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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러에이리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6
최근연재일 :
2024.09.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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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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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20)

DUMMY

오늘의 요리는 오징어와 낙지 그리고 쭈꾸미가 주인공인 두족류 볶음으로 영양 만점, 식감 이 만점, 맛 삼 만점의 평점을 받고, 있는 볶음 계의 다크호스로서 최고의 입맛을 보증한다.


매콤 달싹한 양념의 바다를 헤엄치다 내 입으로 들어온 정체 모를 두족류는 부드러운 식감이 쭈꾸미로 판단된다.

여기서 조금 쫄깃 뭉클한 느낌이 있으면 낚지요.

쫄깃 쫄깃 당당한 것은 오징어 되시겠다.


한 입 한 입, 대파를 듬성듬성 쓸어 넣어 진하게 풍기는 파 향과 아삭 당근의 식감을 같이 만끽하며 정체 밝히기 게임도 동시에 진행하면서 정신없이 저녁을 해결해 나갔다.


매콤한 향이 정신을 빼놓는 바람에 식사 전 할머니의 말씀도 고민 없이 넘겼다.

하지만 배를 두드리고 거실에서 커피 향이 코로 솔솔 올라오니 궁금증이 머리를 찌른다.


“하실 말씀이 무엇일까요?”

“네 결혼 얘기다.”

“저는 언제든지 말씀만 하시면 마음의 준비를 하겠습니다.”


다시 날아오는 엄마의 손바닥 스매싱을 가볍게 피하면서 옆으로 이동했다.


“이 녀석아! 네가 무슨 마음의 준비를 해?”

“그럼요? 저, 아니면 누가?”

“이 철없는 것을 어찌할꼬.”

“할마마마, 걱정 붙들어 매시고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날짜 정해지면 예지와 함께 처가 쪽 인사부터 다시 드려라.”

“네, 할머니.”

“어미는 예지와 상의해서 결혼 준비하도록 하고.”

“예, 어머니.”

“네 아버지나 할아버지가 요즘 정신없이 바쁜 건 알지.”

“네, 알고 있습니다.”

“그래 올라가 보거라.”

“넹, 할매.”


반갑다, 내 침대야 얼마 만이냐?

몸을 침대에 누이고 대답 없는 침대와, 정담을 나누고 눈을 감았다.

이때 즘이면 내 영혼의 휴식을 방해하는 일이 일어날 거다.


똑똑 똑똑


톡이 문을 두드린다.

정확하지? 확실히 텔레파시 쪽으로 재능이 넘친다.


브로 ‘안동’ 박 씨 사건 뉴스 나오더라.

안동 팩트는 얼마나?

브로 삼십 정도?

안동 분칠 많이 해서 내보내겠지.

브로 근데 용의자가 졸라로 특정된 거 같아.

안동 졸라맨? 그럴 수도 있겠다. 접촉했었잖아.

브로 힘들여 만든 경고 메시지가 날아가는 거 아냐?

안동 설마 괴물들이 그걸 믿을까?

브로 모르지, 지들이 원하는 생각만 하는 놈들이니까.

안동 그래도 생각보다 빨리 뉴스도 나오고 대처를 잘하네. 누가 지휘하는 걸까?

브로 일반 강도살인으로 몰고 가니까 빠를 수도 있는데 검찰 쪽이겠지.

안동 그래도 권력 실세 중 한 놈이었는데 성의가 없다. 그지?

브로 놈들도 알지, 뜯어 먹을 살도 없는데 그냥 버리는 거지.

안동 그래 알았어, 내일 보자. 바이

브로 바이


한동안 꽁꽁, 숨겼다가 내놓을 줄 알았는데 며칠 만에 사건을 공개하고 단순 강도살인으로 이슈를 최대한 덮으려 한다.


어차피 예상한 거다.

쉬쉬하며 팩트를 숨기고 적당히 각색해서 백성들의 관심을 떨어뜨리고 나의 경고 메시지는 내막을 아는 괴물들에게만 전해지겠지.


하지만 내 경고를 전해 받은 괴물들은 가슴이 두 가슴, 세 가슴으로 갈라져 눈앞이 어지럽고 숨이 가빠질 거다.

내가 공들여 메시지를 작성했으니까, 눈으로 보기 힘들 정도로 과격하게.


이제 방해할 방귀쟁이 동료도 지나가고 깨끗이 몸과 마음을 닦고 삼재 신공을 연마해서 미래를 대비해야겠다.




다음날 현관에는 출근을 위해 안 실장님이 대기 하고 있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실장님.”

“예, 잘 쉬셨습니까? 사장님.”

“네, 푹 쉬었습니다. 가시죠.”

“예, 사장님.”


대문 밖으로 나서니 두 대의 차량이 보이고 바짝 긴장한 경호원들이 보인다.

훈련의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았나 보다.


차는 이번에 방탄차를 할머니께서 사주셨다.

할아버지, 아버지도 없는 방탄차를 새파랗게 젊은 내가 타고, 다닌다니 그것도 헌터 인, 내가!, 참으로 부끄러워서 할 말이 없다.

하지만 할머니의 말을 거역할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빠릿빠릿한 신병들을 재현하는 경호원들에게 해맑은 미소를 던져주고 차에 올랐다.

내 미소를 전해 받은 경호원의 얼굴이 경직되는 게 보인다.

내가 너무 매력적이었나 보다.

부끄럽게......


여전히 북적이는 도심의 도로에 멍하니 차창 밖을 보다가 졸라맨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때를 복기하면서 보다 실용적인 대처 방법을 연구하며 명상에 접어들었는데......


“사장님, 도착했습니다.”

“......”

“흠, 사장님?, 사장님!.”

“응, 아! 네, 실장님, 도착했나요?”

“예, 도착했습니다.”

“생각을 깊이 했더니, 집중력이 너무 좋아서, 하하.”


어색한 웃음을 뒤로하고 사무실로 향했다.

명상이 도움이 되었는지 몸이 상쾌했다.



나를 가끔 들러는 손님으로 인식하는 보안대 역할을 담당하는 비서실을 통과해 사무실로 들어갔다.

사무실에서 ‘브로’와 ‘아라’가 나를 반겨준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네, 좋은 아침입니다. 김 팀장님, 외근 아니었어요?”

“복귀했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좋은 아침입니다.”

“강 비서님도 좋은 아침입니다.”

“얼굴이 좋아 보이십니다.”

“하하, 오다가 조그마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오다가 졸았군, 그새를 못 참고 품위도 없이, 쯧쯧.”


이색은 너무 잘 알아, 나를.

혀를 차는 ‘브로’를 무시하고 내가 좋아하는 외근을 청산하고 출근한 ‘아라’에게 이유를 물었다.


“‘아라’, 진 사장에게 붙었던 거 아니었어?”

“뉴스 봤죠? 진 사장이 얼었어요. 꼼짝을 안 해요.”

“응? 근데 뉴스에 진 사장이, 나왔어?”

“진 사장이 왜 나와? 박 씨 사건 얘기, 하는 거잖아.”

“그러게, 진 사장 얘기하는데 박 씨가 나오네?”

“능청 그만 떨어요, 알고 있으면서.”

“알지 아는데, 진 사장 반응이 너무 심한 거 아냐?”

“말했잖아, 용의자를 졸라로 특정했다고.”

“그럼, 수사가 진 사장 쪽으로 향했다고?”

“그 정도는 아니고 그냥 참고인 정도 되나 봐.”

“어! 그러면 지금 칠까?”

“안 돼요. 당분간 그쪽은 모니터로 인사해야, 돼요.”

“그래, 지금 진 사장 치면 엉뚱한 방향으로 일이 흘러가.”

“음, 그럴 수도 있겠네, 괴물들이 이용하게 둘 수는, 없지. 보류하자.”

“진 사장은 운이 너무 좋아 항상 앞에서 비껴가네?”

“그래, 이상하게 한 발짝 앞에서 다시 멀어지는 것 같아.”

“상성이 안 맞나 봐요. 마주칠 상황이 많았지만, 번번이 무산되네요.”


우리의 다음 목표였던 진 사장의 처리 건은 보류 등급으로 전 헌터의 만장일치로 확정되었다.

그다음 우리는 가장 중요한 일을 시작했다.


“‘안동’, 이번엔 내가 사다리 그릴 거야.”

“그렇게 해, 난 편하게 선택만 할게.”

“하나 있던 우위도 던져버리다니 멍청한 거야? 바보인 거야?”

“둘 다 비슷한 말이거든.”

“알긴 아네? 영 바보는 아니네요.”

“이상하네, 요즘 ‘아라’와 말하면 뭔가 기분이 나쁠 것 같아.”

“맞나?, 기분 탓이겠지. 다행히 미래형이라서 지금은 괜찮지?”

“몰라, ‘아라’, 미워!”

“헹, 나도 ‘브로’, 미워!”

“빨리 그려 사다리.”


‘브로’와 ‘아라’가 서로의 애정을 확인하고는 ‘브로’가 사다리 그린다고 소파에서 일어나 책상에서 몸을 돌린 채 열심히 몰두하고 있다.

얼마쯤 지났을까?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새카맣게 물들여진 그림 사다리를 가져왔다.


“‘브로’, 사다리 타다가 지쳐서 셔틀 하겠어?”

“무슨 소리 이번엔 내 승리다.”

“멍청, 멍청, 입으로 똥을 싼다.”

“누구한테 한 소리냐?”

“모르면 됐네요.”

“좋아! 결과를 보고 나를 경배하라. 하하하, 선택해! 다들.”


‘아라’가 내 눈치를 보며 세 개의 출발선에서 손가락을 이리저리 대어 본다.


“저는 여전히 삼 번 할게요.”

“나도 여전히 이 번 할게.”

“응, 이상하네, 왜 찝찝한 느낌이 뇌리를 스칠까?”

“기분 탓이죠, 빨리 사다리나 타요.”

“알았어, 효과음은 뭐로 할까? ‘안동’ 꺼 는, 구려, 아주 구려.”

“내가 해 줄게요, 빨리 해요.”

“좋아 출발한다, 바로 당첨자를 뽑아 봅시다.”


삐리삐리 삡삡? 삐리삐리 삡삡, 삐리삐리 삡삡? 삐리삐리 삡삡, ......


‘아라’의 야무진 입에서 요상 한 음이 흘러나오고 ‘브로’는 리듬을 타며 흥을 감추지 않고 엉덩이를 씰룩이며 사다리를 오른다.


“이럴 수가? 아닌데 이럴 리가 없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


망연자실한 ‘브로’에게 우리는 작은 위로를 담아 샌드위치 주문을 읊었다.


“‘브로’ 난 첫 번째 터키 샌드위치, 빵은 파마산 오레가노, 모짜렐라 치즈에 야채 많이, 드레싱은 스위트 어니언이랑 사우스웨스트 치폴레 그리고 두 번째는 터키 샌드위치, 빵은 허니 오트, 치즈는 똑같이 모짜렐라 치즈, 야채 많이, 드레싱도 똑같이 해주고 샐러드는 야채 갈아서 마요네즈와 스위트 어니언으로 치즈는 슈레드로 해주세요.”

“음, 이거 어디서 본 듯 한 장면인데?”

“난 저기에서 야채에 아보카드 추가하고 각각 두 개씩 부탁해?! 브로~!”

“데자뷔(데자뷰)인가? 분명 똑같은 상황이 있었던 것 같은데?”

“뭐 해요? 톡으로 보낼 테니까 빨리 가요.”

“이상하다 분명 똑같은 상황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사무실을 나가는 ‘브로’를 보면서 ‘아라’가 조용히 속삭인다.


“‘브로’는 언제면 눈치챌 수 있을까요?”

“말해야 알겠지. 눈치로는 어려워.”

“다음에는 사다리 안타겠죠?”

“아니, 자주 할 거 같아.”

“지능과 사회생활은 다른 게 확실히 증명되네요.”

“그렇지? 실험체가 확실한 반응을 보여주잖아.”


사기꾼 남매는 샌드위치 셔틀 중인 실험체 ‘브로’의 지능을 칭찬하며 간식 타임을 기대했다.



주말에 난 복장과 용모에 신경을 쓰고 무게를 잡으며 ‘브로’가 운전하는 방탄차를 타고 ‘엠마’의 집으로 향했다.


“‘안동’, 너 이번에 가면 물리지도 못해, 차 돌릴까?”

“‘브로’, 이제 조금만 기다리면 나의 꿈이 이루어질 거야!, 이중생활이 시작되는 거야!, 너무 흥분돼.”

“‘안동’, 그 꿈이 악몽이라고는 생각 안 해봤어?”

“네가 악몽이 뭔지 보고 싶구나?”

“......”


‘엠마’와 나의 결혼 날짜가, 정해졌다.

십이월 십이일에 조용히 가족과 소수의 지인분만 모시고 한호 호텔에서 프리 스타일 웨딩으로 치르기로 두 가족 일동이 동의했다.


그에 앞서 ‘엠마’의 가족에게 나의 마음을 전하고 확실한 믿음을 내보여야 한다.


잠시 후 나는 저 멀리 보이는 대문 앞에 서 있는 ‘엠마’를 발견하고 뛰어갈 수 없어 여전히 달리는 차 안에서 기다렸다.


“‘브로’, 고마워, 내일 보자.”

“‘안동’, 이제 정말 무덤으로 가는, 구나.”

“부러워서 말이 헛나오지?”

“너에게 행운이 깃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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