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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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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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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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화력 조선 - 8

DUMMY

그 시각, 이순신의 함대는 가덕도를 돌아서, 칠천량으로 진입했다.

원래라면 왜군은 옥포를 찍고 조선에 있는 부산 본영으로 향했을 것이다.

옥포가 부산에 훨씬 더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먼 바다일지언정, 이순신의 함선들이 부산 전방에 계속 있다는 것을 알면서, 그들은 반대편이 칠천량을 끼고 정박했다.

이곳은 거제도와 칠천도 사이에 있는 좁은 해협으로, 한꺼번에 많은 함선이 들어가지 못한다.

그런 칠천량을 따라 이순신의 함대는 유유히 이동했고, 드디어 장문포 깊숙한 곳에서 보급선을 발견했다.


“영감, 보급선을 지키는 함선이 고작 세 척이라 하옵니다!”

“즉시 들어가서, 각자의 판단에 따라 발포하라!”


최종 결정이 나오기까지 신중한 이순신, 막상 전투에 임해서는 신속한 명령으로 조선의 체증을 풀어주었다.

사실 장문포도 항아리 모양으로 들어간 협로 안에 있다. 적은 숫자로 대군을 막기 유리하긴 하지만, 그건 지형을 제대로 사용하는 사람들에 한해서다.

더구나 조선 수군의 기습을 조금도 예측하지 못했기에, 이미 항아리의 입구를 허용하고 말았다.

그게 이들의 운명을 좌우했다.


“발포하라! 단 한 척도 살려두지 마라!”

“발포! 모두 발포하라!”


쾅! 쾅! 쾅! 쾅!


엄청난 함포 소리와 함께 일본군 병사들의 비명이 뒤섞였다.


“으악!”

“살려줘!”


갑작스러운 공격에 당황한 적군은 우왕좌왕했다. 일부는 조총을 들고 저항하려 했지만, 대부분은 공포에 질려 배에서 뛰어내리거나 숨을 곳을 찾아 헤맸다.


“도망쳐라!”

“도대체 이게······ 어디서 나타난 거냐?”

“덫에 걸렸다! 모두 탈출하라!”


제일 먼저 수장된 배는 대형 안택선, 즉, 아다케부네였다. 혹시 몰라서 도도 다카토라가 장수 하나를 두고 떠났지만, 그는 보급선을 뒤에 두고 장렬하게 물고기 밥이 되었다.

아다케부네를 따르는 중형 안택선, 세키부네의 운명도 다르지 않았다. 판옥선의 함포는 용서를 몰랐다.


쾅! 쾅! 쾅! 쾅!


재차 터지는 우레와 같은 소리와 함께 두 척의 세키부네가 금세 수면 아래로 꺼져갔다.

이것이 시작이었다.


쾅! 쾅! 쾅! 쾅!


조선의 판옥선 갑판에서 나오는 굉음이 다시 불을 뿜었다. 혹시나 보급선을 강탈해서 군량을 확보하겠다는 일말의 망설임조차 없었다.


“서둘러라! 적이 다시 돌아오기 전에 모두 침몰시켜야 한다!”

“쏴라! 발포하라!”

“즉시 우현으로 배를 돌려라!”


함포 사격 연습이라도 하는 걸까? 좌열에서 포를 쏘고, 다시 90도로 배를 돌려, 뱃머리에서 포를 쏘고, 다시 90도로 배를 돌려 우열에서 포를 쏘았다.

멀리서 보면 장관이었으나, 보급선에 탄 왜의 병력 처지에서는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일부 거제도로 탈출한 왜병들도 있긴 했다. 그러나 대다수가 조선의 빠른 기습에 오늘 용왕을 만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120척의 보급선이 바다 밑으로 꺼져갔고, 이쯤에서 이순신은 곁을 지키는 송희립에게 명령 하나를 내렸다.


“정 첨사가 무사히 돌아왔는지 확인하라!”


이 긴급한 순간에도, 이순신은 부하 장수를 챙겼다. 동시에 다른 내심도 있었다.


‘그가 복귀했다면, 적들 역시 가까이 왔을 것이다.’


역시나 정운의 배가 보이기 시작한다는 말을 듣고, 이순신이 다시 명령했다.


“전 함선 서둘러 칠천량으로 향한다!”


적이 좁은 해협에서 사용하려던 전술, 이번에는 이순신이 활용할 생각이었다.

그렇다고 적과 꼭 싸우기 위한 것은 아니다.

아무리 좁은 곳이라지만, 180여 척의 적 함선과 부딪친다? 더구나 보급선을 다 침몰하기 위해서 화약을 무지막지하게 썼는데?

이순신은 승리의 기쁨을 갈무리하면서, 냉정하게 현실을 파악했다.

적의 보급선을 파괴함으로써 그들의 전진을 늦출 수 있겠지만, 동시에 모든 걸 잃은 적을 더욱 공격적으로 만들 수도 있었다.


‘적의 주력은 아직 건재하다. 좁은 칠천량을 활용해서 겨루면, 우리가 승리할 수는 있겠지만, 아군의 피해 또한 단단히 각오해야 한다.’


그래서 유리한 길목에 있는 조선의 함선들을 보고, 적장이 냉정하게 판단하길 바랐다. 이미 보급선을 잃었으니, 그냥 뱃머리를 돌려 퇴각하기를.

잠시 후, 칠천량에 도착했을 때는 송희립에게 이 내용을 또 전달하게 했다.


“비록 우리가 적의 보급을 끊는 목표를 이뤄냈으나, 절대 방심해선 안 된다. 180여 척의 왜적 함선들이 곧 도착할 것이다. 모두 단단히 마음먹도록 하여라!”

“네, 장군!”


이 말을 전해 들은 각 함선의 장수들은 승리의 기쁨과 함께 다가올 전투에 대한 긴장감이 교차했다.

각 함선의 병사들 역시 마찬가지. 이겼다는 흥분으로 들떠 있었지만, 다른 이들은 다가올 전투에 대한 두려움을 감추지 못했다.

누군가의 침 넘기는 소리가 들린다.


꿀꺽.


어쩌면 연이어 해전이 또 한 번 더 발생할 수도······.


* * *


처음 이순신의 유인 작전에 말려든 도도 다카도라의 머릿속은 백지처럼 하얘졌다. 이번 승리가 전체 전쟁의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그 막중한 책임이 가슴을 짓눌렀다.

당연히 즉시 뱃머리를 돌려, 장문포로 돌아가라는 명령을 내렸으나, 가는 동안에는 정신을 점점 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칠천량에서 본 조선의 함대를 확인했을 때는 원래의 냉정한 만능형 장수로 돌아왔다.


“음······.”


히데요시의 통일 전, 다카도라가 패한 적이 없었을까? 당연히 있었다. 그때마다 감정적으로 대응했나? 절대 아니었다.

이번만은 뭐에 씌운 듯, 여기까지 왔지만.


‘도도 다카도라, 이럴수록 집중해야 한다!’


스스로 채찍질하며,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적장 이순신을 떠올렸다. 앞서 그와 상대한 가토 요시아키와 쿠키 요시타카의 조언도 함께 곱씹었다. 그러자 결론이 나왔다.


‘이순신······, 그는 분명 우리의 다음 행동까지 예측할 것이다.’


다카토라는 재빨리 각 함선의 장수들에게 대장선으로 건너오라고 명령을 내렸다. 그러고는 먼저 일어나서 그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깨끗이 사과했다.


“내 과오요. 내 실수요. 그대들의 조언을 무시하고, 그로 인해 우리는 큰 타격을 입었소.”


그가 이렇게 나오자, 요시아키와 요시타카 등의 장수들이 모두 한마디씩 했다.


“도도, 고개를 드시오. 당신은 우리의 총지휘관이요.”

“패전은 병가의 상사요.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때 장수들의 말을 받아, 다카토라가 눈에 힘을 주었다.


“그렇소이다!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소! 해서, 이순신이 우리를 어떻게 상대할지,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두의 지혜가 필요한 때입니다. 모두, 기탄없이 말씀해 주시오. 내, 이번부터 귀를 씻고 그대들의 쓴소리를 다 듣겠소.”


그러자 역시 요시아키부터 칠천량의 지형을 언급했다.


“저 앞은 좁은 해협이요. 우리도 그래서 그곳을 거치며 전략적 요충지로 장문포에 보급선을 두었소. 한 마디로, 적이 더 유리한 지형에서 싸운다는 뜻이오.”

“사기 또한 고려해야 할 것이오. 적은 보급을 끊었다는 목표를 이루고, 기세가 등등하오. 하나, 우리는 그 반대이며, 격군들의 체력까지 떨어져 있소.”


둘이 나서자, 다른 장수들도 부정적인 내용을 입에 올렸다. 일부, 적의 화약 무기가 떨어졌다고 지적하는 장수도 있었지만, 피해를 줄망정 승리까지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었다.

결국, 다카도라는 무거운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부산포로 가겠소. 그곳에서 다시 전열을 정비한 뒤, 이순신에게 복수를 하겠소.”


그의 결정에 반대는 한 명도 없었다. 그리고 잠시 후, 다카도라의 아다케부네부터 뱃머리를 돌렸다.


* * *


한편, 그 시각 영천.

광해는 성 앞에 막사를 꾸린 뒤에, 이일에게 명해서 병사들을 단단히 훈련하게 했다.

저녁에는 신립과 전략과 전술을 계속 가다듬었다.

이게 답답했던지, 정인홍이 그 이유를 물어보았다.


“저하, 서두르지 않으면, 영천에 적의 원군이 올 수도 있사옵니다.”

“그럴 수도 있겠죠.”


광해의 여유 있는 말에 정인홍이 고개를 갸웃했다.


“설마 그러기를 바라는 것이옵니까?”

“간절히 바라오. 사실 나는 경주성에 있는 2만 병력이 부담스럽소.”


이번에는 정인홍이 눈과 눈 사이를 좁히더니, 곰곰이 생각했다. 그러고 나서, 슬쩍 정답을 입에 올렸으니.


“음, 그렇다면 저하께서는 각개 격파를 노리시는 거군요.”

“그렇소. 안동에서처럼 소수의 병력이라면, 우리가 어렵지 않게 이길 수 있소. 하지만 그에 따른 전력이 소모되지 않는 것은 아니며, 과연 제대로 된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을지 의문이오. 차라리 수천 명을 더 보내서, 경주성 병력이 줄어들었으면 좋겠소.”


이제야 정인홍은 세자의 전략을 깨달았다. 동시에 2만이라는 숫자에 의외로 그가 부담스러워한다는 것도.


“한데, 더 시간을 지체한다면, 수길이 보낸 원군이 경주로 갈 수도 있지 않을까요?”

“바다에는 순신이 있소. 히데요시가 원군을 보낸다면, 그가 굳게 지킬 것이요.”


이번에는 광해가 이순신을 매우 신뢰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하긴, 이순신은 벌써 두 번이나 적의 함선을 대파했다.

조선과 일본은 바다를 두고 떨어진 나라여서, 수군의 활약에 따라 이 전쟁의 길이가 판가름 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래, 지금으로서는 순신을 믿을 수밖에 없지.’


그런데 며칠이 더 지났을 때, 또 하나의 소식이 들어왔다.


“저하! 진주성에 왜적 삼만이 들이닥쳤다고 하옵니다. 여기, 자세한 내용을 적었다고 하옵니다.”


김류의 서찰이었다.

중간에 한양으로 가는 기발을 만났단다. 또한, 이 소식을 전하면서 광해의 장인과 함께 진주성에 원군으로 가겠다고 서신에 적어놓았다.

광해는 서찰을 읽자마자 잠시 눈을 감았다.


‘진주성. 삼만의 왜군이라······.’


원래의 역사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흐름이었으나, 한 가지는 확실했다.

진주성은 이번 전쟁에서 또 다른 분기점을 만들 수 있다는 것.

여기까지 생각했을 때, 그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늘 그렇듯 위기는 기회다.

광해는 몇 번 고개를 끄덕이더니, 입가에 미소를 보였다.


‘김류. 잘 부탁한다.’


김류가 가면 안심이 된다.

이 마음으로 광해는 대소신료들에게 재빨리 진주성 관련 내용을 알렸다.

그러자 대신들 사이에 동요가 일어났다.


“저하, 이는 심각한 상황입니다. 진주성이 함락된다면 전라도까지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삼만이라니? 진주성의 방비로는 버티기 힘들 것 같습니다. 우리도 일부 병력을 떼서, 그쪽으로 지원을 가야 하지 않을까요?”

“이미 늦었습니다. 지금 우리 군도 영천과 경주 공략을 앞두고 있지 않습니까?”

“류 목사 등이 원군으로 간다고 하니, 우리는 계획대로 영천을 공략해야 합니다. 그쪽은 그쪽대로 버티라고 하고, 이쪽을 수복하는 게 더 좋은 전략인 줄 아뢰오!”


광해는 모든 의견을 경청한 후, 뜻밖에 환한 웃음을 보여주었다.

당연히 심란한 문무 대신들이 의아해했고, 대표로 정인홍이 질문했다.


“저하께서는 걱정되지 않으시옵니까?”

“그렇소. 나는 왜적이 전라도의 입구인 진주를 노린다는 것 하나만으로 전세가 역전되었다고 생각하오.”

“그게 무슨······?”

“생각해 보시오. 분명히 왜적들도 문경새재와 견훤산성, 그리고 삼년산성 패전 소식을 들었을 거요. 경주성에 2만 병력이 있다는 것도. 그런데 거기에 원군을 보내지 않고, 진주성을 친다? 왜 그렇게까지 하겠소?”


이 정도로 힌트를 주었는데도, 신료들의 눈동자에는 물음표가 새겨져 있었다.

다행히 가장 빠르게 답을 알아낸 이가 있었으니.


“적의 보급에 문제가 생겼군요. 아무래도 해로가 봉쇄된 거 같습니다.”


역사가 천재로 인정한 인물, 류성룡이었다.


작가의말

부산김아재 님,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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