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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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평타석
작품등록일 :
2024.07.08 08:11
최근연재일 :
2024.08.11 16:45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890
추천수 :
41
글자수 :
119,017

작성
24.07.30 20:16
조회
22
추천
1
글자
8쪽

21

DUMMY

엘리엇이 불편한 진실을 꺼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조금 긴장했다. 로트를 위해 일부러 언급하지 않았던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어, 뭐, 우리가 그것 때문에 그러는 건 아니지만..."


엘리엇의 목소리에서 후회의 기색이 느껴졌다. 자신의 강화된 기프트 덕분에 로트의 마음 상태를 빠르게 읽었나 보다.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말끝을 흐렸다.


나는 빠르게 상황을 수습하려 했다.


"로트, 어쨌건 저들을 막지 않으면 안돼. 이유는 충분히 설명했지?"

"응, 이해하고 있어."


로트의 대답에 안도감이 들었다. 그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비록 상황은 여전히 무겁고 어려웠지만 로트가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안이 되었다.


휴식을 마치고 우리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로트의 존재 자체를 숨길 생각이었다. 그는 우리 중 가장 강력한 전력이었고 결정적인 순간에 상대의 허를 찌르는 데 사용할 생각이었다. 천장의 존재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런 지리적 이점은 끝까지 비밀로 유지하고 싶었다.


따라서 엘리엇과 나는 아래층에서 활약할 때 로트는 천장 위에서 우리를 따라 이동할 필요가 있었다.


로트에게 천장 구조를 집중정으로 설명하기 시작한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열심히 가르치고는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엘리엇의 다양한 아이템을 활용해 천장의 주요 부분에 표시를 해두었다. 이렇게 하면 로트가 쉽게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또 한 파티가 죽었군."


엘리엇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로트를 가르치는 동안 그녀는 접시로 주변 소리를 감시하고 있었다. 새로운 정보가 들리면 즉시 우리에게 알려주기로 했었다.


"그렇군."


나는 최대한 감정을 배제한 채 대답했다. 남은 사람들의 운명에 연연하지 않으려 애썼다. 그런 감정에 휘말리면 우리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워질 테니까.


"그나저나 이 녀석들은 참 사이가 별로네."


엘리엇이 무심한 듯 말을 던졌다.


로트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끼고 있던 참이라 나는 그녀의 말에 응답했다.


"그렇지. 우리가 자신들 동료를 한명 죽인 걸 발견하고도 별 반응이 없었으니까."


내가 말한 '별 반응'은 동료의 죽음 자체에 대한 것이었다.


물론 그들은 자신들같은 베테랑 파티가 하찮은 모험가들에게 당할 수 있다는 사실에는 꽤나 동요했었다. 하지만 동료를 잃은 슬픔 같은 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들에게 동료의 죽음은 그저 하나의 사건일 뿐이었다.


로트가 갑자기 말을 꺼냈다.


"이상하다. 나쁜 짓이라도 함께 오래 했을테니 꽤 많이 다녔을텐데."


나는 로트의 말을 들으며 생각에 잠겼다.


물론 우리와 비교하면 베테랑 파티는 더 오래 함께 다닌 사이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들은 그들의 대화를 돌이켜보면 그렇게 오랜 인연으로는 느껴지지 않았다.


우리가 집요하게 그들을 추적하며 대화를 엿들은 덕분에 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들은 우연히 첫 탐사에서 이 기프트의 비밀을 알게 된 후 단지 그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뭉쳐 있을 뿐이었다.


"우리는 훨씬 사이가 좋으니 다행이야."


로트의 말에 엘리엇이 대꾸했다.


"뭐, 나쁘지는 않지. 네가 좀 등신이기는 하지만."

"흐흐."

"좋단다."


로트와 엘리엇이 말을 주고 받았다. 엘리엇의 날카로운 말에도 로트는 그저 웃어보였다. 아마도 엘리엇의 진심을 느낄 수 있어서 그녀의 말에 상처받지 않는 것 같았다.


다시 천장 지형에 대해 로트의 학습을 이어갔다. 그의 움직임이 조금씩 더 익숙해져가는 것을 느꼈지만 동시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초조함도 밀려왔다. 남은 생존자들의 숫자는 우리의 제한 시간이나 마찬가지였다.


로트의 집중력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느껴질 즈음 우리는 베이스로 돌아와 간단히 식사를 마쳤다.


"시작하자."


내 말에 엘리엇이 고개를 끄덕였다.


베테랑 파티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진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야 한다. 그 말인즉, 엘리엇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뜻이다.


우리는 급격하게 기프트가 강해졌고, 응용력이 제로였다.


나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며 우리의 기프트를 실험해보았고 엘리엇의 기프트가 응용하기에 가장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것을 위한 훈련이었다.


"좋아, 후우..."


엘리엇은 고개를 끄덕이며 나와 로트를 마주 바라보며 자리에 앉았다.


"그럼 제시어를 말해보자, 로트."

"로트는 너무 듬직해."


내가 말을 꺼내자 로트가 그 말을 받아 제시어를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자신에 대한 칭찬을 듣고 싶어하는 마음이 가득 담겨 있었다.


엘리엇은 한동안 끙끙거리며 고생하는 듯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녀의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었다.


"흐흐."


로트도 뭔가를 느꼈는지 실실 웃었다.


나 역시 엘리엇의 마음이 전해지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로트가 듬직하다는 감정과 유사한 것이 전달되고 있었다.


처음 내가 원했던 것은 문장 그대로를 상대방의 마음에 전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엘리엇의 기프트는 그런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대신 비록 정확한 문장은 아니더라도 그 의미와 맥락을 잃지 않고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제시하는 문장의 본질적인 의미를 상대방에게 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감정을 뛰어넘어 의사를 전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럼 다음 단계. 로트부터 시작해보자."


내가 말을 꺼내자 엘리엇이 다시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번 과제는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이었다. 엘리엇은 자신의 기프트를 사용해 의사를 전달하되 한 사람씩 독립적으로 전달해야 했다.


로트에게 전하는 말은 내가 듣지 못하고 나에게 전하는 말은 로트가 듣지 못하면 성공이었다.


"너무해."


로트가 갑자기 우울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 순간 나는 미약하게나마 '로트는 병신'이라는 의미를 느꼈다. 처음 연습할 때보다는 훨씬 약하게 전해지고 있었지만 여전히 완벽하지는 않았다.


그러다 갑자기 나에게 강한 의미가 전달되었다. '너도 동의하지?'라는 뜻이 내 머릿속에 강하게 밀려들었다. 로트도 이 의미를 느낀 모양이었다. 그는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로트는 듬직하지."

"흐흐..."


나는 동료의 멘탈 관리를 위해 로트를 칭찬해주었다. 그러자 로트는 기분 좋은 듯 웃음을 지었다.


"쳇, 실패한 모양이군."

"잘 들렸는데. 처음보다 좋아졌고. 로트에게 전할 때 훨씬 약하게 들렸어."

"아냐, 실패한 모양이야. 네가 대답한 꼬라지를 보면."


엘리엇이 입을 삐죽거리며 투덜거렸다.


엘리엇의 말과는 달리 그녀의 마음속에서는 자신의 성장을 뿌듯해하는 감정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녀의 기프트 덕분에 나는 그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이정도면 작전을 진행해도 될 것 같아."

"괜찮겠어? 완벽하지는 않잖아."

"충분히 쓸 수 있는 수준은 되겠는데."


내 평가에 엘리엇은 더욱 뿌듯해하는 기색을 보이며 한쪽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그녀의 자신감이 눈에 띄게 상승하는 것이 느껴졌다.


"좋아, 그럼 내가 활약할 시간이라 이거지."


엘리엇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에게는 이제 상대방의 마음속에 의미를 전달할 수단이 생겼다. 반면 베테랑 파티의 유대는 상대적으로 약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은 분명했다.


우리의 첫 번째 작전은 이간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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