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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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안
작품등록일 :
2024.07.0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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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8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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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화력 조선 - 3

DUMMY

세자가 직접 다가와 손을 꽉 잡자, 정인홍은 마음이 격동되었다. 광해의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 늙은이가 어찌 큰 도움이 되겠사옵니까? 그저 저하께서 이쪽으로 행차하신다는 소식을 듣고, 마당발로 나왔을 따름입니다.”

“벌써 큰 도움이 되오. 내 마음이 너무도 든든하오.”

“저하······.”

“우리 함께 반드시 왜적을 몰아냅시다. 반드시.”

“죽을힘을 다하겠사옵니다!”


사실 광해는 정인홍의 사람됨을 너무나 잘 알았다. 지난 삶에서 왕이 되자마자, 가장 귀를 기울인 신하 중 하나가 바로 그였다.


‘강직한 사람. 그러나 그게 너무 과해서 사람들의 공격을 받았지.’


정인홍은 북인이라는 당색을 지나치게 드러냈다. 그러다 보니, 남인인 류성룡이나 김성일 등과 늘 마찰을 빚었다.

나중에는 대북파의 거두가 되었다. 당연하겠지만, 소북파와 갈등했다. 그것이 정인홍의 명줄을 결정했으니.


‘이번에는 그렇게 살지 않았으면 하오. 아니, 내가 그렇게 하겠소.’


광해는 잔잔한 눈길로 정인홍을 맞이한 후, 다른 대신에게 그를 소개했다.

국난은 모두를 화합하게 하니, 정인홍 역시 그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조선군은 이처럼 가는 길에 몇몇 의병장들과 거듭 만나면서, 어느새 안동에 다다랐다.

그런데 여기에서도 먼저 와, 광해를 기다리고 있던 의병장들이 있었다.


“저하! 신 곽재우, 함께 싸우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었나이다!”

“신 권응수도 저하와 함께 싸우겠나이다!”


광해는 두 사람의 이름을 듣자마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원래의 역사에서 가장 먼저 의병 활동을 한 권응수는 의병 최초의 승리를 거둔 장수.

그다음으로 홍의장군 곽재우는 두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로 후세에 알려진 위인이었다.


‘좋다. 해볼 만하구나.’


사실 진짜 싸움은 안동에서가 아니다.

패잔병이기는 하지만, 2만이 넘는 유키나가와 기요마사의 정예.

아마 경주에서 붙는 그들과의 결전이 이번 전쟁에 분수령이 될 것이다.

기쁜 마음에 광해는 이번에도 내렸다.

그리고 일일이 의병장들의 손을 꽉 잡았다.


“어서 오시오. 정말 힘이 되오.”


그 밖에도 이름을 아는 자와 모르는 자가 뒤섞여서 본인을 소개하는데, 총병력의 숫자만 1만이 넘어갔다.

그중 안동 출신 의병장 김해가 고하길.


“대략 천 명의 왜놈들이 동학 가산성에 틀어박혀 있사옵니다. 숫자가 얼마 안 되지만, 철포대가 있는 걸 확인했기에, 저하께서 오실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사옵니다.”


광해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고생했다고 말했다.

그런 다음, 김성일을 불렀다.


“성일이 먼저 가서 비진천뢰포로 성의 정문을 열도록 하여라!”

“저하의 명을 받들겠나이다!”


허리를 깊이 숙인 김성일에게 전의가 느껴진다.

그래서였을까? 첫 번째 탈환전인 안동 수복이 왠지 모르게 금방 끝날 것 같았다.


* * *


원래의 역사 임진왜란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왜장, 고니시 유키나가는 조선 측 기록에 제일 흉악하고 교활한 자라고 남아있다.

그만큼 뛰어났다는 걸 방증한다.

이번에도 그의 유능함이 보인다.

견훤산성에서 물러가는 상황에서도 상주의 세 방향에 각각 천 명의 병력을 배치해 놓았다.

그중 안동에서는 크지 않은 동학 가산성에 똬리를 틀게 했다.

작은 산성과 넓지 않은 성 앞의 공간.

소수로 다수를 막으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견훤산성에서 겪은 패배는 아팠지만, 그 경험을 곧바로 적용한 셈이다.

이곳을 지키는 장수는 오오무라 요시아키였다.

이미 소 요시토시와 마쓰라 시게노부는 포로로 붙잡혔고, 고토 쓰미하루는 신립에게 목이 잘렸다.

따라서 휘하에 몇 안 남은 장수 중 수성에 능한 이가 바로 그였다.

하지만 이곳에 웅크리다 보니, 견훤산성 때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성곽의 좌우가 낮았고, 뒤쪽으로도 적이 들어올 수 있었다.

고작 천 명으로 지키기에는 방어할 곳이 너무 많다는 뜻.

그래서 요시아키는 병졸들을 시켜 서둘러 성곽을 보수하려 여기저기 돌을 쌓아 올렸지만.


“적입니다!”


조선의 병력은 시간을 더 주지 않았다.

요시아키는 팔짱을 끼고, 밀려오는 조선군을 응시했다.


“음······.”


워낙 시끄럽게 다가오고 있었던 조선군.

척후를 통해서 이미 파악한 숫자가 4만에 이르고, 사기가 드높다는 것을 잘 알았다.

그래서 단단히 각오했건만.


“쉽진 않겠군.”


선봉으로 보이는 병력 5천의 위용이 사뭇 달라 보인다.

죽음을 각오했다고 해야 하나?

지금까지 만난 조선군이 오합지졸이었다면, 왠지 모르게 저들은 체계를 갖춘 것 같았다.


‘아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사실 성 앞 공간이 좁아서, 그들이 들어오면 어딜 쏴도 다 명중할 듯했다.

다만 요시아키가 경계하는 적의 병기가 있었으니.


‘다행히 투석기는 안 보이는구나.’


바로 비격진천뢰다.

요시아키는 그 괴물 포탄이 터지는 경험을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았다. 그것만 없다면, 조선군과 싸우는 게 두렵지 않았다.

그래서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심했고, 즉시 병사들을 독려했다.


“놈들은 오합지졸이다! 병력의 숫자는 문제가 안 된다! 기습이 아니면, 절대 우리와 싸워 우위를 점할 수 없다! 버티면 된다! 여기서 잘 막으면, 곧 원군이 올 것이다!”


없는 말이라면, 공허한 외침이 될 것이다. 그러나 병사들도 조선군의 근접전 능력을 겪어봤다. 솔직히 별거 아니었다. 이에 크게 함성을 내뻗는다.


“와아아아!”


확실히 요시아키가 괴물 포탄을 언급하지 않았던 것은 좋은 판단이었다. 공포의 기억을 떠오르게 하지 않았으니, 군의 사기는 다시 높아졌다.

하지만 전면에 등장한 물건에 함성이 멈췄다.


‘저건?’


멀리 있는 것도 잘 보는 요시아키. 지금은 자신의 시력이 원망스러웠다.

아래에는 바퀴가 달렸다. 그리고 그 위에 놓인 것의 정체는 다름 아닌······.


‘화포다!’


조선의 병력은 바퀴 달린 화포를 밀고 성을 향해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사실 일본에서도 비슷한 화포가 존재한다.

석화시라고 불리지만, 위력은 조선의 화포만 못했다.

아니, 상대도 되지 않는다.

그나마도 조선의 화포를 북상하면서 겪었던 요시아키, 그 정도 위력이라면 견딜 만하다고 생각했으나, 괴물 포탄을 경험하고 너무나 놀랐다.

그래서 부정했다.


‘저거로 그 괴물 포탄을 쏘지만 않으면 된다.’


요시아키는 지난번 잡은 조선의 포로가 한 말을 떠올렸다. 그 괴물 포탄은 투석기가 아니면 절대 날릴 수 없다고 말했다. 고문 끝에 나온 말이라서, 신빙성은 확실했다.

일단은 그 포로의 말을 믿고 더 큰 목소리로 지시했다.


“철포대 준비!”


이때부터였다.

스스로 의심과 두려움을 떨치기 위해, 요시아키는 고함을 반복해서 질렀다.


“철포대 준비! 준비하라!”


그렇다고 지금 발사 명령을 내릴 순 없다.

백 보, 아니, 성 위에서 쏘는 것이니 백오십 보 가까이 다가올 때까지 대기하라고 외쳤다.

여기서 또 한 번 그를 당황하게 하는 조선의 병력.

대략 이백 보에서 멈추더니, 화포에 불을 붙이는 게 아닌가.


“저, 저······.”


예상하지 못했기에, 요시아키의 입에서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그 순간, 화포의 심지가 타들어 갔고, 엄청난 굉음이 터져 나왔다.


쾅!


성이 흔들릴 만큼, 아니, 실제로 진동이 느껴졌다.

요시아키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사이 정확한 겨냥으로 포탄이 성의 정문 앞에 뚝 떨어졌다.


‘제기랄······.’


요시아키는 눈을 감느라, 정확히 어떤 포탄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 어디로 떨어졌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 포탄이면, 죽을 수도 있다.’


그저, 이런 미증유의 공포감이 엄습해 와서, 다음 명령을 내렸다.


“모두 엎드려!”


그러자 성 위의 내벽에 찰싹 붙은 철포대 백여 명이 재빨리 배를 바닥에 붙였다. 그리고······.


콰쾅!


아까보다 더 큰 소리가 아래에서 들려오며, 성체를 들썩이게 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명중! 문을 뚫었다! 진격!”

“와아아아!”


적장이 외치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크나큰 함성이 귓전을 때린다.

순간, 요시아키와 성 위에 있던 병사들이 재빨리 전면을 바라봤다.

조선군이 달려오고 있었다.


“젠장! 철포대 준비! 아니, 준비한 철포대는 발포 명령을 기다리지 말고 쏴라!”


요시아키는 늦게나마 다시 준비하라고 외쳤지만, 조총은 그런 무기가 아니다.

심지에 불을 붙이고, 격발하기까지의 시간이 꽤 필요하다.

그걸 기다리는 동안 이백 보 거리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었으며, 요시아키는 아래를 내려다보지도 않고서 다시 명령을 내렸다.


“모두 성문을 막아라! 성문을 막아!”


좀 전에 터진 괴물 포탄. 아마 그것이 성문을 파괴했을 것이다.


“서둘러라! 서둘러 성문을 막아라!”


사실 어떻게 막겠는가? 그냥 몸으로 때울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좁은 곳이라서, 다수의 적을 막기는 어렵지 않으리라.

이 생각으로 명령을 내린 요시아키 본인도 계단으로 내려갔다.

이렇게 빨리 뚫릴 줄 몰랐으니, 여기서 가장 칼을 잘 쓰는 그가 활약할 때가 왔다.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아직 뚫린 성문 앞에서, 근접전이 벌어지지 않았다.


‘아직 도달하지 않았군.’


요시아키는 제일 앞에 설 요량으로 재빨리 고함쳤다.


“비켜라! 비키거라!”


그리고 병사들을 뚫고 들어갔는데.


쾅!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그는 부서진 성문 앞에 서는 순간, 자신의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어?’


또 하나의 괴물 포탄이 툭 하고 떨어졌다.

잠시 멍해서, 이쪽으로 달려오던 조선군을 봤더니.


‘젠장······.’


달려오다가 중간에 멈춰선 상태였다.


‘당했구나!’


요시아키가 급한 마음에 얼굴을 찡그렸다. 그리고 크게 고함쳤지만,


“피해!”


콰쾅!


이미 늦었다.


“컥!”


두 번째 비격진천뢰가 목숨을 앗아가 버릴 줄은 요시아키 자신도 몰랐을 것이다.


* * *


일본군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아무리 경험이 많은 병사들이라도, 성문이 뚫렸고 그 앞에서 지휘관이 죽었다.

더 큰 문제는 드디어 조선군이 달려오기 시작했다는 것.

그 선두에 목이 터져라, 크게 외치는 김성일이 있었다.


“뭣들 하느냐? 왜놈들 얼이 빠졌다! 어서 성으로 들어가, 모두 목을 베라! 한 놈도 살려두지 마라!”


명령을 받은 조선군이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그제야 일본군이 나간 정신을 수습했다.


“온다!”

“조심해!”


하지만 이미 성문을 막는 것은 늦었고, 그럴만한 의지도 없었다. 그저 타향 땅에서 죽지 않기 위해 싸울 뿐이다.

그나마 백여 명의 철포대가 쏘는 조총이 화력을 발휘했으나.


탕, 탕, 탕.


원래부터 명중률이 높지 않았던데다가, 일제 사격이 아닌 간헐적 발포는 조선에 큰 피해를 줄 수가 없었다.


“이런······.”


심지어 성문을 뚫고 올라올 조선군이 있을 듯하여, 더는 심지에 불을 붙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내려가자! 우리도 가서 돕자!”


결국, 철포대는 조총을 버리고, 칼을 들고 내려가서 조선군을 맞이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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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1 +3 24.08.30 1,230 3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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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7 +2 24.08.28 1,204 37 11쪽
55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6 +6 24.08.27 1,255 42 12쪽
54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5 +5 24.08.26 1,281 42 12쪽
53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4 +1 24.08.25 1,302 40 12쪽
52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3 +3 24.08.24 1,353 45 11쪽
51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2 +1 24.08.23 1,405 39 12쪽
50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1 +1 24.08.22 1,435 3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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