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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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제이화란
작품등록일 :
2024.06.16 00:54
최근연재일 :
2024.09.15 18:30
연재수 :
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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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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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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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6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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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쪽

제 1화 2086 대한민국

DUMMY

“14번 실험자분 누우실게요.”


살짝 어두운 하얀 천장이 보이고 수술복을 입고 침대에 누운 나를 중심으로 간호사와 의사들이 서있다.

나는 14번 실험자다 총 15명의 지원자 중에 결국 14번인 나만 실험에 남게 되었다.

나머지 실험자들과 다르게 나는 특별했다고 하는데 무슨 소리진 잘 모르겠다.


주변에는 각종 수술 장비들도 같이 있고, 수술에 필요한 벌집처럼 많은 빛을 쫴서 그림자를 없애주는 조명이 나를 비춘다.

환자복을 입은 채로 누워 있어서 그런지 살짝 추위가 느껴진다.


병원 수술실의 온도와 습도는 섭씨 기준으로 18도에서 24도이고 습도는 50~55%를 유지한다.

흔히 물이 100도에 끓는다고 할 때 쓰는 게 섭씨이다.


이렇게 병원 수술실이 추운 이유는 4가지 정도를 가진다고 한다.

그 중 하나로는 유지 보수 및 청결, 수술실은 청결을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공기 순환을 줄이고 바이러스나 세균의 전파를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그 외에 장비의 기술적 요소나 의료 직원의 편안함이라고 하는데, 결론적으로 환자의 안전과 직결되어서가 결론이 된다.



내가 추위를 느끼며 창백한 느낌이 나는 병원 수술실에 누워있는 이유는 간단하게 말하면 돈 때문이다.

나는 지방 사립대를 다니다가 학교랑 인연이 아닌 거 같아 군 휴학 이후에 다시 3학년에 휴학하고 서울에 일자리를 찾기 위해 올라왔다.

직장을 갖기 전에 돈이 필요해 아르바이트 사이트에서 고액 알바를 찾다가 여기 서울시 국립 의료원 수술실에 눕게 되었다.


“침대 돌리겠습니다.”


침대가 돌아가자 천장을 보고 있던 나의 시선은 바닥으로 고정되었다.

바닥도 천장과 같이 흰색이었지만 조명 때문인지 살짝 푸른빛을 띠는 느낌을 가졌다.


지금 하는 아르바이트는 고액 아르바이트라고 불리는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알바였다.

줄여서 ‘생동성 알바’라고도 부른다.

내가 하는 생동성 알바는 비교적 최근에 개발된 바이오 반도체 테스트였다. 바이오 반도체는 우리 몸에 직접 칩을 넣어서 우리 뇌에 기능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2060년대 후반에 개발된 기술이라 아직은 칩의 반도체 구성이 완전히 인공 세포가 아니라서 인공세포와 금속 반도체가 혼용하여 사용되고 있다.


그래서 금속 반도체와 인공 세포가 합쳐진 형태를 ‘하이브리드 반도체’라고 부르고, 모든 구성 성분을 인공 세포로 된 것을 ‘바이오 반도체’라고 부른다고 한다.


지금 내 몸에 넣고 있는 하이브리드 반도체는 인공 세포가 기존보다 더 높은 것을 심어서 생체이용률을 확인하는 것이다.

생체이용률은 사람 몸에 사용하였을 때 부작용이 없는지를 확인하는 이용률이다.


하이브리드 반도체는 사람들의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인간은 학습을 통해 과거의 지식을 후대에 넘기며 지구의 최대 포식자로 군림했다.

그러나 2020년대 이후로 폭발적으로 늘어난 정보량은 살인적인 학습량을 자랑했다.


그 끔찍한 학습량을 소화시키는데 하이브리드 반도체가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덕분에 사람들은 보다 적게 배우고 보다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럼 14번 실험자분 수술 전에 다시 한 번 더 확인해 드리겠습니다.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가이드라인에 따라서 수술 실험이 진행됩니다. 이에 수술 전에 작성했던 계약서에 동의하시는 거 맞습니까?”

“네, 맞습니다.”


간호사의 물음에 답을 하자 곧바로 의사 2명이 나를 향해 다시 말을 했다.


“그럼 수술 들어가겠습니다. 14번 실험자분 목과 귀 사이에 있는 기존 하이브리드 반도체 칩을 교체하고 새로운 하이브리드 반도체 칩을 넣겠습니다.”

“부분 마취를 진행하겠지만 아프다고 말씀하시면 전신 마취도 도와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과거엔 머리에 직접 연결해서 반도체 칩을 꼽으려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뇌에 연결되는 부위를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것은 위험하였고 현재는 목과 귀 사이 부분을 절개하여 간접적으로 뇌와 칩을 연결한다.


“메스.”


의사의 말에 따라 간호사들이 메스를 정밀 기계에 연결한다.

의사는 기계 뒤에서 화면을 통해서 내 귀 뒤에 있는 하이브리드 반도체 칩을 꼽는 곳을 째고 있는 듯 하다.


몇 번의 말이 오가고 마지막으로 칩의 교체가 완료 되었는지 레이저를 통해 내 귀 뒤를 봉합하는지 강한 열감이 올라왔다.


“좀 아픈데 전신 마취 가능한가요?”

“네~ 잠시만요~”


의사는 말만 그렇게 하고 수술을 진행했다. 이럴 거면 왜 아프면 전신 마취 시켜준다고 한 건지 모르겠다.


“네~ 수술 진행 완료됐습니다. 잠시 수술 결과 확인하겠습니다.”


-위잉


침대에서 기계음이 들리고 내가 보던 바닥이 좀 더 멀어졌다.

육안으로 수술 결과를 더 잘 보기 위해서 침대 높이를 조정한 거 같다.


“음... 잘 된 거 같네. 김아영 간호사는 환자분 잘 안내해 드리고.”

“네.”


의사와 간호사 사이의 말이 끝나고 다시 침대가 돌아가 나는 천장을 보게 되었다.


“실험자분 일어나실게요.”


간호사의 말에 따라 침대에서 일어나자 간호사가 말을 이었다.


“수술 잘 진행되었고 전에 들으셨던 것처럼 귀 뒷부분에 강한 충격이나 쌔게 만지는 행위는 주의해주세요. 샤워나 운동 등은 무리 없이 하셔도 괜찮으십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탈의실에서 옷 갈아입으시고 카운터로 가시면 안내원이 도와드릴 거에요.”


수술은 굉장히 빨리 끝났다.

하이브리드 반도체 칩을 처음 넣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것을 교체하는 것이라 그런지 10분도 체 되지 않아 끝난 거 같았다.


탈의실에 가서 옷을 갈아입으며 귀 뒷부분에 수술 부위를 살짝 만져 보았다.

말끔하게 진행됐는지 굴곡이나 그런 것 없이 평범한 피부를 만지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 귀 뒷부분에 있는 하이브리드 반도체 칩이 꽤 비싼 비용을 자랑해서 그런지 살짝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구매하기에는 2400만원 정도 들기 때문이다.

비록 신체에 유해한지 테스트하는 알바로 얻었지만 운 좋게 얻게 되어 다행인 거 같다.



걸으며 바닥을 보니 병원 복도에는 색깔로 칠해진 선들이 많았다.

선들을 따라가면 각각 원하는 곳으로 향할 수 있다.

내가 가는 카운터로 가는 색상을 따라서 걷자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다.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자 내 차례가 되었다.


“안내 받으신 대로 목 뒤나 귀 뒷부분에 너무 강한 충격이나 쌔게 만져서 상처가 나지 않게 조심해주세요. 아르바이트 비는 나중에 통장으로 입금 될 겁니다.”

“감사합니다.”


나의 대한 안내가 끝나자 안내원은 다음 환자를 부르기 위해서 버튼을 누르고 다시 업무를 시작했다.


병원 밖을 나오자 눈부신 햇살이 나를 마지했다.

나는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기 위해서 경복궁 방향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과거나 지금이나 현대 대한민국을 살기에는 많은 돈이 필요하다.


시급이 29,580원이 되었지만 오른 만큼 물가도 상당히 올라와있다.

VVQ 치킨 가격만 해도 벌써 71,900원이 되었다.


한국의 1인당 GDP도 꾸준히 상승해서 지금은 2020년대의 2배인 7만 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조만간 8만 달러도 내다보고 있다고 한다. GDP가 오르는 것엔 많은 일이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전 세계 최초의 실용 하이브리드 반도체가 등장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인공지능을 탑재한 휴머로이드와 고급형인 안드로이드가 개발되었다.

둘 다 비교적 규모는 작았지만 수많은 석학과 박사들의 노력으로 이루었다고 한다.


정부에선 이 두 산업을 전폭적으로 밀어주었고 기존 회사들과 연계하여 한국의 대기업이 2개 더 늘어나는 쾌거를 이루며 한국 산업 전체에 큰 기여를 했다.


물론 그 연구물을 달성하기 위해 희생된 대학원생들 많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지금도 건강했으면 하는 작은 생각이 들었다.


잡생을 하며 길을 걷고 있자니 어느새 경복궁 근처에 도착했다.

차량들이 많아지고 한옥으로 된 벽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번에 하는 아르바이트는 병원에 한 여성 의사분이 나에게 추천해주었다.

이름이 ‘이아름’ 의사였던 기억이 있다.

꽤 높은 위치에 있는지 지나가는 의사나 간호사들이 그녀에게 인사를 하는 것을 자주 보았다.


내가 열심히 사는 모습이 보기 좋다면서 추천해줬다고 한다.

경복궁 근처로 가서 휴대용 스마트 간판을 들고 3시간 정도 서 있으면 된다는 쉬운 아르바이트라고 했다.

스마트 표지판은 겉으로는 아무것도 없는 거 같지만 스마트 안경을 끼고 보면 거기에 정보가 나타난다. 듣기로는 간단한 병원 홍보라고 했다.


스마트폰 지도를 보며 걷기를 잠시 경복궁 앞 광화문 앞 골목에서 받기로 한 휴대용 스마트 간판을 들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보이기 시작했다.

골목에 덩그러니 혼자 서 있는 모습이 꼭 알바할 때의 나의 모습을 미리 보는 듯 했다.


“아, 혹시 알바 하러 오신 분인가요?”

“네, 맞습니다.”


웃으면서 나에게 다가오는 남성의 얼굴보고 나도 같이 웃으며 대답했다.


“알바 이야기는 들으셨죠? 지금 제가 들고 있는 휴대용 스마트 간판을 들고 계시기만 하면 되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어디서 들고 있으면 될까요?”

“아, 그건 지금 제가 서 있는 위치 있죠? 그냥 여기 서서 계시면 되세요.”

“감사합니다.”


주변에 큰 건물들이 있어 그림자가 진 골목에서 휴대용 스마트 간판을 들고 있으면 누가 볼까 싶지만 가성비 좋은 알바라는 생각을 하고 간판을 받아 들었다.


“제가 3시간 후에 다시 올테니 그 동안 수고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나에게 간판을 주고 가는 남자를 보고 있으니 스마트 폰이 울렸다.


‘대민은행 입금 600만원 입금자: 이아름’


이번년도 공무원 월금급의 거금의 생동성 알바비가 입금된 것을 보니 저절로 입에 미소가 지어졌다.

아직 세상을 살만한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린 시절에 아버지가 어머니 몰래 주식으로 땅까지 팔면서 거하게 빚을 지고 이혼하신 뒤로 열심히 살아 온 보람이 느껴졌다.



주변 친척들도 돈이 많은 것이 아니라 도와주지 못했다.

어머니랑 같이 친정에서 살았던 것이 다행으로 느껴졌다.

덕분에 대학도 가고 서울로 올라와서 직장을 찾는 꿈도 아직은 유효하다고 느껴졌다.


이제 별일 없이 3시간만 여기서 죽치고 있다 보면 다시 돈이 입금될 것이다.

평균 시급에 3배가 넘는 시간당 10만원인 꿀 알바가 이런 게 또 있을까 싶다.

그런데 광화문 광장 앞이라 그런지 조금 소란스러운 거 같기도 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 하는 나와 상관없으니 무시하기로 했다.


“거기 학생! 그거 불법시윕니다! 피켓 내리고 이쪽으로 오세요!”

“???”


순간 무슨 소린지 이해를 하지 못한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방금 전까지 주위에는 아무도 없고 나 혼자 있었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나에게 소리친 사람을 보니 청바지에 가죽 자켓을 입으신 분이었다.

아직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지 못한 나는 소리친 남성을 뚫어져라 처다 보았다.


-뚜드드든

“아, 당소 거셋, 광화문 3블록 연잎 한 점 발견 지원 바람. 광화문 3블록 연잎 한 점 발견 지원 바람 이상.”


갑자기 가죽 자켓 안쪽에서 무전기를 꺼내더니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을 했다.


‘거셋, 연잎 그게 무슨 소리지?’


“거기 계속 주변 둘러보는 학생 말이야. 학생 이쪽으로 오세요.”

“저..저 말인가요..?”

“네, 학생 말하는 겁니다. 이쪽으로 오세요.”


나와 30~50미터 떨어져 있었지만 골목이라 그런지 나와 남성의 목소리가 잘 울려 퍼져 의사소통이 생각보다 잘 되었다.


“그 지금 뭐 들고 있는지 몰라요? 안경 끼고 한 번 보세요.”


남성이 스마트 안경을 끼라는 거 같아 걸리적거리기만 해서 잘 끼지 않는 스마트 안경을 주머니에서 꺼냈다.

스마트 안경을 끼고 내가 들고 있는 스마트 간판을 보았다.


‘군부정권 대통령은 하야하라!’

‘역사가 거꾸로 흘러간다!’


“미친.”


순간 등줄기에 비가 오는 듯 땀이 흐르는 느낌이 나면서 소름이 끼치며 자동적으로 욕설이 흘러 나왔다. 벌써 등이 축축하게 젖은 느낌이다.


스마트 안경을 끼고 알바를 위해 받았던 스마트 간판을 보니 거기엔 뉴스의 정치 집회나 시위에서나 볼 법한 문장들이 화면을 지나가고 있었다.


“아니, 이거 저도 알바라고 해서 받았어요! 몰랐어요!”

“네네, 알겠으니 이쪽으로 오세요.”

“지..진짜인데..”

“일단 이야기는 천천히 들어볼 테니, 이쪽으로 오세요.”


아무래도 가죽 자켓에 청바지를 입으신 분은 사복 경찰 같았다.

내가 불법시위를 몰래 하는 것으로 오해했지만 이야기를 들어준다고 하니 나는 순순히 사복 경찰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여기다!! 군부정권 대통령은 하야하라! 역사가 거꾸로 흘러간다!”


천천히 사복 경찰 쪽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갑자기 내 등 뒤에 수십 명의 인파가 생겨나 있었다.

그리고 그 인파들은 내가 들고 있던 스마트 간판과 똑같은 말을 하고 비슷하게 생긴 붉은 원색이 가득한 진짜 피켓들과 쇠파이프를 들고 있었다.


-뚜드드든

“내 이럴 줄 알았어!! 당소 거셋!! 연잎 20 점, 아니 연잎, 꽃잎 수십 점 광화문 3블록에서 불법집회 발생! 연잎, 꽃잎 수십 점 광화문 3블록에서 불법집회 발생! 이상!”

“아니에요!! 저는 알바 하러 온 학생입니다!!”

“군부정권 대통령은 하야하라! 역사가 거꾸로 흘러간다!”


나의 외침이 뒤에서 오는 수많은 인파의 목소리에 묻혔다.

내 뒤에서 오는 인파는 나의 억울함을 푸는 것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물살에 잘못 휩쓸리면 더 큰일이 생길 거 같은 현대 대한민국 시민의 강한 예감밖에 들지 않았다.


이대로 가면 나는 불법집회에 함께 참여해서 현 정권에 대항하는 학생이 될 것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나는 빠르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난 최대한 빠른 속도로 사복 경찰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서 나의 억울함을 풀기로 마음을 먹었다.


너무 억울해서 그런지 눈가에 눈물이 촉촉하게 젖기 시작하고 몸 전체에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경찰 아저씨!! 아니! 경찰 형님!! 저 진짜 억울해요. 진짜 알바라고 해서 왔다고요!!”


두 눈에서 흐르는 눈물이 내 얼굴을 타고 귀밑으로 흐르는 것을 느끼며 나는 소리쳤다.

그렇게 큰 소리로 외치면서 나는 사복 경찰 쪽으로 달려갔다.


-뚜드드든

“당소 거셋!! 젊은 연잎 한 점 달려오는 중 빨리 지ㅇ...”


사복 경찰이 무전기를 하다가 갑자기 옆을 보더니 무전기를 멈췄다.

그에 맞춰서 나는 일생일대의 달리기를 하며 경찰이 보는 쪽을 같이 내 정면 기준 좌측을 돌아보았다.


“전투경찰 휴머로이드 1소대 순경 이정우 지원 요청에 따라 도착.”

“전투경찰 휴머로이드 2소대 순경 이정우 지원 요청에 따라 도착.”


무슨 오토바이 헬멧에 안테나를 동물 귀처럼 2개 달고 있는 휴머로이드 2개 소대가 소리를 내며 나타났다.

군대에서 배운 숫자 세는 것을 통해 대충 보아도 최소 60기가 넘어가는 숫자를 보며 달리고 있으니 더욱 내 발이 빨라졌다.


“불법집회 및 무장 시위자 확인. 전투경찰 휴머로이트 전 기체 불법집회 무리와 달려오는 무장 시위자를 향해 최루탄 1발씩 발사. 5초전.”

“뭐?! 뭔 소리야! 쏘지마! 누가 사격하라고 했어!! 누구 명령 받ㄱ..”


사복 경찰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단발식 40mm 최루탄 발사기를 든 휴머로이드들이 최루탄을 발사했다.


-투타타타타탕


흰색 연기를 뿜는 최루탄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기 시작했다.


-퍽.


나는 순간 정신이 아득해지면서 그대로 골목에 쓰려졌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왔다.


“쏘지 말라고 했잖ㅇ.. 망할!!”


흐릿하게 보이는 시야로 사복 경찰이 보인다.


-뚜드드든

“당소 거셋!! 광화문 3블록 부상자 발생!! 광화문 3블록 부상자 발생!! 지원 바람 이상!!”


-퍼퍼퍼퍼퍼펑


“경찰이 최루탄 쏜다!! 전부 찍어!!”


경찰의 다급한 목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큰 소리가 들렸다.

방금 휴머로이드들이 쏜 최루탄이 터지는 소리 같다.


점점 시야가 흐려지고 눈이 감기기 시작한다.

25살 군대 전역하고 얼마나 지났다고 이런 일이 생겼다.


장진성 인생 참 부질없다. 그런 생각이 들며 눈이 감겼다.






* * *






“으윽..”


머리에 통증을 느끼며 눈살을 찌푸리며 나는 눈을 떴다.

눈을 다 뜨고 주변을 살피니 고급스러운 병원처럼 보였다. 주변이 온통 흰색인 벽지와 바닥이었다.

그리고 갈색 큰 소파가 내 옆에 앉기 좋게 있었다.


아무래도 최루탄을 머리에 맞고 병원으로 온 거 같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맞았던 거 같은 머리를 만졌다.


머리에 아무런 자국도 만져지지 않았다.


“다행이다.”


순간 내 짧은 25살 인생이 그대로 지구에서 우주로 증발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살았다.


“그런데 여긴 어디지?”


주변에 어딘지 알 수 있을 법한 것을 눈으로 찾기 시작했다.

내 환자복을 보았다.


‘+서울시 국립 의료원+’


내가 생동성 알바를 했던 서울시 국립 의료원으로 다시 온 거 같다.

이 병원과의 인연이 깊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깨어났을 때 누르시오.’


침대 옆에 서랍 위에 A4 용지에 큼직하게 적힌 글자 밑에 리모콘 같은 것이 있었다.

환자가 일어나서 누르면 간호사나 간병인들이 오는 거 같다.


-삑


버튼을 누르자 소리가 났다.

한시름 놓았다는 생각에 다시 주변을 살폈다.


보통 응급실이나 6인 이상 환자실의 경우 침대가 여러 개인데 여긴 나 혼자 있는 것이 이상했다.


“설마 여기 1인실이야..?”


갑자기 머리가 다시 아득해지기 시작했다.

병원 1인실은 비싸기로 유명하다.


최근 물가 기준으로 최고 비용 138만원부터 최저 30만원까지 다채롭다고 했다.


“알바비 병원비로 다시 다 쓰게 생겼네. 하.”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기 시작했다.


‘설마 병원에서 아르바이트 비용 회수하려고 그런 건 아니겠지?’


광화문에서 억울했던 일이 생각나 내 등줄기를 타고 소름이 끼쳤다.


왜냐하면 눈을 감고 나서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 내 스마트폰!”


나는 내가 썼던 물건들이 없나 옆에 서랍장과 책상이 합쳐진 거 같은 가구를 뒤지기 시작했다.


“아니, 서랍에 비밀번호 뭔데.”


1인실이라 그런지 서랍들에 비밀번호가 걸려 있었다.


“이걸 어떻게 열라는 거야..”


설마하는 생각으로 비밀번호를 입력해 보았다.


‘0000’


-철컥


경쾌한 소리와 함께 서랍이 열렸다.

이게 병원 1인실인지 방탈출실인지 잘 모르겠다.


펜이 달린 내 스마트폰이 있었다.

그 외에도 지갑이 있는데 지갑이나 다른 물건들은 내 물건 같지 않았다.


지문 인식을 하자 스마트폰 화면이 열렸다.


“그렇지! 폰은 내꺼 맞나 보네.”


-드르르륵


“음?”


살짝 무게감이 느껴지는 1인실 미닫이문이 열리면서 의사가 들어왔다.


“오! 깨어나셨네요!”


말총머리를 하고 안경을 낀 여성 의사였다.

의사가 들어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장을 입은 다른 사람이 들어왔다.


“깨어나셨군요!”


정장을 입고 온 사람은 찬찬히 살폈다.

살짝 갈색 머리를 가지고 긴 머리를 가진 여성이었다.


누군지 전혀 모르겠다.

그러나 또 자세히 보니 어디서 본 얼굴들 같기도 했다.


내가 멍 때리고 있듯이 처다 보아서 그런지 말총머리를 한 여의사가 나에게 다가왔다.


“혹시 저 누군지 기억하세요?”


잠시 여성의 얼굴을 보고 생각했다.

어디서 본 거 같기도 한 느낌이 들었다.


여성의 왼쪽 포켓 주머니 위에 이름표가 보였다.


‘이아름’


“아. 서울시 국립 의료원 의사분?”

“네, 맞습니다. 그럼 혹시 오늘이 며칠인지 아세요?”


오늘이 언제인지를 잠시 생각했다.

머리가 조금 아파왔지만 말하는데 문제는 없었다.


“2086년 11월 8일 금요일이요.”

“좋아요. 일단 이건 오케이.”


무슨 소리인지 의문이 들어 여의사와 정장 입은 여성을 한 번씩 처다 보았다.


“혹시 저는 기억하십니까?”


나는 그 질문을 한 정장 입은 여성을 보았다.

누군지 알 거 같기도 했지만 초면이 확실했다.


“누구..?”


내가 그렇게 말하자 여성의 얼굴이 굳어가기 시작했다.


“아니, 저기 그게 지금 이게 무슨 일이죠?”


나는 당황해서 횡설수설하는 느낌으로 말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이아름 의사가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대통령님이 단기 기억상실증인 거 같습니다.”

“네??”

“이게 뭔 소리고?”


나는 옆에서 같이 당황해 하는 정장 입은 여성과 눈이 마주치며 순간 지방에 살 때 쓰던 사투리가 나왔다.

집에서 사투리를 좀 적게 쓰고 군대에 3년이나 있었다.

그래서 사투리를 거의 안 썼지만 당황하니 자동으로 나왔다.


“아니, 이아름 주치의 이게 무슨 소리야. 대통령님이 지금 기억상실증이 왔다고? 확실해?”

“일단 좀 더 확인해 봐야하지만 방금 보셨잖아요.”


나는 침대에서 조용히 이아름 의사와 정장 입은 여성이 이야기하는 것을 경청했다.


무언가 잘못된 거 같다.


아주 크게 잘못된 거를 느끼며 두 여성이 들어오기 전에 열었던 스마트폰 화면을 다시 보았다.

스마트폰 화면은 시간이 흘러서 검은 화면이었다.


그리고 난 목도했다.

화면에는내 얼굴이 아닌 사람이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이 얼굴이 누군지 아주 잘 알고 있다.


그건 바로 이번년도 선거에 당선된 대한민국 대통령 얼굴이었다.

그와 동시에 스치듯 미친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는 지금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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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제 36화 기업 방문 2 24.08.25 18 1 13쪽
35 제 35화 기업 방문 1 24.08.24 21 1 10쪽
34 제 34화 사태 수습 완료 24.08.18 28 2 12쪽
33 제 33화 사태 수습 3 24.08.17 25 2 13쪽
32 제 32화 사태 수습2 24.08.11 24 2 12쪽
31 제 31화 사태 수습 24.08.10 26 2 12쪽
30 제 30화 계엄 10 24.08.04 26 2 12쪽
29 제 29화 계엄 9 24.08.03 24 2 15쪽
28 제 28화 계엄 8 24.07.28 21 2 12쪽
27 제 27화 계엄 7 24.07.27 21 2 13쪽
26 제 26화 계엄 6 24.07.21 29 2 12쪽
25 제 25화 계엄 5 24.07.20 23 2 13쪽
24 제 24화 계엄 4 24.07.14 26 2 12쪽
23 제 23화 계엄 3 24.07.13 26 2 12쪽
22 제 22화 계엄 2 24.07.07 28 2 13쪽
21 제 21화 계엄 1 24.07.06 34 2 13쪽
20 제 20화 혼란 24.06.30 33 2 12쪽
19 제 19화 합동참모의장 2 24.06.29 36 2 8쪽
18 제 18화 계엄사령관 24.06.29 36 2 11쪽
17 제 17화 계엄령 24.06.23 40 2 10쪽
16 제 16화 헌법재판소 24.06.22 40 2 10쪽
15 제 15화 합동참모의장 1 24.06.16 56 2 9쪽
14 제 14화 국방부 장관 24.06.16 51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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