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차 뱀파이어 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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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박아설
작품등록일 :
2024.05.08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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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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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6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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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피닉스(2)

DUMMY

그중에 가장 넉살이 좋은 소년이 쇼핑백에 들고 온 사인 앨범을 수줍은 듯이 건넨다. 어색한 듯 쭈뼛거리고 경직된 태도들 가운데에도 다들 초롱초롱 눈빛을 반짝인다. 그토록 바라던 연예인을 실제로 보아 기쁘고 설렌 마음이 고스란히 전혀 진다. 가운데에 매력적인 눈과 입매를 지닌 소년이 유독 조용하지만 모든 사람의 시선을 잡아끌고 있다. 그 소년은 자신의 매력을 끊임없이 내뿜으며 현준만을 뚫어지라 바라보다..


“어머 포아르구나”

스타일리스트가 현준의 옆으로 다가와, 그 소년에게 반갑게 인사한다.


“이번에 외모순위 5위 했던 후배야?”

준영은 일어나, 포아르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살갑게 반긴다. 현준은 여전히 자리에 앉아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며, 얼룩진 손으로 헝클어진 머리를 정돈한다.


“그렇게 됐어요”

소년은 부끄러운 듯 은근한 미소로 답한다.

“현준아 일어서봐”

스타일리스트가 현준에게 말한다.


“아냐 귀찮아”

얼룩진 손을 휘저으며, 현준은 고개만을 돌려 위에 6명을 훑는다. 다들 기대에 차서 자신을 바라보고, 몇은 낯을 가리는지 아주 수줍어한다. 가운데에 방금 포아르라고 불린 아이는 자신의 얼굴에서 발끝까지 놓치지 않고 쳐다본다. 역시 이 친구도 내 팬인 것 같다고 현준은 생각한다.


“선배님 보고 아이돌 됐어요”

포아르가 서툴게 말한다. 말에 외국어 억양이 강하게 섞여 있다.


“그래 우리 데뷔할 때 너 초등학교 다녔지? 형들이 앞으로 잘 챙겨줄게”

준영이 호탕하게 말한다.


‘역시, 이 아이도 나의 팬이구나’ 현준은 식을 줄 모르는 자신의 인기를 당연하게 생각하며 멤버들을 기분 좋게/흥미롭게 관찰한다.


“외국에서 산 거야? 억양이 되게 특이하다.”

준영이 묻는다.


“네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됐어요.”

서양인의 얼굴과 어울리는 어색한 한국어 발음이 포아르와 잘 어울린다. 돌멩이가 굴러가듯이 ㄹ 발음이 잔뜩 굴러가면서도 억양이 제법 딱딱하다. 현준은 익숙한 억양에 고개를 들어 포아르를 바라 본다. 포아르는 앉아 있는 자신을 내려다보며, 자신과 마주친 눈을 피하는 대신 입꼬리를 은은하게 올리며 반긴다.


“그래 무대 잘 봤어. 너무 풋풋하고 좋더라.”

준영이 포아르의 어깨를 두드린다.


“선배님에 비하면 아직 부족하죠.”

수줍게 포아르가 답한다.


“저번에 신인상이랑 다 탔는데도 겸손하네. 앞으로 크게 될 친구야.”

포아르는 현준을 눈으로 좇으며, 활짝 미소를 짓는다. 현준은 소파에 그대로 다리를 꼬고 앉아 핸드폰만을 바라보고 있다.



“나중에 같이 방송하자”

준영이 꽤 마음에 드는 듯 포아르의 어깨를 꽉 안는다. 숨이 막힐 듯한 준영의 근육에도 포아르는 잠시 인상을 찡그리다가 금세 무미건조한 표정을 짓는다.


“빨리 떨어져. 수고”


준영을 슬쩍 한번 쳐다본 현준은 손을 휘젓는다. 다시 현준은 핸드폰을 바라보고 있지만, 포아르 뒤에 피닉스 다른 멤버들이 서서 멀뚱히 서 있다. 리더가 준영에게 말한다. 준영은 챌린지 안무로 유명해서 벌써 냉기를 풍기는 현준보다 쉽게 받아주리라 판단한 듯하다.


“오늘 저희 챌린지 예약했는데요 혹시 오후에 시간 되시면 같이 챌린지 하실래요?”


“당연하지! 몇 시에 예약했어?”

준영이 답한다.


“저희 오후 3시요.”


“흠···. 조금 늦긴 한데 괜찮아! 안 그래도 심심했는데 잘됐네. 이따 계단으로 가면 되지?”

준영은 잠시 고민하다 호탕하게 말한다.


“안 돼. 사전녹화 끝나고 얼마나 기다려야 해”

현준이 인상을 잔뜩 찌푸린다.


“오후에 일정 없는데 뭐 어때. 거기 인기 많아서 원래 몇 시간 대기해야 해”

준영이 포아르의 어깨를 다시금 잡고는 포아르와 함께 현준을 쳐다본다.


“그러면 너 혼자 해”


“거기 음향도 좋고 사진 찍기도 좋은데”


“여기도 좋은 거 같아요!”

길어지는 실랑이에 포아르가 활짝 웃으며 답한다.


“지금 바로 챌린지 할까요?”

옆에 있던 리더가 눈치를 보자, 멤버들이 고개를 덩달아 끄덕인다.


“아 자리 좁아서 각 안 나오는데”

준영이 투덜대며 위치를 잡는다.


“자 여기로 모이고, 다 같이 나오는 거지?”

스타일리스트가 급하게 촬영을 준비한다. 현준이 훼방을 놓기 전에 움직여야, 포아르와 현준의 투 샷을 두 눈으로 볼 수 있는 처음으로 볼 수 있을 듯하다.



피닉스 메인 댄서가 챌린지 안무를 가사에 맞춰 느리게 가르쳐 준다. 상큼하고 청량한 피닉스의 컨셉에 걸맞은 안무는 상반신과 손과 팔을 이용하는 동작이 많다. 준영은 옆에서 메인 댄서가 추는 춤을 그대로 따라 추며 원래 루키즈의 안무인 것처럼 자신만의 스타일로 시원하게 소화한다. 프로 댄서들 실력인 준영답게 한 번 춤을 배웠어도 자신만의 스타일로 맛깔나게 소화하는 반면, 현준은 같은 동작을 3번 이상 반복하며 댄서의 동작을 반 박자 느리게 따라 춘다. 포아르는 세 번 이상 반복하는 현준을 가만히 서서 흥미롭게 관찰한다.


스타일리스트가 노래를 키고, 녹화를 시작하자, 피닉스와 루키즈는 한 팀인 것처럼 각이 잡힌 채로 춤을 춘다. 노래 사이로 박자에 맞춰 운동화가 움직이는 소리가 뚫고 나온다. 춤 잘 추기로 유명한 준영은 시원하게 팔다리를 움직인 이고, 현준은 7년 차인 것을 보여주듯 깔끔하게 각을 잡으며 그루브를 탄다.


비좁은 대기실에서 짧은 챌린지가 끝나갈 무렵, 움직이던 현준이 포아르와 부딪힌다. 현준이 반 박자 느리게 움직이자, 원래 대로 움직이던 포아르가 자신의 발을 밟았다. 신발에 먼지가 잔뜩 낀 회색빛 얼룩으로 문드러진다.


“아 실수”

현준이 웃으며, 포아르를 바라보자,


“어, 죄송해요”

포아르는 당황하지 않고, 제법 맹랑하게 대답한다.


보통은 호들갑을 떨며 선배님 “저는 괜찮아요”라거나 오히려 더 당황해할 텐데, 현준은 이 미묘한 거슬림이 신경 쓰인다. 특히 부딪히고 나서 오히려 자신을 더 흥미롭게 바라보는 포아르의 저 눈빛이 말이다.



“현준아 좀 더 빠르게 해봐”

현준이 다시 몸을 풀자, 옆에서 피식 웃는 소리가 들린다. 현준은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바라보자, 포아르가 아무런 표정 없이 서 있다. 현준은 자신이 소리를 잘못 들을 리 없다고 생각한다. 잠깐 스쳐 지나간 무미건조한 표정을 보자, 몸 주위로 쓰라림이 올라온다.



딱딱한 가죽옷과 위에 달린 여러 장식이 거칠어서 목과 팔에 긁히는 듯하다. 이 30초도 안 되는 시간에도 불쾌함과 불편함이 동시에 솟구친다.



다시, 현준은 포아르에 춤을 배운다. 포아르는 자신의 얼룩진 손을 바라보며, 손동작까지 섬세하게 움직인다. 조금 전의 실수 때문에 마치 아기가 걸음마를 다시 배우듯 한 느리고 과한 친절이 느껴진다. 아직 춤을 오래 추지 않아 선이 정돈되지 않고 부드럽게 움직이는 모습에 현준은 자신보다 한참 춤을 못 추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어 이 정도면 다 배운 거 같아”

포아르에 현준은 싱긋 웃어 보인다.


현준은 포아르를 얼핏 바라볼 때, 계속 시선이 부딪힌다. 다시 촬영한 챌린지가 무사히 끝날 때도 안전한 간격을 훨씬 뛰어넘어, 자신의 가슴팍에 얼굴이 달라붙을 듯이 가까이 다가온다.



‘비좁은 대기실에서 챌린지를 다시는 하지 말아야지’라고 현준은 다짐한다.


피닉스가 대기실을 나서자, 현준은 다시 소파에 털썩 앉는다.


“나 포아르 제법 마음에 들어”

준영이 말한다..


“당돌해 보이던데”

현준이 아까의 표정을 떠올리며, 인상을 굳힌다.


“어디가? 완전 샤이하고 조용하잖아.”

준영이 의아해한다.


“취향 참 일관되어서 좋겠네. 초식 동물상. 맨날 좋아하던 애들이잖아.”

기운이 다 빨린 현준이 느리게 답한다.


“무슨 소리야”


“아 포아르 핸드폰 번호 물어보았어야 했는데. 너무 아깝잖아~ 우선 인스타 팔로우라도 해야지.”

준영이 중요한 것을 깜박한 듯 크게 소리를 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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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The Vampire of Peace(2) 24.09.14 3 0 13쪽
59 The Vampire of Peace(1) 24.08.25 5 1 11쪽
58 Windy Bloody(3) 24.08.25 6 0 8쪽
57 Windy Bloody(2) 24.08.19 6 1 8쪽
56 Windy Bloody(1) 24.08.13 5 0 11쪽
55 웰컴 투 뉴욕(3) 24.08.10 7 1 10쪽
54 웰컴 투 뉴욕(2) 24.08.10 7 1 8쪽
53 웰컴 투 뉴욕(1) 24.08.05 6 1 9쪽
52 님아 그 문을 열지 마오 24.07.30 10 0 10쪽
51 51. 은밀한 비행(2) 24.07.28 10 0 11쪽
50 50. 온라인 팬미팅(2) 24.07.23 11 1 8쪽
49 49. 온라인 팬미팅 24.07.21 11 1 9쪽
48 48. 홍삼 24.06.18 11 0 8쪽
47 47. 넌 내 팬이 아냐 24.06.15 13 0 14쪽
46 46. 은밀한 비행 24.06.12 12 0 9쪽
45 45. 축제(2) 24.06.11 9 0 11쪽
44 44. 축제(1) 24.06.10 9 0 12쪽
43 43. 사이버렉카(8) 24.06.09 11 0 12쪽
42 42. 사이버렉카(7) 24.06.07 10 0 10쪽
41 41. 사이버렉카(6) 24.06.06 8 0 10쪽
40 40. 사이버렉카(5) 24.06.04 9 0 8쪽
39 39. 사이버렉카(4) 24.06.02 9 0 7쪽
38 38. 사이버렉카(3) 24.06.01 8 0 11쪽
37 37. 사이버렉카(2) 24.05.30 12 0 8쪽
36 36. 사이버렉카(1) 24.05.29 12 0 9쪽
35 35. 새봄(2) 24.05.28 13 0 9쪽
34 34. 새봄(1) 24.05.27 11 0 10쪽
» 33. 피닉스(2) 24.05.26 11 0 8쪽
32 32. 피닉스(1) 24.05.25 13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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