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차 뱀파이어 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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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박아설
작품등록일 :
2024.05.08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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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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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5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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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피닉스(1)

DUMMY


또 다른 방송사 앞에 조그만 경차가 해가 뜨지 않은 새벽 시간에 주차되어 있다. 현준은 이른시간에도 짙게 화장한 채로 조수석에 앉아 오래된 경차 안을 구석구석 만진다. 화장으로 새하얀 얼굴과 다르게 아직도 얼룩진 손과 팔이 에어컨을 키운다. 에어컨에서 미지근한 바람이 여전히 나온다.


운전석에는 태욱이 앉아 있다. 일이 끝나자마자 달려온 듯 택배기사 조끼를 그대로 입고 있다.


“이거 완전 오래되어서 에어컨도 시원하지도 않고, 비좁고”


“시트도 완전히 딱딱하고 다리도 다 안 들어가고 완전 고물이야. 앞에 창문에 금 가 있는 거 봐.

너 차 언제 바꿀 거야. 뱀파이어 망신은 다 시키고 다녀라.”


현준은 오래되어 다 꺼진 자동차 쿠션을 짚는다. 딱딱해서 앉아만 있어도 결릴 것 같다. 인상을 찌푸리며, 현준은 새삼 시트를 뒤로 젖힌다.


“부끄러워서 같이 다닐 수 있어야지. 뱀파이어라고 걸리기만 해봐. 진짜 내가 쪽팔려서 말을 할 수가 없어요.”


현준은 커지는 목소리에도 태욱은 태연하게 뒷좌석에 있는 아이스박스를 꺼낸다. 아이스박스 안에 남아있는 마지막 혈액팩 하나를 꺼내 현준에게 건넨다.


“배가 고프면 고프다고 말을 하지 그랬어.”

태욱이 말에 현준은 혈액팩을 보자 눈을 반짝이며 웃는다.


“어머 피가 아직 남아있었어? 이 귀한 게 다 있구. 그래 너는 먹지 마. 내가 대신 네 몫까지 더블로 다 먹을게.”


히히 현준은 싱글벙글 웃으며 혈액팩을 조심스럽게 뜯는다.


“피 안 먹었어?”

허겁지겁 급하게 혈액팩을 뜯는 현준을 보며 태욱이 못마땅한 듯 묻는다.


“다 먹었지. 원장이 영업정지라고 치료 안 해서 그런가, 피가 엄청나게 당기네. 먹어도 먹어도 부족해.”


유리잔을 들어 혈액팩을 부으려다가, 잔에 붙은 피도 아까운 현준은 혈액팩 채로 쪽쪽 시끄럽게 빨아 먹는다. 몇 모금을 먹자, 현준이 퉤 하고 뱉는다. 인상을 찌푸리며 태욱에게 묻는다.


“이거 왜 이렇게 비리고 탁해”


“원래 피가 그러지”


“못 먹겠다. 너 한번 먹어봐. 이거 뜨거운데 오래 둔 거 아냐?”

뜯어진 혈액팩 사이로 흐르는 피가 현준의 손에 타고 내린다.


“냉장고 속에 있었는데”

인상 쓰는 현준이 표정에 태욱이 억지로 한입을 겨우 먹고는 말한다.


“신선한 편이네. 젊은 사람 피인가 본데?”


“그럴 리가 없는데”

현준은 다시 한입 먹더니 다시 못 먹겠다는 듯 물을 벌컥 삼킨다.


“왜 이러지”

현준이 혈액팩을 바라보며 갸웃거린다.


“뭐 잘못 먹은 거 아냐?”


“그런 거는 아니고. 흠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런가? 역시 원장이 없으니까 완전 바닥이야.”


“원장 없을 때도 잘 먹었잖아.”

태욱이 과자봉지를 터뜨리며 집어 먹는다.


“몇십 년 전 이야기를 왜 해. 아 맛있는 피 마셔서 그런가?”


“인간 말고 맛있는 동물 피가 있다고?”


“살아있는 인간 피였어. 향긋한 냄새가 나던 인간이었는데 피는 그 향이 더 농축되어서 아주···. 좋았···. 어”

현준이 새봄의 피를 생각하며 다시 입맛을 다신다.


“깔깔. 형이 사냥한다고? 형도 짐승 다 됐네”

아주 행복하다는 듯 태욱이 목젖을 크게 젖히며 웃는다. 태욱이 과자봉지를 내려두고, 현준을 보며 약 올린다.


“동의받아서 마신 거야. 눈 떠보니 이미 마신 거고.”


“그러니까 약을 먹어야 한다니까”


“약이 메슥거려서 살 수가 있어야지. 해외 때 아니면 안 먹어. 아 조금 먹어서 피부 다시 푸석해진 거 봐”

현준이 백미러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한다.


“완전 피부에서 광택이 나고 말짱한데”

태욱은 핸드폰을 꺼내, 현준을 슬쩍 바라보고는 게임을 시작한다.


“나 이제 피 못 먹는 거 아냐? 그러면 어떻게 살지”

인생에 몇 안 되는 취미 중의 하나를 잃는다는 생각에 현준은 풀이 죽는다. 피가 없는 인생은 즐거움이 아니라 고통의 연속일까. 몰래몰래 인간들 모르게 피를 마시는 게 얼마나 짜릿했는데···.


“약 먹어”

태욱이 말한다,


“약 먹기 싫다니까?”

준영이 말한다.


“그럼 죽어야지 어떡해. 단식하면 죽는 거 말고 더 있어.”


“너는 피 끓은 지 좀 됐잖아.”


“약 먹잖아. 그리고 나는 반이 인간이야. 형이랑 다르게.”


“아니면 인간 음식 잘 먹어봐. 생각보다 잘 맞을지도 모르잖아.”


“한국 음식은 냄새 너무 심해서 싫다니까. 아직도 마늘 냄새 적응 안 되는데”


“혹시 너 주위에 혹시 피 주는 사람 있냐?”

혹시나 하는 희망을 걸며 현준은 태욱을 바라본다. 태욱은 자신보다 인간들이랑 잘 섞이니 오히려 주변에 친한 인간이 많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그동안 관심이 없어서 안 물어봤을 뿐.


“없는데. 원장한테 받으면 되잖아.”툭, 자신이 피를 못 먹고 있는데도 무심하게 말하는 태욱의 모습에 현준은 짜증과 서운함이 몰려온다. 내가 너를 업어 키웠는데 말이지. 동남아 갔다 와서도 걱정도 별로 안 하는 거 같고.


“원장이 영업정지 당했다니까. 인간들은 꼭 가다가 실수하지···. 사고 친다니까.”

여전히 연락이 안 되는 원장을 생각하면 한숨이 몰려온다. 똑똑해서 법도 잘 피할 줄 알았는데, 원장도 역시 인간이다.


“아무튼, 피 주는 사람 없어?”

현준이 다시 한번 묻는다.



“내 피 먹을래? 나도 반은 인간이라”

태욱이 곰곰이 생각하다가 자신의 두꺼운 팔을 현준의 앞에 들이민다. 먹을 테면 먹어 보라는 저 자신만만한 태도. 길게 그어진 상처들이 있는 팔을 보면 있던 식욕도 떨어진다. 근육질인 사람이 피는 너무 담백하다. 그런데 얘도 제정신인가? 라고 현준이 생각한다.


“미친놈아. 뱀파이어 피 안 먹어”

현준이 말한다.


“하여간 까다로워. 배고파 죽겠다며”


“네 피는 혈액팩보다 더 맛없을걸. 아···. 또 온몸이 간지러워 죽겠네. 매일 연고 발라도 안 통하는 것 같네”


“후···. 아 진짜 먹기 싫은데. 영양제 좀 더 줘봐.”


현준은 여전히 탐탁지 않은 듯 태욱이 손에 들린 영양제를 바라본다. 이렇게 좁은 동네에 인간도 바글바글하고 동물도 많은데 자신이 먹을 피가 없다니. 현준은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태욱이 통을 건네주며 뿌듯하다는 듯 미묘하게 입꼬리를 올리자, 또 알 수 없는 기분 나쁨이 솟구쳐 오른다. 폐차되기 전에 생명을 겨우 연장하는 것 같이 덜덜거리며 골골대는 차가 거슬린다. 창문의 금이 저번보다 더 길게 찢어져 있는 모습이 지금 참 멋없이 구질 거리는 자신 같다고, 현준은 생각한다.


“너 차 좀 바꿔.”

현준이 말한다.


“나는 이게 꼭 맞아서 편한데?”

태욱이 자기 덩치보다도 작은 시트 위에 앉아서 태평하게 말한다.


“시트가 너보다 훨씬 작거든. 지금 나랑 어깨 거의 닿을 거 같잖아.”


“빨리 가기나 해”


“나 활동 끝나기 전에 차 바꿔!”

현준은 너무나 가벼워 언제든 떨어질 거 같은 차의 문을 쾅 하고 닫고서는 대기실로 올라간다.



대기실 안에는 준영이 공항에서 받은 거대한 인형을 베개로 삼아 누워있다. 손가락이 바삐 움직이는 데 입꼬리가 씰룩거리는 모습이 분명히 버블을 하는 듯하다.


현준은 가만히 앉아서 준영을 느리게 바라보다, 자신도 버블을 킨다. 그사이에 또 한가득 올라와 있다. 후 정말 정신없다고 생각하며, 맨 아래로 스크롤을 내린다.


맨 아래에는 오늘 새벽에 했던 사전 녹화 이야기로 가득하다. 다들 유독 멋있었다고 글들이 많은 것을 보니, 단추가 찢어진 게 나쁘지 않았나보다고 생각한다.


“춤추는데 계속 단추가 뜯어져서 걱정했는데”


“다들 더 좋아하더라?”

현준이 글을 올리자, 답장이 쏟아진다.


준영이 인형을 들고 자신의 옆에 와서는 핸드폰을 살핀다.


“효민이야?”

준영이 묻는다.


“아니”


“그러면 이번에는 누구야? 아이돌?”


“버블이거든”


준영이는 급격히 흥미를 잃고는 소파에 앉아서 곰돌이 인형과 함께 사진을 찍는다.


“연애는 잘 되고 있어?”

현준이 묻는다.


“잠깐 즐거웠다~ 아니 나 보고 땀 냄새가 너무 심하다잖아. 자기는 이슬만 먹고 사나.”


준영이 짜증을 낸다. 분홍 필터와 곰돌이 인형 뒤로 얼굴의 반을 가린 덕인지, 사진이 제법 귀엽게 나온 듯하다. 준영은 바로 버블에 올린다.


“역시 나를 좋아해 주는 건 팬들밖에 없어.” 준영은 잔뜩 올라오는 버블에 다시 기분이 좋아진 듯하다.


대기실 문이 열리더니 커다란 교복을 입은 소년 6명이 허리를 90도로 숙여서 인사한다. 자티 하나 없이 피부에서 광채가 나고 젖살은 빠지지 않아 보는 것만으로도 청량함이 감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피닉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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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The Vampire of Peace(2) 24.09.14 3 0 13쪽
59 The Vampire of Peace(1) 24.08.25 5 1 11쪽
58 Windy Bloody(3) 24.08.25 6 0 8쪽
57 Windy Bloody(2) 24.08.19 7 1 8쪽
56 Windy Bloody(1) 24.08.13 6 0 11쪽
55 웰컴 투 뉴욕(3) 24.08.10 8 1 10쪽
54 웰컴 투 뉴욕(2) 24.08.10 8 1 8쪽
53 웰컴 투 뉴욕(1) 24.08.05 6 1 9쪽
52 님아 그 문을 열지 마오 24.07.30 10 0 10쪽
51 51. 은밀한 비행(2) 24.07.28 10 0 11쪽
50 50. 온라인 팬미팅(2) 24.07.23 11 1 8쪽
49 49. 온라인 팬미팅 24.07.21 11 1 9쪽
48 48. 홍삼 24.06.18 12 0 8쪽
47 47. 넌 내 팬이 아냐 24.06.15 13 0 14쪽
46 46. 은밀한 비행 24.06.12 12 0 9쪽
45 45. 축제(2) 24.06.11 9 0 11쪽
44 44. 축제(1) 24.06.10 9 0 12쪽
43 43. 사이버렉카(8) 24.06.09 11 0 12쪽
42 42. 사이버렉카(7) 24.06.07 11 0 10쪽
41 41. 사이버렉카(6) 24.06.06 8 0 10쪽
40 40. 사이버렉카(5) 24.06.04 9 0 8쪽
39 39. 사이버렉카(4) 24.06.02 10 0 7쪽
38 38. 사이버렉카(3) 24.06.01 9 0 11쪽
37 37. 사이버렉카(2) 24.05.30 13 0 8쪽
36 36. 사이버렉카(1) 24.05.29 12 0 9쪽
35 35. 새봄(2) 24.05.28 13 0 9쪽
34 34. 새봄(1) 24.05.27 11 0 10쪽
33 33. 피닉스(2) 24.05.26 11 0 8쪽
» 32. 피닉스(1) 24.05.25 14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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