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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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7.0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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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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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의 첫걸음 – 4

DUMMY

임금 이연의 고집에 신하들은 두손 두발을 다 들었다.

결국, 비변사에 따로 모여 이 일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휴, 좌상이 이곳에 없는 게 안타깝구려.”

“그렇습니다. 아니, 이참도 있었다면, 도움이 좀 되었을 것을······.”


영의정 이원익과 우의정 정철이 각각 여기에 없는 류성룡과 이덕형의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속마음으로는 살짝 부러움이 생겼다.

그 두 사람은 광해를 따라 전시조정을 꾸렸다.

또한, 전쟁에 직접 참여해서 목숨을 걸고 사투도 치렀다.

하지만 속마음 좁고, 질시가 강한 임금보다 거기가 더 마음이 편하다고 느낀 것이다.

이원익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우상 대감, 어찌하면 좋겠소? 전하께서 양위하신다고 계속 말씀하신다면, 나라 전체가 크게 흔들릴 것이오.”


정철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더구나 지금은 전시라 더욱 위험한 상황이지요. 하지만 전하의 마음을 돌리기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해서, 차라리 세자 저하께 상황을 설명하고 조언을 구하는 것은 어떻겠사옵니까?”

“그거 좋은 생각이오. 저하께서는 지금까지 효심으로 성상을 모셨고, 충심으로 나라를 지켰소. 분명, 현명한 판단을 하실 것이오.”


이 둘이 말하는 현명한 판단은 다름아닌, 직접 올라와서 임금에게 무릎 꿇고 비는 것.

사실 임금이 양위한다는 것은 마음에도 없는 소리였다. 그저, 신하들과 세자의 마음을 떠보기 위한 것.

이를 아는 대신들은 당연히 충성심을 계속 보여줘야만 했다. 그래서 좀 전까지 기를 쓰고 말렸다.


“하면, 누가 가는 게 좋을까요?”

“전황이 좀 좋아졌다고 하지만, 그쪽은 전시 상황이요. 아무래도 병조 판서가 가는 게 나을 듯싶소.”


그러자 잠자코 있던 병조 판서 홍여순이 난색을 드러냈다.


“어찌 감히 소신 따위가 세자 저하의 마음을 돌릴 수 있겠사옵니까? 최소한 영상이나 우상 대감이 가셔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옵니다.”

“아니 될 말이오. 좌상에 이어, 삼정승 중 또 한 사람이 빠지라니? 전하께서 어찌 보시겠소?”

“병조가 빠지는 것도 모양새가 안 좋사옵니다. 전하께서 분명히 소신에게 크게 노하실 것이옵니다.”


홍여순이 자꾸 변명만 이원익이 인상을 찌푸렸다.

홍여순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나, 누구든 힘든 짐을 멜 줄 알아야 하건만, 조정에는 그런 사람이 별로 없었다.

하긴, 이산해와 이양원도 전란 후에 영의정과 우의정 자리에서 물러나 버렸다. 전란의 발발을 막지 못했기에 끝끝내 사직했으니, 어쩔 수 없이 이원익과 정철이 그 중한 무게를 대신 맡은 것이다.

이번에도 또 정철이 나서려 한다.


“정, 그렇다면 전하께 내가 내려간다고 말씀 올리겠소.”

“그건 절대 아니 되오.”


이원익이 눈을 부릅뜨고 반대했다.


“우상은 이미 세자 책봉 문제로 귀양을 다녀오셨소. 괜히 나서다가는 더 큰 일이 벌어질 수도 있소.”

“하면, 어찌합니까? 아무도 가지 않으려 하니, 어쩔 수 없이 저라도 나선 것이옵니다.”


정철이 답답한 듯, 비변사에 있는 대소신료들을 바라봤다.

대부분 전시조정에서 세자를 따라가지 않고, 자신의 안위만을 챙긴 이들이었다.

이번에도 비슷하게 느껴졌다.

단, 이원익은 달랐다.


“내가 가겠소.”

“영상 대감······.”

“나는 전하의 눈 밖에 나도 상관없소. 뭐, 그래도 한 번은 용서해 주실 거요. 좀 더 노하시면, 귀양 정도 보내시겠지. 허허허.”

“아······.”


누가 뭐래도, 이원익은 손꼽히는 청백리였다. 그동안 청렴하고 검소한 생활을 하며 백성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백성들도 이를 알고, 그를 존경하며 그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고 했다.

한데, 임금이 과연 그를 귀양 보낼 수 있을까? 더 민심이 떠나면, 양위가 충성심의 시험이 아닌, 진짜가 될 수 있는데?

생각이 여기까지 닿자, 정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또 한 번 신세를 지는구려······.”

“아니요. 대신 조정과 전하를 잘 부탁하오.”


둘은 서로 당파가 다르다. 이원익은 동인, 더 들어가서 남인이었다.

반면, 정철은 서인이었다.

그래서 당파를 떠나, 오늘은 마음으로 이원익에게 감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어서 다녀오시오.”


한 가지 걱정은 세자가 올라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아무리 효심이 깊어도, 전란을 끝내고 올 마음이 더 클 수도 있었으니.


‘휴, 그렇게 되면, 나라가 어찌 될지, 감도 잡을 수 없겠구나.’


정철의 가슴에 깊은 한숨이 맺힌다.


* * *


한편, 광해는 그사이 불국사와 석굴암, 그리고 분황사 등을 찾아다녔다.

서원에 다녔던 행보와는 완전히 달랐으나, 불교계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일도 실상 해야 하는 일이었다.

임진왜란에서 알게 모르게, 승려들의 힘이 많이 보태졌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백성들은 서원보다는 불교에 더 마음을 의지했다.

조선의 숭유억불 정책이 아무리 지속적이었다고 해도, 부처를 찾아왔던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불심을 버릴 수는 없는 법이었다.

이혼 개인적으로 다행히 여긴 점도 있었다.

원래의 역사에서 왜적들이 태웠던 흥륜사가 그대로 남아있었다는 것.


“왜놈들이 여길 건드리지 않았다는 것, 천만다행이오.”


그래서 흥륜사의 주지 스님이 이상히 여길 말만 하고 합장하며 나온 광해.

주변을 둘러보며, 누군가를 찾았다.


“헨드릭, 어디에 있느냐?”


그러자 정기룡이 알아서 그를 대령했다.

실은 경주에 오고 나서, 광해는 대마도에서 구한 노예들을 늘 따라다니게 했었다.

명나라 출신은 미리 한양으로 보내어 처리를 요청했으나, 이들은 당장 자기들 고향으로 갈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어디에 가두어 두자니 죄인도 아니었고, 풀어두자니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몰랐다.

왜적이 일으킨 난이 백성들에게 외세에 대한 분노로 표출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데리고 다니기로 했고, 나름대로 성과도 있었다.

우선, 경주에 있는 백성들에게 세상에 다양한 인종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효과를 거두었다.

또한, 여기저기 다니면서 헨드릭을 통해서 무역에 참조할 만한 것을 들을 수 있었으니······.


“왕자님, 부르셨습니까?”

“요즘 사찰을 다니고 있다. 너는 무엇을 느꼈더냐?”


헨드릭은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눈을 깜빡이더니 조심스레 대답했다.


“왕자님, 불교 사찰들은 이 나라의 정신적 뿌리라고 느꼈습니다. 여전히 이 땅의 백성들에게 큰 영향력을 끼친 듯합니다.”

“하면, 우리나라에 종교적 자유는 보이더냐? 너희 네덜란드와 비교해서 말이다.”

“나라가 달라서,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유교와 불교가 어우러진다면, 천주교와 개신교도 큰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되옵니다.”

“네 말이 옳다. 일본에서도 천주교가 전파되고 있지 않으냐? 급진적인 것만 아니라면, 우리나라는 모든 종교를 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은 광해도 모른다.

누군가가 두 사람의 영어 대화를 들었다면, 세자의 생각이 무척이나 위험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러나 광해는 그러기를 바라며, 그럴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계속 말을 이어갔다.


“좋다. 불교 사찰을 보며, 또 하나 느낀 게 있더냐?”

“조선 사람들의 석조 기술, 목조 기술이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느꼈사옵니다. 또한, 얼마 전에 갔던 서원들에서도 여러 도자기가 제 눈을 어지럽혔사옵니다.”


광해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면, 조선의 도자기가 극상품이라는 사실을 알았으렷다?”

“물론입니다. 도자기뿐만 아니라 조선 사람들이 입은 비단, 그리고 종종 인삼도 봤습니다. 일부 금속 제품도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그 말은 네가 당장이라도 배에 싣고 팔 수 있다는 말이더냐?”

“다, 당장 말씀이옵니까? 지금은 전쟁 중이온데······.”

“지난번에 말하지 않았느냐? 내가 함대를 준비하여 너를 지켜주겠다고.”

“그렇게만 된다면, 못 할 게 뭐가 있겠사옵니까? 당장 포모사에 가면, 도자기와 비단, 그리고 인삼을 원하는 유럽 각국의 상인이 있을 것이옵니다.”


광해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면, 지금부터 너는 배에 실을 목록을 준비하라. 어떤 것을 가져가고, 얼마만큼 실어야 할지 나중에 나에게 알려다오. 또한, 당장 대마도의 광산에서 함께 일했던 이들이 너를 돕게 하라. 알았느냐?”

“어? 아, 네네. 알겠습니다. 왕자님.”

“단, 그들은 절대 노예가 아니다. 너를 돕는 사람이니, 나중에 제대로 된 품삯을 줘야 한다. 나중에 그들 역시 돈을 모으면, 이 땅에 정착하거나 자기 나라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 나는 노예를 사고파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하는 사람이다.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느냐?”

“명심하겠습니다. 왕자님.”


고개를 숙이는 헨드릭을 보고, 광해는 빙그레 웃었다.

그러면서 말하길.


“자, 지금까지는 너희가 팔 물건을 말했다. 이제 우리가 필요한 물건을 말하겠다.”

“아, 네, 왕자님. 말씀하십시오.”

“당장은 컬버린이 필요하다.”

“······!”


컬버린이란, 나중에 홍이포로 불리게 될 이 시대의 게임체인저 대포였다.

이 때문에 헨드릭은 충격으로 인해서 눈을 부릅뜰 수밖에 없었다.

그는 세자가 컬버린을 원할 줄도 예상 못 했고, 그 존재를 안다는 것도 놀랍기만 했다.


“왜? 안 되느냐? 값은 흥정해 봐야 하겠지만, 앞으로 네가 가져갈 것들을 팔고 남는 돈으로 사서 들여올 생각인데 말이다.”


헨드릭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광해를 바라보았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여러 가지 난관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그를 바라보는 추상같은 광해의 눈에 입을 열지 않을 수 없었다.


“왕자님, 컬버린은······, 매우 강력한 무기입니다. 그리고 유럽 국가들은 이런 무기를 외국에 판매하는 것을 꺼리고 있습니다.”

“내가 그걸 모르고 있겠느냐? 하지만 네덜란드는 다르다. 무역을 통해 충분히 구해올 수 있음이야.”

“그렇긴 합니다만 이런 거래는······, 복잡하고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네가 필요한 거다. 네가 중개인 역할을 해줘야 해. 그러려고 조선 땅에 너를 데려온 것이지. 한데, 내 귀에 못 한다는 변명만 늘어놓고 있는 것으로 들린다.”


광해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졌다.


“그게 아니오라······. 끙······. 알겠습니다, 왕자님. 최선을 다해 구해보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아니다. 내가 듣고 싶은 말은 죽을힘을 다해서다. 잊지 말거라. 대마도에서 은을 캐다가 늙어 죽을 네 목숨을 구한 사람이 바로 나라는 걸.”


광해의 말에 어느덧 위엄이 절반, 불쾌감이 전반 섞여 있었다.

그걸 느낀 헨드릭이 몸을 부르르 떨며, 무릎을 꿇었다.


“왕자님, 죽을힘을 다하겠습니다. 꼭 구해오겠습니다.”


그제야 광해는 표정을 풀었다. 그리고 시선을 돌려, 저 멀리 대마도를 향했다.


‘김류, 네가 말한 홍이포를 내가 꼭 구할게.’


귓가에 그가 한 말이 흘러가는 것 같았다.


- 저하, 홍이포는 말입니다. 무패의 누르하치에게 첫 패배를 안긴 신무기입니다. 사거리 9km의 강력한 대포가 있다면, 방어는 물론 그 어떤 곳도 공격할 수 있다는 것. 꼭 유념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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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7 +3 24.09.13 994 30 12쪽
71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6 +2 24.09.12 998 28 12쪽
70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5 +3 24.09.11 1,050 30 13쪽
69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4 +4 24.09.10 1,056 30 13쪽
68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3 +2 24.09.09 1,089 35 13쪽
67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2 +3 24.09.08 1,183 35 12쪽
66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1 +2 24.09.07 1,150 3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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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7 +1 24.09.05 1,149 4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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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5 +4 24.09.03 1,209 41 11쪽
61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4 +1 24.09.02 1,234 40 12쪽
60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3 +4 24.09.01 1,222 40 12쪽
59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2 +1 24.08.31 1,257 42 12쪽
58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1 +3 24.08.30 1,324 41 12쪽
57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8 +4 24.08.29 1,334 46 11쪽
56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7 +2 24.08.28 1,291 3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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