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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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7.0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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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9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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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화력 조선 – 4

DUMMY

그러나 이 모든 왜병의 몸부림은 허무하게 끝이 날 것 같았다.

조선군을 이끄는 김성일부터 목숨을 도외시하고 성으로 들어와서 고래고래 쉰 소리를 질렀다.


“포로는 필요 없다! 모두 죽여도 좋다!”


명령을 받은 조선군은 무자비했다.

오는 동안 합류한 의병들에게 왜적이 백성들에게 얼마나 잔인한 짓을 했는지 들었기 때문이다.

백성들을 학살하고 마을을 불태우는가 하면, 여인을 납치하고 노리개로 삼았다.

사람들을 그냥 죽이는 것도 아니었다.

귀와 코를 자르는 천인공노할 짓을 저질렀으니.


“죽어라! 이놈들!”

“모두 지옥으로 보내주겠다!”


조선군 역시 왜병들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컥!”

“으악!”


이미 사기에서 꺾인 왜병들의 패색이 점점 짙어져 갔다.

더 최악은 바로 뒤에서 조선군이 후발로 또 채워졌다는 것.

이번에는 의병들이 밀고 들어왔다.


“내가 홍의장군 곽재우다! 이 땅을 밟은 왜놈들은 단 한 명도 살아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권응수가 여기에 있다! 내 도끼 맛을 볼 놈들은 어서 나서라!”


곽재우를 필두로, 권응수와 정인홍 등이 기세를 드높였다.

숫자에서 상대도 안 되는 건 둘째요, 지휘관도 없는 데다가, 사기까지 바닥으로 떨어진 일본군.

드디어 무기를 버리고 항복을 외치기 시작했다.


“한 번만 살려주시오!”

“제발, 살려주세요!”

“고향에 처자식이 있습니다!”


여전히 저항하는 자들이 있었지만,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는 자들이 한 번에 늘어났다.

급기야 단 한 사람도 무기를 든 일본군이 보이지 않았으니.


“항복이요!”

“제발 죽이지 마시오!”


다만 결정은 성안에 들어온 김성일이나 곽재우 등이 하는 게 아니었다.

상황을 종식할 사람은 단 하나, 바로 세자였다.

이 순간, 광해는 드디어 성문 밖에 대군을 끌고 왔는데.


“아우야, 제발, 나 좀 살려주라. 제발······. 아니, 저, 저하! 살려주시옵소서! 저하!”


홀로 남아 바짓가랑이라도 잡으려고 가까이 다가오는 이진부터 만났다.

그야말로 한심한 그를 보며 속으로 혀를 찼으나, 일단은 무시했다.

대신 큰 소리로 공격 명령을 내렸다.


“대완구와 비격진천뢰의 위력을 숨겨야 한다! 단 한 명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라!”


사실 개미 한 마리도 못 빠져나갈 것 같았다. 이미 신립과 이일 등에 명해서 성의 좌우와 후방에 병력을 배치했다.

그게 아니더라도, 저 성안에서 김성일이 이끄는 5천의 병력과 곽재우, 정인홍 등이 이끄는 5천의 의병에 압도되어, 전의를 잃었을 것이다.

실제로 병력을 끌고 성안으로 들어갔더니, 왜구들이 전부 무릎을 꿇고 있었다.

이제 승리의 선언만 남았는가?

광해가 외쳤다.


“이겼다!”


그러자 승리의 함성 소리가 뒤를 이었다.


“세자 저하, 천세! 천세!”

“금상 전하, 만세! 만세!”


조선군의 사기는 한층 더 드높아졌다.


* * *


총 천 명 중 삼백을 죽이고, 칠백을 포로로 잡은 광해.

늘 하던 대로 장계를 보내려고 김성일 등에게 보고를 받는 와중.


“저하······.”


옆에 있던 이진이 못 참고 끼어들었다.

광해가 인상을 쓰고 그를 바라봤더니,


“저를 제발 한양으로 다시 보내주시옵소서!”


정말 가관이었다. 기가 차서 말도 안 나온다.


‘이 작자와 내가 같은 어머니의 배에서 나온 형제라는 게 치욕스럽군.’


은근히 화가 나서, 광해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형님, 지금은 전시입니다. 전하께서 이 사실을 아시면 얼마나 걱정하시겠습니까? 자중하시고, 함께 적을 물리치는 데 집중하시지요.”

“상관없소이다. 제발, 저는 살고 싶습니다. 제발······.”

“아니 됩니다. 저는 전하의 명을 거스를 수 없습니다.”

“제가 책임지겠사옵니다. 저하! 제발······.”

“휴······.”


광해는 한숨을 내쉬며 좌우에 있던 류성룡과 정인홍 등을 바라봤다. 그런데 직설적인 정인홍이 표정을 굳히며 얼른 간언한다.


“저하. 간신히 끌어올린 군의 사기를 먼저 생각해 주시옵소서.”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서장자 임해군은 어찌 됐든 원군으로 온 사람.

아마 임금은 왕실을 대표해서, 나가서 싸우는 시늉이라고 하라고 보냈을 것이다.


‘싸움은 무슨? 오줌 지리기 일보 직전이구먼.’


하지만 지금은 병사들 앞에서 왕실의 권위를 바닥으로 떨어트리고 있었다.

아무리 조선의 백성들이 충성심이 강하지만, 이런 모습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겠는가.

자기들이 과연 누구를 위해서, 무엇을 위해서 싸우는지 회의감이 들 수도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거침없는 정인홍뿐만 아니라, 류성룡 등도 고개를 내저었다.

어쩔 수 없다는 듯, 광해가 이진에게 말했다.


“하면, 장계를 써줄 터이니, 가서 전하께 보여드리시오. 필요한 보급품을 가지러 왔다고 말씀드리면, 내주실 것 같습니다.”


그러자 이진이 환한 표정으로 광해의 손을 잡는다.


“저하, 감사하옵니다! 아니, 망극하옵니다!”


이걸 보고, 좌중에 있는 모든 이가 쓴웃음을 지었다.

장계를 품은 이진이 떠났을 때는 몇몇이 수군댈 정도였다.


“너무 창피하오. 저렇게 겁쟁이라니?”

“세자 저하와 달라도 너무 다르오.”

“이런 말 조금 그렇지만, 다른 왕자들도 다 비슷하다고 들었소.”

“금상께서 더는 핏줄들을 안 보냈으면 좋으련만······.”

“쉿, 조용히 하시오. 저하께 들리겠소.”


실제로 광해군은 사람들의 수군거림을 듣고 있었다.

다만 들어도 못 들은 척하며, 이번 공성에서 승리한 이들의 전공을 치하했다.


“관찰사는 자기가 한 말을 지켰소. 하여, 오늘 승리하는데, 으뜸가는 공을 세웠다고 할 수 있소.”


김성일이 아니라고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지만, 광해는 웃으며 다른 이들의 공로를 차근차근 칭찬했다.

정인홍, 곽재우, 권응수 등, 이들의 합류 자체로 군의 사기가 높아졌으며, 목숨을 도외시하고 왜적과 싸워 승리했다고 추어올렸다.

그런 다음, 드디어 모든 대신과 병력에 휴식을 명했지만.


“잠시 경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소.”


단 한 사람, 뜻밖에도 정인홍을 따로 남게 했다.

말은 안 했지만, 다른 신하들은 의외라고 여겼다.

정인홍은 지난날 정철이 광해를 국본으로 세우자고 말했을 때, 그를 사형시켜야 한다고까지 말한 사람이었다.

한 마디로, 광해가 세자에 오르는 걸 반대한 대표적 인물.

그게 껄끄러워서라도, 독대하지 않으리라고 여겼는데.


“설마 그 일을 모르시는 걸까요?”

“그럴 리가요. 제가 곁에서 보니, 저하의 마음이 바다와 같으십니다.”

“허허허, 역시 그렇군요. 저하께서 국본이 되신 것은 너무도 잘된 일 같습니다.”


이처럼 류성룡과 김성일 등이 또 한 번 수군대면서 임시로 세운 대전 밖을 나갔다.

다만 남은 정인홍은 가슴에서 궁금증이 밀려왔다.


‘설마, 지난 일을 따지시려는 걸까?’


아니라고 여기지만, 정인홍은 금상의 위인 됨을 잠시 겪었다.

임금은 작은 것을 속에 담아두지만, 큰일은 과감하게 처리하지 못한다.

부자는 닮을 수밖에 없다.

임해군도 가장 안 좋은 쪽으로 크지 않았던가.


‘그나마 저하께서는 좀 나은 분이기를······.’


광해와 만나기 전, 평판을 듣긴 했다.

전란이 일어나자마자, 임금을 설득해서 최전선으로 나왔단다.

직접 진두지휘하여 문경새재와 상주에서 큰 승리까지 거두었단다.

전략과 계책에는 재능이 있나, 생각했는데.


- 이앙법을 시행했답니다.


제자 한 명이 상주에서 있었던 일을 전해주었다.

이 부분이 가장 궁금해서, 언젠가는 그 이유를 물어보고 싶었다.

물론 지금은 아니다.

당면 과제는 왜놈들을 최대한 빨리 몰아내는 일이었다.

짧은 순간, 여기까지 생각했을 때.


“이미 돌아가셨지만, 나는 경의 스승 남명을 존경하오.”


세자의 첫 마디는 또 한 번 뜻밖이었다.


“제 스승을 잘 아시옵니까?”

“그렇소.”


광해는 고개를 끄덕이며, 남명 조식의 생애와 학문을 간략하게나마 입에 올렸다.


“출사하지 않고, 경이나 계수 같은 후학을 길러냈소. 특히, 이론보다 실천을 강조한 남명의 가르침을 나는 몇 번이나 가슴에 새겼소.”


점점 놀랍기만 했다. 여기서 계수는 곽재우의 자였는데, 두 사람은 조식이 아끼던 제자였다.

스승은 지금의 학자들은 옛 현인들의 가르침을 탐구만 하지, 실천하지 않는다고 늘 비판하셨다.

때로는 백성들 사이로 들어가서, 그들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해 줘야 한다고도 말씀하셨다.

그렇게 실천을 강조한 스승의 가르침 덕분에, 정인홍이나 곽재우 등의 제자는 전란이 일어나자마자 의병을 모았다.

국난에 왜적과 싸우는 일이 백성들을 위하는 길임을 알기에.


“하면, 상주에서 이앙법을 허락하신 것도······?”

“그렇소이다. 일어나지도 않은 우려 때문에, 더 효율적인 농법을 굳이 썩힐 필요는 없지 않겠소?”

“저하의 말씀이 옳사옵니다. 허허허······.”


정인홍은 웃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늘그막에 이상적인 군주상을 만났다고 해야 하나?

살짝 아쉬운 것은 환갑이 넘은 자신의 나이였다. 언제 죽을지 몰라서, 광해가 즉위하는 것을 보지 못할 것 같았다.

그 마음도 모른 채, 광해가 그에게 또 한 번 물었다.


“경도 이앙법을 반대하지 않는 거요?”

“그렇사옵니다. 소신, 농사를 짓는 백성들을 많이 봤습니다. 그들도 어떤 농법이 더 효율적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해서, 나라가 이앙법을 금하는 이유를 모르는 이도 많았습니다.”

“하면, 경이 나의 곁에서 도와주오.”

“그거야······.”


하마터면 승낙할뻔했다. 그러나 정인홍은 스승처럼 벼슬에 큰 욕심이 없는 사람.


“신, 나이가 적지 않아, 나중에 저하를 도와드릴 수 있을지 모르겠사옵니다.”


즉시 나이 핑계를 댔다.

그러자 광해가 바로 껄껄 웃었다.


“스스로 늙었음을 탓했다면, 어찌 의병장으로 왜놈들과 싸운단 말이오. 내, 경이 그 누구보다도 건강하다는 것을 이번에 확인했소. 하여, 나와 약속하는 게 어떻겠소?”

“약속이라면······?”

“경이 2년 후에도 여전히 정정하다면, 그때는 내 곁에서 나를 꼭 도와주시는 거요.”


2년이라. 그때까지는 충분히 살아있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뭐라고 거절하나?’


핑계가 더 떠오르지 않는 걸 보니, 광해가 말한 약속을 지키고 싶은 모양이다.


“저하, 이렇게 신을 잘 봐주시니, 성은이 망극할 따름이옵니다.”

“약속하신다는 말로 알겠소.”

“허허허.”


정인홍은 다시 사람 좋은 웃음을 베어 물었다. 그런 그를 보며 광해가 속으로 말했다.


‘경은 원래 여든여덟까지 살았지.’


그것도 참수형이 아니었다면, 더 오래 살았을지도 모른다.

그게 못내 미안하다.


‘이번 삶에서는 그런 비극적인 일은 없을 거요.’


자신을 몰아낸 김류하고 손도 잡았다. 자신에게 그렇게 충성을 바친 정인홍을 내칠 이유는 없다.

이 생각으로 드디어 정인홍에게 휴식을 명한다.


“사람 욕심에 오늘 고생 많이 한 사람을 늦게까지 붙잡았소. 경도 들어가 푹 쉬시오.”


그 말에 고개를 숙이고 나오는 정인홍,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2년 후라고······?’


아무리 그래도, 그때는 금상이 여전히 이 나라에 왕일 텐데?

혹시 임금에게 약속이라도 받은 걸까?

설마 대리청정을 맡으신다는 건가?

2년이라는 말 때문에, 자꾸 의문이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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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6 +2 24.09.12 798 25 12쪽
70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5 +3 24.09.11 882 28 13쪽
69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4 +3 24.09.10 909 28 13쪽
68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3 +2 24.09.09 958 33 13쪽
67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2 +3 24.09.08 1,060 3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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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1 +3 24.08.30 1,231 39 12쪽
57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8 +4 24.08.29 1,245 44 11쪽
56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7 +2 24.08.28 1,205 37 11쪽
55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6 +6 24.08.27 1,256 42 12쪽
54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5 +5 24.08.26 1,282 42 12쪽
53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4 +1 24.08.25 1,303 4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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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2 +1 24.08.23 1,406 39 12쪽
50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1 +1 24.08.22 1,436 3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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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물속에서, 바다에서 - 7 +3 24.08.20 1,400 40 13쪽
47 물속에서, 바다에서 - 6 +1 24.08.19 1,425 46 12쪽
46 물속에서, 바다에서 - 5 +3 24.08.18 1,441 47 11쪽
45 물속에서, 바다에서 - 4 +2 24.08.17 1,446 4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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