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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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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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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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화력 조선 - 6

DUMMY

39.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6


그 시각, 한양.

임금과 대소신료가 편전에서 임해군을 맞이하고 있었다.

이미 이진이 도착했다는 보고를 들어서 이렇게 나왔으나, 임금의 얼굴에는 의아함이 서려 있었다.

그런 그의 앞에 이진이 털썩 엎드린다.


“어찌 네가 왔느냐?”


이진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들어 임금을 바라보았다.

생각이 복잡한 눈빛이다. 실은 핑계를 만들어 왔지만, 아직은 풀 때가 아니라서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래서 일단 다음의 말을 꺼냈다.


“전하, 세자의 장계를 가져왔습니다.”


임금이 명하여, 영의정 이산해가 장계를 받아 들었다. 그리고 읽어가는데,


“신(臣) 광해, 삼가 아뢰옵니다.

신은 전하의 은덕으로 안동을 수복하였사옵니다. 적군 천 명이 동학 가산성에 웅거하고 있었으나, 신이 이끄는 군사와 의병들이 합심하여 성을 공략하였습니다.

대완구와 비격진천뢰를 사용하여 성문을 파괴하고, 김성일 관찰사가 이끄는 선봉대가 성으로 돌진하여 적을 무찔렀습니다. 의병장 곽재우, 권응수, 정인홍 등도 큰 공을 세웠습니다.

결과적으로 적 삼백을 사살하고 칠백을 포로로 잡았으며, 안동을 완전히 수복하였습니다. 이로써 경상도 북부 지역 탈환의 발판을 마련하였사옵니다.

신은 앞으로 영천을 거쳐 경주로 진군하여 적을 몰아내고자 하오니, 전하께서는 군량과 병력 보충, 그리고 화약 등의 병기를 허락하여 주시기를 간곡히 청하옵니다.”


이번에도 세자가 큰 공을 세운 내용이었다.

장계를 들은 후, 편전에 모인 대신들 사이에서 술렁임이 일어났다.


“또 한 번 큰 승리를 거두셨군.”

“세자께서 참으로 대단하시오.”

“이렇게 계속 승전보가 이어지니 희망이 생기는구려.”


일부 대신들은 감탄의 목소리를 숨기지 않았고, 또 다른 이들은 의미심장한 눈빛을 주고받았다.

그러나 일부 대신들은 걱정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은 세자의 권력이 점점 커지는 것 같아, 슬슬 전쟁 이후를 생각해야 했다.


‘파천에 실패한 임금과 전쟁 영웅 세자라······.’

‘한데, 지금 세자의 곁에 있는 신하들이 일등 공신이 되겠군.’


이때, 우의정 이양원이 앞으로 나서며 선조에게 말했습니다.


“전하, 세자께서 이렇듯 큰 공을 세우시니 실로 다행이옵니다. 세자의 영명하심과 전하의 성덕이 함께 빛을 발하여 나라를 구하고 계시니, 신들은 감격하여 마지않습니다.”


영의정 이산해도 거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세자께서 전장에서 큰 공을 세우시는 한편, 백성들의 마음도 얻고, 의병도 잘 다루시니, 이는 모두 전하의 훌륭한 가르침 덕분이옵니다.”


기뻐해야 하는 이연, 다소 복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식을 잘 키웠다는 칭찬에 자부심도 들었지만, 원인 모를 불안감도 숨길 수 없었다.

여기에 대고, 임해군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소신, 실은 세자의 명으로 급히 돌아왔사옵니다.”

“뭐라? 네가 온다고 한 게 아니라, 세자가 보냈다?”

“그렇사옵니다.”

“그 까닭은 무엇이냐?”

“그것이······.”


이진의 눈에 교활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 어떻게 말해야 아버지와 동생을 이간질하나, 오는 동안 준비했지만.


‘여기서 잘해야 한다.’


나중에 들킬지언정, 지금은 잘 지어내는 게 중요했다. 그래서 잠시 숨을 고르며 주변 신하들의 반응을 살핀 뒤에, 그들의 관심이 집중되자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사실 세자의 언행이 걱정되는 바가 있사옵니다.”

“무슨 말이냐? 세자가 어찌하였단 말이냐?”

“신이 보기에, 세자가 과도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습니다. 특히, 관직을 마음대로 임명하고, 이앙법을 허용하니 나라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것 아닙니까? 더욱이 의병장들을 끌어들인다는 것, 자칫 세자의 세력이 커진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습니다.”

“음······.”


이진의 말은 임금의 불안감을 제대로 건드렸다. 그렇지만 이 자리에 있는 대소신료들은 임해군의 평소 행실을 잘 아는 사람.

단 한 명도 그의 말을 믿는 사람이 없었다. 하여, 임금에게 재빨리 간언하기 시작했다.


“전하, 임해군의 말씀은 과장된 것으로 보입니다. 세자께서는 위급한 전시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신속한 결정을 내리신 것뿐입니다. 오히려 그 덕분에 연이은 승리를 거두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이앙법 허용도 전쟁으로 인한 식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보입니다. 세자께서는 백성들의 고통을 헤아리고 계신 것입니다.”

“전하, 세자께서는 전장에서 탁월한 지휘력을 보이고 계십니다. 의병장들을 끌어들이는 것 역시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한 현명한 판단입니다. 또한 세자의 결정들은 모두 나라와 백성을 위한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산해와 이양원의 말에 이어, 마지막으로 이항복의 분석에 여러 대신이 동의의 뜻을 표했다.

임금의 표정은 여전히 좋지 않았으나, 신하들의 말을 반박할 수가 없었다.

그때였다. 급한 발걸음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허둥지둥 편전으로 들어왔다.


“전하! 긴급히 알려야 할 장계가 도착했습니다!”


임금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무슨 일이냐?”


다시 영의정 이산해가 장계를 읽어갔다.


“진주 목사 김시민의 장계입니다. 왜군이 대규모로 진주를 공격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수가 수만에 이른다고······”


편전 안이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습니다. 동시에 좀 전까지 세자의 승리를 좋아하던 신하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퍼져나갔다.

불행하게도,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또 다른 장계가 급히 들어왔다.


“전하, 전라 좌수사 이순신의 장계가 도착했습니다!”

“이순신의 장계라고? 어서 봐야겠다.”


조선에 귀중한 첫 승을 알린 이가 이순신이다. 더구나 비변사에서 수군의 활약으로 적의 보급이 끊길 것 같다는 분석이 올라왔다.

이에 비록 진주에서 긴급한 장계가 왔지만, 또 한 번 승리를 기대하며 영의정에게 읽게 했는데.


“왜군이 대규모 함대를 동원해 병력과 보급을 보충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규모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고······.”


순간, 임금의 얼굴이 창백해졌습니다.

편전 안은 무거운 침묵에 휩싸였습니다.


“이럴 수가······. 저놈들은 도대체 얼마나 많이······, 준비한 것인가?”


임금이 자기도 중얼거렸습니다. 그의 눈에는 다시 공포와 절망이 깃들었다.

그걸 보며, 도승지 이항복이 조심스레 앞으로 나섰다.


“전하, 이런 위급한 상황일수록 세자를 더 믿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세자가 보여준 지략과 용기라면, 이 위기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이산해도 거들었습니다.


“그렇사옵니다. 지금은 다른 생각을 할 때가 아니옵니다. 오로지 세자의 모든 요청을 들어주고 나서, 왜적들을 몰아내는 게 급선무인 줄 아뢰옵니다.”


선조는 잠시 깊은 생각에 잠겼다가 좌중을 바라봤다. 그의 눈빛은 이미 망설임에서 결심으로 이동해 있었다.


“경들의 말이 옳다. 세자의 모든 청을 즉시 허락한다. 군량이든, 병력이든, 무기든 세자가 요구하는 대로 다 보내도록 하라. 모든 관직 제수도 마찬가지다. 하여, 지금 당장 전령을 보내 세자에게 이 뜻을 전하도록 하라.”


순간, 임해군의 얼굴이 굳어졌지만, 아무도 그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 모든 이의 관심은 오직 전쟁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집중되어 있었다.


‘제기랄······.’


하늘은 또 한 번 세자를 돕는 것 같았다. 그러나 또 기회가 오겠거니 생각하며, 이진은 슬쩍 뒤로 물러섰다.


* * *


임금 이연이 각지에서 들어온 장계를 받았을 때, 이순신은 가덕도에서 일본의 대규모 함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거제도에 막 정박한 적들이 부산으로 향할 때, 길목을 지키며 상대하려는 계획이었다.

다만 정확한 적의 규모를 알아보기 위해서, 탐방 군관 임준영에게 확인을 명했는데.


“적의 함선은 301척이었사옵니다.”


가덕도에 꾸려놓은 임시 군영의 분위기가 순간적으로 냉각될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이순신은 평정심을 잃지 않고, 임준영에게 계속 물었다.


“전부 전투함인가?”

“보급과 병력을 실은 배가 120척이었사옵니다.”


이 말은 곧 181척이 전투를 벌이기 위한 함선이라는 뜻.


“그중 대형 안택선이 일곱 척이며, 나머지가 모두 중형 안택선이었사옵니다.”


이미 왜의 수군을 두 차례 대파한 경험이 있던 이순신이었다.

대형 안택선은 조선의 판옥선보다 열 자가량 더 크다. 반면, 중형 안택선은 절반 정도의 크기.

둘 다 판옥선보다 빠른 속도가 장점이었지만, 단점 또한 명확했다.

조선의 바다에서 조류가 강하고, 암초가 많았다.

그런데 바닥이 평평한 판옥선과 다르게, 안택선은 아래쪽으로 뾰족한 첨저형이었다.

그동안 이순신은 그 이점을 살려, 그들을 유인하고 섬멸하는 작전으로 승리를 거두었다.

지금도 그러려고 했는데, 누군가의 반대가 나왔다.


“좌수사. 이번만은 왜적의 함선을 치는 것에 신중하길 바라오.”


경상 우수사 원균이었다.


“대형 안택선이 일곱, 중형만으로 백칠십이라면, 서른네 척의 판옥선으로는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오.”


그러자 첨사 김완이 즉시 그 숫자를 정정했다.


“우수사 영감께서는 어찌 그렇게 말씀하시오? 판옥선만 언급하면, 우리가 과하게 열세인 줄 알겠소.”

“어허, 판옥선을 제외하면, 잡다한 배가 예순여 척 아니더냐? 그게 무슨 힘이 된다고?”

“지금까지 그런 배들로 우리보다 더 많은 숫자의 안택선을 모두 침몰시켰소.”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

“엄밀히 따지면, 전란 초과 지금이 다르지요. 우리에게 영감께서 자침한 쉰여섯 척만 더 있었어도, 이렇게 어려운 해전을 벌이지는 않았을 것이옵니다.”

“이놈이!”


그때 이순신이 나섰다.


“그만!”


그러자 말다툼하던 원균과 김완이 입을 닫고 서로를 노려보았다.

이순신이 말을 꺼냈다.


“적의 대군이 지척이오. 우리끼리 서로 다투는 것은 허락하지 않겠소. 또한, 우리가 비록 숫자에서 적으나, 지형을 더 잘 알고 거북선도 있소이다.”


원균이 또 토를 달려고 했지만, 이번에는 조방장 정걸이 손을 들어 그를 제지했다.


“더 들어보세.”


품계와 벼슬이 낮지만, 정걸은 일흔 후반의 고령의 장수. 이순신과 원균보다 30년이나 앞서 수군을 경험했다.

당연히 전라 좌수사와 경상 우수사 또한 역임했는데, 무엇보다도 판옥선의 설계자였다.

고로, 직책만 전라 좌수영의 조방장이었을 뿐, 실제로는 이순신이 몇 차례나 요청해서 고문 역할을 하는 상황.

그러다 보니, 원균도 속으로 앓는 소리를 내며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곧 이순신이 짧으면서도 핵심적인 전략을 좌중에 명한다.


“우리는 적의 보급선만 노릴 것이오. 이를 위해서, 안택선과 보급선을 따로 떼어놓을 것이며, 양쪽 부대의 틈새가 벌어질 시 보급선을 침몰시킬 계획이오.”


쉬운 일은 아니었고, 어쩌면 희생도 각오해야 했다.

그러나 지난 두 번의 승리가 자신감을 불러일으켰을까?

이어지는 이순신의 구체적인 작전을 듣는 무장들의 표정에 결의가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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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8 24.09.14 574 25 12쪽
72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7 +3 24.09.13 749 28 12쪽
71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6 +2 24.09.12 798 25 12쪽
70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5 +3 24.09.11 882 28 13쪽
69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4 +3 24.09.10 909 28 13쪽
68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3 +2 24.09.09 958 33 13쪽
67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2 +3 24.09.08 1,060 3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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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1 +3 24.08.30 1,231 3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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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7 +2 24.08.28 1,205 37 11쪽
55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6 +6 24.08.27 1,256 42 12쪽
54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5 +5 24.08.26 1,282 42 12쪽
53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4 +1 24.08.25 1,303 40 12쪽
52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3 +3 24.08.24 1,354 45 11쪽
51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2 +1 24.08.23 1,406 39 12쪽
50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1 +1 24.08.22 1,436 39 12쪽
49 물속에서, 바다에서 - 8 +1 24.08.21 1,430 44 12쪽
48 물속에서, 바다에서 - 7 +3 24.08.20 1,402 40 13쪽
47 물속에서, 바다에서 - 6 +1 24.08.19 1,427 46 12쪽
46 물속에서, 바다에서 - 5 +3 24.08.18 1,441 47 11쪽
45 물속에서, 바다에서 - 4 +2 24.08.17 1,447 4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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