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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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안
작품등록일 :
2024.07.0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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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7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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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화력 조선 - 2

DUMMY

광해에게 멱살을 잡힌 임해군 이진이 잠시 당황했지만, 정신을 차리고 곧바로 욕을 내뱉었다.


“이 새끼가······.”


그러나 광해는 그의 말을 뚝 잘라먹었다.


“똑똑히 잘 들어. 네가 또다시 나한테 반말을 지껄이거나, 술을 처먹거나, 그 밖에 왕자로서 품격이 어긋나는 짓을 하잖아? 그 자리에서 너는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될 거야.”


김성일에게 관용을 베풀었다고 해서, 똑같은 기준을 이진에게 적용할 생각은 없었다. 애초에 와신상담한 충신과 천하에 개망나니 왕자라는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

그래서 한 번 더 다그쳤다.


“알았어?”


광해의 말이 진심으로 느껴졌을까? 아니면, 동생의 눈에 서린 살기 때문일까?

이진은 술이 확 깨는 것 같았다. 고개도 바로 끄덕인다.


“어, 어······. 알았어······ 요.”


그러자 광해는 이진의 멱살을 풀고, 씩 웃었다.


“아이고, 우리 형님. 깜짝 놀라셨나 보다.”


그는 이진의 몸에 묻은 먼지를 털어주는 것처럼 툭툭 치면서, 계속 말을 이어갔다.


“설마 아우가 형을 어떻게 하겠어요? 더구나 우린 한배에서 나온 형제인데요.”

“······.”

“아, 형님 부탁도 당연히 들어드려야죠. 공을 세우고 싶으시다? 잘됐네요. 마침 이번 전쟁 직전에 파직된 김성일도 합류했거든요? 제가 그 부대에 형님을 넣어드리겠습니다.”

“그, 그렇게 해······ 요.”


엉겁결에 대답했지만, 이진은 온몸에서 불길함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설마······, 진짜로 나를 그 부대에 넣진 않겠지?’


이진은 여전히 아우를 잘못 판단하고 있었다. 그가 아는 광해는 이제 세상에 없다. 지금의 광해라는 존재는 과거와 미래가 섞인 새로운 자아와 정체성을 지녔으니.


‘이곳에 있어봤자, 도움이 하나도 안 되는 인간.’


임해군 이진을 제일 앞에 세우리라.

광해는 단단히 마음먹었다.


* * *


광해는 이진을 겁박한 후, 다시 이장손을 찾았다.


“저하!”

“내가 방해했겠구나.”

“아니옵니다!”


새로운 벼슬과 품계에 고무된 이장손.

부족함 없이 비격진천뢰를 제조하는 게, 세자를 위한 일이라고 여기며 상주 군기시로 바로 왔다.


“그래도 오늘은 쉴 줄 알았는데, 내, 너를 고생시키는구나.”

“아직 난이 끝나지 않았는데, 어찌 두 발을 뻗고 잘 수 있겠사옵니까? 천부당만부당한 말씀인 줄 아뢰오!”

“그래. 사실은 나도 난을 좀 더 일찍 끝내고자, 너와 논의할 것이 있어서 왔다.”

“소신과 말이옵니까?”

“우선 이 도면을 봐라.”


광해는 품속에서 백후지 한 장을 꺼내어 이장손에게 건네주었다.

이장손이 그것을 받아서 보았을 때, 매우 정교하게 그려진 무기 하나가 있었다.


“이, 이것은······?”

“조총이다.”

“맞사옵니다. 그런데 좀 다르옵니다.”

“그렇다.”


역시 도면만 보고도 이장손이 바로 알아보는 것을 보고, 광해는 속으로 무척 기꺼워했다.


‘역시 무기 장인이다.’


겉으로도 환하게 웃으며, 그의 재능을 확인코자 이렇게 물었다.


“무엇이 다른지 알겠느냐?”

“받침대가 매우 크옵니다.”

“그렇다. 사실 조총은 알려진 것과 다르게 명중률이 높지 않다. 내가 생각해 봤는데, 격발 순간에 받침대가 작아서 총구가 흔들리기 때문인 것 같았다.”

“아······. 소신, 저하께 또 놀랐사옵니다.”


실은 이장손 역시 일찌감치 조총을 접했다.

몇 년 전, 대마도의 도주인 소 요시토시가 조선에 그 무기를 바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요시토시는 일본에 조총이 도입되었으니, 조선이 알아서 일본과 잘 지내라는 뜻으로 진상한 것이었다.

이에 임금은 조총을 시험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그래서 사용한 결과, 조총은 긴 장전 시간에 형편없는 명중률로 활만도 못한 취급을 받았다.


“나는 받침대가 크면, 명중률 또한 올라갈 게 분명하다고 생각하는데······. 너는 어찌 보느냐?”

“소신, 진작 그런 생각을 해보았사옵니다. 하나, 조선의 주력 무기는 조총이 아니기에······.”


이장손은 여기서 말을 더 잇지 못했다.

몇 년 전에 상관에게 건의했던 장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 받침대를 더 크게 한다면, 명중률이 높아질 것이옵니다. 하면, 활에 맞지 않는 병사들에게 조총을 쥐여줄 수 있지 않겠사옵니까?

- 됐다. 너는 군기시가 그렇게 한가한 곳인 줄 아느냐? 할 일도 많은데, 괜히 더 힘들게 하는구나.


이장손의 의견은 뭉개졌다. 그런데 여기서 세자가 같은 생각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광해는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 말을 남기고 떠났다.


“당장 만들라는 것이 아니니, 무리하지는 말거라. 시간이 남으면, 시험 삼아 하나 만들어 보고 나에게 보이도록.”


고개를 숙인 이장손, 벌써 새로운 조총을 만들 생각에 몸이 떨린다.


* * *


다음날 광해는 경주 수복 작전을 위해 함께 출발한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문무 대신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전날, 형님이 찾아오셨소. 목숨을 걸겠다고 하시더이다. 해서, 관찰사가 이끄는 선봉에 편제하였소. 그리고 형님이 왕실과 종묘사직을 위해 백의종군하실 터이니, 관찰사는 이 점 반드시 참고하시오.”


이진의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


‘저놈이 나를 진짜로 죽일 생각이구나······.’


광해는 뒤로 뺄 수도 없고, 그럴 여유도 주지 않았다.


“상주에서 무려 보름 넘게 머물렀소만, 나름대로 민심을 안정시키고 무기를 얻었소. 더 준비된 상태에서 출진하는 것이니,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오!”


실제로 4월 30일에 상주를 탈환했는데, 지금은 5월 16일이나 되었다.

광해는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문무 대신들과 백성들의 마음을 잡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다. 아니, 기대 이상이었다.

이제는 광해의 결정에 반대하는 신료가 거의 없다. 가끔 파격적인 내용에 반대 의사를 표시하기도 했으나, 그것은 능력을 의심해서가 아니었다. 본인의 가치관과 철학 때문이다.

유교 사회에 젖어서 살아왔던 세월을 어떻게 무시하는가. 이는 아마도 시간이 흐르면서, 광해의 언행에 스며들면서 서서히 변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상주를 떠나는 순간, 광해는 알게 모르게 모든 이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강렬한 출병을 연출했다.


“높은 산! 깊은 골! 적막한! 산하!”


이 군가는 광해가 종종 병사들을 찾아가서 부른 것이다.

그 후, 들을수록 괜찮다고 여겼는지, 따라 부르는 이가 생겼다.

그리고 어느새 퍼진 군가를 듣고, 광해가 지휘관들에게 요구했다.


- 내일 상주를 떠날 때, 모두가 부를 수 있도록.


이렇게 해서, 지금 3만 장정의 입에서 진군가가 울려 퍼졌던 장관이 연출된다.

처음 듣는 가락이라서, 몇몇 대신들이 의아해했다.


‘이건 뭐지?’

‘뭔지 모르겠지만, 나도 모르게 움찔움찔하는구나.’


군가가 끝이 아니었다.


둥! 둥! 둥! 둥!


진군에 힘을 싣는 북소리 역시 사람의 가슴을 울렸다.

대신들도 이런데, 백성들은 어떻겠는가?

남쪽을 되찾을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느껴지며, 저마다 이렇게 수군댄다.


“세자 저하께서 나서시니, 이렇게 달라지는구먼.”

“그러게. 전에는 오합지졸들이 줄행랑 놓기 바빴는데?”

“이러면, 금세 왜놈들 몰아내겠어.”

“당연하지. 그래야 우리가 맘 놓고 볍씨를 뿌릴 게 아닌가?”


발맞추어 앞으로 나아가는 병사들의 군기와 사기도 하늘을 찌른다.

원래 인간은 입 밖으로 뱉은 말에 자신들도 모르게 영향을 받는다.

특히, 군가와 북소리를 이용하면 한층 더 심리적으로 기세등등해진다.

역사적으로, 수많은 명장이 전쟁할 때 북이나 소리를 사용한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실제로 진군하는 병사들은 다음과 같이 생각했다.


‘지금이라면, 무조건 이길 수 있을 거 같다!’

‘좋아,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킬 것이다.’

‘엄마, 약속할게요. 저는 반드시 살아서 돌아오겠습니다.’


그런데 어렴풋이 세자의 노림수를 눈치챈 중신들이 존재해도, 광해가 그다음의 묘수까지는 생각하는 줄은 아무도 모를 것이다.


‘의병들이여, 이쪽으로 모여라.’


지난번, 견훤산성을 둘러싼 일본의 제1, 2번 대를 몰아낼 때였다.

김류는 인근에 있던 의병들에게 이 나라의 국본이 와 있다는 소식을 알렸다.

원래의 임진왜란 시기에서도, 선조가 도망을 갔음에도 불구하고 나라에 충성을 바치던 그들이었다.

하물며 세자가 직접 병력을 이끌고 왜적과 싸우는데, 그 어떤 의병이 합류하지 않겠는가.

더구나 광해는 공을 세우면, 확실하게 보상한다는 소문이 슬슬 인근으로 퍼지고 있었다.

임시일망정, 견훤산성에서 유키나가의 일본군을 함께 막아낸 의병장 출신 김준신도 상주 목으로 삼았다.

많지도 않은 2천 병력을 남기고 떠나며 그에게 당부하길.


- 척후를 늘 보내서, 적의 동태를 살피거라. 그리고 만약 적이 다가온다면, 다시 견훤산성으로 가서 원군이 올 때까지 버텨라.


이런 광해의 꿍꿍이속도 모르고, 신료 중 일부는 너무 요란한 전진이 걱정되기도 했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저하께서 혹시 방심하신 건 아닐까요?”

“저도 그 부분이 살짝 염려됩니다. 우리의 위치가 적에게 너무 노출되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이러다가 안동으로 가기 전, 왜놈들의 기습을 받을 수도 있겠습니다.”


참고로 상주를 떠나 탈환하는 첫 번째 목적지는 안동.

경상도의 도호부가 있을 정도로 큰 고을이라서, 방향을 그쪽으로 정했다.

그걸 반대하진 않았으나, 몇몇 대신들은 슬슬 요란한 행진이 걱정되나 보다. 마음 크게 먹고, 광해에게 간언까지 한다.


“저하, 북소리에 왜적들이 조총을 들고 올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렇소이까? 하면, 조금 더 가서, 멈추게 하겠소이다.”


‘조금’이란 모호한 말이었다. 실제로 한참을 기다려도, 진군가와 북소리는 이어졌다.

오히려 작아지면, 광해가 이일이나 신립을 불러 다음과 같이 명하곤 했다.


“병사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니, 군기가 흐트러진 듯싶소.”

“북을 치는 병졸들을 교체하여야 할 거 같소.”


광해가 내린 지시를 듣고, 곁에 있던 대신들은 그제야 어렴풋이 깨달았다.


‘뭔가 있으시다.’

‘분명, 저하께서 아무 생각 없이 무슨 일을 벌이시는 건 아니리라.’


잠시 후, 김면이라는 의병장이 육백을 이끌고 나타났을 때만 해도 완벽하게 알아채진 못했다.


“저하! 소인과 육백 의병이 작게나마 힘을 보태겠나이다!”


하지만 정인홍이 2,000명이 훌쩍 넘어가는 작지 않은 병력을 끌고 오자, 드디어 눈치챈 것 같았다.


“신, 정인홍! 저하를 뵈옵니다!”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정인홍이 누구인가? 조선 성리학의 거두, 조식의 적통 제자였다. 나이도 환갑이 넘었다.

그래서 이곳을 지나가는 벼슬아치가 꼭 그에게 들려, 문안 인사를 안 하고 간 적이 없다.

언젠가 만날 줄 알았지만, 예상보다 빠른 그의 등장에 광해도 말에서 내렸다.

그러고는 정인홍에게 다가가, 그의 손을 꽉 잡고 말했다.


“가슴이 뛰는구려. 정말 큰 힘이 될 거 같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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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99 as*****
    작성일
    24.08.08 07:02
    No. 1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4 기작경장
    작성일
    24.08.13 14:57
    No. 2

    이장손을 도라에몽으로 만들어놨네. ㅋ 제반설비나 지식이 없어도 도면 몇 장 그려주면 뚝딱 물건등장. 이러다가는 소설 말미에서는 기관총이 나오는건 아닐지 우려되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9 Axlrose
    작성일
    24.08.30 12:51
    No. 3

    기술적으로 일본보다 모자란것도 아니고 겨우 개머리판 다는 건데 뭔 소리냐
    그리고 실제로도 전쟁중에 조총 복제 쯤은 뚝딱 해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8 다비드7
    작성일
    24.09.10 19:57
    No. 4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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