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탈출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평타석
작품등록일 :
2024.07.08 08:11
최근연재일 :
2024.08.11 16:45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897
추천수 :
41
글자수 :
119,017

작성
24.07.16 16:52
조회
30
추천
2
글자
9쪽

8

DUMMY

한참을 기어가다 드디어 적당한 위치를 발견했다. 천장 내부의 공간이 넓어져 우리 셋이 충분히 편한 자세로 앉을 수 있을 정도였다.


주변은 거의 캄캄했다. 우리를 쫓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안도감이 조금 들었지만 여전히 긴장을 늦출 수는 없었다.


"잠시 쉬지."


내 말에 엘리엇과 로트도 각자 자리를 잡고 휴식을 취했다. 우린 모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잠시 숨을 고르며 상황을 정리했다.


"알려야 할 중요한 문제가 있어."


어둠 속에서 엘리엇과 로트의 표정을 읽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들의 반응을 살필 여유가 없었다.


나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말을 이었다.


"이 던전에서 살인을 하면 기프트가 강해지는 모양이다."


이 정보가 두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기 어려웠다.


경솔한 판단일 수도 있지만나는 솔직하게 사실을 말하기로 결심했다. 모르고 있다가 대처하지 못할 위험에 빠지는 상황은 피하고 싶었다.


엘리엇의 기프트도 신경 쓰였다. 그녀의 능력도 분명 강화되었을 텐데 이런 중요한 사실을 숨기다가 우리 관계가 악화될 수도 있었다. 솔직함이 최선의 선택이라 판단했다.


"미치겠군. 네 말이 진짜라는 게 느껴져. 평소보다 진하게."


엘리엇이 불안과 놀람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생각에 잠겼다가 로트에게 말을 걸었다.


"평소에 아슬아슬하게 못하던 게 있으면 한번 시험해줄 수 있어? 네 힘이 강해진 걸 눈으로 보고 싶어."


내 말에 로트가 부스럭거리며 배낭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어둠 속에서 정확히 보기는 어려웠지만 물렁물렁해 보이는 공 같았다.


엘리엇이 약한 조명을 꺼내 로트의 손을 비추자 그 모습이 더 선명해졌다. 손 때가 많이 묻은 공인게 잘 보였다.


로트는 그 공을 손에 쥔 다음 힘을 주어 압박했다. 순간 공이 퍽 소리를 내며 터졌다.


"평소보다 강해진 거 맞지?"

"어, 어... 이건 터트리는게 아니라 쥐는 힘을 연습할 때 쓰는 거야. 터진 걸 본 건 처음이야."


로트의 말을 들으니 그가 원래 의도했던 건 평소보다 세게 쥘 수 잇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올 정도였으니 그의 기프트가 강화되었다는 건 명백해 보였다.


"돌겠네. 씨발, 이걸 좋아해야 해, 말아야 해. 기프트가 강화되다니."


엘리엇이 갈등에 찬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녀의 표정에서 내게 답을 구하는 듯한 기색이 느껴졌지만 이건 내가 대신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침묵을 지켰고 엘리엇은 다른 질문을 던졌다.


"그럼 그 시체들은...?"


이건 쉽게 답할 수 있는 문제였다.


"베테랑 파티원들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을 거야. 그러면 살해하기 쉽도록 일부 파티를 쪼개 자신들과 탐사에 나서도록 한 일이 설명되지."


그리고 나는 근거를 이어 붙였다.


"아까 우리와 상대한 자는 우리를 선별해서 탐사에 끼워넣었다는 식으로 말해지. 기억해?"

"뭐라고 했더라? 아까는 워낙 정신이 없어서."


엘리엇은 조금 창피한 듯 줄어드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제서야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나처럼 모든 걸 또렷이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종종 내 기프트 때문에 이런 점을 잊고는 한다.


"'어, 괜찮은데? 병신들만 추려서 꾸린 공격대였는데 쓸만한 놈들이 섞여있어잖아. 하하.'라고 말했어. 이 내용은 단어 하나 바꾸지 않고 그대로 말한 내용이야."

"그래, 대단하네..."


엘리엇은 감탄보다는 질렸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반응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내가 신경 써서 정확히 전달한 건데 말이다.


반면 로트는 나를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로트의 태도는 대단히 모범적이다. 얼마나 바람직한 모습인가.


"너 삐졌군. 쫌팽이 자식."


엘리엇이 조금 지친 기색으로 말했다. 그녀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이런 것까지 느껴지다니. 진실 유무와 상관없는 감정을 느끼는 건 처음이야. 기프트가 강해진 건 확실하네."


나는 삐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사소한 감정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상황 정리가 우선이었다.


"어쨌건 그런 말을 했다는 건 자신들보다 약한 모험가들로 이 던전 탐사를 할 사람들을 구성했다는 뜻이 된다. 이유는? 간단하지. 편하게 죽일 수 있는 사람들이니까. 처음부터 기프트를 강화하기 위한 희생양으로 우리를 정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내 정리를 들은 엘리엇과 로트가 숨을 들이 삼켰다. 그들의 표정에서 충격과 공포가 읽혔다.

"출구를 막은 건 그럼 베테랑 파티원들이겠네?"


"아마도."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엘리엇의 질문에 동의했다.

그러면서 내가 분석한 정보를 알렸다.


"베테랑 파티원들이 이런 대규모 살인을 저지른 건 아마도 처음일 거라 예상된다. 생각보다 많은 수의 파티가 갈라지지 않자 살인에 애를 먹었겠지. 그래서 이런 극단적인 방법으로 입구를 막고 환경을 조성했던 거라고 생각해. 그나마 다행이지."


정말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나는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베테랑 파티원들도 이런 상황은 처음 겪는 일이라는 말이 되니까."


적어도 우리의 적들도 완벽하게 준비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작은 위안이 되었다.


나는 기억을 더듬으며 설명을 이어갔다.


"베테랑 파티의 인원은 총 다섯명. 그들이 던전 탐사동안 보였던 모습을 생각하면 대부분 직관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었어. 굉장히 빠른 발도를 보였던 사람, 우리가 상대했던 방어력에 특화된 사람, 시력에 자신을 보였던 사람, 비상식적으로 무거운 짐을 지고 있었던 사람... 이 사람은 아마도 로트와 비슷한 계통의 기프트겠지. 그리고 이 던전까지 오는 동안 몬스터를 잡고 도축을 했던 사람. 그것도 기프트가 아니면 설명이 안되는 능력이었지. 그 사람이 도축하면 부산품의 품질이 유달리 좋았던 거 기억나지?"


둘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하는 듯 그저 호응하기 위해 고개를 끄덕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시하고 설명을 이었다.


"이정도로 눈에 띄는 기프트를 가진 자들이었으니 지능을 보조하는 기프트는 없었을거야. 다행이지. 그런 기프트를 가진 사람이 있었다면 훨씬 치밀한 계획을 세웠을테니까. 우리가 이렇게 돌발적으로 행동할 걸 대비한 것도 있었을 거고. 출구를 무너트린 것도 힘이 센 사람이 기프트를 강화하면 해결 할 수 있는 문제라고 판단하고 즉흥적으로 저지른 것이겠지."


엘리엇은 내 말에 위안을 얻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문득 생각난 듯 물었다.

"길드 마스터도 한패일까?"


충분히 품을 수 있는 의문이었다.


나는 선명해진 기억을 더듬으며 그때를 회상했다. 모험가 길드 마스터가 베테랑 길드와 한패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었다.


엘리엇처럼 진심을 읽는 능력은 없지만, 그의 평소 행동과 그때 행동을 대조하는 정도는 가능했다. 그의 행동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한패라면 이런 기능이 있는 던전에 그가 빠지는 것이 납득되지 않았다. 돈 정도의 보상으로 만족할 수 있을까? 자신의 기프트를 강화하는 기회가 있는 상황에서?


나는 고개를 저었다. 길드 마스터가 연루되었을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낮은 가능성을 뚫고 길드 마스터가 연루되었다고 하더라도 당장의 문제는 아니었다. 우선은 이 던전을 탈출하는 게 급선무였으니까.


"당분간 이 천장 구역을 우리의 베이스로 삼자. 던전 탈출이 하루이틀만에 될 거라고 생각되지는 않으니까. 은신처는 필요하겠지."


엘리엇과 로트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의 뜻을 표했다. 그들의 표정에서 안도감과 함께 약간의 불안함이 읽혔다.


나는 우리가 지금 있는 곳의 위치를 대략적으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기프트가 강화되어 기억력이 좋아진 덕분에 상세한 설명이 가능했다.


아랫층의 구조를 떠올리며 우리가 지나온 경로를 머릿속에서 그려보니 천장과 아랫층의 관계가 선명하게 그려졌다. 마치 머릿속에 던전의 입체 지도가 그려지는 듯했다.


"그러니까 여기로 가면... 음..."

"음..."


나는 열심히 설명을 이어갔지만 엘리엇과 로트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그들의 표정에서 혼란스러움이 읽혔다. 내 설명을 전혀 따라오지 못하고 있었다.


내 강화된 기억력과 그들의 이해도 사이에 큰 간극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길은 언제나처럼 케인이 앞장서는 걸로. 어차피 우리는 떨어져서 행동할 수도 없잖아."


엘리엇이 정리했고 나는 동의했다. 그녀의 말이 맞았다. 계약 때문에 우리는 서로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질 수 없었다.


처음에는 두 사람의 불편을 해소해주기 위해 설명했던거엿지만 그들에게 오히려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다면 굳이 이 복잡한 구조를 암기하라고 강요할 생각은 없었따. 결국 내가 길을 안내하면 되는 문제였으니까.


그렇게 결론 맺은 우리는 휴식을 취했다. 아까보다는 한결 편안한 기분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던전 탈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9 29 (완결) 24.08.11 21 1 17쪽
28 28 24.08.10 19 2 10쪽
27 27 24.08.08 18 2 7쪽
26 26 24.08.06 21 2 9쪽
25 25 24.08.04 24 2 8쪽
24 24 24.08.04 22 2 8쪽
23 23 24.08.03 20 2 7쪽
22 22 24.07.31 22 2 8쪽
21 21 24.07.30 23 1 8쪽
20 20 24.07.29 22 1 7쪽
19 19 24.07.29 22 1 8쪽
18 18 24.07.27 26 1 10쪽
17 17 24.07.26 21 1 9쪽
16 16 24.07.24 25 1 7쪽
15 15 24.07.23 27 1 7쪽
14 14 24.07.22 32 2 10쪽
13 13 24.07.21 26 2 7쪽
12 12 24.07.20 32 1 11쪽
11 11 24.07.19 25 2 8쪽
10 10 24.07.18 28 1 7쪽
9 9 24.07.17 30 1 11쪽
» 8 24.07.16 31 2 9쪽
7 7 24.07.15 33 1 10쪽
6 6 24.07.14 30 2 11쪽
5 5 24.07.13 35 1 9쪽
4 4 24.07.11 40 1 9쪽
3 3 24.07.10 56 1 11쪽
2 2 24.07.09 66 1 13쪽
1 1 24.07.08 101 1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