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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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평타석
작품등록일 :
2024.07.08 08:11
최근연재일 :
2024.08.11 16:45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904
추천수 :
41
글자수 :
119,017

작성
24.07.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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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11

DUMMY

표면적으로 여분의 식량을 미리 구해두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여분의 식량을 구해야한다는 말을 듣고도 로트는 별 생각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여분의 식량을 구해야한다는 뜻은 다른 파티를 살해해야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로트의 생각은 거기까지 미치지 않은 듯했다. 그의 순진한 반응을 보면서 내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해졌다.


죄책감이 마음을 조여왔다. 로트를 속이는 듯한 이 상황이 나를 괴롭혔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럼 움직이자."


나는 마음을 다잡으며 동료들을 향해 말했다.


싸울 상황을 만들어야한다. 그러는 편이 로트를 싸움에 끌어들이는데도 내 죄책감을 덜어내는데도 편리하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스스로를 설득했다.


천장에 있을 때 적당한 파티가 공동에서 떨어져나왔음을 접시를 통해 알아냈었다.


여러 파티의 대화 소리로 들은 정보를 통해 공동에서는 이미 살인이 발생한 후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불안을 느낀 파티 몇몇은 공동을 이탈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우리가 찾아가는 목적지는 그런 파티 중 하나가 차지하고 있는 공간이었다.


걸은지 시간이 좀 지나자 인기척이 느껴졌다. 긴장감이 얇게 몸을 덮는다.


"누구지?"


날카로운 목소리가 우리를 향했다.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나는 상대를 알아볼 수 있었다. 엘리엇이 연기하며 상대했던 빨간 머리였다.


식량을 가진 것도 분명하고 우리를 향해 공격성을 들어낼 이유도 있는 파티. 적절한 상대였다.


"따로 떨어져나왔군. 무슨 일 있었나?"

"무슨 상관이야. 거기서 나온 건 너희도 마찬가지잖아."


빨간 머리가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서 불안과 긴장이 느껴졌다.


상대 파티는 셋. 우리 파티도 셋. 상대하기 적당하다. 게다가 저쪽은 저번의 사기극으로 인해 로트에게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나는 상대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렇지. 그래도 궁금한게 정상이잖아. 우리가 나온 뒤에 뭔 일이 있으니 나온게 아닌가 싶어서. 정보는 중요하니까."


최대한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려 노력했다. 하지만 내말의 의도는 단순히 정보를 얻는 것이 아니었다.


"지랄하지말고 꺼져."


빨간 머리는 여전히 신경질적이다. 그렇겠지.


공동에서는 이미 식량문제로 살인이 일어났고, 식량을 가지고 있는 사실이 불안해서 거길 빠져나온 파티다.


그리고 우리는 저들이 식량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사방에 광고해준 놈들이고. 로트가 없었다면 이미 달려들었을지도 모른다.


"식량은 별로 없는 모양이군."

"씨발, 그냥 꺼지라고!"


소리지르는 상대를 보며 나는 곁눈질로 엘리엇의 손을 살폈다.


우리는 간단한 수신호를 만들어뒀다. 엘리엇이 상대의 감정을 읽고 나에게 알려준다. 그걸 토대로 나는 상황을 이해하고 대응한다.


엘리엇의 손이 상대의 눈에 띄지 않게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진실, 불안.


내가 맞췄군. 상대는 식량이 별로 없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다음 수를 고민했다. 그럼 이제 내가 자극을 해보자.


"우리는 식량 문제를 이미 해결했다. 내가 필요한 건 정보야. 공동에서 있었던 일을 알려주면 식량을 일부 제공하지."


빨간 머리의 눈이 흔들렸다. 그는 자신의 파티원과 눈빛을 교환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인 뒤 나를 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식량을 가진 두 파티가 죽었다. 비슷한 시기에 일어났지. 한쪽은 잠들었을 때, 한쪽은 버젓히 깨어있는데 살해당하고 짐을 강탈당했다."

"그렇군. 그래서?"

"이봐, 식량이 있다는 건 확실해?"


나는 로트를 돌아보며 말했다.


"로트 음식을 하나 보여줘."


로트는 군말없이 배낭을 열어 보존지를 풀고 음식을 보여주었다. 배낭을 기울인 덕분에 비슷하게 보존지로 포장된 다른 음식들도 보였을 것이다.


"이제 대답할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살해 당한 파티는 모두 소규모 파티다. 씨발, 우리도 셋밖에 없는 파티고 음식까지 가지고 있지. 그래서는 뭔 그래서야. 당연히 거기서 나와야지."

"그렇군. 알았다."


나는 로트에게서 보존지로 싸인 음식 하나를 그쪽으로 던졌다.


"이봐, 꼴랑 이거야?"

"네 정보의 가치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나? 살인이 일어날 건 당연했어. 그리고 다 예상 가능한 범위의 일이다."


이정도로 만족할거냐? 우리에게 식량이 많이 있다는 걸 봤잖아.


상대의 눈빛에서 욕망과 불안이 동시에 느껴졌다. 우리를 공격하고 싶지만 앞서 펼쳤던 사기극때문에 얻은 두려움이 저들의 발을 붙잡고 있었다.


그때 엘리엇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나는 그 의미를 바로 파악했다.


돌발 상황. 추가 인원.


그렇군. 추격자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저들 말대로 식량을 가진 소규모 파티니까. 필요한 수신호를 미리 준비해둬서 다행이었다.


재빨리 주변을 살폈지만 내 수준으로는 파악할 수 없었다.


엘리엇이 수신호를 보냈다. 엘리엇은 가능한 모양이군. 추격자는 다섯.


엘리엇의 손이 다시 움직였다.


근처. 우리 아님.


우리가 아니고 근처라면 빨간 머리쪽이라는 뜻. 상세한 수신호를 정해두지 못한게 아쉽다. 그래도 덕분에 필요한 수준의 정보는 얻을 수 있었다.


나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최소 하나가 습격당하도록 내버려둔다. 그러면 자신들을 습격하러 온 자들과 상대하기 위해 빨간 머리쪽은 우리와 협력해야한다.


빨간 머리쪽 돌무더기 뒤에서 모험가 하나가 튀어 나와 검을 휘둘렀다. 순신각에 벌어진 일이었고 한명이 치명상을 입었다.


"아악!"

"뭐야!"


빨간 머리와 그의 파티원이 고함을 지르며 급하게 돌아봤지만 그 사이 다른 모험가가 달려들어 또 한명을 공격했다. 이번엔 즉사다.


"가세하자."


내가 말하자 엘리엇이 상대를 향해 달려들었고 나도 검을 휘둘렀다. 로트는 역시 주춤거리며 우리쪽으로 오고 있었다.


나는 가볍게 한사람과 검을 주고 받았다.


챙.


날카로운 소리가 울리며 상대의 틈으로 파고 들었다. 상대할만하다.


방어력이 괴물같았던 그의 말대로 이 던전의 탐사대 수준은 낮았다. 충분히 대응할 만했다.


엘리엇도 무난하게 자신이 맡은 상대와 싸우고 있었다. 그녀의 움직임을 보니 우리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수준임을 알 수 있었다.


엘리엇과 내 수준은 이 던전에서 낮은게 아니었다. 베테랑 파티를 제외 하면 상대하는 것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아보인다.


로트 역시 무작정 뛰어들었지만 겁에 질린 모습인게 선명하게 보였다. 처음에는 로트에게 기세가 눌려있던 상대가 로트의 태도를 보고는 자신감을 얻었다.


이대로는 위험하다.


나는 내 앞의 상대의 다리를 베고 즉시 로트를 향해 뛰었다.


순간 한번 경험했던 떨림과 메스꺼움이 느껴졌다. 옆을 바라보자 엘리엇이 내가 다리를 벤 상대의 목에 독 다트를 꽂은 상태였다. 한명은 정리했다.


우리가 눈앞의 적을 상대하는 사이 빨간 머리는 죽어있었다. 기습탓도 있었겠지만 빨간 머리쪽은 지나치게 약했다.


저쪽 파티는 생존자가 없고 우리는 숫적으로 열세했다. 현재 상황은 사대삼. 우리 실력이 조금 더 좋았지만 인원 차이를 극복할 정도는 아니었다.


"로트, 물러나!"


상황은 치명적이다. 나는 소리지르며 로트를 바라보았다. 로트의 몸에 자잘한 상처가 늘어가고 있었다.


로트는 주저하면서도 그런 내 말은 잘 따랐다. 이 와중에 쓴웃음이 입가에 돌았다.


엘리엇이 도와주러 올 때까지 둘을 상대할 수 있을까.


공포가 머릿속을 뛰어다녔지만 해야만하는 상황이었다. 아니면 죽을 뿐이다.


내 상대인 둘은 협공이 익숙해보였다. 나는 방어하기에도 급급한 상황이었다.


퍼억.


순간 내 뒤에서 날아온 커다란 돌이 한명의 머리를 부쉈다.


"어엇!"


당황하는 남은 하나에게 검을 찌르자 그가 급히 몸을 비틀었다. 그정도로는 못피한다. 나는 확신하며 상대의 가슴을 향해 공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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