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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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7.0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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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5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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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에서, 바다에서 - 2

DUMMY

승전의 기쁨이 조금 가라앉자, 광해는 주요 장수들을 불러 모았다. 그중에서도 특히 권응수를 앞으로 나오게 했다.


“권 교위.”


현재 그의 계급은 정 5품 충의교위.

광해의 부름에 한 걸음 앞으로 나온 그의 갑옷에는 아직 적의 피가 묻어있었다.

털썩.


“네, 저하.”


광해는 한쪽 무릎을 꿇은 권응수를 보며 은은한 미소를 내보였다.


“권 교위의 용맹이 오늘 승리의 열쇠였소. 성문을 돌파한 그 순간이 전세를 완전히 뒤집었지.”


권응수는 겸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저하의 가르침 덕분에 군율을 엄히 세우고 병사들을 단련한 결과일 뿐이옵니다.”

“겸손할 필요가 없소. 권 교위의 공을 내가 직접 보았고, 모든 이가 증인이지 않은가. 이번 전투의 공으로 권 교위를 선략장군으로 봉하고 전시 중에 2,000의 병사를 맡기겠소.”


권응수가 의병장 이전에 받은 벼슬은 종7품. 그러다가 지난번에 정 5품까지 올랐는데, 오늘 또 종4품으로 품계가 올랐다.

이에 주변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부러움도 있었지만, 받을 만하다는 인정이 대부분이었다.

그만큼 오늘 권응수는 큰 공을 세웠다.

본인 역시, 감격한 얼굴로 머리를 숙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저하.”


광해는 이어서 다른 장수들에게도 승진과 상을 약속했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특히 무관들의 눈빛이 빛났다.


‘역시 공을 세워야 한다!’

‘이번 전쟁은 나에게 기회다.’


정확한 논공행상은 강력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었다. 광해는 이를 알고 실천하며, 문무 대신들을 하나씩 자기 사람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또한, 영천성으로 합류하는 병력과 의병들도 있었다.

그중에는 한양이나 함경도에서 온 자들도 존재했는데, 광해는 세 명의 이름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첫째는 원래의 역사에서 유격전의 달인이라고 알려졌던 정문부다. 함경도 출신으로 왜란 3대 대첩인 북관대첩의 명장이었다.

두 번째는 승려 출신의 유정이었다. 그는 사명대사로 알려져 있으며, 원래의 역사에서는 일본으로 직접 건너가서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강화 협상을 맺은 기인이다.

마지막으로 천민 출신의 한명련이다. 그에 관해서는 현대에서 김류가 이렇게 정의했다.


- 정기룡이 편곤 마스터였다면, 한명련은 소드 마스터지.


조선 팔도에서 한명련만큼 칼을 잘 쓰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실제로 한명련은 사무라이들에게도 공포의 대상이 될 정도로, 무예가 출중했다.


‘이들을 모두 내 사람으로 만들겠다.’


광해는 한양의 상황을 보지 않고도 알 수 있었다. 형은 없는 말을 만들어 자신을 모함할 것이며, 아버지는 말도 안 되는 그의 모함을 핑계 삼아 자신을 견제할 것이다.

그랬기에 광해는 지금처럼 한 걸음씩 전진하면서 문무 대신들의 충성을 얻으려 했다.

그보다 더 큰 힘이 될 사람들은 백성이다. 민심은 천심, 영천성에서도 광해는 피란 갔다가 돌아오는 백성들에게 관심을 기울였다.


그들의 얼굴에는 안도감이 깃들어 있었지만, 앞으로의 삶에 대한 걱정도 나타나 있었다.

류성룡도 이를 파악하고, 곧바로 보고했다.


“저하, 돌아온 백성들 대부분은 먹을 것도 없고 집도 파손된 상태입니다.”


광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군사들을 동원하여 백성들을 돕도록 하시오. 먼저 식량과 물을 나눠주고, 집을 수리하는 데 돕게 하시오.”


말로만 한 게 아니다. 광해 스스로 나서기까지 했다.

식량 꾸러미를 나눠주고, 무너진 집을 고치며, 우물을 청소하는 등등.

그걸 보고, 그 어떤 신하가 가만히 있겠는가.

또한, 병졸들도 광해를 보며 최선을 다해 백성들을 도왔다.

백성들은 처음에 세자가 직접 나서서 일하는 모습에 어리둥절했다. 그러나 곧 그 진심을 느끼자, 백성들의 얼굴에 놀라움과 감격이 교차했다.


“저하께서 저희를 위해 이렇게까지······.”


한 노인이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고, 주변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저하께서 나중에 왕이 되신다면, 우리가 허리 펴고 살 수 있을 거 같소.”

“나는 세자님께 목숨이라도 바치고 싶소!”


해가 저물 무렵, 한 여아가 광해에게 들꽃 한 다발을 건네기까지 했다.


“저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누가 시켰는지 몰라도, 그 순수한 모습에 광해와 대신들의 얼굴에 미소가 감돌았다.


* * *


상주에서부터 늘 그랬듯, 광해는 이곳에서도 합두레를 통해서 서둘러 모내기를 시작하도록 유도했다. 더불어 고귀이마를 심어서, 이른 시일 안에 식량을 확보하도록 안배했다.

그런 다음, 다시 신립 등과 경주성 공략을 위한 작전 회의에 들어갔다.

다만 조선과 일본의 전력을 비교하다 보니, 자못 신립 등의 표정이 진지했다.

척후를 보낸 결과, 경주성에는 2만이 넘는 적 군세가 있다는 걸 알아냈기 때문이다.

안동이나 영천 등에 병사들을 남겨두고 갔기에, 많아야 1만 5천으로 생각했는데,


“그동안 패잔병들이 합류했을 가능성이 크오.”


광해가 유추한 상황을 신립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하면, 좀 더 늘어날 수도 있겠사옵니다.”

“한계가 있을 거요. 뱃길은 이 좌수사 틀어막는 중이고, 일부는 진주성 공략을 위해 합류할 테니.”

“하긴······.”


언젠가부터 느꼈지만, 세자의 통찰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신립은 괜한 걱정을 했다고 여기며, 슬슬 전략의 초안을 내놓았다.


“핵심은 결국 봉쇄입니다. 적의 보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걸 알았으니, 경주성을 포위하고 옥죄는 거죠.”

“좋은 작전이요. 역시 신 장군이요.”


광해가 웃으며 신립이 말한 얼개를 칭찬했다. 신립이 즉시 손사래를 쳤다.


“그래 봤자, 신은 저하의 발뒤꿈치도 쫓아가지 못합니다.”

“그럴 리가요.”


마음에서 우러나온 신립의 말을 듣고, 광해는 재차 그를 격려했다.


“누가 뭐래도, 이번 전란의 일등 공신은 도 순변사요.”


두 번째 삶을 사는 이혼, 확실히 능수능란해졌다. 원래 그는 이일과 신립을 신임하지 않았다.

지금도 미심쩍은 부분이 없진 않지만, 두 사람의 명성은 문무 관료들과 병졸, 그리고 백성들 사이에 퍼져있었다.

명성은 곧 영향력이니, 이 둘을 자신의 편으로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고 신립의 전략을 보완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봉쇄는 좋은 방법이오. 하나, 그 사이 우리가 또 할 게 있소이다.”

“그게 무엇인지요?”


늘 기발한 작전을 입에 올린 광해였다. 그래서 신립의 눈에 기대가 서렸다.

역시나 이번에도 광해는 그에게 실망을 주지 않았다. 생각지도 못한 계책을 입에 올리자, 신립이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 묘수가······. 이거, 적이지만, 왜놈들이 불쌍해질 거 같사옵니다.”

“그렇습니까?”


광해의 입에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그러게. 나도 이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지만, 절호의 기회가 왔으니······.’


* * *


영천성을 떠날 때, 광해는 일부 병력을 나누어 상주를 둘러싼 나머지 두 군데 성으로 보냈다.


“적의 사기가 저하되었을 것이오. 최대한 항복을 권유하되, 거부하면 관용을 베풀지 말라.”

“네, 저하!”

“명을 따르겠사옵니다!”


한 곳은 박진, 다른 한 곳은 김성일을 장수로 삼았다. 그러고는 경주성으로 출발하는데, 여기서 크나큰 변수가 생겼으니.


007 : 00 : 00 : 00

006 : 23 : 59 : 59


‘이런······’


하필이면 여기서 다시 타이머가 보인다니, 너무 뜬금없지 않은가? 7일이라는 여유가 있긴 했으나,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좋게 생각하자. 가서 어떻게 역사가 바뀌었는지도 확인하고, 공부도 더 많이 하고 오자.’


영천에서 경주까지는 100리다. 마음만 먹으면 하루 안에 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상주에서 안동, 안동에서 영주로 갈 때처럼 광해는 진군을 서두르지 않았다.

어차피 똬리를 틀고 있던 적군의 전략은 농성이다. 더구나 조선 땅에서 벌어지는 전쟁이라, 시간은 그들 편이 아니었다.

그래서 훈련도 하고, 작전도 가다듬으면서 천천히 나아갔다.

그러다 보니, 먼저 보낸 김성일과 박진에게 희소식이 왔다.


“김천과 대구에서 적이 항복했다고 하오.”


광해의 말을 듣고, 대소 신료는 물론 병사들까지 크게 고무되었다.

경주성을 공략하기 전, 또 한 번 사기가 오르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경주성에 도착했을 때, 광해의 귀에 들어온 소식은 비보였으니.


“저하, 교위 김류가 왜적의 암습으로 인해 유명을 달리했사옵니다.”

“······!”


일순간 광해 주변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모두 충격을 받은 것이다.


“어찌, 이런 일이······.”

“이 무슨 변고란 말이오?”


이일은 특히 믿을 수 없다는 듯, 계속 탄식했다.


“그럴 리가······. 김류가 그렇게 죽을 사람이 아닌데······?”


뜻밖에 광해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 있는 사람들 이외에는 김류의 죽음을 알리지 마오.”


현재 조선군은 경주성을 포위하는 중이었다. 그래서 많은 장수가 이곳에 자리하지 않았다.

김류의 죽음은 자칫 그들의 사기에 영향을 줄 수 있었기에, 광해는 최대한 냉정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 역시 인간이라서, 뒤늦게 충격을 감당했다.


‘이 자식, 어떻게 된 거야? 진짜 죽은 건가?’


답할 사람도 없이, 속으로 물었다. 그랬기에 광해 스스로 답을 내렸다. 아니, 가설을 세웠다.


‘여기에서는 죽었지만, 혹시 현실로 다시 돌아가지 않았을까?’


근거는 없다. 예감이 그러할 뿐.


‘어쩌면 내 눈에 타이머가 보이는 것도 김류의 죽음과 관계있을지도.’


이혼은 다시 김류의 죽음을 전한 이를 불렀다. 그러고 나서, 사망 일자와 시간을 캐물었더니, 예측한 대로 타이머가 나타났을 때쯤이었다.


“음······.”


그렇다면 또 가설의 가설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 타이머가 끝나면, 나도 김류를 따라서 현실로 돌아가는 걸까?’


여기까지 생각이 닿자, 광해는 인상을 찌푸렸다.

수많은 의문이 또 생긴다. 그중 가장 크고 치명적인 질문.

다시 현실로 간다면, 과연 되돌아올 수 있을까?


‘다시 못 온다면, 낭패가 아닐 수 없구나.’


점점 초조해졌다.

하필이면 경주성 수복을 앞두고 벌어진 일이다.

스스로 생각할 때도 기가 막힌 계책을 내놨는데, 그 없이 실행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된다.

광해의 이 마음도 모르고 경주성을 둘러싼 포위가 끝이 났다는 신립의 보고가 올라왔다.

그리고 회심의 일격을 준비할 작전도 시작되었다는 말 또한 들려왔고.


“둑을 쌓기 시작했습니다.”

“잘했소.”


한데, 둑을 쌓는다? 도대체 뭘 하려고?

그 답은 신립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놈들은 우리가 수공을 준비한다는 걸 꿈에도 생각하지 못할 것이옵니다.”


광해의 입가에 쓴 미소가 번진다.

수공의 성공을 기대해야 하건만, 흘러가는 타이머에 계속 신경이 쓰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흘러갔다.

때마침 비가 오기 시작했다.

장마 기간은 조금 더 있어야 하는데,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폭우가 쏟아졌다.

신립도 이것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는지, 광해에게 재빨리 물었다.


“하늘이 도우신 거 같습니다. 장마 때까지 포위하지 않아도 될 듯싶습니다.”

“그렇구려.”

“어떻게, 둑을 터트릴 준비에 들어갈까요?”


광해는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시오.’


웃어야 하는 순간에, 얼굴을 굳힌 이유.


00 : 00 : 05



5초 남았다. 촌각이란 이런 때를 말하는가?


00 : 00 : 02

00 : 00 : 01

00 : 00 : 00


“······?”


현실로 돌아갈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한 광해의 눈이 순간적으로 커졌다.


‘뭐지?’


여전히 그는 조선에 남아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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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개혁의 첫걸음 - 1 NEW 48분 전 71 4 11쪽
73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8 24.09.14 571 25 12쪽
72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7 +3 24.09.13 749 28 12쪽
71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6 +2 24.09.12 798 25 12쪽
70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5 +3 24.09.11 881 28 13쪽
69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4 +3 24.09.10 908 28 13쪽
68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3 +2 24.09.09 956 33 13쪽
67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2 +3 24.09.08 1,059 33 12쪽
66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1 +2 24.09.07 1,038 36 12쪽
65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8 +2 24.09.06 1,099 36 12쪽
64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7 +1 24.09.05 1,053 38 12쪽
63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6 +4 24.09.04 1,050 40 13쪽
62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5 +4 24.09.03 1,110 40 11쪽
61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4 +1 24.09.02 1,136 38 12쪽
60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3 +4 24.09.01 1,126 38 12쪽
59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2 +1 24.08.31 1,163 40 12쪽
58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1 +3 24.08.30 1,231 39 12쪽
57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8 +4 24.08.29 1,244 44 11쪽
56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7 +2 24.08.28 1,204 37 11쪽
55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6 +6 24.08.27 1,256 42 12쪽
54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5 +5 24.08.26 1,281 42 12쪽
53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4 +1 24.08.25 1,302 40 12쪽
52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3 +3 24.08.24 1,353 45 11쪽
51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2 +1 24.08.23 1,405 39 12쪽
50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1 +1 24.08.22 1,435 39 12쪽
49 물속에서, 바다에서 - 8 +1 24.08.21 1,429 44 12쪽
48 물속에서, 바다에서 - 7 +3 24.08.20 1,400 40 13쪽
47 물속에서, 바다에서 - 6 +1 24.08.19 1,424 46 12쪽
46 물속에서, 바다에서 - 5 +3 24.08.18 1,438 47 11쪽
45 물속에서, 바다에서 - 4 +2 24.08.17 1,444 4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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