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법사였던 제갈세가 고명아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무협

공모전참가작

이갓짓
작품등록일 :
2024.05.23 21:21
최근연재일 :
2024.08.21 17:29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7,127
추천수 :
161
글자수 :
215,266

작성
24.05.24 16:05
조회
339
추천
8
글자
10쪽

행상의 시작

DUMMY

행상의 시작.


며칠 후.


긴 행렬을 이어진 산의 행상길. 행상품을 실은 마차들이 줄을 지어 이동하고 있다.


-근데 무슨 세가의 행상에 무인들이 이렇게 많아요? 전쟁이라도 한답니까?


-그러게나 말이오. 엄청 중요한 걸 싣고 가나 봅니다.


-그렇다 해도 명문인 오대세가가 굳이 길거리 무사까지들 고용할 필요까진 있었을까요?


-제갈세가는 다른 세가들과는 달리 학문에 매진하는 가문이라 무공 좀 부실하지 않나.


-아니야. 꼭 그렇지만은 않어. 제갈세가의 비호대는 이번 무술대회에서 4강인가? 엄청 높이까지 올라갔어. 혹 해남파의 정운을 이겨버린 무극을 못 들어봤나?


-아. 무극?! 무극이 제갈세가의 비호대였나? 그런데 비호대라면 지금 자리에 없지 않나.


-맞네. 며칠 전 가주와 함께 해남으로 떠났다더군. 해남파에서 진법 설치를 의뢰했다는 소문이 들리더라고.


-아. 다 그쪽으로 빠져서 이렇게 무인들을 고용했나 보군. 하긴 이 길에는 여러 산적들이 진을 치고 있을 테니 그 때문인가 보군. 


-아무리 그래도 고작 산적 놈들을 상대로 너무 과하지 않나? 이 정도 숫자라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꼴 일텐데.


-예끼 이 사람아. 제갈세가가 자네보다 셈을 못하겠나.


-그렇긴 하지 쓸데없는 걱정인가 하하하.


-


행상의 마차 안 한 여인이 들뜬 목소리로 조잘거린다.


“아씨! 이제 거의 다 왔다요. 이틀! 이틀이면 도착이래요. 좋으시겠어요. 저는 막 전장에 함께 참여한 전사가 된 것 같아서 아직도 심장이 막 뛰어요. 이제 하루 밖에 남지 않았다니 너무 아쉽다.”


그에 반해 자수된 남궁세가의 문양에 박힌 무복을 입은 여성의 표정은 전혀 아쉬워보이지 않는다. 거의 진이 빠진 사람처럼 하얗게 굳어버린 표정을 지은채 대답한다. 거의 한 호흡에 말하듯 푸념을 쏟아냈다.


“아쉬워? 지루해 죽겠구만 호들갑은! 내 다시는 제갈세가에 오나 봐라. 견식해 볼 무공도 없고 의와 협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지루한 이야기들만 늘어놓질 않나. 게다가 오대세가가 어떻게 산적이 두렵다고 남궁세가로 가는 김에 보호를 서 달라고 하는지도 이해가 되지 않아. 하루면 갈 거리를 이 지루한 행상 때문에 열흘이 넘게 굼벵이 마냥 마차에 타고 있으려니 힘들어 죽겠다!”


“뭐라고 하시는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근데 뭘 배우시긴 한 거 같네요. 말이 이렇게 빨라진 걸 보니.”


남궁수야는 무표정으로 시녀를 지긋이 응시했다.


“으. 알았어요. 어쨌든 베일에 싸인 제갈세가의 무공을 견학했다고 했잖아요. 어땠나요?”


“배울 가치도 없는 쓰레기였어.”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아씨?”


“오대세가라는 거대한 이름에 가려져 몰랐는데 뜯어보니 별거 없었다는 거지. 시간 낭비였어. 이곳의 무공은 없어질 거야. 지금 같이 가고 있는 제갈윤종만 봐도 느껴져 무림세가로써 이곳에 미래는 없다는 게.”


“아유. 아무리 그래도..”


시녀는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크흠. 똑똑똑. 


호위가 마차를 두드렸다.


“응? 무사님 무슨일 있나요?”


밖에 있던 호위는 눈치를 보며 한껏 목소리를 죽여 말했다.


“저. 그 방금 하신 이야기들이 밖에서 다 들려서요······.”


둘은 눈이 마주쳤고 한 명은 깜짝 놀라 어쩔 줄을 몰라했으며, 다른 한 명은 별 일 아니라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시녀는 속삭이듯 다그쳤다.


“거 봐요. 내가 좀 작게 말하라고 했잖아요!”


“들으라고 말한 거야. 같은 오대세가면 급이라도 맞아야지.”


당황한 수야는 억지를 부렸다.


“아씨! 제발 그만. 어디까지 들렸나요?”


“음. 제가 선두에 서있긴 했습니다······.”


우리 마차는 후열인데..?


-


행상의 중앙 마차.


“무휼.”


“네.”


“네가 일렀느냐.”


“······ 무례한 발언이었습니다. 정식으로 남궁세가에 따지겠습니다.”


“아니. 내버려 두거라. 무례하다고 탓할 수도 없다. 다 맞는 말이니. 전술 따위보다 무공의 강함이 더 중요해진 지금 시대에 제갈세가가 나설 자리가 줄어드는 건 사실이다.”


“아닙니다. 아직 많은 진법 요청들이 오가는 걸 보면 제갈세가는 여전히 건재합니다.”


“후······.”


소란스러운 분위기에 곁에서 잠들어있던 막내 공녀가 잠에서 깼다.


(막내 공녀?? 음... 어머니께서 마지막으로 힘을 내었지만 결국 또 딸이다······. 부친의 한숨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언제 도착해?”


“오늘 해가 지기 전엔 도착할 거야.”


“그래? 흠흠! 오라버니가 우려하신 것과는 반대로 이번 행상 너무 순조로운데요.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막내 공녀인 제갈설현은 죄를 문책하는 자신의 스승을 흉내 내며 말했다.


“그래. 그러면 좋은 거지.”


윤종은 포기한 듯. 힘없이 대답했다. 그러자 재미가 들린 설현은 계속해서 흉내를 이어갔다.


“그럼 왜 이렇게 무인들을 많이 고용했습니까! 이거 낭비 아닙니까?!”


“설현아. 이렇게 많은 무인들을 고용한 건 결코 낭비가 아니야. 나는 이런 식의 완벽한 대비가 있었기에 그 누구에게도..”


“눼눼. 어련하시겠어요.”


공녀는 말을 끊고 비꼬듯 발음을 짓뭉개며 말했다.


“내려서 걷고 싶어?”


윤종은 입은 웃고 있지만 눈은 전혀 그렇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아아. 알았어. 그만할게. 헤헤.”


설현은 조그마한 콧구멍을 벌렁이며 장난기 넘치는 웃음을 참았다. 


“호북에서 안휘까지 가는데 이토록 오래 걸릴 줄이야.”


“빠른 거 아니야?”


“느려도 많이 느려. 말을 써도 사람이 걷는 속도로 가는 게 참 답답해 죽을 지경이다. 무사들 고용비 보다 이게 더 돈이 아까워.”


“그만큼 많은 비용을 받을 수 있잖아?”


“내가 마법만 쓸 수 있었어도, 무사를 고용할 필요도 없었을 텐데! 아니다, 애초에 이딴 운송을 할 필요도 없었어!” 


“으으. 또 이상한 이야기. 이다음에는 왕년에 하늘을 걸어 다녔다는 소리를 하려는 거지?”


공녀가 질색한 표정으로 대답하자 윤종은 끝내 참지 못하고 꿀밤을 쥐어박았다.


“이게 아주 끝까지 기어오르려고.”


꽁!


“아얏! 힝.”


설현은 아랫입술을 삐죽 내밀며 조금만 덜 놀릴걸 하며 소소한 후회를 했다.


-


“멈춰라!!!”


내공이 담긴 걸걸한 목소리가 사방으로 웅웅 거리며 울려댔다. 목소리는 점점 중첩되어 진동이 느껴질 정도로 강력했다. 평번한 사람이라면 고막이 터질 정도였다. 


윤종은 빠르게 설현의 손을 잡아 귀를 막아준 뒤 자신의 귀도 빠르게 막았다. 설현은 자신의 양쪽 귀를 부여잡고 말했다.


“으악. 귀 아파! 진짜로 뭔가가 나왔나 봐!”


하지만 외침에 묻혀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윤종은 머리를 내밀어 밖의 사정을 살펴보았다.


‘뭐야. 산적이잖아.’


언덕 배기의 고개를 넘는 사각에서 산적들이 튀어나왔다. 양옆으로도 빠질 틈 없이 진을 펼치고 있었다.


‘아니 잠깐 하필 이 시간대에 이 위치에서?’


이곳은 도착지인 남궁세가와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다. 산적이 위험 부담을 안고 이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는 건 뭔가 찝찝하다.


“무휼! 낌새가 이상하다. 시간대와 위치뿐만 아니라 위력도 심상치 않아.”


윤종은 무휼을 불러 얕보지 말고 강한 전투태세에 돌입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윤종과 말하고 있는 사이, 이전부터 행상의 표사 맡아온 택환이 심각해진 그들 앞에 나섰다.  


“허허. 도련님, 너무 신경 쓰지 마십시오.”


“그대가 이전 행상의 표사라 했던가? 움직임이 심상치 않느니 상인들에게도 긴장을 풀지 말고 충분히 경계하라 말해주게.”


윤종은 처음 겪어보는 일에 굉장히 당황하며 말했다. 택환은 그런 윤종을 깔봤다.


“하하하. 아직 많이 안 다녀보셔서 잘 모르시나 봅니다. 산적 놈들 저러는 거 그저 연극의 일부일 뿐입니다. 이렇게 모르셔서야.”


경험 많은 표사인 택환은 어깨를 피고 거들먹거렸다.


“그것과는 상황이 다른 것 같은데?”


“아유~ 이건 제가 잘 처리하지요. 지켜보시지요.”


윤종은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해도 일반적인 상황이 다르다 생각했다. 하지만 택환은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는 낙하산 명문가 자제를 속으로 비웃으며 산적들의 앞에 홀로 나서서 말했다.


“이 놈들아 또 웬 소란이냐!”


택환이 호통을 치자 산적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앞으로 나섰다.


“우리는 이 산의 주인이다. 이 길을 지나가려면 값을 치러야지. 네 놈들의 목을 내놓고 가라.”


“이 산적 놈들아. 깃발의 문양이 안 보이느냐 어디 감히 제갈세가의 길을 막는 것이냐.” 


"제갈세가라..? 보아하니 알맹이는 없고 어중이떠중이들만 긁어모았나 보구나.”


좀처럼 날이 선 대화가 끊이지 않자, 택환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겁 없이 우두머리 옆으로 다가가 작게 속삭였다.


“야이 산적놈아 얼마나 필요한데 이렇게 까지 설치는 거냐? 챙겨줄테니 내 면 좀 세우게 빨리 받고 사라져라 이놈아.”


산적의 우두머리와 그는 한동안 작은 소리로 말을 주고받았다.


택환이 대화를 진행 중인 사이에 이미 몇몇의 인부들이 마차에서 작물을 꺼내고 있었다.


그러나 좀처럼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길어지자 답답했던 표사의 동생이 소리쳤다.


“형님!! 그래서 몇 개나 달랍니까?!”


그러나 불길한 정적이 흐른 뒤, 뒤돌아 말하는 택환의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지고 어색함이 흐르기 시작했다.


“하하. 이놈들 진짜 웃긴 놈들이네······ 자꾸 공.. 공자님의 목을 달랜다. 참나. 농담도. 하.하.하.하.”


“네? 형님 지금 뭐라고..?”


푸슉!!!!


뒤돌아 말하는 택환의 가슴 위로 붉게 물든 산적의 박도가 튀어나왔다.


“크억! 커어어어억!!!!!!!”


“형니이이임!!!!!!!!!!”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대마법사였던 제갈세가 고명아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5 이곳이 제갈세가가 맞는지? 24.08.21 33 3 9쪽
44 무림맹 입단 시험? 24.08.19 50 3 10쪽
43 남궁세가의 무공. 24.08.18 50 3 10쪽
42 남궁세가로의 도착. 24.08.16 66 3 10쪽
41 무녀 주화란. (2) 24.08.15 61 3 9쪽
40 무녀 주화란. (1) 24.08.11 69 3 10쪽
39 남궁수야. (2) 24.08.07 74 2 11쪽
38 남궁수야. (1) 24.08.06 85 4 10쪽
37 전쟁의 마무리. 24.08.05 79 1 10쪽
36 신마교. (6) 24.08.04 82 4 12쪽
35 신마교. (5) 24.08.03 94 2 9쪽
34 신마교. (4) 24.07.31 98 4 10쪽
33 신마교. (3) 24.07.30 97 4 9쪽
32 신마교. (2) 24.07.29 101 3 12쪽
31 신마교. (1) 24.07.28 112 3 12쪽
30 백발노괴. 24.07.25 128 2 14쪽
29 마교(魔敎)? 마(나)교? 24.07.24 127 4 12쪽
28 가주의 가르침. 24.07.23 117 3 13쪽
27 소가주 경합전. (8) 24.07.22 126 3 11쪽
26 소가주 경합전. (7) 24.07.21 121 3 13쪽
25 소가주 경합전. (6) 24.07.18 119 3 11쪽
24 소가주 경합전. (5) 24.07.17 120 3 13쪽
23 소가주 경합전. (4) 24.07.16 118 2 10쪽
22 소가주 경합전. (3) 24.07.15 120 3 10쪽
21 소가주 경합전. (2) 24.07.13 122 2 10쪽
20 소가주 경합전. (1) 24.07.10 138 3 9쪽
19 세가로의 복귀. 24.07.08 152 4 11쪽
18 대책 회의. 24.06.11 164 4 11쪽
17 대마법사시다. 24.06.10 170 4 11쪽
16 괴물의 정체. 24.06.09 177 4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