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별을 살아가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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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카프로 아카데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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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3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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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1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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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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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화

DUMMY

38화

EP2-교토의 별을 헤다 보면


타카시로 유리와 함께 시내에 나왔다.


나는 교토역 앞에서 막 상경한 사람처럼 두리번거렸다.

믿기지 않는 규모의 기차역이었다.


“아니, 무슨 교토의 기차역이 이렇게 커요? 이게 기차역이야, 백화점이야?”

“역만큼은 도쿄보다 크다고요.”


나는 입을 쫙 벌리며 혀를 내둘렀다.

대형마트 몇 개를 합친 것 같은 크기.


교토가 이렇게까지 변할 줄이야.


“와, 진짜 사람 많네요.”


어느덧 제법 친밀해진 타카시로 유리가 내 손목을 잡고 이끌었다.


“길 잃기 전에 빨리 따라와요! 교토에서 이렇게 놀라면 도쿄는 어쩌시려고!?”


나는 피식 웃었다.

그녀와 며칠을 보내며 제법 많은 수다를 떤 우리였다.


자세한 건 몰라도 유리가 최근 어떻게 살아왔는지 적당히 알게 된 나였다.


“도쿄에선 방에만 계신다면서요?”

“윽!?”

“일본대 다니실 때도 집, 방, 집, 방 이렇게만 오가셨다면서요!?”

“으, 으, 으으윽!?”


정곡을 찔린 유리의 표정은 제법 재밌었다.

처음엔 몰랐는데 은근히 허당미가 있는 사람이었다.

그녀가 내 팔을 잡고 이끌었다.


“그만 놀려요! 서점이나 가자고요.”

“알겠습니다! 어디로 가면 돼요?”

“저기 혼도리 거리 따라 쭉 걸으면 시장이 나오고, 타쿠야 서점이라고 대형 서점 하나 나와요.”

“오, 드디어 진짜 가는군요.”


나는 문득 멈춰서서 거리 이곳저곳을 바라보았다.


주변의 상점가는 모두 달라졌지만, 저 멀리 언뜻 보이는 산의 융숭함만은 여전했다.


그렇다.

교토.

내가 이전 생을 마무리 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살았던 도시.


이 도시의 시내를 내가 어떻게 평온한 감정으로 가로지르겠는가.

나는 유리에게 물었다.


“혹시 도시샤대학은 어디에 있어요?”


유리가 놀란 눈으로 나에게 반문했다.


“오, 도시샤대학은 어떻게 알아요? 아, 윤동주 시인의 모교여서?”


유리의 대답에 오히려 놀란 건 나였다.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윤동주 대학의 모교가 도시샤인 것도 알아요? 아니, 선배가 시인이니까 윤동주 아는 건 그렇다고 쳐도.”


그녀는 코웃음치며 대답했다.


“저도 나름 교토사람이고, 교토 출신 시인입니다. 윤동주 시인은 국적을 떠나서, 이 지역을 대표하는 문인이라고요.”


타카시로 유리는 그 말 뒤에 씁쓸한 첨언을 덧붙였다.


“물론 일본인으로서 마땅히 반성해야 할 부끄러운 역사도 있지만요······.”


나는 급격히 어두워지는 유리의 어깨를 두드렸다.


아, 이 사람.

종종 이런다니까.

갑자기 급격하게 기운이 처지더라고.


“어깨를 피십시오! 윤동주는 교토의 자랑!”


나의 과장된 리액션에 유리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무, 무, 무슨.”

“윤동주는 자랑이다! 따라 외치십시오! 자랑이다!”

“자, 자, 자랑이다!”


우리는 만담을 벌이는 사람처럼 허튼 소리를 하며 계속 걸었다.

멀지 않은 곳에 서점이 보였다.


오늘 우리가 서점에 온 것은 바로 독자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인터넷에 연재되는 소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지금 이 순간도 조회수가 터지고 있으니까.


하지만 시집은 어떨까.

시의 특성 상 일본이라고 해서 많은 매출을 기대하긴 힘들겠지.


'시가 잘 팔리는 나라가 세상에 있을까.'


나와 타카시로 유리는 최근 너무 바쁜 탓에 시집 반응을 확인도 못 하고 있었다.

나는 곁에 선 유리에게 물었다.


“제 시집 잘 팔리고 있을까요.”

“당연하죠.”

“어떻게 확신하세요?”

“시 분야 전체 8위던데요?”


나는 황당한 눈으로 유리를 쳐다보았다.


아, 아, 아니.

바쁘다며!? 순위 확인 못했다며!?

분명 시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내게 그런 말을 해놓고!?


“순위 확인 안 하셨다면서요!?”

“서프라이즈!”


타카시로 유리가 빙긋 웃으며 나를 서점으로 잡아끌었다.


그리고.

전면 매대엔 나의 시집들이 있었다.


시집‘들’

잘못 쓴 표현이 아니다.

나는 두 눈을 비비며 그녀에게 물었다.


“제 시집이 윤동주 시집 옆에 진열되어 있네요?”


그렇다.

전면에 ‘유’동주로서 쓴 나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엔 ‘윤’동주로서 쓴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나란히 진열되어 있었다.


타카시로 유리는 천천히 걸어가 ‘유’동주로서 쓴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대한 추천사를 읽었다.


“21세기에 태어난 새로운 동주. 별과 바람과 세상을 읊조리는 순결한 영혼.”


나는 그녀가 추천사를 읽는 걸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

그런데 타카시로 유리가 갑자기 손사레를 쳤다.


“이, 이, 이 추천사 제가 쓴 거 아니예요! 서점에서 붙여주신 거예요!”


나는 어리둥절한 눈으로 서가를 다시 쳐다보았다.


“이 계절의 선택?”


내 시집 아래엔 이 계절의 선택이란 안내가 붙어 있었다.


유리가 활짝 웃음을 터뜨리며 기뻐했다.


“우와와, 이거 타쿠야서점 전체에서 하는 건데?”

“선배, 이거 좋은 거예요?”

“당연하죠! 1년에 4번 뽑는 거라고요! 추천사가 왜 붙었나 했더니!”

“1년에 4번?”

“네, 게다가 도쿄, 후쿠오카, 오사카, 아무튼 일본 대도시 전부 다 걸려있을 걸요? 타쿠야는 일본에서 제일 큰 서점 체인이니까요.”


나는 새삼스러운 기분으로 내 책들을 다시 살폈다.


두 권의 책.

똑같은 제목.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윤동주로서.

유동주로서.


간신히 펴낸 두 권의 책.


나는 나도 모르게 몸의 어딘가가 저릿해지는 걸 느꼈다.


그리고 그 감각이 착각이란 걸 분명히 알았다.


저릿한 곳이 바로 팔뚝이었기 때문이다.

팔.

다름 아닌 무수히 많은 주사 자국이 꽂혀있었던 그 팔.


그럴 리가 없는데.


이미 이전 생의 육신은 바람과 허공 어딘가에서 먼지가 되었을 텐데.


내 팔에 꽂혀있었던 무수한 주사 자국이 떠올랐고.

사시나무처럼 마르던 그 감옥의 젊은 장정들이 떠올랐고.


정신없이 스쳐지나가는 과거 속에서 간신히 이곳으로 돌아오면.


윤동주와 유동주.

내 두 권의 시집이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새삼스럽구나. 정말 새삼스러워.”


나는 두 눈을 꾹 감았다.


새롭게 변한 세상.

완전히 달라진 이곳.


나를 반겨주는 교토를 마음껏 기뻐하면서.




38화

EP2-교토의 별을 헤다 보면




우리는 함께 서점을 나왔다.

나오는 길에 유리는 짓궂은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책 잘 팔리는 게 그렇게 좋아요?”


타카시로 유리가 짓궂은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좋죠. 제 책이 잘 팔리는 것보다 그 사실이 더 좋아요.”


유리가 의아한 눈으로 내게 되물었다.


“아니, 책 잘 팔리는 것보다 좋은 것도 있어요? 나는 쫄딱 망한 무명 시인이라 모르겠네.”

“푸하하핳. 무명 시인은 무슨 출판 재벌의 후계자라면서요!”

“악! 출판 재벌 아니고 그냥 출판사!”

“네, 그냥 출판사 후계자씨. 하지만 열여덟에 일본대를 입학해서 4년 만에 수석 졸업 하셨죠?”

“으, 으, 으, 으아아악!”


타카시로 유리는 질린다는 표정으로 내게 팔을 휘둘렀다.

그러게 왜 나를 놀려.


나는 그녀를 향해 미소 지으며 본심을 밝혔다.


“제 시집이 윤동주 시인 옆에 있는 게 좋았어요.”

“그래요?”

“네, 제 시집이 시 분야 베스트셀러 8위고, 윤동주 시인 시집이 7위였잖아요. 그 사실이 참 좋더라고요.”


전생의 기억이 떠올랐을 때.

그저 문학을 계속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번 생의 내 책.

이전 생의 내 책.

두 책이 나란히 읽힐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그것도 바다 건너 일본에서.


타카시로 유리가 말했다.


"윤동주 시인 시집이 원래도 베스트셀러긴 하지만, 이번에 유 작가 덕도 좀 본 것 같아요."

"제 덕이요?"

"동명이인이잖아요. 유 작가님이 주목을 받으면 당연히 윤동주 시인도 주목을 받죠."

"에이, 그건 억측 아닌가?"

"아닙니다!"


타카시로 유리는 단호하게 말했다.


"윤동주 시인은 줄곧 베스트셀러 3~40위 권을 맴돌았어요. 특별한 날이 아니고서는요. 근데 유 작가님 책과 윤동주 시인이 같이 묶이면서 홍보 효과를 누린 거예요. 물론, 유 작가님이 윤동주 시인의 후광을 받은 것도 있지만요."


나는 새삼스러운 표정으로 유리를 바라보았다.


이전 생의 내가 지금 나의 후광을 받고.

지금의 내가 이전 생 나의 후광을 받다니.


'더 열심히 써야 할 이유가 새삼스럽게 늘었구나.'


이전 생을 빛내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이번 생을 더 성실히 살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더 끈질기게 써야한다는 결심이 들었다.


생각에 잠긴 내게 유리가 물었다.


“시집 홍보를 더 힘을 주면 좋겠어요. 시도 빨리 나가레보시에서 몇 편 연재해요.”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렇다.

일전에 유리가 제안줬던 시, 소설의 동시 연재는 무산됐다.


그냥 시를 싣는 게 아니라 BGM을 구하고, 오디오북도 녹음해야 했기 때문이다.


나는 유리에게 넋두리를 뱉었다.


“소설 쓰느라 너무 바빠서 시까지 웹에 오픈할 시간이 없었죠.”


그녀가 그런 나를 타박했다.


“잘 팔릴 때 더 밀어붙여야 돼요. 빨리 이제라도 오픈해야죠. 시의 BGM은 어떤 곡으로 할지 생각했어요?”


그녀가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내 머릿 속에 떠오르는 사람이 한 명 있긴 있었다.


“그 제 친구 중에 송송태라고 오타쿠가 한 명 있는데, 그 친구가 추천한 음악가가 있긴 있어요.”


송송태.

한국어 키보드를 일본어로 입력하는 방법을 어떻게 아나 했더니.


사실 그놈은 지독한 오타쿠였다.


깜빵서 나가자마자 취미 생활에 몰두하느라 연락도 잘 되지 않는다.


교토에 온다고 하니 얼마나 고함을 지르던지.


[야! 너만 잘 나가기냐! 아니! 나, 나도 일본 데려가!!!]


그 녀석이 지른 고성 때문에 아직도 귀가 멍멍했다.


나는 송태가 추천해 준 아티스트를 유리에게 소개했다.


“우타 나나미라고 아세요? 원래는 첼리스트였고, 지금은 영화 음악을 하고 있다던데?”


타카시로 유리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일본에서 우타 나나미 모르는 사람이 어딨어요.”

“그래요? 그렇게 유명한 사람이었어요?”


유리가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당연하죠. 역대 2번째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한 사람인데.”

“역대 2번째요?”

“네, 일본인으로서 역대 2번째요. 아마 당분간도 나오기 힘들 걸요.”

“엄청난 사람이었구나.”

“그쵸. 첼리스트일 때도 4대 콩쿨 어디에서 상 탔어요. 뭐, 나는 잘 모르지만.”


엄청나구나.

그러니까 송송태가 알겠지.


타카시로 유리는 난처한 얼굴을 하며 내게 말을 이었다.


“근데 우타 나나미는 쉽지 않을 거예요.”

“왜요?”

“새로운 곡을 받아오는 건 말도 안 될 뿐더러, 기존곡 활용도 허락이 까다롭거든요.”

“그래요?”

“네, 자기 곡 주는 거에 까다롭기로 유명해요. 연락도 잘 안 받는다고 하고요. 사람을 싫어해요. 공식 인터뷰에서도 마스크 푹 쓰고 다니고, 어디에 거주하는지도 불명이에요.”


나는 아쉬운 표정으로 입맛만 다셨다.

이 사람 말고는 아무 생각이 없는데.


처음 이 사람의 첼로 반주를 들었을 때,

눈앞에 눈보라 몰아치는 설원이 펼쳐졌다.


‘음악이 마치 살아있는 것 같았어.’


내 시와 퍽 잘 어울리겠다 싶었는데.


아쉬워하는 내게 타카시로 유리가 말했다.


“그래도 일단 노력은 해보겠습니다. 하지만 차순위 후보도 생각은 해두세요. 유 작가님!”

“넵! 알겠습니다!”


그후, 나는 타카시로 유리와 떨어져 혼자 걸었다.


가고 싶은 곳이 있었다.


그리고 그곳은 반드시 혼자 가보고 싶었다.


“분명히 이쯤에 있을 텐데.”


그런데, 갑자기 웬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굵지 않은 방울이었지만 몸을 적시기엔 충분했다.


“아, 우산 없는데.”


하지만 발걸음을 멈추고 싶진 않았다.

나는 터벅터벅 목적지를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몇 분 지나지 않아.

마침내.


내가 찾던 곳이 나왔다.


“나의 모교. 물론, 다니다 말았지만.”


도시샤 대학.

이전 생에 졸업을 하지 못하고 떠난 나의 모교.


오늘 이 대학에 온 건 단순히 캠퍼스 탐방을 위한 게 아니었다.


“어디냐, 어디냐, 어디 있냐.”


나는 찾고 싶은 게 있었다.

너무도 달라진 내 대학의 교정.


길을 잃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많이 헤맬 필요가 없었다.


멀지 않은 곳, 한 무리 사람들이 한 비석 앞에 모여 있었고.


나는 그 비석이 무엇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오늘 무슨 행사가 있는 날인가?”


사람들 사이, 사회자로 보이는 사람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자, 오늘은 윤동주 시인의 추모 식이 있는 날입니다. 이렇게 매년 모여주시는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매년이라니.

매년 이렇게 모인단 말인가.


오늘 이런 행사가 있는 줄은 꿈에도 알지 못했다.


‘그저 내 시비가 있다는 사실에 찾아가 보고 싶었을 뿐인데.’


나는 그들로부터 조금 떨어져서 추모식을 보고 있었다.


조금 있으니 마스크를 쓴 여자가 걸어 나와 첼로 연주를 했다.


“윤동주 시인을 생각하며 만든 곡입니다. 제목은 <서장> 입니다.”


여자가 슬며시 눈을 감았다.

비를 맞은 목재 악기에선 번들거리는 빛이 났다.


이윽고.

그녀가 첫 음을 켜는 순간,


작고 단아한 나무가 흔들리는 게 보였다.


저음의 첼로는 한 그루 나무를 붙들고 온통 뒤흔들고 있었다.


그 진동은 멀리 하늘 끝까지 퍼져, 노을빛 찾아오는 저녁을 반기고 있었다.


그리고 하늘 저편에서 별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그래서 내 시를 생각하며 만들었다고 했구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첼로의 모든 음이 하늘, 바람, 시를 환영하는.

세상의 별을 전부 끌어당기는.


그런 연주였다.


연주를 끝낸 첼리스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그를 온마음으로 추모합니다.”


**


얼마 지난 후, 추모 행사는 모두 끝이 났다.


나는 혼자 남아 윤동주 시비를 향해 걸어갔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나는 과연 죽는 날까지 한 점의 부끄럼이 없었는가.


정말 없었는가.


그건 유동주로서의 질문이기도 했고.

윤동주로서의 질문이기도 했고.


여전히 부끄러움 많은 한 사람의 읊조림이기도 했다.


어느새.

빗발은 더욱 거세지기 시작했다.


가늘고 얇았던 물줄기가 폭포수처럼 변해버렸다.


저녁 하늘의 어딘가가 고장난 것처럼.


내 온몸이 천천히 젖어들었다.

어느새 그 빗물이 내 온몸을 흠뻑 적셔버렸다.


“아씨, 뭐야, 이게 뭐야.”


나는 눈가를 닦으며 신경질을 부렸다.

얼굴에도 마구 물줄기가 흘렀다.


그런데 그때.

내게 다가오는 한 여자가 있었다.


그 사람이 내게 우산을 씌워주며 말했다.


“윤동주를 진짜 많이 좋아하시나봐요?”


나는 의외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어, 그때, 그때, 그 비행기에서 껌 주신 분?”


그녀가 빙그레 미소지었다.


“네, 저예요. 껌.”


나는 그녀에게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면 참가하신다는 행사가 오늘 있는 그 행사였어요?”

“네. 저도 윤동주 많이 좋아하거든요. 아까 첼로 연주 들으셨죠?”


그렇게 말한 그녀가 환히 웃으며 마스크를 벗었다.

그 안엔 저녁 어둠을 이겨내는 햇살 같은 미소가 있었다.


“이렇게 된 거 저희 통성명이라도 할까요?”

“네?”

“나가레보시에 올린 글 너무 잘 읽었어요. 시도, 소설도요. 이렇게 대단한 분인 줄 알았으면 그때 그냥 안 보냈을 텐데.”


그녀는 내게 악수를 건넸다.


“유동주 작가님, 맞죠?”


나는 쑥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네, 네, 맞습니다. 제가 시와 소설 쓰는 유동주예요.”


그녀가 빙그레 웃으며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저는 클래식과 영화 음악하는 우타 나나미라고 해요.”


우타 나나미.

그것이 그녀와의 첫 만남이었다.


작가의말

연재 초반부터 꼭 풀어내고 싶었던 에피소드입니다! 38화까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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