 정말 아쉬운 공간이라고 이야기했다. 다 같이 먹을 수 있는 요리가 무엇 있을까 생각하다 보니 내가 요리하러 여기 왔을까 순간 깊은 회의감이 들었다.


“휴... 주방만 보면 요리를 할 생각을 먼저 하다니 으휴...”


어느새 유지한테 조금씩 학습된 이 몸이 슬펐다.


주방은 뒤로하고 레이블을 더 구경하고 있었는데 유독 뭔가가 끌리는 곳이 있었다. 아니 예전에 왔었을 때 느낄 수 없었던 그 무언가가 있는 듯싶었다.


‘분명 여기는 아까 지나갔던 악기가 모여 있던 곳이었는데...’


유독 끌리는 곳에 시선을 돌려보니 여러 악기 중 비파가 보였다. 매니저에게 손가락을 가리켜 비파를 만져 봐도 되냐고 물어보니 괜찮다고 대답을 받았다. 비파를 요리조리 만져봤는데 특별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분명 묘한 느낌은 나는데 왜 그런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비파의 현을 하나 둘 퉁기며 소리를 듣고 있는데 저 멀리서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가벼우면서 빠른 발걸음은 분명 유지일 가능성이 컸다. 그리고 둔탁한 소리는 유지를 쫓아오는 승철형이겠고... 유지가 뭔가 나처럼 느낀 무언가가 있을 것으로 생각이 들었다.


“도오오오~~진~!!! 어디 있어~!!!”


“나 여기 있어. 뛰다가 넘어지면 다치니깐 천천히 와”


도진을 찾은 유지는 손에 쥐고 있는 비파를 보며 눈을 반짝거렸다. 아니 빨리 내 놓지 않으면 당장 불상사가 일어날 것만 같은 눈빛이었다.


“도진. 빨리 그거 내놔봐!!!”


비파를 뺏기다시피 가져간 유지는 비파를 쥐고는 별다른 행동하지 않았다. 정확히 생각이 많았는지 한참 쥐고는 말이 없었다. 이를 바라보는 도진과 승철은 의아해하며 유지를 지켜봤다.


“형. 유지가 쥐고 있는 비파 어디서 났어요?”


“아... 그거? 동묘시장 지나가다가 오래된 악기가 보여서 장식용으로 쓰면 좋지 않을까 싶어서 사가지고 왔지. 상태도 그렇게 좋지 않아서 사는 비용보다는 보수하는 비용이 더 들었지만... 우선 모양이 예쁘고 사극 드라마에서 볼만한 디자인이라 보자마자 안 살 수 없을 정도였지”


승철형은 은근 허당이면서 음악적 운은 다 타고난 것 같았다. 유지가 저렇게 애지중지하는 거 보면 저 비파 악기도 보통이 아닐 것으로 보았다. 유지는 비파를 꼭 품어 있다가 진정됐는지 현을 하나 둘 퉁기며 조율을 하고 있었다. 흡사 자기 악기를 다루 듯 말이다. 그러고는 유지에 입을 열었다.


“흰 눈이 점점 잦아져서 조금 남은 골짜기에 구름이 험악하게 일어나는구나. 이른 봄에 피는 매화는 어느 곳에 피어 있는가? 날은 저물어 가는데 홀로 서서 갈 곳을 모르겠구나...”


비파와 어울려져 읊는 시조는 슬프면서 매력적인 느낌이 났다. 역시나 역사의 흐름을 같이 살아온 유지는 감정과 악기를 다루는 모습이 장인의 모습처럼 느껴졌다. 나와 같이 듣던 승철형은 충격적인 얼굴 표정을 하고 있었다.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것인지 아니면 깨달음이 온 것인지 입에서는 다 내 거라고 무서운 말을 반복적으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유지의 노래가 끝나자 너도 나도 말하기보다 박수를 먼저 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덩달아 입이 벌어져있는 매니저도 포함이었다. 그저 말썽 피우는 아이라고 바라보던 매니저 눈에는 별처럼 빛나는 보물로 보이고 있었다.


유지는 비파를 내려놓으면서 승철에게 물었다.


“삼촌... 이 비파 어디서 났어요?”


“그거 동묘시장에서 돈 주고 샀지...”


“삼촌이 지금까지 관리를 잘했군요.”


“당연하지. 음악에 미친 게 바로 나 아니겠어? 시간이 날 때마다 조율도 하고 닦는 게 일이었지. 그리고 상시 온도, 습도 조절하는 레이블 구조를 보면 답이 나오지 않아?”


“헤에? 근데 이 비파 저한테 줄 수 있어요? 사실 이 비파 주인은 제거거든요. 사고로 잃어버렸는데 여기게 딱 있으니 너무 놀란 거 있죠?”


“으응??? 그거 산 게 20년이 넘었는데...???”


유지가 하는 말이 도저히 이해가 안 갔는데 도진을 바라보니 그저 수긍해라는 눈빛에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나중에 도진에게 자세히 물어봐야겠다. 그리고 비파가 자기거니 본 주인에게 돌려달라고 하는 것 같았다. 줘도 딱히 문제없지만 유지의 비파의 연주 실력과 노래를 들은 시점에서는 승철의 생각이 달라졌다.


“유지가 비파 연주를 잘할지 몰랐어. 내가 이 비파를 줄 수 있는데 대신같이 공동으로 음반 작업을 하는 건 어때? 물론 유지가 원하는 앨범 작업도 같이 진행하면서 말이지. 유지가 노래를 들으면서 뭔가가 영감이 떠오르는 것이 같이 하자는 생각이 계속 들거든... 어때?”


유지의 표정은 자신의 비파를 찾았고 거기에 음반 작업도 할 수 있는 것에 그 상황보다 기쁘고 신날 수밖에 없었다.


“물론이죠. 삼촌! 그리고 도진도 고마워!!!”


“뭘 내가 한 게 뭐 있다고... 그럼 둘은 열심히 작업하시고 전 조용히 응원하겠습니다.”


딱히 인사도 하기도 전에 둘의 모습은 사라지고 없었다. 조금 허무하긴 했지만 둘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주방에서 승철과 유지가 배고플 때 먹을 수 있는 간식을 만들어 놓고 매니저께 말했다.


“혹시 저 둘이 감당이 안 될 때 제가 연락 주세요. 잠깐 나갔다고 돌아올게요.”


매니저는 밤새도 저 둘이 작업실에서 나오지 않을 기세라며 편하게 다녀오라고 이야기해 주셨다. 유지를 승철형에게 때 놓은 큰 그림을 성공시키자 홀가분해졌다.


‘계획대로...’


스스로 만족해하며 얼른 몸이 바빠 못했던 일을 마무리 짓기로 했다. 그리고 사장 형님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사장 형님. 오늘 가도 될까요?]




완결이 날 수 있도록 끈기 있게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업로드 완료. 'ㅁ' 담이 와서 오른손으로 글쓰다 보니 시간이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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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누구를 위해 행동하는 가? (2) 24.09.11 5 0 9쪽
71 누구를 위해 행동하는 가? (1) 24.09.09 7 0 8쪽
» 유지를 위한 앨범(3) 24.09.06 8 0 8쪽
69 유지를 위한 앨범(2) 24.09.04 9 0 8쪽
68 유지를 위한 앨범(1) 24.09.02 8 0 8쪽
67 민재의 살아남기(2) 24.08.30 10 0 7쪽
66 민재의 살아남기(1) 24.08.28 11 0 7쪽
65 평범한 일상을 보내자(3) 24.08.26 14 0 8쪽
64 평범한 일상을 보내자(2) 24.08.23 12 0 7쪽
63 평범한 일상을 보내자(1) 24.08.21 14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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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사업 파트너(1) 24.08.16 16 0 9쪽
60 어서 오시게(3) 24.08.14 15 0 8쪽
59 어서 오시게(2) 24.08.12 13 0 9쪽
58 어서 오시게(1) 24.08.09 14 1 8쪽
57 자동차가 필요해(2) 24.08.07 17 1 8쪽
56 자동차가 필요해(1) 24.08.05 15 1 8쪽
55 은둔형 대학생활(2) 24.08.02 21 1 7쪽
54 은둔형 대학생활(1) 24.07.31 16 0 7쪽
53 저녁식사에 오는 손님들(4) 24.07.29 18 0 7쪽
52 저녁식사에 오는 손님들(3) 24.07.26 13 0 7쪽
51 저녁식사에 오는 손님들(2) 24.07.24 15 0 7쪽
50 저녁식사에 오는 손님들(1) 24.07.22 16 0 9쪽
49 진짜 마법처럼... 24.07.19 17 0 8쪽
48 저녁파티 준비(3) 24.07.17 15 0 7쪽
47 저녁파티 준비(2) 24.07.15 20 0 9쪽
46 저녁파티 준비(1) 24.07.12 19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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