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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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평타석
작품등록일 :
2024.07.08 08:11
최근연재일 :
2024.08.11 16:45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882
추천수 :
41
글자수 :
119,017

작성
24.07.23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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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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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15

DUMMY

우리는 숨을 죽이고 접근하는 파티를 기다렸다.


나는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으려 노력했고 그건 엘리엇과 로트도 마찬가지였다.


가짜 유리 포션을 바른 판자를 통해 아래층 상황을 훤히 볼 수 있었다.


기프트 강화의 느낌이 심했다. 몸의 떨림이 심각한 수준이었고 메스꺼움도 정도가 심해 토악질이 나올 것 같았다. 내 몸 전체가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듯했다. 전투는 되도록 피하고 싶다. 어쨋건, 경험적으로 이 감각이 사그라들 것은 알고 있으니 이 순간만 넘기면 된다.


힘겨운 감각을 버티며 아래를 관찰하고 있으니 세 사람으로 구성된 파티가 나타났다. 나는 온몸을 관통하는 불편한 느낌을 억누르며 그들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떨리는 손을 꽉 쥐고 메스꺼움을 삼키면서도 눈은 한시도 그들에게서 떼지 않았다.


"여기도 그래."

"목소리 죽여."


위축된 모습의 세 사람은 우리가 만들어낸 다섯 구의 시체를 보고 질린 표정으로 천천히 주변을 살폈다. 그들의 얼굴에 공포와 혐오감이 뒤섞인 표정이 역력했다.


"미쳤어... 이게 다 식량 때문이야?"

"남 말할 처지가 아니야. 어쩌면 우리도 이짓을 해야할 수도 있어."

"씨발..."


세 사람은 목소리를 낮추며 조용히 말을 나누었다.


다행히 저들은 기프트 강화의 비밀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시, 식량은 없겠지?"

"그래도 뭐라도 찾아보자."


시체를 기웃거리며 짐을 뒤지는 세 사람은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나는 그들의 헛수고를 지켜보며 약간의 죄책감을 느꼈다. 미안하지만 전리품은 이미 우리가 모두 챙겼다.


"어?"


한 사람이 천장의 이상함을 눈치챘다. 나는 순간 긴장감이 온몸을 휘감는 것을 느꼈다. 아무리 가짜 유리 포션으로 위장했다고 해도 단차는 어쩔 수 없다. 판자 위에 벽돌을 쌓았으니 유심히 보면 눈치챌 모습이다.


우리의 은신처가 발각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왜그래?"

"천장이 이상한데."


그의 말에 나는 숨을 죽이고 더욱 조심스럽게 상황을 지켜보았다.


상대적으로 어두운 곳에 있는 우리였기에 시선이 마주치지는 않았다. 나는 조심스럽게 위치를 조정하며 상대를 관찰했다.


저들은 죄가 없다. 이 생각이 내 마음을 무겁게 눌렀다.


하지만 천장이라는 이점을 살리려면 목격자를 살려둬서는 안된다는 판단도 동시에 들었다.


오지마. 너희들이 오면 아마도 나는 너희를 죽일 거야. 그게 필요한 일이니까.


그러고 싶지 않다.


죄지은 자를 죽인다는 최소한의 선을 넘어서까지 살인을 하고 싶지 않았다. 이미 그 행위 조차 정의가 아닌데. 내가 무슨 권리로 죄지은 자를 죽인다는 말인가. 그저 살려고 하는 행위일 뿐인데.


나는 간절히 기도했다. 신을 믿지 않는 부덕한 자의 기도도 신은 들어주는 것일까.


"관둬. 지금 그런데 신경 쓸 틈이 없어. 일단 숨을 곳을 찾아보자."


세 사람은 이곳을 떠났다. 그들이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을 보며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긴장감으로 굳어있던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무고한 이들을 해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나를 감쌌다.


고개를 들자 엘리엇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엘리엇의 눈빛에서 어떻게 하냐는 무언의 질문을 읽을 수 있었다. 나는 순간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엘리엇이라면 당연히 저들을 추적해서 죽이자고 할 줄 알았다. 그녀는 자신이 말했던 것처럼 우리와 달리 이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죄책감이 덜했으니까.


하지만 엘리엇의 표정에서는 예상과 다른 복잡한 감정히 읽혔다.


"갔어. 잘하는 짓인지 모르겠네."


엘리엇은 착찹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녀의 목소리에서 복잡한 감정이 묻어났다.


곧 이해할 수 있었다. 엘리엇은 세 사람을 동정해서 고민했던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듯한 이상한 감각이 나를 엄습했다.


엘리엇이 신경 쓰는 것은 로트였다. 로트가 죄책감으로 괴로워하고 있는 와중에 죄 없는 자들을 또 죽이는 상황이 오는 것을 꺼린 것이다.


문득 내가 왜 이 사실을 알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묘한 감정이 느껴진다. 엘리엇의 마음이 느껴지는... 그런 느낌이다. 이 새로운 감각에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엘리엇, 네 기프트가 강해진 거 같아. 이상한 방향으로."

"뭐? 어떻게?"

"미약하긴 한데 네 감정이 느껴져."

"아, 씨발 거짓말이라고 해줘."


엘리엇의 반응에서 당혹감과 불안이 느껴졌다. 나 역시 이 예상치 못한 변화에 혼란스러웠다.


"흐흐흑, 미안해, 엘리엇. 고마워, 나는... 네가 나를 미워하는 줄만 알고... 으흐흑."


아직도 쭈그리고 앉아 훌쩍거리는 로트는 울먹임을 더 심하게 하며 힘겹게 말했다.


"알았으니까 좀 닥쳐. 진짜 미쳐버리겠네."


엘리엇 역시 힘겹게 대답했다. 그녀의 목소리에서 짜증과 당혹감이 묻어났다.


느낄 수 있다. 엘리엇은 창피해하고 있다. 나는 그녀를 조롱하고 싶었으나 참기로 했다.


엘리엇이 나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가봐? 그 감정만으로도 참 불쾌한데."

"그렇군."


엘리엇의 말은 나를 만족스럽게 했다. 마음만으로도 조롱할 수 있는 전우라니 얼마나 진한 전우애인가. 이 상황의 아이러니함에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방금전까지 심각한 생각이 머리를 헝클이던 것이 거짓말 같았다.


잠깐의 시간이 지나자 감각은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로트 역시 진정한 모습이었다. 죄책감이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폭발적인 감정 같은 것은 느껴지지 않았다.


"로트 네가 해줘야할 일이 있어. 이번에는 괴로운 종류는 아니야."


나는 조심스럽게 말하면서도 로트를 안심시키는 것을 잊지 않았다.


로트는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벽돌을 조금 치워 틈을 만들고 두 사람과 함께 아래로 내려왔다. 차가운 바닥에 발을 디디며 우리가 해야할 일을 머리속으로 정리했다.


"여기와 여기를 부숴줘."


나의 지시에 맞춰 로트가 벽을 부쉈고 우리가 적과 싸웠던 공간과 복도 사이에 돌무더기가 생겼다. 이정도면 돌을 치우지 않는 이상 넘어올 수 없다. 로트의 힘이 만들어낸 장벽을 보며 나는 만족감을 느꼈다.


"천장의 위장이 한계가 있으니 보완하자. 엘리엇, 여기에 가짜 유리 포션을 쓸 거야."


결국 누군가 들어와서 시체를 살피다보면 천장의 높이 차이를 깨닫게 된다. 그러면 우리의 공간이 침입당할 우려가 생긴다.


차라리 벽을 부숴 복도를 막은 뒤 가짜 유리 포션을 사용한다. 그러면 복도에서 이 안쪽의 시체가 보이기는 하겠지만 뭔가에 막히는 상황에 마주할 것이다. 이 계획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나는 점점 더 확신을 가졌다.


마침 던전 기관장치가 내는 듯한 소리가 주기적으로 들리니 마법적인 무언가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진입을 꺼릴 수 있다. 적어도 천장만 위장하는 것보다는 이편이 더 신간 끌기에는 좋을 것이다.


"그럴듯한데."


내 설명을 들은 엘리엇이 고개를 끄덕였다.


"포션으로 벽을 전부 칠할 필요는 없어. 포션은 최대한 아끼자. 듬성듬성 벽돌이 보이다가 투명하다가 하는 편이 더 던전의 효과처럼 생각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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