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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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평타석
작품등록일 :
2024.07.08 08:11
최근연재일 :
2024.08.11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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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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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6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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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7

DUMMY

나는 다시 한 번 접시에 귀를 가져다 대었다. 하지만 아무리 집중해도 세 번째 파티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던전의 크기를 고려하면 그들이 갈 수 있는 범위가 그리 넓지 않을 텐데 말이다.


"왜그래?"


엘리엇이 물었다.


"마지막 목표인 파티 소리가 들리지 않아."


나는 간단히 대답했다.


구르르르.


또 다시 던전 깊숙한 곳에서 기계가 움직이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이 불규칙적인 소음은 여전히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저거랑 관련 있나?"


엘리엇의 질문에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던전의 기관 소리와 세 번째 파티의 실종 사이에 연관성이 있을까? 머릿속으로 여러 가능성을 따져보았지만 확실한 답을 내리기는 어려웠다.


"글쎄, 하지만 가능성은 낮다고 봐. 이 소리는 우리가 활동하는 곳보다 훨씬 아래쪽에서 들리고 있고, 지금까지 소리로 움직인 뭔가에 영향을 받은 파티는 없었으니까. 그래도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


엘리엇은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상황이 밝혀졌다.


나는 접시를 통해 다른 파티의 대화를 엿들을 수 있었고 그들의 말을 통해 우리가 찾던 파티의 운명을 알게 되었다.


"죽었다."


내 말에 로트와 엘리엇이 동시에 시선을 던졌다.


"자세히."


엘리엇이 재촉했지만 나는 손을 들어 잠시 기다려달라는 표시를 했다. 대화는 여전히 진행중이었다. 접시에 귀를 대고 한 마디 한 마디를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충분히 상황을 파악한 후 접시에서 귀를 떼고 동료들에게 전파했다.


"다른 파티를 습격하러 갔다가 역으로 당해서 죽었어."

"병신들이네."


그녀의 짧은 평가에는 경멸과 함께 약간의 안도감이 섞여 있는 듯했다.


어쨌건 기프트 강화의 비밀을 알고 적극적으로 살인을 행하던 파티 하나가 사라졌으니 나도 안심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생존한 다른 파티들도 우리처럼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었다. 세 번째 파티가 습격하려 했던 그룹도 그런 생존자들 중 하나였다.


그 파티는 상대적으로 인원수가 적었지만 영리하게도 다른 삼인조 파티들과 연합을 맺어 서로 가까이에서 던전을 탐사하고 있었다. 꽤 괜찮은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세 번째 파티가 그들 중 한 쪽을 공격하자 타겟이 된 파티는 미리 준비한 신호를 외쳤다고 했다. 그 순간 아홉명으로 불어난 방어선이 형성 되었고 습격자들은 오히려 자신들이 살해당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내 설명이 끝나자 엘리엇과 로트의 표정이 이해했다는 듯 변했다.


"다들 골통 굴리느라 수고가 많군. 우리는 골통 담당이 하나 있어서 편한데."


엘리엇이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


대체 이 위험한 상황에서 엘리엇은 왜 나를 놀리는 걸까?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나는 그녀를 비난하지 않기로 했다. 오히려 마음속으로 그녀를 찬양하기 시작했다.


엘리엇은 정말 대단해. 위기의 순간에 빛나고, 들고양이처럼 유연하고 강인해. 잿빛 먼지에 뒤덮인 그녀의 금발도 아름답기 그지없어.


"이 미친놈아 뭐해?"


엘리엇이 당황한 듯 물었지만 나는 그녀에 대한 찬양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강하게 생각했다.


"로트, 엘리엇은 훌륭하지?"

"응, 엘리엇은 훌륭하지. 동료를 생각하는 마음도 깊고. 나는 사실 엘리엇이 나를 싫어하는 줄 알았어."


나의 물음에 로트는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엘리엇의 얼굴이 점점 붉어지는 것을 보며 나는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나도 너를 공격하는 방법을 알아, 엘리엇. 귀까지 빨개졌군.


"미친놈들아, 그만해."


엘리엇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나는 마음 속으로 스스로를 칭찬했다. 사실 나는 성자일지도 모른다. 나를 비꼬는 사람조차 이렇게 마음속으로 찬양할 수 있다니.


하지만 이런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중요한 정보를 전달해야 했다.


"뭐 어쨌건, 중요한 건 방어에 성공한 저쪽도 기프트가 강화된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어. 그리고 중요한 정보가 있어. 기프트는 파티 단위로 강화가 되는 모양이다. 연합한 파티들이 전부 강화가 된게 아니라 한 파티만 강화가 됐어."


이 정보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했다. 기프트 강화의 메커니즘을 더 잘 이해할수록 우리의 생존 확률도 높아질 테니까.


"그건 어떻게 알았는데?"


엘리엇이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에서 이전의 당혹감은 사라지고 호기심이 느껴졌다. 아마도 이 화제 전환이 그녀에게도 반가웠던 모양이다.


"기프트 강화를 받은 건 두 사람으로 이루어진 파티야. 던전의 저주에 걸린게 아닌지 의심하는 나머지 두 집단의 대화를 들었어."


내 설명에 엘리엇이 의문을 제기했다.


"둘로 된 파티? 파티는 최소 삼인이잖아."

"방어하다가 한 사람이 죽었다."


던전의 저주는 다른 던전에서도 흔히 일어나는 일이니 그런 의심을 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이건 단순한 저주가 아니었지만 그들이 눈치채지 못해준다면 우리에겐 다행한 일이었다.


"처음부터 이 던전은 파티를 등록해야 들어올 수 있다고 했었지. 그래서 우리도 이렇게 모인거고."


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엘리엇과 로트를 보며 나는 계속해서 설명했다.


"던전에 파티를 등록해서 들어와야 하는 경우는 가끔있지만... 어쨌건 그런 시스템이 있는 던전이었으니 파티 단위로 강화가 되는 것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범위라고 생각해."


아직 이 정보를 아는 파티는 없지않을까? 베테랑 파티의 말을 염탐할 때도 이런 정보를 들은 적은 없었다. 아니, 애초에 그들은 이 던전을 탐구하려는 의지가 없어보였다.


당초 우리의 목표였던 기프트 강화를 깨닫고 적극적으로 살인을 행하기 시작한 파티를 제거한다는 계획은 이제 달성되었다. 물론 베테랑 파티가 아직 남아있긴 했지만 그들은 현재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상대가 아니었다.


이제 우리는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결정했다. 먼저 간단히 식사를 하고 그 후에는 번갈아가며 잠을 자기로 했다. 어느정도 익숙해진 패턴이었다.


로트와 내가 깨어있는 동안 나는 평소처럼 노트에 오늘 보았던 것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로트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내 행동을 지켜보다가 물었다.


"그게 뭐야, 케인? 가끔 쓰는 걸 봤는데."

"고대 문자야. 여기 던전에도 많이 있잖아."


나는 간단히 대답했다.


처음부터 내가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고대 문자가 많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게다가 몬스터도 없어서 비교적 안전하다는 설명도 들었었다. 그 말을 믿고 온 것이 지금 와서는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안타깝게도 모험가 길드에서도 이 던전이 이렇게 위험해질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 굶주린 모험가들이 대량으로 발생할 거라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모험가들을 사냥할 생각으로 숨어든 베테랑 파티의 존재도 전혀 예상치 못했겠지.


로트가 갑자기 나를 칭찬하기 시작했다.


"케인은 역시 대단하네. 똑똑하니까 그런 걸 좋아하는구나."


나는 로트의 의도를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이렇게 뜬금없이 칭찬할 때는 항상 일관된 목적이 있었다. 순진무구한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서였다.


보답으로 자신을 칭찬해주길 기대하는 것이다.


"로트도 듬직하지."


내가 말하자 로트는 순수하게 기뻐했다.


"흐흐..."


언제나 똑같은 멘트로 칭찬해주는데도 그는 매번 이렇게 행복해한다. 기뻐한다면 얼마든지 해줄 수 있다. 이딴 거쯤이야.


로트의 이면에는 여전히 괴로움이 있었다. 그가 마음을 굳게 먹고 행동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죄책감에서 가장 시달리는 것은 로트였다. 나와 엘리엇은 로트가 잘 때 식은땀을 흘리며 괴로움을 잔뜩 머금은 잠꼬대를 하는 것을 들었다.


"정말 듬직해."


나는 한 번 더 그를 칭찬했다.


"흐흐..."


이번에는 로트가 그 거구를 베베 꼬았다. 나는 속으로 웃음을 참으며 생각했다. 나이 좀 생각하시지, 이 아저씨야.


우리의 휴식이 끝났다. 던전 안에서 시간을 정확히 가늠하기는 어려웠지만 충분히 쉬었다고 느껴졌다.


우리 셋은 함께 간단히 식사를 마쳤다. 식사가 끝나자 엘리엇과 로트는 자연스럽게 나를 향해 시선을 던졌다.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행동하고 있어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이제 내가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뭐, 어쨌건 좋다. 나에게는 분명한 목표가 있으니까.


"당분간 제거할 파티가 없는 상황이고, 몇가지 실험을 할 거야."


내 말에 둘은 아무 질문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골통 담당이 설정하는 목표를 신뢰하는 모양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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