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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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평타석
작품등록일 :
2024.07.08 08:11
최근연재일 :
2024.08.11 16:45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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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9,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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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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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9

DUMMY

우리는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휴식을 취했다. 두 사람이 번갈아가며 망을 보는 동안 나머지 한명은 쉴 수 있었다. 아까보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휴식을 취하니 조금은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충분히 쉬었다고 판단한 후 엘리엇과 로트에게 다음 계획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천장이라 조명이 부족해 어두웠고 그들의 얼굴을 정확히 볼 수는 없었다. 그래도 내 말에 귀기울이고 잇다는 것은 느껴졌다.


"다음 휴식 전까지 베이스를 최대한 보강할 거야. 단니면서 적당한 도구나 아티펙트가 있다면 획득해서 활용할 방안도 찾아볼 거고."


내 말이 끝나고 나서 잠시 침묵이 흘렀다. 두 사람의 반응을 기다렸지만 딱히 돌아오는 것은 없었다.


두 사람의 태도가 미묘하게 느껴졌다. 내 말에 반대하는 기색도 없고 설명도 열심히 듣는다. 그런데 자신들의 의견은 전혀 말하지 않았다.


마치 모든 것을 나에게 맡기겠다는 분위기였다. 목숨이 달려있는 상황인데 그걸로 괜찮나?


우리는 천장 탐색을 시작했다.


따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엘리엇과 로트는 여전히 조용한 움직임으로 나를 따랐다.


청장 공간은 예상 외로 넓었다. 던전과 거의 맞먹는 크기였다. 물론 높이는 훨씬 낮았지만.


탐색을 계속하다 보니 흥미로운 발견이 있었다.


일부 구간에서 아래로 이어지는 통로 같은 것을 발견했다. 이전에 아래층에 있을 때는 이런 통로를 본 적이 없었다. 이는 아래층에서는 우리가 보던 익숙한 노란 벽돌로 쌓인 채 우리가 활동하던 층보다 더 아래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아래층에서 탐사했을 때 던전의 구조는 비교적 단순한 편이었다. 복도가 이어지다가 몇개의 갈림길이 있고 넓은 공간이 가끔 나오는 식의 연속이었다.


이 낮은 천장은 오히려 아래층의 사람이 다니는 경로보다 복잡하고 다채로웠다. 던전하면 떠올릴만한 아티팩트 같은 것도 아래층보다 천장에 집중되어 배치되어 있었다. 무엇을 위한 도구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이 배치 자체가 나에게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어쩌면 탈출을 위한 단서가 될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자 조금씩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이 통로들의 위치를 꼼꼼히 기억해두었다.


엘리엇과 로트도 던전 천장의 구조를 신기해했다. 그렇지, 호기심이 생길만한 걸 발견하는 것은 기쁜 일이지. 나는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뭘 실실거려?"


엘리엇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나는 순간 당황했다. 내 표정이 보일리 없는데?


나는 최대한 감정을 숨기려 노력하며 물었다.


"...내 표정이 보여?"


최대한 무표정을 유지하며 물었지만 엘리엇은 나를 비웃는 듯한 웃음소리를 흘렸다.


"안보여. 그래도 실실 쪼개는 모습이 그려질 정도로 감정이 선명하게 느껴지는데."


기프트였군. 하지만 그녀의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 나는 항변했다.


"실실거리진 않았어. 그냥 너희들도 여기에 호기심을 보이는 것에 뿌듯했을 뿐이야. 새로운 걸 알게되는 것은 즐거운 일이잖아."

"뭔 변태같은 소리람. 그냥 신기해하고 마는거지."


그녀의 말에 나는 억울함을 느꼈다. 내가 한 말이 그렇게 이상했던가? 새로운 발견에 대한 기쁨을 표현한 것 뿐인데 왜 변태 취급을 받아야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로트는 이 상황에 대해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지만 낮은 웃음소리를 내었다. 이 상황이 재밌나보군.


순간 배신감을 느꼈다. 내가 그동안 로트를 얼마나 많이 칭찬해줬는데 이런 상황에서 내편을 들어주지 않다니.


우리가 탐색하던 천장에는 대부분의 아티팩트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불규칙하게 녹색 불빛을 내뿜는 돌이었다.


신비로운 광경에 흥미를 느꼈지만 엘리엇은 다른 의도로 입을 열었다.


"신비한 돌이군요, 현자님. 새로운 발견에 대한 기쁨이 느껴지네요."


나는 무시하지 못했다. 어리석은 자야, 반응해주면 더 좋아할 것을...


"...너는 다른 의미로 기뻐보이네."


녹색 불빛 덕에 엘리엇의 표정을 어렴풋이 볼 수 있었다. 예상대로 그녀는 희죽거리고 있었다.


"아, 예. 현자님처럼 지식에 대한 기쁨은 없지만 다른 즐거움은 있지요."


로트가 또다시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박장대소하지 않은 것이 어디인가. 그래도 다들 조용히 말하거나 웃기위해 애쓰고는 있다. 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긍정적인 사고를 해서인가. 나는 무언가 깨달았다.


"로트, 다시 웃어봐."

"나 아, 안 웃었는데. 내가 케인을 웃기다고 생각할리 없지."


로트의 변명에 엘리엇이 끼어들었다.


"거짓말이야."


그녀의 말에 나는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기프트가 없어도 로트의 거짓말은 쉽게 알아챌 수 있었다. 들었거든.


"빛이 나는 조건을 알겠어. 소리야. 로트, 웃어봐."

"흐, 흐, 흐."


로트의 웃음은 어색한 기계인형 같았지만 녹색 불빛은 그 소리에 정확하게 반응했다. 엘리엇과 로트는 감탄하는 표정으로 돌을 바라보았다.


엘리엇은 잠시 목을 가다듬더니 맑은 목소리로 작게 말했다.


"오오, 또 하나의 진실이 밝혀졌다. 참으로 기쁜 일이도다."


짜증나는 놈이군. 그래도 이 발견이 흥미로운 것은 사실이다.


"그래, 재밌네."


우리의 음절에 맞춰 빛이 반짝이는 모습을 보며 이 돌을 어떻게 활용할지 생각했다.


우리는 그 돌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이동했다.


로트가 주기적으로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거리를 벌렸다. 어색한 웃음을 흘리는 것이 어색한지 곁눈질로 로트가 언제까지 해야하는지 물어왔지만 나는 징벌을 멈추지 않았다. 나를 비웃은 죄로 로트는 웃음 형벌로 실험에 기여하고 있었다.


어느정도 거리가 생기자 돌은 로트의 웃음 소리에 반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을 때에도 가끔씩 불규칙적으로 반짝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저건 왜 그렇지?"


엘리엇의 질문에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지금 생각하기로는 다른 곳의 소리에 반응한 것 같은데. 다시 가보자."


나는 대답하자마자 돌을 향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엘리엇과 로트도 나를 따랐다.


돌을 자세히 살펴보니 거기서부터 가느다란 실 같은 것이 뻗어 나와 있었다. 나는 이것이 중요한 단서라고 직감했다.


천천히 그 실을 따라가니 아까 발견했던 아래로 이어진 통로와 연결되어 있었다.


이 발견에 흥분했다는 사실을 감추려 노력하며 나는 즉시 말했다.


"내려가서 이 실이 어디에 이어지는 지 확인하고 싶어."


내말에 엘리엇의 눈이 갑자기 반짝였다. 그녀의 눈빛이 변하는 것을 보고 나를 또 놀릴 건수를 찾았구나 생각했는데 그녀의 말은 진지했다.


"내가 먼저 간다. 트랩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엘리엇의 말을 듣고 나서야 그녀가 자신이 활약할 순간이라 눈빛을 반짝였던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는 여기 올라올 때와 마찬가지로 세사람을 서로 묶었다. 엘리엇이 먼저 내려가고 그다음은 내가, 그리고 로트가 마지막에 따라온다. 혹시 위험한 일이 생기더라도 로트가 당길 수 있게 한 조치였다.


로프의 줄이 모자라지 않기를 바라며 우리는 통로를 향해 천천히 내려갔다. 다행스럽게도 트랩은 없었지만 엘리엇은 그 사실이 못내 불만이었던 모양이다.


엘리엇의 모습은 무시하고 바닥을 살펴보자 작은 접시 모양의 물건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그것은 순백색의 얇은 원형 판이었다. 가장자리는 살짝 위로 올라가있고 중심으로 갈수록 완만하게 움푹 파인 형태였다. 표면은 매끄럽고 광택이나고 중앙에는 작은 구멍이 뚫려 있었다. 전체적인 모양은 마치 꽃잎을 펼친 듯한 모습이었다.


이 물건을 보자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다.


예전에 마법사를 위한 퀘스트를 수행할 때 비슷한 모양을 만들 수 있도록 구부러진 철판을 여러개 구해줫던 기억이 난다. 그 마법사는 이런 형태의 물건이 소리를 모으는 데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소리가 접시 표면에 닿으면 중앙으로 집중되어 모이는 원리였다.


이 기억을 떠올리며 나는 이 물건의 용도에 대해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아마도 이것은 위층에서 본 녹색 돌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소리를 모아 위로 전달하는 장치일 가능성이 높았다.


나는 호기심에 이끌려 그 접시 모양의 물체 뒤쪽에 조심스럽게 귀를 가져다 대보았다.


어디선가 걷고있는 발자국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나는 실이 끊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접시의 방향을 조금씩 바꿔보았다.


갑자기 다른 파티의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놀랍도록 선명했다. 마지 바로 옆에서 이야기 하고 있는 것처럼 들렸다.


예전에 마법사를 위해 수행했던 퀘스트 때 본 장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성능이었다. 그때의 장치는 단순히 소리를 모으는 정도였지만 이것은 마치 먼 거리의 소리를 완벽하게 전달하는 것 같았다.


엘리엇이 호기심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나도 해봐도 돼?"


나는 기쁜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생각했다. 봐라. 무지몽매한 이여. 놀라운 발견을 체험하는 기쁨을 몸소 깨달아라. 네가 비웃던 감정의 찬란함을 느끼고 눈물을 흘려라.


이런 생각을 하고 있자 엘리엇이 로트보듯 나를 보았지만 무시했다.


엘리엇이 접시에 귀를 대자마자 그녀의 표정이 놀라움으로 가득 찼다.


"와, 이건 뭐야?"


엘리엇의 목소리가 예상보다 커져 그녀는 황급히 자신의 입을 가렸다.


나는 엘리엇을 안심시키려 말했다.


"안심해. 우리쪽 소리는 안들릴거야. 이건 소리를 증폭시켜주는 장치야. 예전에 비슷한 걸 본 적이 있어. 성능은 비교할 수 없지만."


엘리엇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로트 차례였다. 그가 조심스럽게 접시를 들어 귀에 가져다 댔다.


"헉...!"


갑자기 실이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 나는 순간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당황해 입만 뻐끔거렸다. 하지만 로트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천진한 표정으로 귀를 대더니 나를 향해 밝게 웃으며 말했다.


"대단해, 케인. 바로 옆에서 말하는 거 같아."

"그래, 하지만 실제로는 거리가 제법 될거야."


다행히 장치는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 같았다.


나는 아직도 놀람에 콩닥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차분하게 말했다.


차라리 실이 끊어져도 작동한다는 사실을 알게되어 다행이었다. 나였다면 아마 과감하게 저걸 분리시켜볼 용기는 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얻은 것이 생겼다.


저 유물을 가지고 돌아가 천장에서 조용히 사방을 염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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