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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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안
작품등록일 :
2024.07.0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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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화력 조선 – 7

DUMMY

두 번의 해전에서, 이순신에게 크게 패한 일본은 이제 상황이 급해졌다. 이대로 제해권을 조선에 장악당할 경우, 보급과 원군에 큰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도도 다카토라를 총사령관으로 임명했고, 그의 휘하에 쿠키 요시타카와 가토 요시아키 등을 배치한 뒤, 무려 182척의 함대를 파견했다.

당연히 안전한 보급과 원군을 위한 결정이었는데, 여기서 문제는 다카토라의 공명심이었다.


‘흥, 이순신이라고?’


그가 히데요시를 섬기기까지, 주군을 수차례 바꿨는데도 중용된 이유가 있었다. 축성술, 지상전, 심지어 해전까지 가능한 만능형 장수였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제해권을 지키라는 임무를 부여받았으니, 반드시 공을 세우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그러다 보니, 출발부터 거제도에 올 때까지 거의 쉬지 않고 항해했다. 이에 대해 경험 많은 장수들이 항의했으나, 다카토라는 이미 전공 욕심에 눈이 어두워진 상황.


“조선의 함선은 백 척 내외라고 들었소. 그것도 제대로 된 함선은 서른 척 내외. 보급선을 빼고도 백여든 두 척이 있는 우리가 너무 신중히 접근한다면, 병사들의 사기가 꺾일 수밖에 없을 거요.”

“그래도 거제도에서는 쉬어가는 게 좋을 듯합니다. 더구나 정찰선에 따르면, 가덕도에 이순신이 대기하고 있다지 않습니까?”


다카토라에게 휴식을 건의한 이는 쿠키 요시타카. 그는 얼마 전 옥포에서 이순신에게 크게 당한 장수였다.


“장군은 혹시 겁이 나는 거요?”


다카토라는 슬쩍 요시타카의 자존심을 건드렸으나, 오히려 역효과만 불러왔다.


“뭐요? 어찌 그런 말을!”


발끈한 요시타카를 보며, 어쩔 수 없다는 듯, 다카토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알겠소. 그럼, 하루만 쉬어가겠소. 내일 아침에 출발하리다.”


하루라고 했으나, 실제로는 이날 저녁에 정박했으니, 휴식은 반나절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회의가 끝나고 요시타카가 가토 요시아키에게 투덜댔다.


“이렇게 무리한 강행군은 격군들을 피로를 가중할 뿐이야. 전투가 시작되기도 전에, 지쳐버릴걸?”


원래 장거리 출전에서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한 부분은 격군들의 체력이었다. 그걸 아는 요시아키도 한숨을 내쉬었다.


“휴, 그래도 우리가 어쩌겠나? 관백께서 지휘를 다카토라에게 맡겼는데.”


요시아키 역시, 송미포에서 이순신에게 당한 장군이었다.

즉, 이순신이 두 번 승리했을 때의 희생양이 이들 두 사람이었으니.


“걱정이네. 이 비정상적인 전략의 끝이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질까.”

“말이 씨가 되는 법이네. 행여라도, 누가 들을 수 있으니, 입조심 하게.”

“끙······.”


요시아키의 조언이 틀린 말은 아니라서, 요시타카는 앓는 소리를 내며 입을 꾹 닫았다.

그리고 다음 날, 피로가 다 가시지도 않은 새벽에 전원 기상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무슨 일이냐?”


잠이 부족했던지, 요시타카는 깨운 군관을 향해 신경질을 냈다. 그렇지만 다음 말을 듣고 정신이 확 깼다.


“적선이 나타났다고 하옵니다.”

“뭐라?”


요시타카는 얼른 출격을 준비하고, 막사 바깥으로 나갔다. 여기서 그보다 한발 먼저 준비한 다카토라를 만나게 됐다.


“얼마 되지 않는 함선이요. 그것도 적의 주력 함선이 아니라, 고기 잡는 배인 거 같다고 하더이다.”

“그렇다면 유인 작전인 게 분명하옵니다. 지난번에 주력 함선보다 훨씬 빠르다는 걸 확인했소.”

“유인이라······. 흥, 어처구니없소. 그런 걸 해서, 뭘 어쩐단 말이지? 우리 세키부네보다 절대 빠를 수는 없을 거요.”


그 말은 사실이었다. 세키부네는 첨저선이라서, 속도에 유리한 구조를 갖춘 배였다.


“하지만 격군들이 지쳐있소.”

“가당치 않소. 충분히 휴식했는데, 그게 무슨 말이오?”

“타지에서 첫날부터 제대로 자는 병사가 얼마나 있다고 그러시오? 나 역시 잠을 설쳤소.”

“어허, 장군은 전쟁을 앞두고 자꾸 사기 떨어지는 소리만 할 거요?”

“그게 아니라······.”


이쯤에서 가토 요시아키도 모습을 드러냈는데, 그는 연신 요시타카에게 고개를 흔들어댔다. 다카토라에게 그만 반항하라는 신호였다.


‘젠장······.’


결국, 요시아키의 신호를 받아들여서, 요시타카는 한발 물러섰다. 어쨌든, 총사령관은 다카토라였다. 자칫, 주변에 항명으로 비칠 수 있었으니.


“소장이 잘못했소. 명령을 내리면, 군말 없이 따르겠소.”


일단은 따른다. 그러나 만약 경고를 듣지 않고, 이번에 패한다면?


‘나중에 책임을 묻겠다. 반드시.’


요시타카의 눈빛이 시리도록 차가워졌다.


* * *


요시타카가 예상한 대로, 조선의 수군은 뻔히 보이는 유인 작전을 펼쳤다. 이 계책에 편승하고 직접 나서겠다고 한 장수는 만호 정운이었는데, 그는 이순신의 휘하에서 가장 호전적인 인물이었다.

작전을 위해 출발하기 전, 이순신이 그에게 물었다.


- 적이 유인에 걸려들지 않는다면, 공은 어떻게 할 것이오?

- 분명, 걸려들 것이옵니다.

- 어째서요?

- 적의 중형 안택선은 우리 조선의 그 어떤 함선보다 빠르옵니다. 이에 유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함정에 빠지기 전에 우리 배들을 침몰시킬 수 있다고 자신할 것이옵니다.

- 하면, 그렇게 빠른 중형 안택선을 어떻게 따돌릴 것이오?

- 아무리 빨라도, 우리를 따라잡을 수는 없사옵니다.

- 그건 또 왜 그렇소?

- 준영의 말을 들으니, 왜에서 거제도까지 오는 동안에 적은 강행군을 했다고 하옵니다.


탐망 군관 임준영은 탁월한 정찰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조선의 바다에서 일본의 바다까지 깔린 고기잡이배를 활용했다.


- 격군들의 피로는 하룻밤 새, 씻은 듯이 사라질 수 없사옵니다.


정운은 더 나아가, 보급선이 아닌 안택선과도 정면 승부를 입에 올렸다. 하지만 이순신은 신중했다.


- 적의 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되오. 우리 또한 그러하지. 지금은 적 보급선을 끊는다는 목표가 우선이요. 하나, 그 이후에 변수가 생기고,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얻는다면, 내, 공의 의견을 받아들이겠소.


이렇게 해서, 여기까지 나선 정운.


“장군! 적 함선이 오고 있사옵니다.”


부하 장수의 보고에 따라 손을 눈 위에 대고 먼바다를 보니, 안택선이 시야에 들어왔다.

정운이 명령했다.


“모든 격군들에게 전하라. 가덕도를 향해 전속력으로 움직인다!”

“네, 장군!”


예상대로 적은 유인 작전에 걸려들었다. 그런데 아직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확률도 미지수다. 장담은 했지만, 실제로 적 함선을 따돌릴 수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


‘그냥 따돌려서도 안 된다.’


적당한 거리를 계속 유지하게 해야 한다. 때로는 속도가 좁혀질 듯, 더 나아가 때로는 잡힐 듯······. 적을 완벽하게 속여야 한다.

정운을 주먹을 쥐고 이순신을 떠올렸다. 자신보다 두 살 어리지만, 마치 형과 같은 그가 어딘가에서 지켜보는 것 같았다.


‘좌수사, 내가 꼭 성공할 것이오!’


포작선을 개조한 함선에 속도가 붙기 시작한다. 오늘따라 짠 바닷바람이 그렇게 상쾌할 수 없었다.


* * *


도도 다카토라는 정운과 비슷한 기분을 느꼈다. 가장 앞에서 쫓는 세키부네가 금방이라도 적의 함선들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시 거리가 벌어지자,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아니, 저것들이······.”


답답했다. 그래서 명령했다.


“안 되겠다. 전 함대 앞으로 나아가라.”


부하 장수가 간언이랍시고, 얼른 말한다.


“격군들이 어제와 좀 다르옵니다. 잠을 제대로 못 잔 듯, 힘이 떨어지고 있사옵니다.”


순간, 다카토라의 미간이 모였다. 그리고 화를 억누르는 듯한 표정으로 부하 장수에게 말했다.


“너도 겁쟁이 쿠키와 같은 생각이더냐? 격군들이 피로해서 전쟁을 수행할 수 없다?”

“그, 그런 것이 아니오라······.”

“시끄럽다! 전시에 힘들지 않은 이가 누가 있단 말이냐? 어서 가서 격군들을 독려하지 못할까?”

“네, 도노!”


서둘러 그의 명령을 전하는 부하 장수의 머릿속에 불길함이 가득 찼다.

사실 격군들의 피로는 단순히 힘이 없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피로한 격군은 노를 젓는 속도와 힘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반응 속도도 느려지기 때문이다.

이는 전투 중 빠른 방향 전환이나 긴급 상황 대처에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우리 함선의 기동성과 전투력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니.


‘휴, 모르겠다······.’


그는 타지에서 물고기 밥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빌었다.


* * *


도도 다카토라 앞에서 최전방에 나선 이가 바로 쿠키 요시타카였다. 역시나 격군들의 피로도가 영향을 미쳤는지, 함선의 속도에 탄력이 붙지 않았다.

그런데.


“도노, 본진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사옵니다.”


부하 장수의 말에 뒤를 보니, 백수십 척이 속도감 있게 따라붙고 있었다.

요시타카의 표정이 굳었다.


“이런······.”


다카토라의 의도를 읽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선봉은 더 속도를 올려라!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유인하러 온 조선의 함선들에 부교를 내린 뒤에 백병전으로 끝내야 한다!


“도도! 너는 숫자의 우위만 믿는 멍청이냐?”


사실 다카토라는 그렇게 어리석은 장수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초반 일본의 압도적인 진격이 이런 자만과 방심을 만들었다.

요시타카도 그랬기에, 다카토라의 심리를 파악할 수 있었지만.


‘젠장······.’


최고 사령관이 자신이 아니었기에, 다카토라의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격군들을 독려한다! 모두 붙어서 노를 저어라!”

“도, 도노!”

“어서!”


책임은 요시타카가 아닌 다카토라가 지는 것. 또한, 조선의 유인 작전은 확실해 보였으니.


‘그래, 어쩌면 내가 예전에 당했다는 게 나한테 영향을 미쳤는지도 몰라.’


아군의 함선은 182척, 숫자의 차이가 반드시 우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함정에 빠지지 않는다면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적의 함선이었다. 이제는 오히려 요시타카가 부하 장수에게 호통을 쳤다.


“격군들은 뭘 하는 거냐? 더 힘을 내라. 더!”

“네, 장군!”


하지만 끝내는 따라붙지 못하고, 저 앞에 섬이 보였다. 전쟁이 시작되고 조선을 수차례 왕복한 요시타카는 저 섬이 가덕도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말했다.


“그만! 멈추거라!”


그는 이순신이 잘 쓰는 함정과 매복이 있으리라 확신했다. 또한, 아무리 공명심에 눈이 먼 다카토라도 더는 재촉하지 않으리라고 믿었다.

역시나 다카토라도 근처에 와서 속도를 늦췄고, 혹시나 매복이 있을지 모르는 곳에 정찰선을 보냈다.

그런데 잠시 후, 다시 돌아온 정찰선은 일본의 수뇌부를 혼란에 빠트리는 내용을 전했으니.


“적선이 하나도 없습니다. 아까 쫓았던 적의 함선 다섯 척도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습니다.”


순간, 대장선에 모인 다카토라도, 요시아키도, 요시타카도 머릿속에 스쳐 가는 불길한 생각이 떠올랐으니.


“설마······.”

“보급선?”

“그렇소이다! 보급선이오! 이순신이 보급선을 공격하러 간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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