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탈출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평타석
작품등록일 :
2024.07.08 08:11
최근연재일 :
2024.08.11 16:45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889
추천수 :
41
글자수 :
119,017

작성
24.07.11 22:07
조회
39
추천
1
글자
9쪽

4

DUMMY

"베테랑 쪽은 하나도 없는게 맞아? 기억력 대단하네."


엘리엇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조심스럽게 각 시체를 확인해 나갔다.


"이새끼였지?"


엘리엇은 식량이 있던 인물을 발견하고 입꼬리를 올렸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그의 짐을 뒤지기 시작했고 곧 보존지에 싸인 음식을 꺼내 확인했다.


그녀의 얼굴에 만족감이 번졌다. 엘리엇은 그 배낭을 자신의 어깨에 맸다. 양은 상당했다. 당분간 식량 걱정은 없다.


"흐이익."


로트가 바람빠지는 것 같은 비명 소리를 흘렸다. 엘리엇의 행동에 완전히 겁을 먹은 듯했다.


엘리엇은 짧게 한숨을 내쉬며 로트를 향해 말했다.


"이 등신새끼. 너 이거 먹기만 해봐라."


그녀의 목소리에는 한숨이 섞여있었다.


"먹을거긴 한데... 너 피묻었어."


로트의 말에 나는 엘리엇을 다시 살펴보았다. 그의 말대로 그녀의 옷과 손에 피가 묻어있었다.


"아오..."


엘리엇은 한심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로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표정에서 로트의 순진함에 대한 짜증과 어이없음이 읽혔다.


나는 이 상황을 진정시킬 필요를 느꼈다. 로트에게 시선을 돌리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로트는 저쪽에서 누가 오는지 망을 봐줘."


내 말을 들은 로트의 표정이 안도감으로 바뀌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재빨리 고개를 끄덕이고는 내가 가리킨 통로 쪽으로 걸어갔다.


"떨어져있어도 괜찮아?"


엘리엇의 얼굴에 걱정이 조금 스며있었다.


"식량을 가지고 있잖아."

"로트를 믿자."

"남속일 위인이 아니라는 건 나도 알겠는데... 쫄아서 튈 수는 있잖아."


나도 그런 생각은 했다.


그래서 확인하고 싶었다.


엘리엇이 가진 식량은 상당했고 로트가 가진 식량은 하루정도 끼니를 해결할 정도였다.


로트가 내 말을 듣고 자리를 잘 지킬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패닉에 빠져 돌발행동을 한다면 그건 위급한 상황에 일어나는 것보다, 지금같이 대응할 수 있을 때 일어나는 것이 좋았다.


"로트는 아까 네가 연기할 때 두려워했지만 자신의 역할을 잘 해냈어. 이번에도 잘 할거야."

"그렇게 생각 안하는군."


엘리엇의 말이 차가워졌다.


"그렇지?"


확인하듯 엘리엇이 되물었다.


"아니, 믿는다는 건 사실인데. 뭘 근거로 그렇게 말하지."


엘리엇의 표정이 순식간에 신경질적인 표정이 되었다.


"거짓말하지마."


나는 엘리엇이 짜증내는 이유를 고민했다. 엘리엇은 처음 짜증낸게 아니다. 맥락을 파악해보자.


엘리엇이 짜증낸 순간은 공동 안에서 설명이 부족했을 때와 지금이었다.


거기에 있는 공통점은 설명하지 않고 누락한 본심이 있거나, 거짓말한 순간이라는 것이다.


떠오르는 가설은 엘리엇의 기프트였다. 사람의 마음을 확인하는 종류의 기프트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확인해보기로 했다.


"사실 다른 의도가 있는 건 맞아. 설명하기 어려워."


엘리엇의 표정이 아주 미세하게 누그러들었다. 이는 내 가설에 신빙성을 더해주었다.


"왜 설명하기 어려운데."

"설명하기 위해서 우리가 대화를 많이 해야해. 지금은 시체가 발견된 급박한 상황이고 그런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없어."

"확실해?"


나는 머리속으로 엘리엇에게 한말을 그대로 되뇌였다. 지금은 시체가 발견된 급박한 상황이라 설명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엘리엇의 표정이 조금전보다 나아졌다. 불편함은 남아있지만 아까같은 공격성을 띈 표정은 아니었다.


"엘리엇, 거짓말 한 건 사과한다. 난 로트가 달아나지 않을거라는 확신이 없어. 하지만 필요한 일이었고 로트나 너에게 위해를 가할 목적은 아니었다."


이건 사실이었다. 확인을 위한 절차였으니까.


"시체 확인이 끝나면 안전한 장소를 확보한 후 왜 그랬는지 네가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할게."


여기까지 말하자 엘리엇은 의심을 거두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엘리엇과의 갈등이 잠시나마 일단락 되었다.


나와 엘리엇은 아까보다 조용한 상태로 시체를 확인했다.


주변의 공기는 무겁고 침울했다. 시체들은 바닥에 흐트러져 있었고 죽음의 냄새가 코를 찔렀다. 희미한 횃불 빛에 드리워진 그림자들이 마치 죽은 자들의 영혼처럼 벽에 춤추고 있었다.


일부의 시체에서 특이점을 발견했다.


"엘리엇."

"왜?"


아까의 상황 때문인지 엘리엇은 어색하게 대답했다.


나는 차분히 설명했다.


"대응하지 못하고 죽은 시체가 있다. 다섯 구야. 기습으로 일격에 죽었어. 목이 한번에 잘렸고 다른 상처는 없어."

"맞군."


상대적으로 다른 시체에는 반응한 흔적이 보였다. 상처의 각도가 다양했다. 하지만 대부분 일격에 당했다. 몇몇은 방어의 흔적도 있지만 두 수 이상을 주고 받지 못했다.


내가 말했다.


"압도적인 실력차였군."


엘리엇은 머리를 헝클이며 고민에 빠졌다.


"범인이 누군지야 뻔하지만 왜 이짓거리를 한거지? 식량을 그냥 둘거면 죽일 이유가 있나?"

"고민해볼 문제네."


나는 생각에 잠겼다.


베테랑 파티가 했던 행동을 되짚어보았다.


우선 베테랑 파티는 공동에서 탈출로를 찾아보자고 제안했다. 여기에 동조할 인원은 별로 없었다. 그들은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호응하지 않으리라는 걸 몰랐을까? 그렇게 생각하긴 어렵다.


각 파티들 사이에는 긴장이 고조되어 있었고 불신이 팽배했다. 식량 문제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데 서로 잘 알지도 못하는 파티끼리 쉽게 연계하리라고 생각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많은 인원이 동조하지 않을 것을 알고도 제안한 이유가 무엇일까? 정말로 탈출로를 찾아내기 위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일단 이점은 예외로 둔다. 그럼 다른 목적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


인원을 소수로 분리하기 위해.


지금 시체가 놓여있는 상황과 인원을 소수로 분리한다는 행위를 조합해보면. 죽이기 쉽도록 소규모 인원을 유인했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처음부터 목적은 소규모 인원을 분리해서 살해하는데 있었다는 점으로 도착한다.


실력에 자신은 있지만 공동에 있던 인원 전체를 상대할 자신이 없었다면 그런 행동을 하게되지 않을까?


하지만 근거가 부족하다. 나는 이 가설의 신빙성이 높다고 생각하지만 증명할 결정타가 없었다.


"일단 자리를 옮기지. 안전한 장소를 찾자. 루트, 이제 이동할거야."


나의 말에 엘리엇과 루트가 움직였다.


루트는 우리의 행동에 겁을 먹으면서도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신뢰할만한 태도였다.


나는 루트에게 말했다.


"우리를 지켜줘서 고맙다."

"어, 뭐 당연하지."


루트는 진심으로 기쁜듯 가슴을 펴며 대답했다. 엘리엇은 갑자기 이새끼들 뭐하나라는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누르스름한 벽돌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복도를 걸으며 나는 계속 말을 이었다.


"네가 없으면 어땠을지 짐작이 안 된다. 너의 완력도 듬직한 모습도 나를 지탱해주는 힘이 되거든. 네가 없었으면 나는 이미 공포에 질려서 패닉에 빠졌을지도 몰라."


루트를 칭찬하며 나는 머리속으로 내가 한말을 끊임없이 진실이라고 되내였다. 문장을 암송하듯 루트를 머리속으로 찬양했다.


루트는 감동에 겨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눈물을 글썽였다.


반면 엘리엇은 굉장히 혼란스러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엘리엇이 가진 기프트가 사람의 진심을 판별하는 종류의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마음 깊숙한 곳의 진심인지, 머리속에서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표면적인 수준의 진심인지를 판별하고 싶었다. 지금은 그 확인을 위한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엘리엇은 조금전 내가 화나지 않았다고 했을때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루트와 엘리엇은 내 표정을 보고 내가 화났다고 판단했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이번에는 이쪽. 표정이 왜 그래?"

"표정이 왜? 뭔가 이상한가?"


엘리엇이 내게 물었고 영문을 몰랐던 나는 오히려 되물었다. 내 얼굴에 무슨 표정이 있었는지 의아했다.


로트가 나를 보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왜 화가 난 거야?"

"이상한 소리를 하는군."


나는 조금 불쾌해졌다. 근거 없는 지레짐작은 원하지 않는다. 이런 오해가 우리 사이의 신뢰를 해칠 수 있다는 생각에 단호하게 대답했다.


"나는 화나지 않았어."


엘리엇은 조금 당황한 듯했다.


"어? 어...?"]


추리를 위해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나는 화난게 맞다. 하지만 머리속으로는 내가 화나지 않았다고 떠올리며 끊임없이 자기 암시를 했다.


엘리엇은 왜 당황했는가? 명확하게 화난 표정이 드러났는데도 화나지 않았다고 말한 내 발언이 진실로 판명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엘리엇에게 말했다.


"엘리엇, 너에게도 고마워."

"뭐, 이번엔 뭔데?"


나의 말에 엘리엇이 다시 당황했다.


엘리엇을 향해 무한한 감사와 존경을 담아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너의 대처는 훌륭했어. 네가 없었다면 나는 무너졌을거야. 루트도 너도... 둘 중 하나라도 없었다면 나는 도대체 어찌했을지..."

"하지마, 소름돋는다고."


엘리엇은 칭찬에 익숙하지 않은 모양이다.


"왜? 난 지금 진심이야."

"알아. 그래서 더 무섭다고."


확인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던전 탈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9 29 (완결) 24.08.11 21 1 17쪽
28 28 24.08.10 19 2 10쪽
27 27 24.08.08 17 2 7쪽
26 26 24.08.06 21 2 9쪽
25 25 24.08.04 24 2 8쪽
24 24 24.08.04 22 2 8쪽
23 23 24.08.03 20 2 7쪽
22 22 24.07.31 22 2 8쪽
21 21 24.07.30 22 1 8쪽
20 20 24.07.29 21 1 7쪽
19 19 24.07.29 21 1 8쪽
18 18 24.07.27 26 1 10쪽
17 17 24.07.26 21 1 9쪽
16 16 24.07.24 25 1 7쪽
15 15 24.07.23 27 1 7쪽
14 14 24.07.22 32 2 10쪽
13 13 24.07.21 26 2 7쪽
12 12 24.07.20 32 1 11쪽
11 11 24.07.19 25 2 8쪽
10 10 24.07.18 28 1 7쪽
9 9 24.07.17 30 1 11쪽
8 8 24.07.16 30 2 9쪽
7 7 24.07.15 33 1 10쪽
6 6 24.07.14 30 2 11쪽
5 5 24.07.13 34 1 9쪽
» 4 24.07.11 40 1 9쪽
3 3 24.07.10 56 1 11쪽
2 2 24.07.09 66 1 13쪽
1 1 24.07.08 99 1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