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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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평타석
작품등록일 :
2024.07.08 08:11
최근연재일 :
2024.08.11 16:45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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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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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글자수 :
119,017

작성
24.08.04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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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25

DUMMY

"한 명이 남았을 때를 대비한 작전으로 간다. 기억하고 있지?"


나의 물음에 로트와 엘리엇이 긴장감 가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간책은 우리가 가장 먼저 시행할 작전이었고 당연히 여기에서 이어질 시나리오도 생각해뒀다.


작전이 아예 실패할 경우, 또는 소수의 인원만 남았을 경우 등 다양한 상황을 상정하고 대비책을 마련해두었다.


물론 한 명만 남는 상황이 우리에게 가장 유리했기에 그 경우에 대해 특히 많은 시간을 들여 예행 연습을 해두었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지금 우리의 위치가 당초 계획과는 달라졌다는 점이다.


예상치 못한 변수지만 기프트 강화의 정도가 심한 지금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나는 마음 속으로 제발 일격에 상대를 처리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우리는 최소한의 준비를 마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이곳은 베테랑 파티의 베이스. 중요한 위치였던만큼 우리도 미리 아래로 향할 수 있는 통로를 근방에 뚫어두었다.


내려가는 것은 엘리엇과 나 뿐이었다. 로트는 천장에서 대기하기로 했다.


발도의 사정거리를 210센티미터로 계산했다. 팔길이와 검의 길이를 고려한 결과였다. 그 안에 들어가면 나와 엘리엇은 즉사할 것이 분명했다. 이 거리를 항상 염두에 두어야했다.


통로를 통해 내려가 벽을 꺾자 발도의 모습이 보였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위치를 가리며 다가갈 동선은 보이지 않았다.우리도 어쩔 수 없이 우리의 모습을 드러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발도의 모습은 처참했다. 격렬한 전투와 기프트 강화의 여파로 그는 비틀거리고 있었다. 그의 머리칼은 산발이 되어 있었고 일부는 땀 때문에 피부에 들러붙은 채 말라있었다. 퀭한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며 검을 손에 쥐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시작한다."


나는 엘리엇에게 말했다.


그녀는 대답대신 알겠다는 의미를 기프트로 전달했다.


발도는 우리의 등장을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그가 힘을 대할 때 만큼의 긴장감은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우리를 그만큼 위협적으로 여기지 않는 듯했다.


너는 천천히 손을 뻗었다.


발도는 의문이 담긴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그의 머리 위 천장이 무너져 내렸다.


"뭐?"


발도의 놀란 외침과 함께 그가 당황하며 몸을 굴리는 모습이 보였다.


실패다.


좌절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나는 다시 팔을 뻗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발도의 머리 위 천장이 무너져 내렸다.


"그런 기프트인가!"


발도가 내 의도대로 오해한 채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사실 천장을 무너트리고 있는 것은 로트였지만 발도는 그걸 알지 못했다. 이것이 바로 우리 작전의 핵심이었다.


엘리엇과 나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기프트를 소유하고 있었고 우리의 진짜 무기를 숨기고 싸우는 것이 이 작전의 핵심이었다. 발도가 우리의 능력을 오해하도록 유도하는 것 그리고 그 오해를 이용해 그를 혼란에 빠트리는 것. 이것이 우리가 준비한 전략이었다.


우리의 전략은 리스크가 컸다. 천장을 무너뜨리는 연출을 위해 로트와 일정 거리를 유지해야 했고 그 때문에 발도에게서 마음껏 달아날 수 없었다. 하지만 발도 역시 기절한 힘의 범위를 7미터 이상 벗어날 수 없다는 제약이 있었다.


발도를 서로의 제약 사이 교집합 안에 넣어두고 시행해야하는 작전이다.


로트는 서둘러 이동하며 우리의 활동 반경을 조절해주었고 나는 계속해서 팔을 뻗었다. 엘리엇은 그때그때 로트에게 낙하 지시를 전달했다.


"빌어먹을, 대단하군 그래."


발도는 그렇게 말하며 무너져 내리는 돌무더기를 피했다. 하지만 처음과 달리 극적인 회피 동작은 없었다. 그는 이제 낙하물이 올 것을 예상하고 최소한의 체력으로 회피하고 있었다.


게다가 이곳은 우리가 준비한 전장이 아니었다. 원래 계획했던 곳은 천장에 빼곡하게 위치 표시를 해두어 정확하게 낙하물을 떨어트릴 수 있었지만 여기서는 로트가 지시를 받는 즉시 천장을 무너트려야 했다. 당연히 정확도는 형편없었다.


나는 이 전략의 실패를 인정해야했다. 이대로 계속하면 아무리 단순한 신호라도 엘리엇이 지치게 될 것이다. 그녀는 원거리로 기프트를 쓸 때 정신력 소모가 심했다.


"엘리엇!"

"알았어!"


내가 외치자 엘리엇은 굳이 말로 대답하며 갈고리를 천장이 무너진 곳에 던졌다. 물론 이는 천장에 올라가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만약 우리가 올라가서 추격을 위해 온 발도가 로트의 존재를 알게 되면 오히려 더 불리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엘리엇의 줄을 잡은 채 달리기 시작했고 나는 그녀의 뒤를 바짝 쫓았다. 그녀가 손을 뻗으며 외쳤다.


"꽉 잡아!"


나는 망설임 없이 그녀의 손을 잡고 계속 달렸다. 우리는 파티 제약으로 인해 생긴 가상의 벽을 밟으며 달렸다. 갈고리 로프의 원심력을 이용해 마치 위를 향해 솟구치듯 달렸다.


우리의 움직임은 남들이 보기에 허공 위를 뛰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이 기묘한 장면에 우리를 공격하기 위해 달려오던 발도는 순간 멍하니 바라보았다.


"난다고?"


발도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가 혼란에 빠진 사이 우리는 발도의 사정거리를 넘어서 가상의 벽을 밟으며 계속 달렸다.


우리가 머리 위쪽을 지나가는 것을 보고 발도는 다급히 방향을 틀었다. 우리를 쫓으려는 발도에게 장애물이 생겼다. 파티 거리의 제약은 우리만의 것이 아니었다.


"씨발!"


기절한 힘의 육체가 발도를 옭아매는 순간 그의 욕설이 던전에 울려퍼졌다. 그는 더 이상 우리를 추격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멈춰서야만 했다.


"준비한 곳으로 가자."


발도의 추격이 멈춘 것을 확인하고 우리는 이동을 시작했다. 로트는 여전히 천장에서, 우리는 아래 층에서 움직였다. 긴장감이 조금 풀리자 나는 미안한 마음에 입을 열었다.


"실패군, 미안하다. 판단 착오였어."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옆구리에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졌다. 엘리엇이 한방 먹인 것이다.


"우리도 동의했잖아, 찌질아."


엘리엇의 목소리에는 짜증섞인 애정이 묻어있었다.


흠, 그렇게 아프게 때릴 것 있나. 깜짝 놀랐네.


우리는 마침내 목표 지점에 도착했다. 숨을 고르며 주변을 살폈다.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멀지 않은 곳에서 발도의 모습이 보였다. 일자형 통로 끝에서 그가 우리를 향해 오고 있었다.


나는 그가 어떻게 거리 제약을 해결했는지 궁금해하며 자세히 보았다. 놀랍게도 그는 기절한 힘을 등 뒤에 묶고 걸어오고 있었다.


발도는 달려오지 않았다. 체력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그도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이 앞에 낭떠러지 같은 구조가 있다는 것을.


벌써 까먹은 건가? 발도는 우리가 공중을 나는 기프트가 있다고 착각하고 있을텐데. 물론 그건 가짜지만.


우리는 발도의 모습을 확인하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발도는 여전히 여유를 가지고 우리를 쫓아오고 있었다.


"우리도 천천히 이동하지. 체력을 쓸 필요 없겠어."


내가 말했고 엘리엇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내 등에 벽이 닿는 감각이 느껴졌다.


순간 깨달았다. 아... 로트에게는 의사 전달이 안되는구나. 엘리엇의 기프트를 써서 알려줄 수도 있겠지만 그녀의 힘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뛰자."


나는 한숨과 함께 말했다.


"흐흐흐, 골통 담당이 뭐 이래? 생각 못했어?"


엘리엇의 핀잔을 들으며 우리는 다시 달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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