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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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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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화력 조선 - 5

DUMMY

모든 일이 계획대로 이루어지지는 않겠지만, 이혼은 현실에서 김류와 시나리오를 몇 단계로 세우고 가다듬었다.

굵직한 것, 두 개만 들어보자면, 다음과 같았다.


- 첫째, 1592년 안에 임진왜란을 끝낸다.

- 둘째, 1593년 안에 선조를 상왕으로 밀어낸다.


그랬기에 정인홍에게 2년 후를 기약한 것이다.


‘의아하겠지.’


사실 계획이 틀어져, 2년 안에 선조를 상왕으로 밀어내지 못한다고 해도 상관없다.

정인홍의 출사는 국정에 분명 도움이 된다.

원래 그가 말년에 참수형을 당한 것은 이이첨 때문이다.

그는 늘 재야에 있던 정인홍을 팔아먹었으며, 그러다 보니 죄까지 함께 뒤집어쓴 것.

또한, 그 비극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혼은 그물망처럼 물샐틈없이 빌드업을 계속 해야 했다.

상주에서도 그랬지만, 안동에서도 한동안 머물며 민생을 돌본 이유가 바로 그것.

이 때문에 무관을 위주로 일부 대신들의 마음이 조급해지긴 했다.


“이러다가 왜놈들이 더 철저히 준비하는 건 아닐지, 걱정되오.”

“나도 그렇소. 기세를 몰아, 남하하는 게 좋으련만.”


그런 무신들의 불만을 잠재우는 일이 발생했다.

광해가 임시 군 편제를 들고나온 것이다.


“그동안 왜군과 싸우면서, 내가 우리 군에 비효율적이라고 느끼는 점이 있었소. 조총 위주의 일본군에 대응하여, 우리는 뚜렷한 대비책이 없었다는 거요. 그러다 보니, 기습이나 화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소. 경들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모두 공감하는 내용이었다. 그중 류성룡이 가장 적극적으로 답하였다.


“신 또한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광해가 웃었다. 실은 지금 입에 올리는 편제가 원래의 임진왜란에서 류성룡이 설치한 것.

그래서 혹시나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있나 싶어, 그에게 판을 깔아주었다.


“하면, 좌상은 어떤 생각을 했는지, 내 생각과 비교해 보고 싶구려. 말씀해 보시오.”

“실은······.”


이윽고 나오는 류성룡의 설계, 요약하면 다음과 같았다.


첫째, 조선도 조총수를 길러야 한다. 비록 전란 중이기는 하지만, 오히려 경험이 더 빠른 조총수를 양산할 것이다.


둘째, 일본군보다 못한 조총수였기에 궁수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사실 파괴력은 조종이 더 우위에 있지만, 사거리와 명중률은 활이 더 높다. 이 때문에 서로 상호보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비격진천뢰를 다루는 포수의 양성도 필요하다. 어떤 무기든 계속 전문적으로 다뤄야, 실력이 느는 법이다. 대완구도 마찬가지. 실은 이번에 안동 가산성을 칠 때, 대완구로 연습을 꽤 많이 했다. 정확히 정문 앞에 비격진천뢰를 떨어트리기 위해서다. 그 병력을 앞으로 계속 활용하지 않을 수 없으니, 아예 보직으로 편성하는 게 효율적이리라.


넷째, 조총수와 궁수, 그리고 포수를 보호하고, 나아가 근접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창, 검, 편곤으로 이루어진 살수가 더 많이 존재해야 한다.


마지막 다섯째, 현재의 병력을 이들 네 개의 보직을 각각 총수, 사수, 포수, 살수로 부른다. 총칭은 사수병이다. 그리고 지금부터라도 나누어 훈련한다면, 앞으로 적과 싸울 때 훨씬 더 효율적일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저는 이 편제를 훈련도감이라고 이름을 붙였사옵니다.”


대전이 문무 신료들이 모두 감탄하며, 탄성을 내질렀다.


“저하, 좌상의 설명이 귀에 쏙쏙 들어옵니다.”

“저도 그렇사옵니다.”


실로 대신 중 가장 명민하고 능란하며, 심성이 바르고 말솜씨가 있다는 이항복의 평가가 틀리지 않았다.

이혼 역시 그 평가에 100% 동감했다.

더구나 사람의 생각은 역시 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속으로 웃고 있었다.


‘왜란 때, 이 사람이 괜히 훈련도감을 만든 게 아니야.’


다만 한가지 대목에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원래의 훈련도감에서는 비격진천뢰를 다루는 보직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류성룡이 입에 올린 이유.

전쟁 초반부터 광해와 김류가 적극적으로 그 화기를 사용하고, 승리의 핵심이 되었다는 걸 눈으로 봤기 때문이다.

이에 광해는 고개를 끄덕이며, 류성룡의 건의에 힘을 실어줬다.


“내 생각과 조금 다르다면 모를까, 너무 똑같아서 정말 놀랐소.”

“그게 정말이옵니까?”

“그렇소. 다만 포수에 조금 추가할 병종이 있소. 신기전과 천지현황 총통을 다루는 이들이오.”

“아······.”


류성룡의 입에서도 탄성이 나온다. 뒤늦게 깨달았다. 비격진천뢰와 대완구 이전에 신기전과 총통이 있었다는 것을.

안타깝게도 경상도에 있던 신기전과 총통들은 모두 불량 화포였지만, 지난번에 도착한 이장손과 다른 화포장들이 보수하는 중이다.

고로, 앞으로의 전투에서 긴요하게 쓰일 수 있을지 모른다.


“모두 들으시오. 앞으로 크고 작은 싸움이 계속 벌어질 터. 그렇다면 임시로 효율적인 편제를 빠르게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하여, 훈련도감을 먼저 설치하고, 체찰사 류성룡이 도제조로, 순변사 이일을 제조로 임명하겠소.”

“······!”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이일은 그야말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현재 도제조란 직책은 비변사의 수장을 부르는 말이며, 삼정승이 돌아가면서 맡고 있었다.

동시에 도제조를 돕는 제조는 대개 병조와 호조 판서가 임명되었으니.

한데, 훈련도감의 수장을 도제조라고 부르며, 제조를 무관 이일에게 맡긴다?

이것이 좌우를 보고 눈치를 본 이유였으나,


“신, 류성룡 저하의 하교를 받아, 훈련도감 도제조로 최선을 다하겠나이다!”


먼저 류성룡이 나서자, 이일도 황급하게 고개를 조아렸다.


“신, 이일 저하의 하교를 받아, 훈련도감 제조로 최선을 다하겠나이다!”


그런데 광해는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갔다.


“또한, 앞으로 왜적과 북방을 모두 상대하기 위한 총사령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오. 언제까지 왕실이 나서서 전쟁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요. 어떻게들 생각하시오.”


이번에도 공감하는 내용이었으며, 모두 광해의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했다.

사실 이 자리에 모인 대신들은 광해가 처음 전장에 나설 때부터 함께 한 이들부터 최근에 합류한 의병장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전자들은 광해의 이해 못 할 지시를 이미 경험했다. 나중에 왜 그런 지시를 내린 것도.

그때는 반대도 했으나, 이번에는 너무나 합리적인 내용이라서 반대할 명분이 없었다.

또한, 후자들은 발언권이 약했다. 대체로 광해가 내려준 임시직이라서 문무 대신들이 그렇다고 말하면, 고개를 끄덕이며 따랐다.

그나마 정인홍이 직설적이고, 할 말 다 하는 사람이었으나.


‘저하께서 뜻이 있으리라.’


처음부터 말에서 내려 손을 붙잡아주고, 전날 자신을 불러서 깊은 이야기를 나눠준 광해의 의견에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이후에 나오는 광해의 발표도 마찬가지.


“총사령부는 어영청으로 부를 생각이오. 도제조는 나중에 인선할 계획이지만, 제조는 한시라도 빨리 뽑아야 할 것이오. 앞으로 왜적을 맞이하여 전략과 전술을 함께 세워야 하니 말이오. 해서, 도 순변사 신립을 제조로 임명하겠소.”

“······!”


신립은 이일보다 더 깜짝 놀랐다. 도제조가 공석이면, 실질적 수장은 제조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세자의 설명을 들어보니, 총사령부의 성격은 전시에 엄청난 군권을 틀어쥔다는 뜻.

이건 받지 않을 수 없는 가문의 영광이었다.


“신, 신립 저하의 하교를 받아, 어영청 제조로 최선을 다하겠나이다!”


여기서 마지막으로 광해는 그동안 늘 하던 말을 강조했다.


“다만 오늘 회의는 긴급 상황에서 임시로 정한 것이니, 나중에 전하께 말씀드린 후에 반드시 교지를 내려주도록 하겠소.”


다만 처음에는 ‘임시’란 단어에 광해가 선을 잘 지킨다고 생각한 대신들. 슬슬 저 말이 걸리기 시작했다.

대전 회의가 끝나고 삼삼오오 모여서 나누는 말만 들어도 알 수 있었다.


“저하께서 계속 임시라고 말씀하시는데, 만약에 금상께서 하교를 안 하신다면요? 그러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저도 그 부분이 좀 걸리더군요. 좌우 관찰사에, 병사는 물론 고을의 수령까지 임명되었습니다. 한데, 금상께서 안 된다고 하신다면요?”

“그럴 리가 있겠소? 저하와 우리가 피를 흘리며 왜적과 싸우고 있소. 자칫, 사기가 떨어지는 결정은 절대 안 하실 거요.”


사람은 받았다가 빼앗기는 것을 가장 민감하게 여긴다. 그래서 광해가 내린 임시직이 임금이 뒤집을까 염려된 것.

다행히 다음 날, 조정에서 교지가 내려왔다.


“과인은 세자 혼 이하 중신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다는 장계를 매일 받아보며, 한 편으로는 근심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고마워하고 있다. 또한, 세자 혼이 건의한 각 관직의 임명 요청에 다음과 같이 제수하고자 한다.”


심지어 친필이었다. 벼룩도 낯짝이 있는 법이라서, 임금은 최전선에서 싸우는 이들에게 분명히 미안한 마음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직접 교지를 쓰고, 세자의 건의를 모두 받아들였던 것.

물론 얼마 전 안동에서 임해군에게 들려간 장계를 아직 보지 못했기에, 지금의 교지는 상주에서 건의했던 내용만 답한 교지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신하들은 충분했기에, 특히나 훈련도감과 어영청에 제조로 임명된 이일과 신립이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또한, 함께 전쟁을 치러서 전우애까지 형성한 문신들도 이번만은 그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장군, 축하하오.”

“정말 잘된 일이오. 축하하오.”


이앙법 역시 마찬가지다. 전란으로 죽거나 행방을 알 수 없는 백성들이 많으니, 일시적으로 이앙법을 금하지 않겠다고 적혀있었다.

당연히 광해는 상주에서도 합두레에 속한 농민을 불러서 이앙법을 즉각 시작하라고 명을 내렸다.

그런 다음, 드디어 문무 대신들을 불러서 남하를 입에 올렸다.


“다음은 영천이요. 그리고 그곳은 아마 경주로 가기 전에 수복할 마지막 고을이 될 것 같소.”


이 말은 곧 영천을 탈환한 후, 경주로 직행하겠다는 의미.

대전에 있던 신하들의 심장이 두근댄다.


“척후에 따르면, 영천에는 2천, 경주에는 2만의 왜군이 있다고 하오.”


참고로 조선군의 병력 규모는 현재 4만을 넘어 5만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안동에 있는 동안에도, 속속 정규군과 의병들이 합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마 영천에서도 얼마간 머물겠지?’

‘그사이 병력이 6만을 넘어간다면, 경주에 있는 2만도 제압할 수 있으리라.’

‘공을 더 세울 기회다. 그리고 저하께서는 절대 상을 미루는 분이 아니다.’


논공행상을 확실히 하는 광해군.

이 효과일까? 얼마 전까지 형성했던 좌절과 실망의 분위기는 완벽하게 사라졌다.

이제는 자신감으로 채워지며, 안동을 떠나는 병력의 군가까지 흥얼거리는 이도 나오기 시작했다.


“높은 산! 깊은 골! 적막한! 산하!”


급기야 영천 앞에 섰을 때, 더 고무적인 소식이 들어왔다.


“저하! 보은을 포위한 왜적이 크게 패주한다고 하옵니다!”


이혼의 입꼬리가 다시 위로 올라갔다.


‘김류, 네가 또 해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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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8 24.09.14 572 25 12쪽
72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7 +3 24.09.13 749 28 12쪽
71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6 +2 24.09.12 798 25 12쪽
70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5 +3 24.09.11 881 28 13쪽
69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4 +3 24.09.10 908 28 13쪽
68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3 +2 24.09.09 956 33 13쪽
67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2 +3 24.09.08 1,059 33 12쪽
66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1 +2 24.09.07 1,038 36 12쪽
65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8 +2 24.09.06 1,099 36 12쪽
64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7 +1 24.09.05 1,053 3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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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5 +4 24.09.03 1,113 40 11쪽
61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4 +1 24.09.02 1,137 3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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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2 +1 24.08.31 1,164 40 12쪽
58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1 +3 24.08.30 1,231 39 12쪽
57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8 +4 24.08.29 1,244 44 11쪽
56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7 +2 24.08.28 1,204 37 11쪽
55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6 +6 24.08.27 1,256 42 12쪽
54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5 +5 24.08.26 1,282 42 12쪽
53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4 +1 24.08.25 1,303 40 12쪽
52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3 +3 24.08.24 1,353 45 11쪽
51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2 +1 24.08.23 1,406 39 12쪽
50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1 +1 24.08.22 1,435 39 12쪽
49 물속에서, 바다에서 - 8 +1 24.08.21 1,429 44 12쪽
48 물속에서, 바다에서 - 7 +3 24.08.20 1,400 40 13쪽
47 물속에서, 바다에서 - 6 +1 24.08.19 1,424 46 12쪽
46 물속에서, 바다에서 - 5 +3 24.08.18 1,439 47 11쪽
45 물속에서, 바다에서 - 4 +2 24.08.17 1,446 4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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